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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다."

민주노동당에 후원금을 냈다는 이유로 교육과학기술부와 교육청의 '배제징계'(파면·해임) 대상에 올라가 있는 교사들이 결의를 다졌다. 경상남도교육청(교육감 고영진)은 오는 29일 오후 징계위원회를 열 예정인데, 징계 대상 교사 9명이 소감을 밝혔다.

교사들은 27일 저녁 경남도교육청 후문 앞에서 열린 '교사 대학살 징계 저지 도민대회'에 참석했다. 이날 집회는 '교사-공무원 징계 저지 공동대책위'가 마련했는데, 300여 명의 교사와 노동자, 학부모들이 촛불을 들었다.

민주노동당에 후원금을 냈던 경남지역 교사들이 27일 저녁 경남도교육청 후문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촛불을 들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
 민주노동당에 후원금을 냈던 경남지역 교사들이 27일 저녁 경남도교육청 후문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촛불을 들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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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교육청이 민주노동당 후원 교사에 대해 오는 29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할 방침인 가운데, '교사-공무원 징계 저지 공동대책위'는 27일 저녁 경남도교육청 후문 앞에서 도민대회를 열었다.
 경남도교육청이 민주노동당 후원 교사에 대해 오는 29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할 방침인 가운데, '교사-공무원 징계 저지 공동대책위'는 27일 저녁 경남도교육청 후문 앞에서 도민대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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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21일 전국 시도교육청 부교육감 회의를 열고 이달 안으로 교사 징계를 완료하도록 지시했다. 전국적으로 공립학교 교사 189명(시효만료자를 제외하면 134명)이 징계 대상이다. 이들은 검찰에서 기소해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으며, 선고는 올해 말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는 법원 판결도 나오지 않았는데 배제징계를 요구했고, 교사 징계권은 교육청이 갖고 있는데 교과부에서 징계를 요구하는 것은 교육 자치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대개 장관·교육감 표창과 모범교원상 등을 수상한 경력이 있으면 징계에서 경감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번에 교과부는 수상경력과 관계없이 배제징계할 것을 요구했다.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경기, 서울, 전남, 광주, 강원, 전북, 인천교육청은 법원 판결 이후 징계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부산교육청은 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교육현장의 혼란을 우려해 징계위 개최를 연기했다. 이와 달리 경남, 경북, 대구, 울산, 충남, 충북, 대전, 제주교육청은 오는 29일 일제히 징계위를 열 예정이다.

그리고 대전, 충남, 대구교육청은 징계시효 만료자(2년 전 후원금 납부)에 대해 징계위 출석 통지서를 발송하지 않았는데, 경남교육청을 비롯한 몇 군데는 징계시효 만료자까지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징계 대상 교사들의 각오는?

경남지역 징계 대상자는 총 9명이다. 이 가운데는 징계시효가 지난 교사 3명도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도민대회 때 촛불을 들고 앞에 나와 "당당하다"며 각오를 다졌다.

황금주 교사(창원 봉림고, 전교조 경남지부 수석부지부장)는 "교과부에서 배제징계를 하면 교사뿐만 아니라 학생과 시민들도 피해자가 된다. 지난 6월 2일 교육자치선거에서는 진보 교육감 후보들이 당선되었다. 이번 징계 방침은 6․2선거의 민의를 반영하지 않는 것"이라며 "다시 지방선거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서 징계를 이달 안으로 완료하라고 한 의도에 대해 황 교사는 "12월경 1심 재판 결과가 나올 것인데 교과부에 불리하게 나올 것 같으니까 그 이전에 징계하려는 것이고, 최근 경찰 공무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막기 위해 다른 조직의 움직임을 막아 보려는 의도도 있어 보이며, 징계를 해서 전교조에 재정 압박을 가해 전교조 죽이기를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11월 18일 수능이 치러지는데, 그 전에 교사 징계를 하면 교육 현장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다. 교육자의 양심이 있다면 징계를 하더라도 수능 이후에 해야 한다"면서 "반성한다. 지난 선거에서 우리는 진보 교육감을 뽑지 못한 것을 반성한다. 앞으로 교과부 장관 퇴진 운동도 벌이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노동당에 후원금을 냈던 경남지역 교사들이 27일 저녁 경남도교육청 후문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촛불을 들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
 민주노동당에 후원금을 냈던 경남지역 교사들이 27일 저녁 경남도교육청 후문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촛불을 들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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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희 교사(진주 중앙고)는 "참교육을 하지 않아서 징계한다면 받아들이겠다. 지금도 환경단체 등 여러 단체에 후원금이 굉장히 많이 나간다. 민주노동당은 이 땅을 가꾸기 위해 노력한다고 생각하고 후원했다. 돈만 낸 것을 후회한다. 돈만 내고 마는 게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고 돈으로 때우며 살았던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김영준 교사(합천고)는 "당당하고 더 확실하게 걸어가겠다. 교과부와 교육청이 치졸하고 더럽다. 반드시 단합된 모습으로 나가겠다"면서 "저는 개인적으로 세 번째 징계를 앞두고 있는데, 그동안 저를 징계했던 사람들은 말로가 좋지 않았다. 이번에도 후환이 올 것이라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억울하다는 말도 나왔다. 황인영 교사(경남 혜림고)는 "한 시간 동안 울었다. 많이 억울하다. 여러분을 보니 힘이 난다. 오늘 6교시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에게 큰일이 생겨 사흘 동안 못 온다고 했더니 아이들이 아프냐고 말하더라. 아이들은 울먹이면서 말을 잘 들을 테니 가지 말라고 하더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아이를 가졌는데 오는 12월 출산 예정이다. 임신하고 나서 힘이 들어서 전교조 활동을 쉬엄쉬엄 하려고 고민해 왔다.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 정부가 전교조를 억압하고 고사하기 위한 것이다. 좋은 엄마, 좋은 아빠가 되고자 결의하자"면서 "차별받는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이 웃을 수 있고 꿈꿀 수 있는 교육을 해보자고 결의하자"고 덧붙였다.

민주노동당에 후원금을 냈던 경남지역 교사들이 27일 저녁 경남도교육청 후문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촛불을 들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
 민주노동당에 후원금을 냈던 경남지역 교사들이 27일 저녁 경남도교육청 후문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촛불을 들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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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에 항의하며 단식하는 교사도 있다. 하경남 교사(김해 경원고)는 26일부터 점심 단식을 하고, 학교에서 퇴근하지 않고 지내기로 결심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잘되어야 하고 함께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 가자고 말한다"면서 "아이들이 민주적인 나라라고 느끼도록 교육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보건 교사(거창 아림고)는 "원래 겁이 많고 나서서 싸우지 못한다. 그렇지만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다짐했다.

공미진 교사(진주 명신고)는 한 차례, 그것도 1만원을 2년 전에 후원해서 문제가 되었다. 그는 "조사를 받은 뒤 기소유예가 되었다고 하더라. 검찰은 친절하지 않아서 그런지 왜 기소유예를 했는지 알려주지 않았는데, 교육청에서 온 징계위 출석 통지서를 보니 1만원을 한 번 내서 그렇다고 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공 교사는 "학교에서 일반사회를 가르치고 있다. 아이들에게 '생각하지 않으면 인간이 아니고 참여하지 않으면 시민이 아니다'라는 말을 기억하자고 한다. 참여 방법으로 단체를 후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제가 내고 싶어서 낸 것인데 징계한다고 하니 황당하다"고 덧붙였다.

안호형 교사(함양 서상초교)는 "지난 5월 모든 학부모님께 편지를 보내 징계 이야기를 했다. 학부모들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주셨다. 지금은 추수로 바쁜데 탄원서를 받고 있다고 하더라. 고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경우 교사(진주 명신고)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해임된다면 영광이다. 해직되면 정치인으로 나서 교육청을 접수하겠다"고 말해 참가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27일 저녁 경남도교육청 후문 앞에서 '교사 대학살 징계 저지 경남도민대회'가 열렸다.
 27일 저녁 경남도교육청 후문 앞에서 '교사 대학살 징계 저지 경남도민대회'가 열렸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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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짓거리 하려고 교육 자치하나"

이날 집회에는 강성훈 여영국 이천기 경남도의원과 정영주 최미니 강영희 노창섭 창원시의원, 김천욱 민주노총 경남본부장, 제갈종용 공무원노조 경남본부장, 이병하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위원장, 허윤영 진보신당 경남도당 위원장, 박종훈 전 경남도교육위원 등이 참석했다.

이경희 경남진보연합 공동대표는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다. 징계도 기습적으로 갑자기 하려고 한다. 분노를 느끼고 기가 막힌다. 제대로 된 교육을 하는 교사들을 몰아내려는 저의가 숨어 있다. 치사하다"면서 "이는 교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화를 무너뜨리고, 아이들의 미래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병하 위원장은 "사활을 걸고 교사들을 지켜낼 것이다. 요즘 정치권에서 개헌 이야기를 한다. 개헌을 하려는 목적이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을 대통령 한 사람의 의지대로만 한다는 것으로 헌법을 바꾸려고 하는 것 같다"며 "공무원들이 진보 정당에 후원금을 내온 것은 오래되었는데 왜 지금 와서 짓밟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얼마 전 고영진 교육감을 만나 꼭 징계를 해야 하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랬더니 고 교육감은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말을 지킬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여영국 도의원(진보신당)은 "술자리에서 하는 말 중에 '똘마니'가 있다. 누군가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사람을 그렇게 부른다. 지금 딱 '교육감이 누구 똘마니냐'고 묻고 싶다"면서 "이 짓거리 하려고 교육감 직선제를 한 것은 아니다. 교육 자치는 구성원과 함께 머리를 맞대서 하는 게 기본이다. 교육감이 징계하라는 대로 하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 그렇게 하면 소환운동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촛불집회 마지막에는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자유발언에서는 "교사도 국민이다. 정치 자유 보장하라"거나 "정치 중립 지키라고 하면서 교사한테 투표권은 왜 주느냐"는 말이 나왔다.

민주노동당에 후원금을 냈던 경남지역 교사들이 27일 저녁 경남도교육청 후문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촛불을 들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
 민주노동당에 후원금을 냈던 경남지역 교사들이 27일 저녁 경남도교육청 후문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촛불을 들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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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위 열리는 날 침묵시위 예정

전교조 경남지부는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교조와 공대위는 지난 25일 경남도교육청 부교육감 면담을 했으며, 전교조 경남지부는 이날 저녁 경남도교육청 현관 앞에서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전교조 지부에 따르면, 황금주 수석부지부장은 27일 오전 고영진 교육감을 만나 "부산교육청이 수능을 앞두고 징계를 연기하는 교육적 판단을 했다. 교육적 차원에서 징계위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고, 고 교육감은 "여러 정황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징계대상 교사들은 28일 '연가투쟁'을 벌이고 부교육감 면담을 요청했으며, 오후엔 '교사 대학살 징계 저지 규탄대회'를 연다. 또 공대위는 징계위가 열리는 29일 오후 침묵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태그:#민주노동당 후원 교사, #교육과학기술부, #경상남도교육청, #배제징계, #전교조 경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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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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