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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4대강 사업 의혹 제기와 관련, 국토해양부·환경부 등이 내놓는 해명자료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문장이다. 지난 4일 국정감사가 시작된 이후 4대강 사업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국토부 등은 해명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문제는 국토부의 해명으로 의문이 완전히 풀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국토부 등은 문제제기한쪽이 제시한 근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을 바탕에 두고 해명하기 때문이다. "담당직원의 업무과잉 의욕"이라며 빠져나가는 경우도 많다.

 

4대강 사업과 관련, 정부의 해명자료를 파헤쳐보자.

 

[유형1 : 호통형] 근본적인 문제제기 외면... 사과는커녕 되레 큰소리

 

14일 오전 10시 <오마이뉴스>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실이 국토부의 '4대강 공구별 사업예산 현황'(2010년 10월)을 검토한 자료를 인용해 4대강 사업 예산 중 최소 5조1300억 원이 부풀려졌다고 보도했다(관련 기사: "4대강 사업 예산 최소 5조원 부풀려졌다")

 

국토부는 4대강 사업 사업시설비 예산에 13조1300억 원을 배정했지만, 건설사들이 공사를 따낸 금액은 8조 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때문에 그 차액 5조1300억 원의 예산이 부풀려졌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국토부는 이미 이 금액의 일부를 보상비 등으로 전용했다. 이를 두고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보상비가 필요한 상황에서 예산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5시간 뒤 해명자료를 발표했다. "<오마이뉴스>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이었다. 국토부는 "시설예산이 13조1300억 원이 아닌 12조7000억 원(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 기준)이고, 낙찰금액은 농경지 리모델링, 자전거 도로 건설 등을 포함해 모두 10조4000억 원"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어 낙찰차액은 5조1300억 원이 아닌 2조3천억 원이라면서, 그 차액만큼 보상비와 준설토 처리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에 사업비는 당초와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기갑 의원실은 "의문이 전혀 해소되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김순이 보좌관은 "낙찰 차액이 2조3000억 원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부가가치세(약 1조 원)와 준설토 처리 예산에 포함된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 비용(1조2000억 원)까지 합하면, 부풀려진 돈은 5조 원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김 보좌관은 "근본적인 문제제기는 낙찰차액이 수조 원에 이를 정도로 예산 편성을 주먹구구식으로 했다는 것"이라며 "정부의 말을 믿더라도 2조3000억 원의 차액이 남았는데도 정부는 예산편성근거를 밝히고 사과하기는커녕, 남는 돈을 보상비로 사용하겠다고 공공연히 큰소리 치고 있다.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유형 2 : 외면형] 불리한 내용은 외면하고 사실은 호도하고

 

국책연구기관이 4대강 사업에 비판적인 보고서를 내놓은 것이 뒤늦게 밝혀진 것을 두고(관련 기사: "환경부 공무원은 영혼을 가지고 있다"), 환경부가 해명자료를 내면서 보고서의 내용을 곡해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적정 하천공간 확보방안 연구' 보고서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의 고찰'이라는 절에서 "토목공학적 접근만으로 재해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밝혔다.

 

이 보고서는 생태환경적인 대안 마련을 주문했다.

 

"(4대강 사업의) 일부 구간에서는 야생동식물이 서식하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준설을 계획하고 있는 곳이 있다. 인류의 안위를 위해 진행하려고 하는 거대한 토목사업에 있어서 인류가 우선인가, 자연이 우선인가를 따지는 것은 우스운 일일 수 있지만, 인류와 자연의 공존을 위해서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보고서 31쪽)

 

이 보고서는 결론에서 준설 등의 토목공학적 접근을 강하게 비판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준설과 제방 보강·건설 등과 같은 구조적 접근 방안으로는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급증하는 홍수량을 감당하기에는 한계에 있으며 접근성, 친수성 측면에 문제가 있다. 경제적 측면 역시 마찬가지이다." (보고서 128쪽)

 

하지만 환경부는 이 보고서의 비판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최대한 피한 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나온 내용만 강조했다. 환경부는 "생태적 고려가 실시계획의 설계단계 및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반영되도록 많은 노력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이어 "본 연구보고서를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비판하는 문건'이라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4대강 살리기 사업과 연계 혹은 후속작업으로 추진해야 할 하천공간 확보방안'에 대한 정책연구"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자료를 공개한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송용한 보좌관은 "환경부의 해명은 사실을 호도한 것"이라며 "보고서는 생태계 파괴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다, 환경부는 설계조차 안 된 인공 습지 등을 언급하며 보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유형 3 : 책임전가형] 업무의욕 과잉?

 

"실무자의 착오다." "담당직원의 업무의욕 과잉이다."

 

국토부·환경부·농림수산식품부 등 정부의 4대강 사업 관련 해명자료의 단골 문구다. 강기갑 의원은 11일 국토부가 한 연구보고서를 조작해 팔당 유기농단지가 강을 오염시킨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고 지적하자, 국토부는 "실무자의 착오"라고 답했다. (관련기사: 4대강 자료 조작 들통나자 "실무자 착오" 오리발)

 

기자가 국토부 4대강 사업 추진본부 관계자에게 "정확한 해명 자료를 내놓을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강기갑 의원실에 관련 자료를 보냈다, 따로 공개적인 자료를 내놓을 생각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우남 민주당 의원의 경우, "담당직원의 업무의욕 과잉"이라는 해명을 들었다. 김 의원은 12일 한국농어촌공사 국정감사에서 무리한 준설토 반입을 밀어붙인 것은 청와대의 지시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5월 12일 농어촌공사 사장 명의로 각 지역본부에 내려간 농경지 리모델링 관련 공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겼다.

 

"비닐하우스, 문화재지표조사 등의 문제가 있더라도 (준설토)의 반입시기를 무조건 단축할 수 있도록 검토바람."

"현재 하천에 적치된 준설토는 6월 2째 주까지 우선 반입할 수 있도록 협의조치, 청와대 지시시항임."

 

이 공문에 따르면, 청와대의 지시로 농어촌 공사가 법을 무시해가며 준설토를 반입했다는 의심이 가능하다. 하지만 농림수산식품부는 해명자료에서 "농어촌공사 담당직원의 업무의욕 과잉에서 발생한 것으로 적절하지 못한 표현이나 이와 관련하여 청와대가 지시한 바 없음"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우남 의원실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실무자가 이렇게 어마어마한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볼 수가 없다"며 "정부는 일이 터질 때마다 실무자에게 책임을 전가한다"고 비판했다.


태그:#4대강 사업, #해명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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