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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뉴스 "온전히 돌려주지 못할 거면서 왜 아들을 데려갔나"

▲ AFKN 뉴스 봉정암 적멸보궁을 짓기 위해 목재를 수송하고 있는 한미연합군들의 활동을 보도하고 있는 주한미군방송(AFK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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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소청봉 직하에 자리하고 있는 봉정암은 1300여 년 전, 신라 제 27대 선덕여왕 12년에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모셔온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하면서 창건됐지만 주 법당인 적멸보궁은 20여 년 전인 1989년에 상량됐습니다.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지만 봉정암에서 불사를 한다는 건 산하의 여느 절에서 불사를 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목재 하나, 못 하나, 흙 한 줌을 마련하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웬만한 곳이라면 차량과 같은 운반수단을 이용할 수 있으니 자금만 마련되면 언제라도 시행할 수 있지만 봉정암은 그렇지 않습니다. 

맨몸으로 가기에도 벅찬 산길, 법당에 소요되는 건축자재들을 인력으로 운반한다는 것은 아예 엄두도 낼 수 없는 거리이다 보니 헬리콥터와 같은 아주 특별한 수단을 이용해야만 불사가 가능합니다. 요즘이야 경비만 마련되면 민간항공을 이용하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20여 년 전만 해도 한국의 실정은 그렇지 않았을 겁니다.   

▲ 봉정암 적멸보궁 상량식 1989년 8월 25일(음력), 봉정암 적멸보궁 상량식에서 황금판에 새겨 대들보에 봉안할 상량문을 읽고 있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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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항공이란 것이 존재했을까도 의문이고, 설사 있었다 해도 휴전선에서 멀지 않은 지형적 조건, 반공을 기치로 내걸던 시대적 상황으로 유추해 보건대 요즘처럼 민간항공을 이용하는 게 용이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1988년 한미연합사령부에서 목재 운반해 줘 지은 법당

그래서 그랬는지 봉정암은 1986년에 적멸보궁 불사에 소요되는 목재 운반을 염원하는 100일기도를 엽니다. 불사를 염원하는 기도가 아니고 목재를 원만하게 운반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염원의 100일기도였습니다. 인력의 한계를 얼마나 절감하고 있었으며, 불사에 대한 염원이 얼마나 간절했으면 목재운반을 위한 100일 기도까지 가졌을까요. 가슴이 먹먹해질 만큼 애절했던 당시의 상황이 연상됩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면벽수행과 같은 스님들의 기도, 오로지 이루어지기만을 염원하는 불자들의 정성에 하늘도 감복했는지 드디어 그 뜻이 이루지게 됐습니다. 다름 아닌 한미연합사령부에 의한 목재수송이었습니다.

 웬만한 절마다 하고 있는 기와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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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정암 가는 길은 아름답지만 질서와 순리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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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통하지 않는 미군들이 조종하는 미군용 헬기가 1988년 8월 15일부터 8월 30일까지 15일 동안 군사작전을 하듯 목재를 수송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불사가 가능했던 곳이 바로 봉정암의 주 법당인 현재의 적멸보궁입니다.

이와 같은 사실은 당시 주한미군방송(AFKN)을 통하여 방송되기도 했습니다. 한미연합사령군에 의해 오매불망 발원하던 목재운반이 이루어져 시작된 적멸보궁 불사는 1989년 8월 25일(음력), 대들보를 얹는 상량식으로 이어집니다.

강원도 설악산 대청봉하 봉정암 신라 제27대 선덕여왕 12년 계묘 자장율사 입당 오대산 문수대성 불사리 전수 이한 해동설산 봉정대상 5층석탑 사리 7과 봉안 시창 신라 원효 중수 고려 도선 중수 보조국사 중수 조선 한적조사 중수 등운 설정조사 중수 대한민국 불기 2533년 기사년 7월 23일 시 입주
8월 25일 무자일 진시 상량
주지 비구 김도형 비구 곽자일 비구 김명오 공사 불모 화주 시주 별판

대공덕주
대통령 노태우 전대통령 전두환 국군보안사령관 중장 최평우 한미연합사령관 대장 매네트리장군 제1야전군 사령관 대장 정호근 육군참모차장 중장 심마력 통역관 송기영 불자 복원상량지우구국지상칠절지하 천하지명당 법당건립 인연공덕 복해 구적기원
(소리를 듣고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한두 자 오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위 글은 1989년 8월 25일, 봉정암 적멸보궁 상량식 때 황금판에 새겨 상량보에 봉안한 상량문 내용의 전문입니다. 이 상량문을 상량보에 봉안한 이후 단 한 번도 적멸보궁의 대들보를 내린 적이 없으니 상량식 때 넣은 황금판 상량문은 아직도 대들보 속에 잘 봉안되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황금판에 새긴 상량문과는 별도로 법회에서 낭송되었던 한지묵필의 상량문도 있지만 내용은 별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주 흔치않게 역대 대통령 두 분이 대공덕주로 있는 법당

상량문에서 읽을 수 있듯이 상량문에는 봉정암의 창건기와 중창 역사, 불사에 크게 도움을 준 공덕주들과 상량일자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1000년이 훨씬 넘는 창건 역사를 갖고 있는 봉정암이지만 주법당인 적멸보궁은 20여 년 전에 건립됐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정치, 사회적 공과를 떠나 역대 대통령 2명과 한미연합사령관 등이 대공덕주로 기록돼 있습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봉정암 5층 석탑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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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산재해 있는 크고 작은 수많은 사찰 중에서 나라의 최고 통치권자인 왕이나 임금, 대통령이 공덕주로 기록되어 있는 곳은 흔하지 않습니다. 더더구나 비록 현대이기는 하지만 2명의 대통령을 대공덕주로 상량문에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불교의 역사에서 흔하지 않은 기록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현직 대통령이던 노태우 대통령과 1988년 11월 23일부터 1990년 12월 30일까지 백담사에서 유배 아닌 유배 생활을 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봉정암 불사에 어떤 공덕을 쌓았는지는 모릅니다. 금일봉이라는 미명으로 거액의 통치자금을 내려 보냈는지 아니면 행정적인 편의를 제공해 줬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한미연합군들이 목재를 수송해 줬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떠한 기여가 있었을 거라는 것을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올해 1월 말 봉정암은 이렇게 불사한 적멸보궁을 헐고 다시 짓겠다며 불사 모금을 시작했습니다. 필자는 해야만 하는 불사를 반대하거나 불사에 대해 무조건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건물이 붕괴될 위험에 직면했거나 안전에 문제가 있어서라면 보수건 재건이건 당연히 어떠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봉정암이 적멸보궁을 다시 짓겠다는 불사는 건물 노후나 안전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기도 공간을 넓히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봉정으로 가는 가을 길은 기암괴석이 조화를 이루는무위자연의 법당이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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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새로 짓겠다는 법당이 지금의 법당보다 엄청 넓어지는 것도 아닌 듯합니다. 층층의 빌딩으로 짓기 전에는 별로 넓어질 여건이 없는 곳이 적멸보궁이 자리하고 있는 현재의 봉정암 자리입니다.

불사 모금에 대한 사항은 법회를 통하여 이미 홍보됐고,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하고 있습니다. 이미 시주를 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앞으로도 불사 모금에 대한 홍보와 시주를 하려는 손길은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봉정암 적멸보궁 불사, 이래서 반대합니다

봉정암 적멸보궁에는 불사를 염원하던 20여 년 전의 기도와 법당을 마련하기 위해 불사 탁발을 해야 했던 스님들의 애환이 설화나 전설처럼 생생하게 서려 있을 겁니다. 불사 모금에 동참했던 사람들 중에는 고쟁이 주머니에 꼬깃꼬깃 감춰뒀던 쌈짓돈을 꺼낸 이도 있을 수 있고, 마디 굵은 손가락에 끼고 있던 황금가락지를 불사 보시물로 내놓은 노보살님도 있을 겁니다. 당신의 살점보다 더 아끼던 금붙이를 선뜻 내놓을 수 있었던 건 당신이 낸 불사금으로 불사되는 적멸보궁이 당신의 세대보다는 훨씬 더 오래가고, 천년고찰의 반열에 동참할 거라는 확신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고 있는 모습의 바위를 사람들은 불두암이라고 부른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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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불사에 동참했던 사람들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생존해 있는데 납득할 만한 명분 없이 적멸보궁을 깡그리 부수고 새로 짓는다는 건 그들에 대한 배신입니다. 당신들이 어렵게 낸 돈으로 짓는 적멸보궁이 머지않아 없어지고, 새로 지을 거라고 하였다면 누가 불사모금에 동참했을까를 생각해 보십시오.

그렇게 어렵게 지은 법당도 단지 좁다는 이유로 부수고 새로 짓는다고 하는데 새로 짓겠다는 법당도 10년이나 20년 후쯤 부수고 다시 지으려고 할지도 모를 일 아닙니까?

애환과 염원이 전설처럼 서려 있고, 시기도 20년 밖에 되지 않은 현재의 적멸보궁을 단지 기도 공간을 넓힌다면서 다시 불사를 하겠다는 시도는 중단해야 합니다. 꼭 부수고 새로 지어야겠다면 20년 전에 쌈짓돈을 내놓고 손가락에 끼었던 가락지를 빼놓은 그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게 우선입니다.

1년 365일 중 기도 공간이 좁아 기도에 지장을 받는 날이 며칠이나 되는지도 궁금합니다. 봉정암은 겨울로 접어드는 11월 중순쯤이 되면 철야기도를 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중단됐던 기도는 다음 해 4월이나 돼야 재개됐습니다. 4월부터 10월 말까지 이어지는 기도도 주말 정도에만 공간이 비좁을 뿐 대부분의 평일에는 한적할 정도로 공간이 넉넉했습니다.

8개월 내내 주말마다 기도를 올리려는 불자들로 봉정암이 인산인해를 이뤄 기도공간이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연간 40일이 넘지는 않을 것으로 어림됩니다. 법당의 넓이를 효율성이나 활용도를 기준으로 가늠해서는 안 되지만 공간 부족을 명분으로 하기에는 왠지 궁해 보입니다.

요즘 아무리 민간항공을 이용하는 게 어렵지 않다고 해도 건축자재 전부를 헬리콥터로 운반해야 하는 봉정암의 여건에서는 만만치 않은 불사대금이 소요될 것입니다. 산하에서의 불사보다는 몇 갑절은 더 들어야하는 거금이 필요할 테니 세속인의 머리에서는 이 또한 간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봉정암에 주석해 계시는 스님들 입장에서야 어렵게 올라온 불자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여법하게 기도를 올릴 수 있게끔 넉넉한 공간을 마련해 주고 싶을 겁니다. 그러나 봉정암으로 기도를 하러 올라가는 불자들이라면 비좁은 공간쯤은 극복하고도 남을 신심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비좁고 열악한 환경이기에 더 절실하고, 더 애절하게 기도에 정진할 수 있을는지도 모릅니다.

 봉정 아래 자리하고 있는 봉정암 적멸보궁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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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정암 적멸보궁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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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아깨비처럼 콩닥콩닥 절만 잘한다고 기도를 잘 올리는 것도 아니고, 적멸보궁에 넉넉하게 자리잡고 앉아 꼬박 밤을 지새워야만 정성껏 기도를 올리는 것은 아닙니다. 봉정암에 모셔진 부처님을 참배하러 가는 곳곳이 법당이고 봉정암을 찾아가는 걸음걸음이 기도이고 구도의 고행이라고 생각됩니다.

지난 6월 봉정암에 전화해 물었더니 지금 적멸보궁에서 발생하는 건축자재는 스님들의 공부방을 만드는 데 쓸 것이며, 주지 스님께서 간단하게 결정하지 않고 대의적인 생각이 있어 불사를 추진하고 있을 것이라는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역사적 가치는 세월을 필요로 합니다. 5공이나 전두환, 노태우 군사 정권을 정치, 사회적으로 청산하려는 세속적인 의도가 아니라면 추진 중인 법당 증축 불사는 중지되어야 할 것입니다. 봉정암 적멸보궁이라고 해서 목조 건축물이 천 년 만 년 동안 그대로 일 수는 없겠지만 100년이나 200년 후쯤 부득불한 사정으로 적멸보궁의 대들보를 내렸을 때 그 안에서 위와 같은 상량문이 발견된다면 이를 발견한 후대의 사람들이나 불교계에는 역사적 가치가 부여되는 커다란 선물이 될 것입니다. 봉정암을 한층 더 불교성지로 격상시키는 보배로운 기록이 될지도 모릅니다.

지금껏 그래왔듯이 서로를 보듬으며 조금씩 양보하고, 약간씩 움츠려 앉으면 비좁은 기도 공간이지만 어렵지 않게 극복될 수도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행여 말 좋아하는 사람들 입에서 '불사를 위한 불사', '떡고물을 떨어트리기 위한 불사'로 회자될까가 걱정됩니다.

 새로 짓겠다는 봉정암 절멸보궁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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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이 위협받는 안전상의 문제, 불교성지로서의 위상이 흔들릴 말한 알려지지 않은 어떤 이유에서가 아니라면 봉정암 적멸보궁 불사를 멈췄으면 좋겠습니다. 20여 년 전에 불모지를 개척하듯이 봉정암 스님들이 세웠던 불사월력과 기도의 결정체가 현재의 적멸보궁입니다.

어렵고 불편하더라도 염불을 하듯이 보수하고, 기도를 하듯이 손질해 가며 현재의 적멸보궁을 잘 보존해 나가는 것이 봉정암을 위한 현실이며 소임자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느 때 찾아가도 봉정은 말이 없고, 설악산 허공엔 티 하나 없었습니다. 티 하나 없이 청정하기만 한 설악산 봉정암. 봉황의 알로 불심을 간직하고 있는 봉정암에 뒷말을 낳게 하는 불사의 티를 만들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봉황의 알이 깨질까 염려됩니다.

덧붙이는 글 | 임윤수 기자는 봉정암의 사계절과 봉정암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를 엮은 '열림(마음이 길을 만나는 시간)'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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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을 필한 대한민국 남자. 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의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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