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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이 28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공정한 사회와 그 적들'을 주제로 '10만인클럽' 특강을 하고 있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이 28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공정한 사회와 그 적들'을 주제로 '10만인클럽' 특강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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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사회의 제1의 적은 공평과 공정에 대한 지식사회의 무지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공정한 사회의 적들'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의 답변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15 경축사'에서 '공정한 사회'를 말하기 수년 전부터 '공평'과 '공정'을 주장해왔다는 김대호 소장은 "한국사회의 핵심적인 모순, 부조리를 선명하게 보기 위한 첫 번째 안경이 공평과 공정"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진보 진영이 그런(공평과 공정이라는) 안경을 쓰지 않고 엉뚱하게 '복지'라든지 '양극화 해소'라는 안경을 쓰니까 모순, 부조리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불공평, 불공정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복지를 먼저 이야기한다면 그건 '반동'"이라고 일갈한 김대호 소장의 10만인 클럽 33번째 특강은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지난 28일 진행되었다. 이날 강연의 제목은 칼 포퍼의 저서를 떠올리게 하는 '공정한 사회와 그 적들'이었다.

"복지로는 불공평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이 28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공정한 사회와 그 적들'을 주제로 '10만인클럽' 특강을 하고 있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이 28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공정한 사회와 그 적들'을 주제로 '10만인클럽' 특강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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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관 경남 도지사실에는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이라는 글씨가 쓰여진 커다란 족자가 있다. 김두관 지사의 좌우명이기도 한 이 글귀의 뜻은 '(백성은) 가난한 것을 걱정(분노)하기보다는, 공평하지 않은 걸 걱정(분노)한다'는 뜻으로, 이는 '공평한 사회'를 강조한다.

그런데 김대호 소장은 이날 강연에서 보수도, 진보도 '불균' 즉 '불공평'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보수가 이야기하는 성장, 수출증대, 감세 이런 이야기들 어디에도 불공평의 문제에 대한 고민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진보는 어떨까. 김 소장은 "진보가 양극화 해소와 복지를 이야기하기 때문에 '불공평을 걱정하는구나'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한 번 생각을 해보자"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마이뉴스> 지하에 내려가 보면 많은 식당이 있다. 항상 줄 서는 식당이 있고 파리 날리는 식당이 있다. 이건 복지로 풀 수 있다. 경영컨설팅도 제공하고, 그분이 자영업을 하면서 온 가족친지들 빚보증 서게 하지 않도록 연대보증을 세울 수도 있고, 전업지원도 해줄 수 있다.

하지만 전임교수와 시간강사의 문제, 원청 노동자와 하청노동자의 문제. '양극화 해소'라는 안경으로 보면 비슷한 문제지만 이건 복지로 풀 수 있는 게 아니다. 제가 대우자동차에 다닐 때 그 당시 휴업급여가 70%였다. 5000만 원을 받던 사람은 놀고도 3500만 원을 받는다. 그런데 협력업체에서는 잔업, 철야, 특근을 다 해도 3500만 원을 못 받는다. 정말로 불공평한 거다. 이런 엄청난 격차를 복지로 해결할 수는 없다."

"결과에 스스로 책임지라는 이명박 대통령, 결과가 '불공평' 하다면?"

김대호 소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처우 격차가 매우 '한국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웨덴·덴마크·핀란드·노르웨이는 노동의 양과 질을 따지지 않고 임금이 비슷하고, 미국은 노동의 양과 질에 따라 임금이 결정된다"며 "이런 나라에서는 복지제도를 만들기가 쉽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제대로 된 직업, 직장이 유럽으로 치면 '게토' 비슷하다, 빈민들이 낮은 집 짓고 사는데 높은 집, 성을 쌓고 있어서 거기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문제는 이러한 격차가 노동의 양과 질에 비례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결과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는 사회'를 말했지만 '출구'에서의 격차는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라고 비판했다. 

"공정이 출발선에서의 평등, 즉 공평한 기회를 의미한다면 공평은 그 사람의 노동과 양의 질에 상응하는 처우를 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한국은 이 '1차 분배 구조'에 문제가 있다. 노동의 양과 질에 상응하는 처우, 실력에 상응하는 처우, 실력이 있고 능력이 있고 노력이 있다면 저 밑바닥, 작고 주변적인 데서 크고 중심적인 데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가 붕괴되어 있다. 이러한 '불공평'의 문제 해결하지 않고 복지를 먼저 이야기하면 그건 반동이다. 상류에서 불공평과 불공정이라는 오염원으로 인해 엄청난 억울함이 생산되고 있는데 이를 하류에서 복지로 막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그렇다면 한국사회는 왜 '공평' 보다는 '복지'에 더 초점을 맞춰왔을까. 김 소장은 "한국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지식사회가 그리 건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중산층은 대부분 부동산 불로소득을 하고 있다. 건강하지 않다. 전임교수들? 엄청난 자릿세, 지대를 얻고 있다. 한국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존재들 자체가 굉장히 불건전한 토대 위에 서 있기 때문에 공평이라고 하는 이데올로기, 좋은 안경이 팔리지 않았다. 상류의 오염원을 제거하려면 자신들의 불공정한 기득권이 문제가 될까봐 복지만능주의를 내세운 것이다." 

"불공평과 불공정에 신음하는 청년들과 만날 때 '공평'은 쓰나미 될 것"

김 소장은 "한국사회의 이른바 노블레스들, 힘 있는 존재들 자체가 공정한 사회의 주적이 될 수 있다"며 "이제는 진보진영이 나서서 '복지'가 아닌 '공평과 공정'이라는 안경을 팔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진보)가 민주라는 안경을 팔 때 저쪽(보수)은 안정이라는 안경을 팔았다. 80년대 이후 적어도 몇 십 년 동안은 진보가 주도권을 잡았다. 지금은 이게 좀 흔들리고 있다. 저쪽은 공정이라는 안경을 팔려고 한다. 물론 보수 내에서 합의가 이루어진 건 아니다. 시장에 다 맡기면 되는데, 시장이 가장 공정하고 공평한데, 이게 보수의 생각이다. 우리는 양극화 해소, 복지라는 안경을 팔려고 하는데 이게 시원찮다. 불량 안경이다. 역사의 주도권을 쥐려면 그 안경을 끼니까 한국사회의 핵심 모순, 부조리가 다 보이고 우리가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야하는지 다 보여야 한다. 그게 이른바 담론의 주도권을 쥐는 거다."

김 소장은 "진보가 복지라는 칼을 잡고 휘두르고, 저쪽이 공평과 공정이라는 칼을 잡고 휘두르면 싸움은 끝난 것"이라며 "이는 진보는 칼을, 보수는 총을 갖고 싸우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공평과 공정'의 힘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또한 "한국사회에는 불공평과 불공정에 신음하는 실력 있는 젊은이들이 너무나 많다"며 "공평이라는 안경은 이러한 청년들한테 널리 퍼져 하나의 쓰나미가 될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태그:#김대호, #공정한 사회, #공정, #공평, #사회디자인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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