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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은 바쁘다. 언제나 컴퓨터에서 떨어질 수 없고 스마트폰으로 트위터와 페이스북까지 챙기다 보니 인터넷 세상에 엮여 있다. 스마트폰 강박이란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다. 그러면서 펜으로 쓰는 글씨를 찾기란 도통 쉽지 않은 일이 됐다. 사랑의 밀어도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이 대신하는 세상에 자신만의 개성이 묻어나는 손글씨는 사라졌다.

그런데도 신학기와 연말연시의 선물 목록에 만년필은 빠지지 않는 필수 아이템이다. 손글씨를 쓰지 않는 세상에 필기구가 아닌 고급 선물이 된 것이다. 그런 선입견으로 만년필은 보통사람들에게 쉽게 접하기 어려운 물건이 됐고 그래서 만년필을 쓰는 사람을 보게 되면 자연스레 이런 말이 나온다. "아직도 만년필을 쓰는 사람이 있네."

편지 한 번 써보셨나요?

 만년필 연구공간인 을지로연구실. 회원들이 사용하다 손상된 펜의 수리부터 수집가들의 친교공간까지. 만년필 애호가에게 소문난 공간이다.
 만년필 연구공간인 을지로연구실. 회원들이 사용하다 손상된 펜의 수리부터 수집가들의 친교공간까지. 만년필 애호가에게 소문난 공간이다.
ⓒ 박상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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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일 서울 을지로의 한 사무실. 1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만년필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1930년대의 빈티지 펜부터 제조사별, 국가별로 만년필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이곳은 만년필 공방 을지로 연구실.

만년필 동호회 펜후드(http://cafe.daum.net/montblank)의 회장을 역임하고, 지금은 만년필 수리와 교육을 담당하는 박종진(40) 소장이 회원들의 만년필을 수리하고 연구하는 공간이다. 이곳은 만년필 초심자나 마니아에게  몰라서는 안 될 명소가 됐다.

어릴 적부터 만년필에 빠져 살아 이제는 만년필 회사도 고치기 어려운 펜을 다루는 만년필 장인이 된 그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토요일 오후가 되면 연구실을 열어 회원들의 펜을 받아 쓱쓱 고쳐낸다. 이날도 고시 2차 시험을 준비한다는 한 회원이 들고 온 만년필을 대화를 몇 번 나누는 사이에 바로 고쳤다.
 을지로연구실의 박종진 소장. 손에 얼룩덜룩한 자국이 많아 현장 엔지니어나 만년필 업계 관계자로 착각하기 쉽지만 그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여태까지 수리한 펜은 1만 개가 넘는데 자신도 정확한 개수를 모를 정도다.
 을지로연구실의 박종진 소장. 손에 얼룩덜룩한 자국이 많아 현장 엔지니어나 만년필 업계 관계자로 착각하기 쉽지만 그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여태까지 수리한 펜은 1만 개가 넘는데 자신도 정확한 개수를 모를 정도다.
ⓒ 박상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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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작업이라며 수리비조차 받지 않은 박 소장은 부품이 필요할 때만 부품값을 받고 수리비는 잉크 한 두병만 받는다. 그 잉크마저도 필요한 곳이 있다면 흔쾌히 보내고 필요한 회원들에게 선물로 나눠주기도 한다.
"사실 만년필 하면 몽블랑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게 아니어도 만년필 하면 고가품으로만 생각하는데 사실 만년필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알거든요. 저렴한 펜, 비싼 펜 모두 같은 만년필이라는 걸. 비싼 만년필이라 해서 만년필의 본질이 달라지진 않습니다."

적게는 수만 원 대에서 많게는 가격을 매기기 어려운 만년필까지 다루지만 그가 항상 지니고 다니는 펜은 흔히 '스쿨펜'이라 부르는 입문용 만년필이다. 사실 만년필 사용이 생활화된 유럽에서도 정작 우리가 좋아하는(?) 고급형 만년필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저렴하면서도 좋은 만년필의 가치를 제대로 보자는 것이 박 소장의 바람이다.

만년필은 20세기의 아이폰

"20세기 초의 만년필이란 기술의 집약체이자 지식인의 필수품이었습니다. 마치 파카는 아이폰, 쉐퍼는 갤럭시S 같다고나 할까요? 만년필의 발전은 문화와 기술의 발달과 역사를 같이 하기 때문에 만년필을 안다는 것은 사회문화사를 아는 것과 같습니다."

실제로 이 만년필 동호회의 회원은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고 1만 명이 넘을 정도로 규모도 있는 편이다. 이날 연구실을 찾은 회원 이재진(20)씨는 중학교 2학년일 때부터 활동해 100여 개가 넘는 만년필을 사용한 만년필 마니아다. 이재진씨는 "만년필의 정교함과 잉크를 자기가 넣어서 쓴다는 것이 만년필의 매력"이라며 만년필 예찬론을 펼쳤다.

오는 10일엔 일본 만년필 동호회 '와구나'와 연합해 한일 만년필 교류전을 서울 중앙우체국에서 연다. 이날 행사에는 한일 동호인들이 출품한 만년필의 전시와 벼룩시장, 그리고 간단한 수리와 교정을 받을 수 있는 펜 클리닉이 열릴 예정이다.

하나의 주제로 민간 차원에서 교류가 이뤄지는 일이 흔하지 않은데다 회원들이 가지고 나올 펜들 모두 역사와 전통이 있는 만년필이기 때문에 만년필 애호가나 만년필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겐 좋은 행사이다. 일반 참관객들도 참가비 없이 참여할 수 있다.
(문의 펜후드, http://cafe.daum.net/montblank)

쓰기도 좋고 가격도 착한 펜 고르기
만년필에 구입의 몇 가지 수칙을 알고 구입한다면 자신에 맞는 만년필을 구입할 수 있다. 박종진 소장이 소개하는 나만의 만년필 고르기.

1. 예산과 용도를 정한다
만년필을 처음 접한다면 스쿨펜 성격의 만년필이 적당하다. 라미 ABC, 라미 사파리, 펠리칸 펠리카노 등의 스쿨펜은 손잡이 부분이 만들어져 있어 바른 글씨를 쓰는 데 도움이 된다. 가격 또한 2만 원대에서 4~5만원으로 저렴하다.

2. 펜의 성질별로 선택한다
만년필의 촉은 성질에 따라 경성과 연성, 굵기에 따라 EF, F, M, B 등으로 나뉜다. 어린 학생이 쓸 경우 필압을 조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경성의 M촉을 추천, 대학생이나 젊은 직장인에게는 EF촉이나 F촉을 권한다. 만년필에 익숙하거나 굵기의 다양함을 느끼고 싶다면 연성의 촉을 추천한다.

작은 수첩에 수시로 적을 때는 가늘고 슬립온(돌려서 열지 않고 한 번에 열리는) 타입의 뚜껑을 가진 만년필이 적합하며, 공책에 많은 필기를 할 때는 잉크 저장량이 많은 피스톤필러 방식의 만년필이 좋다.

3. 제조사와 구입처를 고른다
만년필의 5대 메이커라는 파카, 워터맨, 펠리칸, 몽블랑, 쉐퍼라면 무난한 선택이다. 선물용으로 다양한 제품군이 형성되어 있으므로 선택의 폭이 넓다. 직접 만져보고 사고 싶다면 교보문고나 만년필 전문매장을 찾고, 보다 저렴한 가격을 원한다면 온라인 매장을 선택한다. 또한 숭례문 수입상가에서도 다양한 만년필을 판매한다.

4. 만년필의 상태를 확인한다
만년필은 공산품이지만 같은 제품 10개라도 모두 감촉이 다르다. 만년필을 고를 때 촉끝이 같은 비율로 둥글게 마감되었는가, 촉과 촉을 받치는 부분(피드)이 일렬로 맞춰져 있는가 등을 확인하는 것은 필기감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꼭 잉크를 묻히지 않더라도 종이에 우물 정(井)자나 8자를 연속해서 써보며 감촉을 느껴본다. 엄지손톱에 대고 그려볼 때 손톱에 거칠게 긁힌다면 촉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므로 참조한다.

5. 잉크는 일관성 있게 사용한다
잉크를 사용할 때는 1회용 카트리지나 다회용 컨버터 등을 사용한다. 어떤 잉크를 사용해도 상관없지만 가급적 처음에 넣었던 품종의 잉크를 사용하는 것이 만년필에 좋다. 만약 색이나 종류를 바꾸고 싶다면 만년필을 섭씨 35도 정도의 미지근한 물로 잘 씻어내고 사용한다. 오랫동안 쓰지 않게 된다면 잉크를 비워내고 보관한다. 잉크가 든 상태로 오래 방치하여 글씨가 잘 써지지 않는다면 미지근한 물이 담긴 컵에 하루쯤 담가놓아 찌꺼기를 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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