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기자회견이 15일 오전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열렸다

15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기자회견이 15일 오전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열렸다 ⓒ 성하훈


"지난해 대비 상영작품은 50편, 좌석수는 5만석 줄었지만 관객수는 오히려 늘어나, 내실과 질적 성장을 동시에 이뤄냈다."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5일 오전 10시 해운대 그랜드 호텔에서 폐막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영화제를 정리했다. 김동호 위원장은 "마지막 영화제를 보람있게 끝내게 됐다"며 "규모는 줄었지만 관객의 관심의 높아진 것에 대해 전국 영화팬들에게 감사한다"는 인사를 전했다.

관객수는 지난해 17만3516명에서 올해 18만 2046명으로 축소된 규모에 비해 상당히 늘었으며 좌석 점유율 78%를 기록했다. 상영사고는 공식적으로는 1회만 발생해 운영적인 면에서도 안정된 모습을 나타냈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올해의 성과에 대해 수준높은 프로그램과 이벤트가 호응을 받았고 아시안필름마켓이 주목할 만큼 성장했으며, 거물급 영화인들의 방한을 통해 영화제의 위상이 제고됐다고 자평했다.

이와 관련 이용관 공동 집행위원장은 "아시아필름마켓이 상당한 진전을 보여 희망적인 운영이 기대된다"며, "부산의 독창적인 프로그램인 아시아필름아카데미와 독립영화를 지원하는 아시아영화펀드를 활성화 해 더 많은 도움이 되게 하겠다"고 밝혔다.

내실과 질적 성장..."독립영화 지원은 자랑스럽게 생각"

 김동호 집행위원장이 15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보고를 하고 있다.

김동호 집행위원장이 15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보고를 하고 있다. ⓒ 성하훈


 아시안필름마켓에 마련된 '시네마달' 등 독립영화 배급사들의 부스. 15회 부산국제영화제는 독립영화들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을 펼쳤다.

아시안필름마켓에 마련된 '시네마달' 등 독립영화 배급사들의 부스. 15회 부산국제영화제는 독립영화들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을 펼쳤다. ⓒ 성하훈


아시안필름마켓은 영화가 거래되고 판매되는 장터라는 점에서 부산국제영화제가 영상산업으로 발전하는 데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영화제 측에 따르면 세일즈오피스가 전년도 대비 45개에서 51개로 증가했고, 참여업체도 75개에서 108개로 대폭 늘어났다. 이제 5회를 맞는 마켓이지만 영화거래에 있어서 중요한 거점이 돼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미팅 건수가 증가하는 등 활발한 거래가 이뤄져 참가사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한다. 해외 세일즈사인 '엠라인 디스트리뷰션'은 지난해 영화제 수상작이었던 <파주>를 태국에 판매한 것을 비롯해 해외 배급사인 '화인컷' 역시 칸영화제 각본상 수상작인 <시>를 홍콩 시리아 일본 스웨덴 포르투칼 등 5개국에, 현재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시라노 연애조작단>을 싱가포르와 대만 등에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다.

국내 업체 중 규모가 가장 큰 'CJ 엔터테인먼트'는 <된장> <이끼> <방자전> 등의 작품을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에 판매했는데. CJ 엔터테인먼트 측은 "아시안필름마켓에 참가한 이래 올해가 가장 많은 거래를 한 해"라고 밝혔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지원으로 처음 부스가 마련된 독립영화 쪽은 작품의 특성상 뚜렷한 작품 판매 실적이 나오지는 않았으나 관심을 갖는 외국 배급사와의 상담이 적지 않아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다. 만만치 않은 비용으로 사실상 참가가 어려웠던 독립영화 배급사 입장에서는 이런 기회 자체를 의의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시네마달의 한 관계자는 "인디스토리 등을 빼고는 독립영화사들의 참가가 쉽지 않은 현실에서,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점에서 부산국제영화제 측이 생색내기 차원이 아니라면 지속적인 도움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용관 공동집행위원장은 "독립영화 지원은 부산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이라며 독립영화에 대한 지원 규모와 독창성이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하고 "체계적 뒷받침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하겠다"고 밝혔다.

<무산일기> <파수꾼> 뉴커런츠 상 영예

 뉴커런츠상과 국제평론가협회상을 수상한 <무산일기> 박정범 감독에게 상이 전달되고 있다

뉴커런츠상과 국제평론가협회상을 수상한 <무산일기> 박정범 감독에게 상이 전달되고 있다 ⓒ 성하훈


 뉴커런츠 상 수상작인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

뉴커런츠 상 수상작인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 ⓒ 성하훈


한편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수상작으로는 뉴커런츠상에 <무산일기>와 <파수꾼>, 플래시포워드상에 <순수소녀>, 다큐멘터리를 대상으로하는 선재상과 피프메세나상에는 <부서진 밤>과 <종로의 기적> 등이 각각 선정됐다. 특히 <무산일기>는 국제평론가협회상까지 수상해 15회 부산국제영화제 2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아시아 신인감독들의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작품 중에서 수상작을 선정하는 뉴커런츠는 부산영화제의 가장 대표적인 경쟁부문이다. 박정범 감독의 <무산일기>는 주민등록번호가 125로 시작되는 탈북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전과자도 아니고, 이주노동자도 아니지만 한국 사회의 차별 받는 계층인 그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

뉴커런츠 심사를 맡은 와다 에미 심사위원장은 <무산일기>가 훌륭한 시나리오와 연출력, 촬영을 바탕으로 "오늘날 무엇을 이야기하고 무엇을 보여줘여 하는지는 관객들에게 묻고 있다"며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잊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다른 심사위원들 역시 현재의 정치사회적 현실이 매우 흥미롭고 도전적으로 잘 반영돼 있으며 결말의 구성과 내용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면서 탈북자에 대한 이야기가 관객을 사로잡는다고 평가했다.

박정범 감독은 수상소감에 대해 "2008년 세상을 등진 전승철씨를 소재로 한 작품인데, 그에게 이 영광을 전달하고 싶다"며, "이창동 감독에게도 함께 수상의 기쁨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이창동 감독의 조감독 출신이다. 

그는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 가장 힘들었던 점은 "어려운 환경에서 스태프들이 고생하며 찍은 것"이라며, "탈북자들의 삶을 두드러지게 하기 보다는 극빈층으로 살아가는 느낌에 초점을 맞춘 영화"라고 <무산일기>를 설명했다.

또 다른 수상작인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은 남자 고등학교에 다니는 세 친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심사위원들은 "세 청년의 인간 군상에 대한 드라마가 잘 짜여진 컷 분할과 편집에 의해 잘 표현돼 있고 스토리텔링과 뛰어난 연기력이 잘 합쳐진 데다 표현이 너무 좋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남북문제 다룬 작품들 여럿 수상 눈길

 아시아영화진흥기구(넷팩)상을 받은 장률 감독의 <두만강>

아시아영화진흥기구(넷팩)상을 받은 장률 감독의 <두만강> ⓒ 성하훈


이 밖에 비아시아권 감독을 대상으로 하는 플래시 포워드 상은 "젊은 여배우의 힘차고 설득력 있는 놀라운 연기에 힘입어 에너지가 넘쳐 흐르는 이야기를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은 스웨덴 감독 리자 랑세트의 작품 <순수소녀>가 수상했다. 폴란드 감독 마렉 레츠키의 작품 <시행착오>는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전형적인 이야기를 생생한 묘사와 우아한 순간들의 포작으로 표현했다"며 특별 언급됐다.

독립영화에 수여하는 피프메세나 상은 게이들의 문제를 다룬 이혁상 감독의 <종로의 기적>과 중국 궈흥치 감독의 <새로 지은 성>이 각각 수상했다. 심사위원들은 "<종로의 기적>은 한국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공동체의 평등에 대한 사회적 이슈를 훌륭한 작가성과 스토리 텔링으로 전달하고 있고, 그들의 사적인 이야기로부터 연민과 유머를 느껴 그 투쟁에 공감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새로 지은 성>은 일상의 극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인물을 세심하게 관찰하며 경외심을 부여하는 작품이라 수상작으로 선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수상작에는 남북문제를 다룬 작품들이 여럿 나와 주목을 끌었다. 뉴커런츠 상과 국제평론가 협회상을 수상한 <무산일기>뿐만 아니라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에 장률 감독의 <두만강>이 수상작으로 선정됐고, 전규환 감독의 <댄스 타운>은 특별 언급됐다. <두만강>은 남북의 정치적 분열로 인해 폐허가 된 두만강 양현 마을 사람들과 어린 아이들의 삶을 감성적으로 드러내는 내러티브 영화로 주목받았으며, 북한에 남편을 두고 온 탈북자 여성을 소재로 한 <댄스 타운>은 통찰력 있는 영화로 평가됐다.

관객들의 뽑은 KNN 영화상(관객상)에는 중국 루양 감독의 <맹인영화관>이 선정됐으며 한국 영화 오늘 - '비전' 상에는 <혜화, 동>을 연출한 민용근 감독이 감독상을,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에 출연한 배우 박혁권씨와 <댄스타운>에 출연한 배우 라미란씨가 각각 남녀 연기상을 수상했다.

부산의, 부산에 의한, 부산을 위한 영화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카멜리아> 기자회견 

 14일 저녁 7시 부산 시네마테크에서 열린 폐막작 <카멜리아> 기자회견

14일 저녁 7시 부산 시네마테크에서 열린 폐막작 <카멜리아> 기자회견 ⓒ 성하훈


15회 부산국제영화제의 마지막을 장식할 폐막작 <카멜리아>의 기자회견이 14일 오후 7시 부산 시네마테크에서 열렸다. <카멜리아>는 사랑을 주제로 한국 장준환 감독의 <러브 포 세일>, 일본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의 <카모메>, 태국 위시 사사나티엥 감독의 <아이언 푸쉬> 등 세 작품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다. 

영화 제목 <카멜리아>는 동백의 영문 표기이며, 동백꽃은 시공간을 초월한 영원한 사랑, 굳은 약속의 기다림 등 꽃말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작품의 제목으로 선정됐다.

<아이언 푸시>는 임무 중에 만나 사랑에 빠진 여장 비밀요원 아이언 푸시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감독은 태국의 독특한 캐릭터인 아이언 푸시를 색다른 감성으로 재해석 하고 있다. 태국 배우 마이클 샤오와나사이와 한국 배우 김민준이 주연이다.

<카모메>는 영화 촬영 중 카메라에 찍힌 여인과 초현실적 만남을 가지는 촬영 감독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시공을 넘나드는 사랑을 따뜻하게 표현하고 있다. 한국 배우 설경구와 일본 배우 요시타카 유리코가 감성적 열연을 펼친다.

<러브 포 세일>은 사랑의 미래를 사고 파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진정한 사랑을 찾아 나서는 남자의 이야기다. SF 소재의 영화로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해 낸다. 강동원과 송혜교가 주연으로 참여했고 장준환 감독의 아내인 배우 문소리가 카메오로 참여했다. 사랑의 의미를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다.

<카멜리아>는 부산의 부산에 의한 부산을 위한 영화다. <사랑해 파리>, <뉴욕 아이러브유> 등 대도시를 배경으로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들처럼 부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집행위원장이 대표 프로듀서를 맡았으며, 영화 제작사인 '발콘' 역시 부산국제영화제가 설립한 영화사다. <카모메>에는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가 엑스트라로 나오기도 했다. 

김동호 집행위원장은 프로듀서로서 영화 제작을 맡은 것에 대해 "부산시가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투자한 작품인데, 자본을 구하고 영화 제작 진행에 어려움이 많았으나 지역 여건이 좋아 촬영하기에는 괜찮았다"고 말했다.

<카모메>를 연출한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영화 속에서 여자 배우가 5세 때 부산을 떠났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 15년 전 부산국제영화제가 처음 시작될 때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영화제에 대한 연관성을 담았다고 말했다.

주연을 맡은 설경구씨는 실험적 영화에 출연하게 된 것에 대해 '이창동 감독과 천천히 하는 작업을 했기 때문인 듯 한국 영화가 빨라지면서 천천히 가는 호흡들이 그리움이 있었다'며 출연 배경을 설명했다.

<아이어 푸시>에 출연한 배우 김민준씨는 "연기자의 길을 걷게 해준 작품'이라며 언어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같은 목표를 가지고 한 작업이기에 뜻 깊었다고 작품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러브 포 세일>을 연출한 장준환 감독은 호화 캐스팅에 대해 "엄청난 스타들을 쓸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는데, 강동원이 3개월 정도 시간이 빌 것 같다는 정보가 있어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식으로 연락했더니 곧바로 OK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의 매칭을 생각해 강동원에 걸맞은 배우를 찾았고, 송혜교가 처음에는 스케줄이 안 맞았으나 왕가위 감독의 작품의 스케줄을 조정해서 캐스팅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부산국제영화제 P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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