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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홀 연기자 대기실에서 만난 개그맨 이수근씨는 "내 아이들에게 떳떳한 아버지, 방송 열심히 하고 있는 아버지, 새로운 걸 위해 늘 도전하는 그런 아버지가 되고 싶습니다"라는 바람을 나타냈다.
 지난 3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홀 연기자 대기실에서 만난 개그맨 이수근씨는 "내 아이들에게 떳떳한 아버지, 방송 열심히 하고 있는 아버지, 새로운 걸 위해 늘 도전하는 그런 아버지가 되고 싶습니다"라는 바람을 나타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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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생적 소셜테이너가 있다. 어렵게 자랐거나, 그렇지 않았어도 남의 아픔과 어려움을 잘 헤아릴 줄 아는 사람.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사람. 빤빤하게 생겼어도 마음은 양털마냥 부들부들한 사람. TV 토크쇼에 비춰진 코미디언 이수근(35)씨는 그런 사람이다.

외모가 출중한 것도, 그렇다고 키가 훤칠한 것도, 스펙이 엄청난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가 대중에게 선사하는 웃음과 감동은 언제나 기대보다 크다. 그가 위대한 까닭이다. 언제 어디서나 까불대지만 늘 겸손하고, 위아래가 칼 같은 사람. 그래서 선배들이 그를 잘 챙기는 모양이다. 깍듯한 예의가 그를 돋보이게 하는 '아우라' 같았다.

톱클래스는 역시 바빴다. KBS 전국노래자랑 30주년 기념 무대에서 송해 선생으로부터 시작된 MC 계보를 잇는 막내로 출연한 그는 곧바로 <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 촬영에 들어가야 했다. 저녁시간이었지만 밥을 거른 채로.

3일 저녁 6시 40분, 서울 여의도 KBS홀 연기자 대기실은 무진장 복잡했고 정신없었다. 여당당 김영희, 동혁이형, 박영진, 박휘순 등 <개콘> 무대에 오를 개그맨들은 막바지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분장도 한창이었다. 고 사이를, <오마이뉴스>가 딱 비집고 들어갔다.

"아우, 죄송해요. 촬영이 늦어져가지고."

90도 각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건넨다. 왜 안 나타나는 거야? 천불이 났지만, 빙긋 웃어주니 마음이 금세 풀린다.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한 이날부터 금연초를 피우기 시작했다는 그는 인터뷰 도중 계속 빨아댔다. 연기는 몽실몽실 피어났지만 냄새는 없었다. 마치 스피드퀴즈 문제를 내고 맞추는 사람들처럼 우리는 대화를 이어갔다. 공간은 어수선했고, 사람들은 수시로 들락날락, 시간은 촉박했고, 말은 엄청 빨랐다. 휴~

뜬 후와 뜨기 전이 같은 사람, 개그맨 이수근

"구경만 할게, 구경만!"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게다. <개콘> '불청객들' 코너에서 달인 김병만과 옥동자 정종철씨가 하던 멘트였다. 어려운 가운데 이수근씨와의 대화를 집중하던 사이 9번 분장실 방문이 쓱 열렸다. 빼꼼 얼굴을 내민 이가 있었으니, 그는 달인 김병만씨였다. 다짜고짜 욕한다.

"이 새끼, 이거. 자, 이 자세는 이수근 위에 김병만 있다, 자 찍어주시고, 자, 이제 내려옵니다. 내려와서, 에, 뭐, 우리가 참 친한 친구라서 서로 참 막역하게 지냅니다. 네, 그럼요. 거센 욕, 지나친 욕, 다 우린 우정으로 생각하고. 네네, 바로바로 쳐주시고요. 진짜 쓰시나? 어? 정말 쓰시네? 기역에 아이, 그리고 새.. 아유 오늘은 여기까지만!"

속사포로 말을 쏟아내더니, 둘이서 커플로 웃겨댔다. 6일 오후 3시와 저녁 7시30분 전남 여수 흥국체육관에서 펼쳐질 '이수근 김병만의 무식(MUSIC)한 콘서트'를 미리 보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두 사람, 방송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친숙해보였다. 격의없는 친구사이라는 게 느껴지는 욕들이 난무했다. 정겨웠다. 마치 고교시절 남학생들의 대화를 보는 것 같았다. 만일 이 장면을 여당당 김영희씨가 본다면, '참으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다 그쟈?' 개탄하겠지만, 적어도 내겐 누룽지처럼 구수했다.

느닷없는 김병만씨의 등장에 화색이 돈 이수근씨는 두 사람의 무명시절을 회상하며 낄낄 대다가도 슬쩍 눈가가 촉촉히 젖기도 했다. 자고나니 스타가 돼 있더라는 유명 배우도 있지만, 꾸준하고 성실히 갈고 닦아 오늘의 자리에 오른 이도 있다. 바로 이수근씨다.

혹자는 연예인을 '뜬 후와 뜨기 전이 같은 사람, 뜬 후와 뜨기 전이 확 다른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수근씨는 100% 전자로 보였다.

그는 이날 강화군 공무원인 장인의 요청으로 그 지역 군민들을 위한 마을잔치에 갔다가 두부와 김치, 떡, 고기 등을 얻어왔다며 분장실에 풀어놓았다. 연습 중인 후배들을 위한 간식이었던 셈. 또 그는 양평에서 갖다준 쌀이라며 여러 동료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TV에서 보던대로 그는 훈훈했고 인간적이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2006년 <개그콘서트>에서 '고음불가'로 인기를 얻게 됐는데, 최근 싱글앨범을 내셨습니다. 제목이 헉(Huk)인데, 원제는 카사노바라고 들었습니다. 왜 바꾸셨나요.
"소녀시대가 최근 발표한 훗(Hoot)과 비슷하다, 뭐 이런 말들을 하시는데요. 제것이 먼저 나왔습니다. 하하. 소녀시대가 제걸 따라할 리는? 네, 없겠죠! 이 음반을 발표할 때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듣기 편한 음악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린이들도 재밌게 따라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카사노바를 어르신들께 설명하기도 참 애매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느니, 차라리 설명하기 쉽고 접하기도 쉬운 말로 바꾸는 게 낫겠다 싶어서 '헉!'으로 바꿨습니다. 이 음반의 타깃은 어린이부터 노인까지라고 생각하면 돼요. 아주 광범위하죠? 하하."

"개그는 공감대가 중요하죠, 생활 속 일들에 관심 둬요"

개그맨 이수근.
 개그맨 이수근.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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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박2일> <해피버스데이> <개그콘서트> 등 프로그램을 굉장히 많이 하고 계신데요. 모든 프로그램에 똑같은 비중을 둘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가장 애착이 가는 프로는 뭐예요?
"최근에는 <해피버스데이>예요. 우선 이경규 선배님께 배우는 게 참 많아요. 강호동 형님은 제 인생의 스승님이라고 얘기한 적 있는데, 그러니까 이경규 선배님은 제 스승님의 선배 되시는 거죠. 그러니 제가 배우는 게 얼마나 많겠어요. 프로그램이 잘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선배들에게 배우는 게 정말 많아요. 코미디 노하우를 가까이에서 보고 듣고 느낀다는 게 현재의 제게 가장 큰 복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절 이렇게 만들어준 건 역시 <1박2일>이에요. <1박2일>에 대한 애정이 가장 크지요. <개콘>은 애정 단계를 떠나 제 마음의 고향이에요. 주위에선 왜 <개콘>에서 계속 콩트를 하려고 하느냐, 코너도 없는데 뭘 그렇게 하느냐고 묻곤 해요. 차라리 그 시간에 MC로서 제대로 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게 더 낫지 않느냐고요.

그런데 제 생각은 그게 아니에요. 솔직히 '봉숭아학당' 말곤 코너도 없기 때문에 스스로 아쉬움이 많긴 하지만, 나름대로 앞으로는 아이디어도 짜고 코너도 새로 만들고 싶어요. '고음불가' 이후 재미와 볼거리를 드리기 위해 나름대로 애를 쓰고 있답니다."

- <개그콘서트>에서 새로 보여줄 콩트는 어떤 거예요. 맛보기 약간 안 될까요?
"아 그건 제가 하고 싶다고 해서 바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웃음) 제작진의 검사와 절차가 또 있어야 돼요. 제가 아이디어를 낸다고 해서 막 바로 코너를 주시는 게 아니거든요. 사전검증, 테스트 거쳐서 '아, 재밌겠다!'하면 그때 무대에 설 수 있게 돼요. 여러 가지 생각하고 있어요. 뉴스코너, 이색서유기 등등. 이색서유기는 한민관처럼 마른 친구가 저팔개를 맡고, 삼장법사의 머리가 길고, 손오공의 머리는 짧고 뭐 그런 걸 생각 중이에요."

- 개그맨은 개그 아이디어를 짜내는 게 가장 힘들다고 들었습니다. 어디서 주로 아이디어를 따오세요?
"저 같은 경우엔 음악개그를 좋아해서 개사곡 같은 걸 많이 하는데요. 예를 들어 '고음불가', '키 컸으면', '야야야 브러더스' 뭐 이런 것들이 다 그런 관심에서 나온 거죠. 평소 음악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을 두는 편이에요. 무엇보다 개그는 공감대가 중요하거든요. 아무리 좋은 코너도 시청자들과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으면 아쉽게도 비운의 코너로 남게 되는 슬픈 현실이 있죠."

하면 안 되는 게 너무 많은 대한민국 코미디

- 생활 속에선 주로 어디서 아이디어를 따오세요?
"사람들 얘기에 귀를 많이 기울이는 편이에요. 호프집에서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 무슨 얘기를 할 때 사람들이 웃는지 살펴보지요. 길거리를 지나가는데 사람들이 막 웃고 있다, 그러면 저도 가서 기웃거려요. 왜 웃나, 궁금하고. 어떻게 웃겼나 알고 싶고요.

예를 들어 칼 가는 아저씨가 토크를 하는데 사람들이 막 웃는다, 또 동네에 계란차가 왔는데 그 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웃는다, 그러면 집중해서 들어요. 어디에 웃음포인트가 있는지 찾으려고 애써요. 웃기는 현장을 쉽게 지나치지 않는 버릇이 있지요. 웃음이 있는 상황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집중력 있게 관찰하는 것 그런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 6년차 코미디언이신데요. 한국 코미디,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워요?
"우리나라는 한정되고 제한된 게 많아요. 할 수 없거나, 다룰 수 없는 소재들이 많지요. 사실 우리나라는 콩트나 코미디 하기 어려운 조건이에요.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개그소재가 넘쳐나거든요. 살짝 야해도 되고, 욕도 맘껏 해도 되고.

그런데 우린 쉽게 노출할 수 없게 돼 있고, 멘트에서도 욕을 쉽게 못하게 하지요. 비어, 속어 자유롭게 못 쓰죠. 한 마디로 '야 이 새끼야~' 이것도 안 되거든요. 그나마 얼마 전엔 '이 놈의 자식!' 이것도 안 됐는데 요즘에 쪼오끔 풀렸어요. 이 새끼, 저 새끼 이런 것까지 안 되니까 어떤 땐 좀 그래요. 물론 노출이나 비어, 속어, 또 욕으로만 웃기겠다 이런 건 아니지만, 제한된 환경에서 코미디 소재를 찾는다는 게 가장 힘들어요."

- 이수근씨가 특별히 선호하는 개그가 있나요?
"아니오. 다양한 걸 좋아해요. 콩트에서는 제 개그의 선생님이 병만(달인)이라고 생각해요. 병만이가 연극을 해서 아주 잘 알아요. 토크는 병만이보다는 제가 나은 것 같고요. 하하. 지금은 <개콘> '봉숭아학당'에서 선생님으로 나오고 있는데 무대에서 망가지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고 그래요. 너무 MC 느낌으로만 가려고 하지 않으려고 해요. MC로서 부족한 점은 개그로 채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수근·김병만의 무식(MUSIC)한 콘서트

'절친'으로 알려진 이수근과 김병만은 오는 11월 6일 전남 여수 흥국체육관에서 '이수근, 김병만의 무식(music)한 콘서트'란 타이틀로 합동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절친'으로 알려진 이수근과 김병만은 오는 11월 6일 전남 여수 흥국체육관에서 '이수근, 김병만의 무식(music)한 콘서트'란 타이틀로 합동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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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인 김병만씨와 단둘이서 공연한다는 소식 들었어요. '이수근, 김병만의 무식(MUSIC)한 콘서트'라고요. 이 공연은 어떻게 기획됐나요?
"저희 둘이 끝까지 서 있는 무대를 보신 분들이 없으세요. 데뷔 때 저희가 개그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자마자 갈라놨어요. 다른 후배들을 챙기라는 거였어요. 너희는 붙지마! 이러셨는데요. 그건 혼자서도 잘하니까, 둘이 붙으면 아깝다! 뭐 이런 거였어요. 하하하하하.

인터뷰 중에 9번 분장실로 달인 김병만씨가 쑥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장난을 치며 포즈를 취했다. 이수근 어깨를 타고 올라간 달인 김병만씨는 "요게 그러니까, 이수근 위에 김병만 있다, 이런 컨셉, 자 찍어주시고~" 한다. 일순간 웃음바다가 됐다. 차분히 앉아 인터뷰 내용을 듣지 않았는데도 어느새 따라잡는다. 거의 밥상 위에 숟가락 하나 올린 격이었다.

김병만 : "제가 수근이랑 장난을 굉장히 많이 치거든요. 그런 장난 속에서 서로 편안하니까 개그 아이디어가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정작 둘이 함께 한 개그는 없어요. 그래서 이번에 우리가 같이 한번 해보자고 해서 무대를 마련했어요."

이수근 : "공연을 아직 안 봤는데도 벌써 연락들이 와요. 언제 하느냐고. 둘이 뭉쳤다는 데 의의를 두는 관객들이 벌써 있다는 거죠. 하하하."

- 이번 공연에선 주로 어떤 걸 볼 수 있게 되나요?
이수근 : "객석과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해요. 객석에서 달인이 되고 싶은 분 나오시라 해서 그분을 매개로 토크도 해보고, 몸개그도 해보는 식이 될 것 같아요."

김병만 : "이수근과 김병만이 뭉치면 뭔가 인간냄새,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공연이더라, 이런 공연을 하고 싶어요. 어쩌면 화려한 무대와 영상 이런 기대를 하시고 오신다면 실망을 하실 수도 있겠는데, 우린 그냥 이수근-김병만 둘이 만나면 인간미가 물씬 나는 공연이 되더라 뭐 이런 콘셉트입니다. 수근이가 안 하던 몸개그를 하게 될 것 같고, 저도 고음불가에 도전해보는 식이 될 것 같아요."

- 지금까지 방송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다양한 레퍼토리가 있다고 하던데요. 어떤 건가요? 욕도 하나요? 콘서트 이름은 왜 무식이에요?
이수근 : "적당한 욕은 병만이가 하게 되겠지만(웃음), 워낙 저희는 어린이 팬이 많아서 욕하고 그런 건 안 할 거예요. 방송은 늘 제한된 시간에 쫓기기 때문에 다 보여드릴 수 없는데요. 공연장에서는 다 보여드릴 수 있는 매력이 있어요. 애드리브부터 온갖 걸 말이죠."

김병만 : "공연 중에 어떤 어린이가 말을 걸어오면 그 얘기에서 파생되는 말을 받아 토크도 하고 콩트도 하는 식이 되는 거지요. 만일 웃음포인트가 없었다면, 우리가 잘 웃길 수 있었는데, 저 친구 때문에 못 웃겼습니다! 뭐 이런 식으로 넘어가기도 하고. 그때 그때 호흡을 맞춰 여러 개그를 보여줄 생각입니다."

이수근 : "가수들 콘서트형식인 것 같아요. 객석과 얘기도 하고 노래도 있는. 우린 그 사이에 웃음도 드리는 뭐 그런 거죠. 무식이라고 한 건 뮤직(MUSIC)을 그냥 우리말로 읽은 거예요. 우리 둘이 정말 무식해서 무식콘서트가 아니고요. 음악을 곁들이는데 그게 '고음불가'고 그런 거지요. 그렇지만 씨앤블루도 나오고요, 비스트도 나와요. 무식인데, 뮤직이 있는 거죠. 하하." 

첫 콘서트, 전라도에서 스타트 끊는 까닭

개그맨 이수근과 김병만.
 개그맨 이수근과 김병만.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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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 연예인이 콘서트를 하면 대개 서울에서 시작을 하잖아요. 지역부터 찍는 특별한 까닭이 있나요?
이수근 : "수도권에 사는 분들은 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잖아요. 그런데 지방은 그런 기회가 많지 않은 것 같아서 지역에서부터 시작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특별히 그 지역에 연고가 있는 건 아니지만요. 그런데 사실은, 저희보다 공연연출자 생각이 더 강력해요. 서울에서 입소문 나 지역으로 퍼지는 게 아니라, 이번엔 지역에서 시작해 서울로 입소문을 내자, 뭐 이런 생각이에요."

김병만 : "아...이런 말을 해도 될까 모르겠는데. 사실 연출자가 그렇게 하라고 해서 하는 거예요, 네. 그렇죠, 우리가 뭐... 네, 돈을 주면, 네, 다 갑니다. 다 가죠, 네. 하하하하."

- 두 분의 이름을 건 첫 번째 콘서트인데요. 원래 이렇게 시작하고 싶으셨나요?
이수근 : "원래 우린, 우리가 처음 섰던 대학로 소극장에서 콘서트를 시작하고 싶었어요. 경제적으로 어떤 이익을 내기 위한 공연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초심콘서트'? 그런 걸 좀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병만이랑 스케줄이 너무 안 맞아가지고 도저히 맞출 수가 없는 거예요. 달인이 너무 바빠~ 또 주말엔 제가 <1박2일>을 하니까 주말은 주말대로 쉽지 않고, 그래서 이렇게 됐어요. 원래 콘서트는 주말에 해야 대박인데."

김병만 : "그런데 전 사실 방송에서 제대로 된 토크쇼를 하고 싶어요. 수근이가 MC 딱 하고, 수근이한테 힘 입어 버라이어티 플러스 콩트 뭐 이런 걸 좀 하고 싶어요. 이게 아주 오래 된 기획이거든요. 그러니까 이 콘서트를 기사에 내실 때는 다른 글자보다 3배 정도는 키워서 써주세요. 무, 식,(MUSIC)한 콘서트라고. 헤헤."

김병만 : "수근아! 그런데, 이거 뭐냐?"
이수근 : "어, 오늘 양평에서 갖다준 쌀이야..."
김병만 : "어, 그래? 그럼 나 '하나' 갖고 간다~(슬쩍 '두갤' 잡고 나선다)."
이수근 : "어, 그래. 아까부터 가져가라고 했는데 아무도 안 갖고 간다."
김병만 : "뭐라고?"
이수근 : "아니야. 못 들었으면 됐어!"
김병만 : "네, 우리 이런 친구사이예요. 부럽죠? 갑니다! 잘 써주세요!"

- (한동안 웃다가) 사촌이 땅 사면 배 아프단 말이 있듯이 두 분 사이에 서로 경쟁심 같은 건 없으세요. 그래서 싸웠다거나 뭐 이런 일화 없으신지 궁금하네요.
"10년 넘은 친구사이지만 우리 사이엔 항상 어떤 벽이 있어요. 불편한 벽이 아니라 서로 넘지 않는 선이랄까? 예를 들어 술 먹고 서로 과해지거나 오해를 했을 때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냥 멈춰요. 10년 넘도록 둘이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어요.

잠깐 머쓱했다가도 금세 웃지요. 그래서 친구 아닌가요? 전 병만이가 너무 좋거든요. 개인적으로 의지도 많이 했고. 아마 병만이도 그럴 거예요. 우리 요즘도 서로 옛날 얘기하면 많이 울어요. 둘 다 개그 지망했는데 잘 안 됐잖아요. 많이 미끄러졌고. 그때마다 많이 서러웠고. 그랬어요. 하하."

"서세원 영화 세 신 찍었는데 주연? 깜짝 놀랐다"

개그맨 이수근.
 개그맨 이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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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세원씨가 새로 낸 영화 <젓가락>에 무료로 출연하셨잖아요. 어떤 인연인가요? 어떤 인터뷰에선 임창정처럼 코미디배우가 되고 싶다고 하셨던데 본격적으로 코미디배우의 길을 개척하시는 건가요?
"아이고, 절대 아닙니다. 그건 선배님이 그냥 설렁탕 먹다가 도와달라고 하셔서 무료로 잠깐 나간 거예요. 딱 3신 나왔는데 주연으로 올려놓으셔서 깜짝 놀랐어요. 어쨌든 그 영화가 잘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제가 창정이 형이랑 친하잖아요. 형처럼 무엇이 되고 싶다는 말 자체를 제가 감히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은 제가 그토록 목표로 했던 MC로서의 길을 잘 가는 게 우선이고요. 연기자는 그 다음의 일인 것 같아요. 지금 저는 MC로 가는 길목에서 또 한 번의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것저것 일을 늘리는 것은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경규 선배님도 네가 잘 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가장 행복하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저로서는 MC라는 새로운 도전을 이겨내는 게 우선의 목표예요."

- 어떤 성장통이에요?
"예전에는 방송에서 그냥 감초역할만 해도 부담이 없었는데 이젠 직접 프로그램을 진행하니까 아무래도 부담이 크죠. 그리고 내가 웃기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각자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어떤 리더십도 발휘해야 하고, 스튜디오 촬영에선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고, 잔잔함과 동시에 웃음, 게스트들의 장단점을 모두 파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 이수근씨의 매력은 아주 인간적이라는 점 같아요.
"제가 뭘 감추기도 그렇고, 제가 보고 느낀 대로 보여드리는 데 충실할 뿐입니다. 웃통 까면 탈의가 너무 잦다, 비판하시는 분들도 계신데요. 제 판단에 웃음을 드리는데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할 의향이 있어요. 식스팩이 있는 어떤 남자배우가 웃통을 깠다면 그건 자랑이지만, 제가 웃통을 까는 건 웃음이 되거든요. 남들에겐 자랑이지만 제겐 웃음인 그걸 전 알아요. 그래서 전 절 이렇게 작게 낳아주신 부모님께 너무 감사하고 있습니다. 하하."

"싸가지 없는 개그맨? 이런 소리 못 들어보셨죠?"

- KBS 방송출연자 50명으로 꾸려진 재능기부 봉사단에서 활동 중이시던데요. 독거노인 목욕, 농촌봉사 많은 활동을 하시나봐요.
"아니에요. 뭘 한 건 아직 없어요. 그냥 막연하게나마 좋은 일을 많이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요. 그런데 잘난 척 티를 내고 싶진 않아요. 이런 건 안 써주셨으면 좋겠는데."

- 오랫동안 아픈 어린아이를 돌봐온 사실도 있던데요.
"아휴 뭘 그런 걸 자꾸… 크게 도움을 드린 건 아니에요. 저도 부모님 손에서 크긴 했지만 나름대로 힘들게 살았거든요. 살면서 뭐가 생기면 어떻게든 나누자, 나눠야 한다, 이런 생각이 있어요. 그런데 사실은 저보다 제 아내가 더 나서요. 션 형님 내외분이 무슨 일을 한다면 우리도 함께 동참하자, 꼭 그래요. 크진 않지만 무엇이라도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요, 이런 얘기 꼭 해야 돼요? 저 그냥 평생 감추고 살면 안돼요? 후훗."

- 연예인들의 기부활동이 공개되면 온갖 곳에서 다 요청이 온다고 들었어요. 고단하시죠?
"아니오. 전 제가 판단해서 맞다고 생각하면 직접 찾아가 보고, 필요한 만큼 지원해요. 탤런트 이승연 누나가 어느 병원에 갔는데 한 아이가 두 명의 동생을 키우고 있더라면서, 생각 있으면 같이 돕자고 해서 직접 가봤어요. 그리곤 결정을 했죠, 도와주기로.

기부는 내가 무리해서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부담을 느끼면서 하는 기부는 서로 행복할 수 없다고 봐요. 내가 여유로울 때 조금 더 나눌 수 있는 것, 그런 여유 뭐 이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1억 원 낼 때 내가 단돈 10만 원을 낸다고 해도, 그게 제 마음이면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 20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타 1위를 했어요. 까닭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진짜 모르겠어요. 제가 뭘 잘 한 게 없거든요. 하하. 다만 그냥 편안하다고들 하시지요. 가끔 이런 일이 있어요. 지나가는데 어떤 아저씨가 갑자기 팔짱을 확 껴요. 그럼 저도 그냥 그 팔짱 끼고 걸어요. 그럼 나중에 그 아저씨가 그래요, 미안하다고. 진짜 친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잘 못 봤다고. 여학생들도 갑자기 툭 건드리고 죄송합니다! 그래요. 전 그냥 이런 제 모습이 좋아요. 결국 이런 편안함이 20대가 나를 그렇게 뽑아준 원인이 아닌가 스스로 생각해봅니다. 하하하하."

- 굉장히 선량하신 것 같은데, 연예인이라는 직업의식 때문인가요?
"저뿐 아니라 모든 개그맨들이 비슷할 것 같아요. 우린 그냥 남들에게 웃음을 주는 직업인이라고 생각하지 연예인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개그맨이 거만하다? 싸가지 없는 개그맨? 뭐 이런 기사 보신 적 없으시죠? 저도 없거든요. 개그맨의 기본은 겸손함인 것 같아요. 남한테 웃음을 준다는 건 굉장히 조심스러운 일이고 위험한 거예요. 그래서 우리 개그맨들이 스트레스가 많아요. 또 자기 자신 마음이 편안해야 웃음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자기관리도 그 만큼 중요한 직업이지요."

- 키가 작아 우유CF 취소됐던 일화가 소개돼 화제가 됐잖아요. 외모콤플렉스가 키예요?
"음, 곧 우유광고 하나 들어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하하. 전 그냥 이해해요. 그 우유회사 콘셉트가 그런 것이니까요. 우유를 먹으면 키가 큰다, 이런 콘셉트인데 제가 키가 작잖아요. 그러니까 안 맞는 선택이었던 거죠.

롱다리 숏다리는 90년대 이휘재 형이 등장하면서 나온 거예요. 작은 머리, 이런 것도 최근 얘기지요. 전 그냥 어떻게 하면 웃길 수 있나 이런 것만 생각하면서 살았어요. 전 사실 박휘순이나 박지선씨 너무 부러워요. 얼굴을 비하하는 게 아니라, 전 너무 밋밋하게 생겨가지고 개그맨 시험에서 여러 번 탈락했거든요. 너무 개성이 없다는 거예요. 잘생긴 걸로 하기엔 키가 너무 작아, 웃긴 걸로 하기엔 얼굴이 참 밋밋해. 개성이 없다는 건 개그맨에게는 치명적이거든요.

나한테 있는 개성을 계발하기 위해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이 들었고, 결국 느지막이 관심을 받게 된 거지요. 왜 난 이렇게 애매하게 생겨가지고 개그맨도 못 되나? 이런 생각도 많이 했어요. 차라리 진짜 못 생기든가 하지 어중간하게 생겨가지고. 그렇게 원망도 많이 했지요."

- 학교 다닐 때도 많이 웃기셨나요?
"초등학교 다닐 때 노래를 개사해서 부르고 다녀 선생님께 야단 많이 맞았어요. 사실 전 성격이 무지 내성적인 편이에요. 또 고기도 성인이 돼서야 겨우 먹기 시작했어요. 스무 살 전까지는 고기를 잘 안 먹었어요. 솔직히 또 집에 고기가 넉넉하게 많은 편도 아니었지만(웃음). 늘 밥을 물에 말아 김치랑 먹곤 했지요. 그래서 면역력이 강해졌나봐요. 감기에 잘 안 걸려요(웃음).

그래서 아버지가 곧잘 너는 산에 가서 승이 될래? 놀리셨어요. 식구들 키가 많이 작은 편이 아닌데도 제가 유독 더 작은 건 어린 시절 열심히 먹지 않은 탓도 있는 것 같아요. 키를 좀 키워보려고 늦게나마 우유도 배웠는데요. 먹는 만큼 계속 설사만 쭉쭉 나오더라구요. 참, 인생이 그래요. 푸하."

"개그맨이 되는 방법을 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개그맨 이수근.
 개그맨 이수근.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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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아이의 아빠시잖아요. 애를 낳아봐야 세상을 안다, 이런 말씀도 많이 하시고, 가장 관심있게 지켜보는 사회문제는 뭐예요?
"제가 요즘 출산장려프로그램을 하고 있잖아요. 분유, 기저귀값 장난 아니잖아요. 제 친구들을 봐도 그렇고. 육아문제 때문에 싸우는 부부들도 많고. 아이 낳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어떻게 기를 거냐는 거죠. 보육시설의 안전문제, 치안문제 너무 심각하잖아요. 저도 아버지가 되고나니까 우리 애가 타고다니는 어린이집 버스는 안전한가 자꾸 생각하게 돼요. 장가 가서 애를 낳아봐야 부모님 심정을 알게 된다는 말씀은 진리 같아요."

- 연예인이 되려는 입시생들을 위한 무료특강을 하셨습니다. 전국민의 80%가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하는 세상인데요. 연예인이 되려는 청소년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연예인이 나쁜 직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화려함만을 좇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꼭 화려함만 있는 건 아니거든요. 충분히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 제 인생의 목표가 개그맨이었어요. 개그맨이 되고 싶어서 정말 온갖 노력을 많이 했어요. <개콘> 무대에 서는 개그맨들? 모두 저와 비슷한 친구들이에요. 또 쉽게 그 장벽을 뚫고 연예인이 됐다고 한들, 무대가 계속 보장되는 건 아니에요. 꾸준히 노력하고 아이디어 내면서 피나는 노력을 해야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한순간 나락이죠.

얼굴 작고 뛰어난 외모를 지녔다고 해서 모두 배우가 될 수 있는 세상도 아닙니다. 무엇이든 본인이 목표를 정하고 꾸준히 그 길을 향해 달려가면 어느 순간 목표했던 그 지점에 닿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하고 싶네요."

- 개그맨 되려면 무엇을 공부해야 하나요?
"특별히 공부할 무엇이 있진 않아요. 코미디에 대한 꾸준한 관심, 방송 모니터 이런 게 필요하죠. 그리고… 음… 개그맨은 후천적으로 타고난 능력으로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솔직히 좀 타고나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학교 다닐 때 너무 웃겨서 오락부장을 했다, 이걸로는 개그맨 하기 어려워요. 우선 머리도 좋아야 해요. 재치, 자기계발, 책도 많이 봐야 해요. 그나저나 진짜 웃기는 개그맨이 되는 방법을 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 30대 중반인데, 어떻게 늙고 싶으세요?
"내 아이들에게 떳떳한 아버지? 방송 열심히 하고 있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아이들이 보기에, 게으른 아버지, 이건 정말 싫어요. 새로운 걸 위해 늘 도전하는 그런 아버지가 되고 싶습니다. 그런데, 기자님, 제가 너무 늦어가지고..."

- 아우, 네. 마치겠습니다.

(아쉬웠지만 노트북 뚜껑을 닫았다. 전국노래자랑 녹화를 마치고 후닥닥 달려왔던 것처럼, 그는 또 후닥닥 <개그콘서트> 녹화장으로 떠났다. 1등은 역시 바빴다. 밥도 못 먹고 다닐 만큼 정신 없이 살고 있었지만, 그는 참으로 행복해보였다. 평소 별명이 일꾼이듯 그는 성실하게 대한민국을 웃기고 다니는 중이었다.)


태그:#소셜테이너, #이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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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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