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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신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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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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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전세시장을 진단하는 첫 번째 글에서 전세 가격 추이를 살펴보고, 선동적인 언론보도와는 달리 최근의 전세가 상승세가 매매가 상승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음을 지적했다. (<전세가 뛰니 집값도 뛸 것이다? 대단한 착각>) 이번 글에서는 최근 전세 거래 동향을 살펴보고 정부 대응의 문제점을 짚어보자.

우선, 아래 <도표1>을 통해 3개 광역시도의 전세거래 동향을 보면, 현재의 전세 거래는 상당히 한산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세 거래는 일반적으로 이사철인 3월과 9월 전후에 비교적 활발해지는 뚜렷한 계절성을 보인다. 그런데 서울의 전세가가 급등했던 2006년 10월과 2008년 3월의 전세 거래가 '한산하다'는 응답 비율은 각각 39.2%와 47.0%이지만 올해 9월 현재 같은 응답 비율은 61.4%인 점을 감안하면 대규모 거래를 동반한 '전세대란'이라고 보기 어렵다.

9월이 전통적인 이사철인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전세 거래가 많지 않은 가운데 상대적으로 소수 거래의 전세가가 뛰는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주택공급 부족 등으로 전세가가 폭등하는 '전세대란'이라기보다는 전세 임대자의 일방적인 전셋값 올리기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주택부족 전세대란? 임대자의 전셋값 올리기

(주) 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 <도표1> 수도권 광역시도별 전세거래동향 (주) 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 김광수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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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도표2>에서 임대차 계약시 서울의 전세/보증부월세/순수월세의 비중 추이를 보면, 일시적 기복은 있지만 전세 비중이 60% 전후를 유지하고 있고 보증부월세 비중도 37% 전후 수준으로 큰 변화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또 순수월세 비중은 2003~2004년 3~4%를 기록했으나, 2008년 이후로는 2% 이하로 오히려 비중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일부에서 주택 매매가가 하락해도 집주인들이 월세 비중을 늘려 집을 안 팔고 버틴다는 주장은 현재까지는 설득력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오랫동안 유지돼 온 전세 선호를 뒤흔들 정도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부 지역에서 국지적으로 빚을 많이 진 집주인들이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해 월세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세입자들은 이자부담이 낮은 전세를 선호하기 때문에 월세의 거래 비중이 늘고 있지는 않은 것이다. 부동산업체 관계자들 얘기를 들어봐도 전세 매물은 곧바로 소진되는 반면, 월세(보증부월세 포함) 매물은 보통 두세 달가량 거래가 없는 경우들이 많다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전세자금대출의 2010년은 연환산치
▲ <도표2> 임대차계약과 전세수급 및 대출 동향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전세자금대출의 2010년은 연환산치
ⓒ 김광수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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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면서 전세 공급이 주는 반면 전세 수요는 단기적으로 증가해 전세가 상승의 한 요인이 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서울의 전세수급 동향에서 2009년 후반부터 전세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비율이 크게 높아진 것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 비율이 높아진 이유는 주택공급 부족 때문이 아니라 집값 하락에 따라 기존 전세시장 내에서 전세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대응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도표2>에서 전세자금 대출 추이를 보면, 서민 가계들은 오르는 전세가도 감당하기 벅차 전세자금 대출액을 늘리고 있다. 이런 판에 이런 사람들이 빚을 최소 1억~2억 원씩 더 내서 주택 매입에 나서는 것은 힘들 것이다.

설사 있다 하더라도 그런 수요자들은 당초부터 주택 매입과 전세를 두고 저울질하던 극히 일부 수요자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인천 영종, 송도신도시와 김포, 파주, 고양, 용인, 화성, 남양주 등 경기도뿐만 아니라 심지어 서울시내 한복판에서도 미분양과 미입주 물량 등이 쌓여 있는 판에 전세가가 계속 오른다는 것은 난센스에 가깝다.

더구나 전세가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어떤 형태로든 집주인들이 전세 공급을 늘리게 되는 반면 전세 수요자들은 좀더 광역적으로 전세를 물색하게 되는 등 가격 신호에 따라 수급이 조정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전세시장의 경우 매매시장보다 상대적으로 지역적 고착성이 강해 조정과정이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으나, 머지 않아 전세가가 조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전세거래 동향이 활발하지 않다는 점을 볼 때 이번 이사철이 지나면 전세가 상승세는 누그러질 가능성도 있다. 뿐만 아니라 주택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어 외환위기나 2008년 하반기 때처럼 억지로 버티던 다주택 보유자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한계에 도달해 부채 청산을 위해 주택 매물을 쏟아내기 시작하면 전세가도 자연스럽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세 강세, 주택시장 대세하락에 따른 일시적 현상

지금까지 본 것처럼 최근 전세 강세 현상은 주택시장이 대세하락에 접어들면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주택 소유자들은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에 기대며 최대한 '버티기 모드'로 들어가 자신들의 대출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거나 전세가를 최대한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일부 언론들의 선동보도가 이 같은 다주택 소유자들의 전세가 끌어올리기를 '엄호사격'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정부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부동산 부양책을 통해 다주택 소유자들이 계속 주택 처분을 미루며 버티게 하고 있다. 다주택 소유자들이 전세가 인상으로 버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국민주택기금 등에서 전세 대출을 확대해 당장은 서민가계에 도움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서민가계를 더욱 힘들게 할 뿐이다. 전세가가 올라 서민주거 생계를 위협하면 전세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이지 "돈을 더 빌려줄 테니 그 돈으로 오른 전셋값을 내라"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배춧값 만 원 오른 것은 문제가 되는데 전셋값 수천만 원 오른 것은 전혀 문제가 안 된다는 식의 황당한 생각인 셈이다. DTI 규제를 해제한 '8·29대책'에서 보듯이 정부가 주택가격이나 전세가를 적극적으로 낮추려고는 하지 않고, 가뜩이나 빚더미에 올라있는 서민들에게 빚을 더 내 거품이 잔뜩 낀 주택가격과 전세가격을 떠받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주택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하면 전세가도 떨어지게 돼 있다. 그 같은 자연스러운 시장의 가격조정을 정부가 나서서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주택시장의 침체는 길어지고, 서민들의 고통은 더욱 가중될 뿐이다. 서민들이 전세가 상승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은 한 두 해가 아니다. OECD국가 평균에 비해 형편없이 적은 공공임대주택을 시급히 늘려야 한다고 여러 차례 지적했다. 공공임대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리면 이처럼 매년 이사철만 되면 많은 서민들이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된다.

공공임대주택 공급 가파르게 줄어, 친서민 맞나

그런데도 현 정부는 오히려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줄이고 분양용, 매매용 주택을 대대적으로 짓는 보금자리정책을 펼치면서 '친서민' 주택정책이라고 포장하고 있다. 2005년 이후 공공임대주택 공급량 변화(인허가 실적 기준)를 보면 10.3만(2005년) →10.6만(2006년)→13.3만(2007년)→10.8만(2008년)→7.7만(2009년)으로 현 정부 들어 가파르게 줄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예고편에 불과하다. 올해는 현재까지 2491가구만이 승인됐다. 연말에 인허가 실적이 많이 늘어난다고 해도 이것은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 반면 공공부문의 분양주택 공급은 2005년 4.1만 호에서 지난해에는 9.9만 호까지 두 배 이상 늘었다. 공공이 공공임대주택은 짓지 않고, 분양주택만 열심히 지어대고 있으니 역주행도 이런 심각한 역주행이 없다. 이것이 MB가 '친서민 주택정책'이라고 포장하고 있는 보금자리주택정책의 실체다. 

물론 지금 임대주택 물량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주로 2007년 인허가된 공급물량이므로 사실 지금 주택 임대시장에서 공공임대 공급은 줄어든 것이 아니라 매우 늘어난 상태다. MB정부 들어 공공임대 물량 공급이 본격 줄어든 2009년 물량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2012년 이후다.

그때쯤에는 지금의 전세시장 내의 마찰적 미스매치가 상당히 해소되고 매매가 하락세가 본격화돼 전세가가 많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전략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향으로 주택정책 방향을 수정해야 함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선대인 트위터 http://twitter.com/kennedian3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덧붙이는 글 |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한 좀 더 깊이 있는 정보와 토론을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태그:#김광수경제연구소, #전세대란, #부동산, #공공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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