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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돌이 다 되어가는 아이의 요즘 이유식은 하얀 찹쌀죽 이다. 그리고 그 찹쌀죽에는 가끔씩 한 번 소고기가 잘게 썰어져 들어간다. 하지만 두어 달이 다 되어가도록 아이의 이유식에는 녹황색 채소가 없다.

유난히도 무더웠던 이번 여름 '에어컨 없이 어찌 보냈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힘들었다. 그리고 한참 무더위가 찾아와야 할 8월 때 아닌 우기가 찾아오며 우리집 밥상과 아이의 이유식까지도 변화를 가져왔다.

한가위가 지나고 기온이 뚝 떨어지며 전형적인 가을 날씨가 찾아와 천고마비의 계절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집 밥상과 아이의 이유식에 변화는 없다. 아내는 마트에 가는 것이 겁난다고 한다.

평범한 회사에 다니며 직장생활을 하는 내가 시장에 나가볼 일은 사실상 없다. 말 그대로 장바구니 물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없는 것이다. 그나마 내가 유일하게 장바구니 물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은 주말에 아내와 함께 집 근처의 대형마트에 한번 가보는 것이 전부이다.

쌀 40Kg 한 가마에 7만원인데 4Kg짜리 상추 한 상자가 10만원에 달한다. 고기사는 이 부럽지 않고 배추한단 안고 가는이 부럽다는 말이 절로난다.
▲ 금값이 되어버려 식탁에도 오르지 못하는 푸정가리 쌀 40Kg 한 가마에 7만원인데 4Kg짜리 상추 한 상자가 10만원에 달한다. 고기사는 이 부럽지 않고 배추한단 안고 가는이 부럽다는 말이 절로난다.
ⓒ 노봉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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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 하나에 1000원, 호박 하나에 4000원

아이에게 이유식을 만들어주며 찹쌀죽만 먹이는 것이 못내 미안했던지 아내가 큰 마음먹고 마트에 가서 호박이라도 사자고 했지만, 결국 가격표을 확인하고 푸정가리(푸성귀) 하나 사지 못한 채 빈 손으로 돌아왔다. 대신 근처 죽집에 가서 아이 이유식용으로 죽 한 그릇을 샀다.

죽 집에서 파는 이유식은 한 그릇에 6000원이다. 이 가격은 채소 값이 올라도 다행히 변동이 없었다. 얼핏 이유식 만들기가 귀찮아서 죽을 사는 것은 아닐까 생각을 해봤지만 현실적으로 계산을 해도 이유식을 만들어 먹이는 것 보다 한 그릇 사서 먹이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쌀 40Kg 한가마가 7만원인데 상추 4Kg짜리 한 상자가 10만원에 육박한다. 일이 끝나고 삼겹살 구우며 소주 한 잔 들이킬 때 상추 한 접시 보다 고기 한 점 서비스로 더 준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지난 7·28 재보선 당시 MB정부와 한나라당은 대기업 때리기와 친서민 정책을 내걸며 지방선거에서의 패배를 말끔히 씻어냈다. 그리고 자신들의 승리를 자축하며 선거가 끝나자마자 기습적으로 공공요금을 인상하며 반 서민 행보를 보이며 서민들을 울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예상치 못한 자연 탓에 서민들은 또 다시 울고 있다. 문제는 이번에 오른 채소 물가가 김장철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 여름이 유난히도 더웠지만 때 아닌 우기 탓에 농작물의 수확은 예년만 못하고 품질 또한 예년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마트에 가서 고기 사는 이 부럽지 않고 채소 한 아름 안고 가는 이 부럽다는 말을 정부는 알고 있을까?


태그:#채소값, #장바구니물가, #시장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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