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유명산 정상에 모인 오토바이 매니아들
▲ 유명산 유명산 정상에 모인 오토바이 매니아들
ⓒ 조상연

관련사진보기


언젠가 아내의 권유로 대형 오토바이면허인 2종 소형을 취득했다. 그리고는 아내의 꼬임에 넘어가 750CC 오토바이를 구입했다. 그리고는 틈만 나면 아내와 들로 산으로 오솔길 따라 소풍을 다닌다.

언젠가 한계령에서의 일이다. 횡단보도에서 유턴을 하던 중 순찰차가 차를 세우란다. 세우자마자 면허증 제시하라기 전에 내가 먼저 꺼내줬다. 경찰관이 의아한 눈으로 쳐다본다. 나의 면허증에는 장기기증이 인쇄되어 있다.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연락처까지 적혀있다.

아내와 한계령을 넘어 속초로 향하고 있습니다.
▲ 한계령 가는 길. 아내와 한계령을 넘어 속초로 향하고 있습니다.
ⓒ 조상연

관련사진보기


옆에 서있던 경찰관이 벌금 없는 스티커를 발부하란다. 고마웠다. 다음부터는 횡단보도 건널 때 끌고 가라는 말도 덧붙인다. 내가 웃으면서 오토바이가 무거워서 조금 어려울 것 같다니까 경찰관 아저씨도 웃으면서 자기네도 이해는 한단다.

한계령을 넘어 서울로 오던 중 양평터널에서의 일이다. 여러 오토바이의 무리들이 갓길주행과 차와 차 사이로 나와 차량을 앞질러갔다. 물론 터널 안은 더 많이 정차되었다. 저만큼 뒤에서 또 한 무리의 오토바이 행렬이 다가온다. 터널 하나를 지나 터널과 터널 사이에 정차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사고가 났나? 이런 대형 오토바이들이 울려대는 사이렌 소리였다. 그러잖아도 많은 오토바이가 울려대는 배기음만으로도 터널 안은 소음으로 꽉 찼는데 그 망할 놈의 사이렌을 울려대며 차와 차 사이로 끼어든다. 정말 오토바이 운전 솜씨가 정말 신기에 가깝다. 차와 차 사이를 잘도 지나간다. 그런데 마지막 오토바이가 내 팔꿈치를 치고 나갔다.

춘자는 저의 오토바이 이름이고 가롤로는 저의 또 다른 이름이지요.
▲ 춘자와 가롤로 춘자는 저의 오토바이 이름이고 가롤로는 저의 또 다른 이름이지요.
ⓒ 조상연

관련사진보기


그렇지 않아도 터널 안에서 사이렌을 울려대며, 사륜차들을 위협하며 주행하는 것을 못마땅해 하고 있던 참이라 뒤에 타고 있던 아내가 말릴 사이도 없이 큼직한 팔뚝질을 해댔다. 내 팔꿈치를 치고 나간 인간이 그때 하필이면 뒤를 돌아보다가 내가 보내는 커다란 감자떡을 보더니 오토바이를 세우고 성큼성큼 다가온다.

'아! 니미럴' 쥐어 터지나보다 하고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멀건이 쳐다보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어라! 그런데 이게 웬일. 내 뒤에 있던 차에서 운전자가 내리더니 웃통을 벗어 패대기친다. 그러더니 오토바이 오너에게 다가가는 것이 아닌가? 한 대 올려붙일 기색이었다. 어! 싸우면 안 되는데. 앞과 옆의 차에서도 운전자들이 차에서 내렸다. 오토바이 오너가 멈칫하더니 나한테 손 한번 들어 보이고 씩씩대며 그냥 돌아간다.

소풍길에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나물을 캐고 있습니다.
▲ 오솔길 따라. 소풍길에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나물을 캐고 있습니다.
ⓒ 조상연

관련사진보기


그때 뒤에 따라오던 승용차 운전자분이 자기가 30분 이상 내 뒤를 따라오며 오토바이 타는 모습을 쭉 지켜보았단다고 말을 건넨다. 그러면서 와이프와 '저 사람 참 멋있게 오토바이 탄다'며 자기도 바이크 사달라고 조르고 있었단다. 그 사람 와이프 말이 '저 사람처럼 저렇게 안전하게 멋지게 탄다면 사주겠다'고 해서 지금 바로 퇴계로에 오토바이 구경 가기로 합의를 다 해놓았단다.

그런데 그 좁은 터널에서 망할 사이렌 울려대며 가는 바람에 와이프가 무서워하면서 오토바이 사는 일은 없던 걸로 하자고 했단다. 아이구 머리야! 그래서 아내분한테 사람 나름이고 타기 나름이라고 했더니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구하며 미소 지었다. 미소 짓는 얼굴이 너무 예쁘다고 뒤에 탄 나의 아내가 말하니 얼굴이 홍시가 된다. 정말 예쁘다. 아저씨 오토바이 사드리고 우리처럼 같이 타고 즐기시라고 말하니 그래야 할 것 같다며 또다시 미소를 짓는다.

참으로 씁쓸한 하루였다. 오토바이 타는 사람들은 사륜차들이 우리 이륜차들을 위협한다고는 하지만 나는 우리 이륜차들도 무리지어 라이딩할 때 사륜차 위협하기가 더하면 더했지 못할 것이 없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오토바이를 타면서 품위 운운 하는 것도 솔직히 웃기는 얘기다. 몆 억씩 하는 고급 승용차 타고 다니면 없던 품위도 절로 생겨나는가?

오토바이에 안전과 여유라면 이해를 하겠지만 품위란 오토바이든 사륜차이든 운행하는 사람의 인격과 눈에 보이지 않는 절제 속에서 나온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오토바이는 갓길을 주행하기가 수월하고 코너링 하기가 수월하며 여러 가지로 사륜차에 비해서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여러 장점을 남에게 피해를 안 끼치며 운행하는 아름다운 절제 속에서 멋이 나오고 풍류가 나오는 게 아닐까 한다.


태그:#오토바이, #갓길, #사이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편안한 단어로 짧고 쉽게 사는이야기를 쓰고자 합니다. http://blog.ohmynews.com/hanast/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