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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서울지방법원에서 2007년 한미FTA저지 집회 과정에서 일반교통방해를 했다는 죄목으로 검찰이 내린 벌금 300만원에 대한 재판 선고가 있었다. 그 이전에 여러 차례 심리가 있었는데 결과는 유죄로 확정하되 형 집행은 면제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이유는 같은 한미FTA 투쟁으로 여러 차례 형을 확정 받은 바 있기 때문에 집행은 면제한다는 것이다.

당시 이 사건으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을 때만 해도 한미FTA 협상도 타결된 이후였고 노무현 정권 말기라 조사받는 것으로 일단락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공안 검찰의 분위기가 돌변하면서 일괄 기소하여 재판을 받았다. 함께 재판에 임한 한상렬 목사(진보연대 고문), 문경식 전 전농 의장, 전기환 전 전농 사무총장 중 한상렬 목사(현재 구속 중)는 촛불사건으로 재판에 계류 중인 건이 있어 벌금 70만원이 선고되었고 나머지 셋은 형집행을 면제 받았다.

문경식, 전기환 두 분은 전남과 강원도에서 농사일을 하면서 재판받으러 수차례 서울에 올라왔다. 검찰이 항소하지 않는 한 한미FTA과 관련한 법정 소송은 일단 끝났다.

그렇게 5년의 시간이 지났다. 정말 긴 시간이었다. 나는 2006년 12월 비정규직법 개악과 한미FTA저지투쟁으로 구속되어 징역 2년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2008년 8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서 직장에서 해고되었다. 사측은 인사관리규정(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에 따라 당연퇴직 처리했다. 그러나 노동부가 고용보험 대상이 안 된다며 보낸 통지서에는 명백하게 '징계해고'로 되어 있다.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행정법원, 고등법원, 대법원까지 해고무효소송을 했지만 결국 패소했다.

2006년 초부터 시작된 한미FTA저지투쟁은 2007년에도 계속되었다. 대학로, 종로, 시청 앞 집회는 물론이고 기자회견, 집회와 시위를 했다. 광화문, 남대문, 서울역, 경복궁역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기도 하고 광화문 농성장에서 천막농성도 했다. 그 과정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벌금 20만원 포함), 벌금 200만원(재판 후 형집행 면제) 그리고 이번 벌금형집행 면제까지 한미FTA저지투쟁으로 전과가 넷이나 추가되었다.

노무현 정권의 신자유주의정책, 한미FTA

1998년 아이엠에프 외환위기 이후 시작된 김대중 정부의 본격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은 노무현 정부에 들어와서 동북아 금융허브국가와 전방위적 한미FTA 추진으로 극에 달했다.  2006년 1월 노무현대통령 신년연설을 통해 FTA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천명했고, 곧이어 2월 3일 한국의 통상교섭본부장이 워싱턴에서 한미FTA개시를 선언했다.

2007년 4월 2일 협상이 타결되었고 2년 후인 2009년 4월 22일 한나라당 주도로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에서 비준동의안이 통과되었다. 정부는 산하 연구기관을 내세워 한미FTA를 추진하면 국내총생산(GDP)7.75%, 대미수출 12.1%, 고용은 3.3% 증가한다고 선전했다. 지금 G20 정상회의 경제효과를 무역협회 31조 2천억원, 삼성경제연구소 24조 5천억원까지 부풀리고 있는 것과 같다. 만약 2007년 4월 타결 직후 국회에서 비준되고 시행되었다면 미국발 금융경제위기로 한국경제는 제2의 아이엠에프 사태를 맞았을 것이다. 백조(swan)는 희다고만 주장하다가 검은 백조가 나타나는 꼴이 될 뻔했다.

한미FTA저지 투쟁 당시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시민사회단체 대표들 간에 한미FTA를 두고 간담회를 가진 적이 있는데 나는 그 자리에서 한미FTA 17개 분과를 놓고 정부와 한미FT저지범국본이 생방송 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이에 노대통령은 방송토론 문제는 힘 있는 언론노조에 제안하라고 말을 돌렸다. 노무현 정권 초기 정책위원장을 했던 이정우 교수는 얼마 전 한미FTA 추진은 신기루와 같은 사건이었다고 회고했다.

27일 오후 한강 노들섬에서 G20 정상회담시 잠실, 수서 방향 시위대 방어 책임을 맡은 전남지역 기동대원들이 화염병, 쇠파이프 등 시위유형별 실전 대응훈련을 하고 있다.
▲ '화염병' 등장한 'G20' 시위 대비훈련 27일 오후 한강 노들섬에서 G20 정상회담시 잠실, 수서 방향 시위대 방어 책임을 맡은 전남지역 기동대원들이 화염병, 쇠파이프 등 시위유형별 실전 대응훈련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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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의 G20, 한미FTA 재협상 계기?

그런데 그 신기루 같았던 한미FTA가 다시 유령처럼 되살아나고 있다. 2010년 6월 미국 오바마 정부는 한미FTA재협상을 요구했고 양국간 3차례의 실무협의가 진행되었다. 이번 G20 서울회의에서 양국 정상간에 한미FTA 재협상이 발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0월 26일 한미통상장관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자동차, 소고기 문제 등 재협상을 위한 사전조율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명박 정권은 2008년 광우병 우려가 있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결정으로 민중들의 촛불시위에 직면했지만 이후 강력한 탄압으로 위기를 돌파하였고 G20 서울회의를 통해 한미FTA를 밀어붙일 태세다. 10월 26일 굴욕적인 소고기협상 책임으로 사퇴했던  민동석씨를 외교부 2차관에 임명했다. 매우 공격적으로 한미FTA를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여당 시절 한미FTA를 추진했던 민주당 역시 일부의 반발은 있지만 재협상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지난 10월 6일 아셈(ASEM) 정상회의차 유럽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한EU FTA에 전격 서명했다. 이제 G20 서울정상회의에서 한미FTA재협상을 추진하고, 한일FTA재개와 한중FTA추진을 타진하는 자리로 삼을 것이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주장했던 그 '잃어버린 10년'에 추진했던 신자유주의 정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FTA를 계승발전 시키고 있다.

그러니 4대강사업과 달리 민주당 역시 한미FTA를 비롯한 전방위 FTA추진을 반대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최근 민주당에서 구성한 한미FTA위원회와 자문단 구성을 보면 손학규대표 체제의 한미FTA 입장이 이명박 정권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우려된다. G20이 국격을 향상시키고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한다며 청사초롱 이미지를 내세워 대대적인 선전을 하고 있다. G20경호 특별법이 발동된 가운데 서울시내는 경찰의 테러대비로 계엄령 수준의 분위기다.

반면 한미FTA재협상 반대와 투쟁주체와 동력은 실종된 상태다. FTA는 강대국이 약소국에,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기업주가 노동자에게, 부자가 서민에게 경제위기의 책임을 전가하고 이득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 게임이다. FTA를 통한 다국적기업의 내부거래가 각 국의 무역증대로 나타난다. 금융투기자본의 투기적 거래가 투자활성화로 둔갑한다.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빈부격차확대와 양극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추진되는 한미FTA재협상은 또 다른 금융경제위기를 재현시키고 노동자서민들에게 더 많은 고통을 안겨줄 것이다.


태그:#한미FTA, #G20, #재협상, #광우병, #신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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