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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신 전 국무총리실장이 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 국무총리실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총리실 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 NS한마음 전 대표 옆을 지나 자리로 향하고 있다.
 권태신 전 국무총리실장이 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 국무총리실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총리실 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 NS한마음 전 대표 옆을 지나 자리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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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책임자들은 국정감사장에 모습을 나타내지도 않았고 총리실은 불법사찰을 사과하지도 않았는데, 여당 의원들은 민간인 불법사찰의 피해자의 사상검증을 재연하면서 또 한번 '김종익 죽이기'에 나섰다.

이날 국무총리실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불법사찰이 진행될 당시 총리실 업무를 관장한 권태신 전 총리실장은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해 김종익 전 NS한마음 대표에게 끝까지 사과하지 않았다.

권태신 전 총리실장 "재판 진행중이라..." 사과 거부

박선숙 민주당 의원이 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 국무총리실 국정감사에서 "이인규 진경락, 김충곤 증인은 불출석 사유서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이 보냈다"며 "국무총리실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떨어뜨린 범죄행위를 한 분들이 이렇게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사유서를 만들어 못나가겠다고 하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며 질책하고 있다.
 박선숙 민주당 의원이 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 국무총리실 국정감사에서 "이인규 진경락, 김충곤 증인은 불출석 사유서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이 보냈다"며 "국무총리실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떨어뜨린 범죄행위를 한 분들이 이렇게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사유서를 만들어 못나가겠다고 하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며 질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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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박선숙 민주당 의원은 "공직윤리지원관실 업무 내용을 권태신 총리실장과 정운찬 총리가 직접 보고를 받지 않았더라도 지휘감독의 책임이 있다"며 "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씨를 2년여 세월 동안 지옥 같은 공포에 몰아넣은 것에 대해 총리와 총리실장이 사과하는 게 맞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박 의원은 "권태신 증인께 (사과할) 기회를 드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권 전 실장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민간인에 대해 불법조사를 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선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지금 검찰 수사가 끝나고 재판이 진행중이어서 개인적으로 답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재판 진행중'임을 이유로 사실상 사과를 거부한 것. 같은 당 우제창 의원의 질의에 대해서도 권 전 실장은 같은 내용의 답변을 되풀이 했다.

정부 책임자가 사과를 거부한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김씨에 대한 사상검증을 시도했다. '사찰을 받을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투였다.

이사철 한나라당 의원은 김씨가 '영향력 있는 미디어에 대항하기 위해 때로는 주사파의 행동대원인 빨갱이가 되고 사회적인 난동자가 되더라도 광장에 서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이 글로 동작경찰서나 검찰에서 시위선동 혹은 보안법 위반으로 조사받은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김씨는 글을 올린 것은 시인했지만 그로 인해 보안법 위반 등으로 조사받은 적은 없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임채민 국무총리실장에게 "공직윤리지원관이 동작경찰서장에게 '조사하라'한 것과 총리실장이 민간인 관련 제보를 관련기관에 이첩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이 김씨 사찰과 처벌을 주문한 것이 정상적인 업무처리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취지다.

현경병 "공산주의 서적 배경 인터뷰, '일반서민'으로 볼 수 없다"

'김종익 사상검증'의 바톤은 같은 당 현경병 의원이 이어받았다. 현 의원은 김씨의 노사모 회원 경력을 언급한 뒤 "이 부분이 이런 상황을 만드는 데에 밀접한 관련이 있고, 결국 정치적 입장을 갖고 하신 게 맞지 않느냐"고 공세를 폈다. 

현 의원은 "(MBC) <PD수첩> 방송에 나갈 당시 증인 뒤에 나온 서재를 모자이크 처리해 달라고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김씨는 "(그런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에 현 의원은 "(방송에서) 모자이크 처리한 서적은 공산주의·사회주의·북한 관련 서적이었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씨는 "그렇지 않다"며 "증거를 대라, 책 제목을 얘기해 보라"고 맞섰다. 현 의원은 '조선노동당 연구'와 '아리랑'을 발언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조선노동당 연구'는 합법적인 책으로 박사학위 논문이 출간된 것인데 왜 문제를 삼느냐"며 "'아리랑'도 합법적으로 출간된 책"이라고 답했다. 이에 현 의원은 "그 부분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현 의원은 이어 "증인이 하루아침에 생계를 뺏겼다고 하는에, NS한마음 주식회사의 주식 75%를 가졌던,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일반 서민'으로 볼 수 없다는 점도 있다. 직원이 600명이 넘고 매출액이 200억 원 되는 회사 아니냐"고 말했다. 민간인 불법사찰로 인해 김씨가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 빠진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 등 야당 측에서는 "지금 증인의 인격을 모독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박선숙 의원은 이날 박재광 위스콘신대 교수가 4대강 사업 당위성을 설명하는 발언 시간을 얻었던 것을 지적하면서 "김종익씨에게도 발언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 결국 김씨에게 총 2분여의 발언 시간이 주어졌다.

김종익 "국가의 불법에 대한 사죄없어, 피해자의 눈물 닦아줘야"

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 국무총리실 국정감사에서 총리실 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 NS한마음 전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 국무총리실 국정감사에서 총리실 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 NS한마음 전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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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국가가 국민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나 모욕적이다"라면서 이번 사건에 대한 감회와 동시에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 본연의 자세로 감사에 임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때 김씨가 국정감사장에서 한 발언 전문은 다음과 같다.

"이 사건을 겪으면서 관심을 갖고 생각한 것은 국가가 국민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서이다. 국무총리실에서 고발해 불법행위를 한 당사자들이 구속됐고 재판을 받고 있는데, 아직까지 정부쪽에서는 한 번도 사과 등 연락을 받지 못했다. 하루아침에 생계수단을 뺏기고 정신적·물질적인 고통을 겪고 있는 제가 이 나라의 국민이 아닌 것처럼 대하는 정부의 처사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미국 카터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곰즈씨를 데리고 돌아갔는데, 영토 밖의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이런 조치를 하는 미국을 보면서 이런 나라의 국민들은 얼마나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까 생각했다. 민간인 불법사찰은 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묻는다. '정부에서 사과나 보상이나 원상회복에 대한 조치가 있었느냐'고. 내가 '아직은…'이라고 대답하면 그 분들은 분노한다. 그 분들이 왜 분노하겠는가를 생각하면, 국가가 국민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나 모욕적이기 때문에 그 분들이 분노한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가 정파 간에 정치적 공방이 아니라 국가의 불법에 의해 피해 입은 개인의 눈물을 닦아주는 자리이어야 한다고 부탁드린다. 나의 이런 부탁이 염치없는 부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러분들이 국민을 대표해 국회에 나오신 분들이기 때문에 여러분에게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태그:#국정감사, #정무위, #김종익, #불법사찰, #공직윤리지원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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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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