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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양형섭 부위원장은 어제(8일) APTN과 한 인터뷰에서 "이제 청년대장 김정은 동지를 모실 영예를 얻게 됐다"며, 김정은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뒤를 잇는 후계자가 될 것임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말 조선로동당 대표자회 이후 가시화된 북한 권력의 '3대 세습'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3대 세습' 언급 회피한 민주노동당

한편, 이 '3대 세습'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지를 놓고 정치권과 언론에서 논쟁이 불붙고 있다. 발단은 민주노동당의 논평이었다. "북한 후계구도와 관련하여 우리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 하더라도 북한의 문제는 북한이 결정할 문제"라고 언급한 9월 29일자 논평을 <경향신문>이 '민노당은 3대 세습을 인정하겠다는 것인가'라는 제목의 10월 1일자 사설을 통해 비판한 것이다.

이후 민주노동당의 반격이 뜨거웠다.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은 지난 4일 <경향신문> 영남본부장 앞으로 팩스 공문을 보내 신문 절독까지 선언했고,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도 8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국가보안법의 법정 논리가 진보언론에도 스며든 것 같다며 <경향신문>의 해당 사설을 비판했다. 그는 "말을 꾹 누를 수도 있는 판단력을 가진 것이 진보"라며 남북관계를 고려해 북한 권력구조 문제에 대한 언급은 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논점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3대 세습' 자체에 대한 가치 판단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이러한 판단을 정당이 공표하는 것이 맞느냐 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방침은 명목상 가치 판단을 최대한 유보하고 비판적 언급은 삼가자는 것인데, <경향신문> 사설은 이를 두고 사실상 '3대 세습'을 인정하는 다른 가치 판단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따져 물은 것이다.

그런데, <경향신문> 사설을 비판한 이정희 대표의 글은 의문을 더 키웠다. 꾹 눌러 담아야 할 그 말은 과연 무엇일까. 어떤 분명한 판단이 있지만, 말하지 않을 뿐이라고 대다수가 이해하지 않을까.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 때문에 그렇다면, 잘 풀어서 설명해 줄 수는 없을까. 국민들이 계속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을 안고 가는 것은 남북관계 개선에 과연 도움이 되는 것일까.

더군다나 통일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처지에서, 남북한의 권력구조 문제는 철저한 분석을 통해 가치 판단을 해야 할 영역이지, 이를 유보하거나 회피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일정한 판단이 있거나 최소한 고민의 지점이라도 있다면 이를 투명하게 알리고 국민들을 설득해 동의를 얻어가야 하는 게 아닐까.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이 공문을 통해 <경향신문> 절독을 알렸다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이 공문을 통해 <경향신문> 절독을 알렸다.
ⓒ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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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문을 기사화 한 <경향신문> 8일자 기사.
 공문을 기사화한 <경향신문> 8일자 기사.
ⓒ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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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세습' 비판은 더 본질적인 문제로 나아가야

'세습'의 사전적 정의는 한 집안의 재산이나 신분, 직업 따위를 그 자손들이 대대로 물려받는 일이다. 이러한 세습은 역사적으로 매우 다양한 체제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뤄져 왔다. 자본주의에서는 배타적 소유권에 기초하여 상속 등의 형태로 부의 세습이 이뤄지고 있다. 북한에서는 수령의 대를 잇는 문제를 체계화한 후계자론이 권력의 혈통 세습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사용되고 있다. 수령을 세우는 것은 북한 전체의 운명을 좌우하는 근본적인 문제로 인식되는데, 수령의 사업을 대를 이어 끝까지 완성해나갈 미래의 수령이 바로 후계자다.

지난달 28일에 열린 제3차 조선로동당 대표자회는 이러한 후계자 구도 확립에 있어서 결정적인 계기였다. 이때 1980년 10월 이래 30년 만에 조선로동당의 규약도 개정되었는데 '김일성 조선',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당' 등의 표현이 처음으로 규약에 들어갔다. '김일성 조선'이란 표현은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부터 종종 등장했던 것인데, 비로소 이번 당 규약 개정에 반영된 것이다.

북한 헌법 제11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선로동당의 령도 밑에 모든 활동을 진행한다"고 되어 있어, 조선로동당 규약은 사실상 헌법의 상위에 있다. 따라서 이러한 규약에 '김일성 조선'을 명기한 것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권력 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수령과 당의 절대적 영도, 그리고 순혈 민족주의의 강조를 통해 권력을 다져온 북한으로서는 김정일 이후의 권력 유지를 위해서는 사실상 김정은 말고 대안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3대 세습'에 대한 비판 그 자체는 다소 공허한 측면이 있다. 지금 당장 다른 인물이나 다른 권력구조를 선택하기는 어려우므로. 물론 '3대 세습' 자체가 워낙 전근대적 형태의 일이라 누구나 심정적 거부감이 있기에 비판의 표출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적어도 북한의 수령론과 후계자론에 깊이 공감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다.

하지만, '3대 세습'을 비판한다고 해서 북한에 당장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비판을 넘어 대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일단 북한의 권력구조 자체에 대한 더 자세한 분석과 비판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통일이라는 장기적 전망 속에서 남북 모두 권력구조가 더 민주적이고 국민주권이 실현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편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조선로동당 규약 개정도 요구할 수 있어야

한편, 이번에 개정된 조선로동당 규약의 서문에도 여전히 "조선로동당의 당면 목적은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건설하며,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 민주주의 혁명과업을 수행하는 데 있다"고 되어 있다. 여기서 '전국적 범위'라는 표현이 문제가 된다. 한국을 포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헌법상 영토조항과 이에 근거한 국가보안법을 문제라고 인식한다면, 당연히 조선로동당 규약의 이 부분도 문제로 지적해야 한다.

한국의 진보진영이 헌법의 영토조항 개정과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해 온 것은 오래된 일이다. 이는 1953년 정전체제의 청산과 평화체제 수립, 보편적 인권의 측면에서 일관되게 제기한 주장이었다. 또한, 10.4 남북공동선언에는 "남과 북은 남북관계를 통일 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하여 각기 법률적, 제도적 장치들을 정비해 나가기로 하였다"라는 문구가 있다. 그러므로 한국의 헌법상 영토조항 개정, 국가보안법 폐지, 북한의 조선로동당 규약 개정 문제 등을 누구나 자유롭게 주장하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다.

진보진영 일부는 여전히 '한반도 일국론'에 기초하여 남과 북을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보기보다는 특수관계로 파악하는 가운데 통일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그런데 때로는 북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타국에 대한 '내정불간섭' 원칙을 내세우며 비판하기도 한다. 이때는 국가 간 관계가 우선시되는 것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집권당도 아닌 소수 정당 혹은 정치세력의 입장 표명이 내정간섭이 될 리도 없지만 말이다.

우리가 한반도 평화체제와 통일을 줄곧 이야기하면서 그 주요 당사자의 하나인 북한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북한에 대해 태도를 표명하고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금기가 될 수는 없다. 정당이나 시민사회단체가 보편적 가치와 원리에 근거하여 성역 없는 비판을 가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다. 더군다나 그것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및 통일 국가 수립과 밀접하게 연결된 과제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덧붙이는 글 | 최광은 기자는 사회당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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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 평생회원입니다. 평소 정치, 국제, 평화, 인권, 과학, 종교 분야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