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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군 대장 칭호를 부여받음으로써 사실상 봉건적인 '3대 세습'을 가시화하고 있는 김정은은 외부로 알려진 것이 많지 않은 인물이다. 일본 매체들을 중심으로 스위스 유학 시절의 어린 김정은이라며 사진들을 내보냈지만 일부는 진위를 의심받고 있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13일, 몇 년 전 일본 매체를 통해 공개된 사진 1장이 가짜라며 "김정은이 아니라 우리측 외교관의 아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2004년 사망한 그의 세 번째 부인 고영희 사이의 둘째아들인 김정은이 1월 8일생이라는 것은 여러 곳에서 확인됐지만, 현재까지 출생년도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대부분의 북한 전문가가 북한의 후계자로 김정남을 지목하던 2003년 <김정일의 요리사>라는 책을 통해 김정은이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는 "김정은의 생일잔칫상을 직접 매년 차려주었기 때문에 1983년 1월 8일생이 확실하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1982년생이라는 말이 많다. 지난 3월에 기자가 단둥에서 만난 북한 화교도 "지난 1월 8일 북한에 들어가 있었는데, 아침에 전국적으로 '김정은 청년대장'의 생일축하모임을 진행한다며 사람들을 모았다"며 "동네 사람들이 김정은을 1982년생이라고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그가 애초 1983년생이거나 그 아래이지만, 후계자로서는 젊은 나이라는 점을 감안해 북한이 '강성대국의 문을 열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2012년에 서른 살이 되도록 나이를 올렸다거나, 1912년생인 김일성 주석 및 1942년생인 김 위원장과 끝자리를 맞춘 것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는 1996년 여름부터 2001년 1월까지 스위스 베른에서 리베펠트-슈타인횔츨리 등을 다니며 유학생활을 했으며, 2001년에 귀국한 후 2002년부터 2006년 12월까지 군 간부 양성기관인 김일성군사종합대학과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연구원(대학원 과정)에서 공부했다.

 

'청년대장' 별칭에서 '인민군 대장' 칭호 부여받아

 

북한은 그동안 그에게 '대장', '청년대장' 등의 별칭을 붙였다. 대만의 사진작가 후앙한밍(hanming huang)씨가 원산에서 촬영한 것이라며 지난해 9월 공개한 북한 벽보 포스터에는 '만경대 혈통, 백두의 혈통을 이은 청년대장 김정은 동지', '2월의 위업'을 이어갈 인물로 표현돼 있다. '2월의 위업'은 김 위원장의 생일이 2월 16일이라는 점을 감안해 그를 계승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김정은 찬양가로 알려진 '발걸음'이란 가사의 전문이 배경으로 깔려 있다. 그러한 '청년대장 김정은'이 이번에 공식적으로 '인민군 대장'의 칭호를 부여받은 셈이다.

 

김정은의 후계자 등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았다. '공자보다 더 유교적인' 북한사회에서 아무런 업적도 없는, 서른 살도 안 된 젊은이를 후계자로 세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나이도 나이지만 핵심은 업적이다.

 

이와 관련,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특히 군사분야에서 김정은의 업적을 강조해왔다"고 말했다.

 

북한군이 2009년 5~6월경 배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존경하는 김정은 대장 동지의 위대성 교양자료'는 2006년 12월 24일 인민군 지휘성원 모두 김정은이 북한에서 최초로 인공위성 자료와 GPS수신기 좌표를 이용해 만든 작전지도를 보고 "위대한 수령님과 경애하는 장군님의 군사전략사상이 빛나게 구현된 기상천외하고 천별만화하는 만점 계획에 경탄을 금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김정일 위원장도 이 작전지도를 보고 "작전계획이 아주 창조적이고 착상이 기발하여 1~2번 감복한 것이 아니라고 의미 있게 말씀하셨다"고 돼 있다.

 

이 자료는 또 "존경하는 김정은 대장 동지는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졸업증서와 기장이 기여된 자리에서 주체의 선군혁명위업을 빛나게 이으실 것을 바라시었다"고 말해, 김정은의 졸업과 주체의 선군혁명위업을 연결시켰다.

 

김정은은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를 준비·수행하면서, 특히 군사분야에서 보좌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첫 공식직함으로 인민군 대장 칭호를 받은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북한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평양살림집 10만호' 건설과 지난해 '100일 전투' 및 '150일 전투'도 김정은이 주도한 것으로 말하고 있다. 이는 김정일 위원장이 1974년 후계자로 추대된 직후 주도했던 '70일 전투'를 연상시킨다.

 

일부에서는 그의 스위스 유학을 중국의 덩샤오핑과 저우언라이의 프랑스 유학 경험에 빗대, 김정은이 개혁개방 마인드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로이터> "왕조 계승의 첫 단계를 보여주는 것"

 

한편, 외신들도 서울발로 김정은에 대한 인민군 대장 칭호 부여 소식을 속보로 전했다. <AP통신>은 "젊은 김(정은)이 그의 아버지를 승계하는 절차에 들어갔다는 가장 명백한 신호"라고 해석하면서, 이로써 김정은이 김 위원장의 후계자가 되는 길을 트게 된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대장 칭호를 부여하는 '명령'에서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경희의 이름이 김정은에 앞서 나온 것에 대해, 김정은이 권력승계를 위한 준비가 덜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사망할 경우 김경희가 승계 과정을 감독하도록 이번에 당 주요 직책을 부여받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로이터통신>은 "왕조 계승의 첫 단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고, <UPI통신>은 북한 노동당이 김정은을 김 위원장의 "유일한 후계자"로 지명했다고 전했다. <AFP통신>은 후계자로 관측돼 온 막내아들에 대한 언급이 북한의 관영 매체를 통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하면서, 김경희와 남편인 장성택이 김정일이 죽거나 병으로 물러날 경우 어리고 경험 없는 김정은을 위한 후견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태그:#김정일, #후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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