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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나오토 일본 총리.
 간 나오토 일본 총리.
ⓒ 일본 총리 관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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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민주당 대표경선: 간 나오토 vs 오자와 이치로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는 9월 14일 치러진 당대표 선거에서 승리한 후, 17일 2차 내각을 출범시켰다. 간 총리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의 전격 퇴진으로 잔여임기가 3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은 당대표직을 물려받으면서 '임시총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당대표 선거에서 민주당의 '최고 실세'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에게 압승을 거둠으로써, 간 총리는 '임시 총리'에서 '실세 총리'로 자신의 입지를 굳혔다.

민주당의 최고 실력자인 오자와 전 간사장과 맞붙은 대표경선에서 간 총리가 거둔 승리는 '반(反) 오자와' 정서에 힘입은 바 크다. 사실 3개월이라는 기간이 짧기는 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간 총리는 재임기간 중 아무 것도 보여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참의원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소비세 인상문제를 거론해 민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패배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럼에도 간 총리는 당대표 경선에서 유효 점수 1212점 중 721점을 얻어 60%의 지지를 확보했다. 이는 '반 오자와' 여론이 반영된 당원·지지자 투표에서 압승한 결과였다. 여론 동향이 잘 나타나는 당원·지지자 투표(총 300점)에서 간 총리는 무려 83%를 얻어 오자와를 압도했으며, 일반 당원과 지지자들의 압도적 지지는 앞으로 간 총리의 든든한 배경이 될 것이다. 한편, 국회의원 투표에서는 오자와에게 6표(12점)를 앞섰다. 근소한 열세로 예상됐던 국회의원 투표에서 오자와보다 6명이 더 많은 206명의 지지를 얻은 점도 민주당의 세력 중심이 오자와에서 간 총리로 이동하는 결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2006년 국회의원들만의 투표로 치러졌던 당대표 선거에서 72표를 얻어 119표를 얻은 오자와에게 완패했던 것에 비하면 그는 4년 만에 오자와에게 압승함으로써 당권 장악에 성공했다.

간 총리의 높은 지지율은 단순히 '반 오자와' 정서에 기인한 것만은 아니다. 그가 일관되게 추진해온 '탈 오자와' 노선이 '반 오자와' 정서와 맞아떨어진 것이다. 지난 6월 하토야마 총리의 사퇴로 찾아온 기회에서 당시 부총리였던 그는 '깨끗한 민주당'을 전면에 내걸었다. 정치자금 문제로 발목이 잡혀 있던 하토야마, 오자와와 자신을 깨끗함과 낡음으로 대비시켜 '낡은 정치로부터의 결별'이라는 정치적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참의원 선거에서의 패배에도 압승을 거두게 된 것이다. 더욱이 하토야마와 오자와가 정치자금 문제로 정치가로서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 2240만 엔에 불과한 간의 재산은 그의 정치적 자산으로 작용했다.

간 2차 내각 출범 후 내각 지지율은 회복추세에 있다. 내각 개조 직후 마이니치신문(毎日新聞)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간 내각 지지율은 8월에 실시했던 조사(48%)보다 16% 상승한 64%로 집계되어, 내각 발족 직후인 지난 6월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66%)와 거의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참의원 선거 패배 직후 내각 지지율이 41%까지 떨어졌던 것을 고려한다면 간 2차 내각에 대한 기대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대표경선을 통해 확인된 현실은 간 2차 내각의 장래가 험난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대표경선에서 간 총리는 206명이나 되는 국회의원의 지지를 받았지만, 이를 역으로 보면 200명이나 되는 의원이 오자와 전 간사장을 지지했다. 즉 국회의원의 표가 양분된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평론가들은 "간 총리가 리더십은 확립하지 못하고 당내 반대파 200명만 확인했다"는 혹평을 쏟아내기도 했다.

한편 이번 대표선거에서 승부를 결정지은 것은 일반당원·지지자 투표였다. 간 총리는 일반당원·지지자로부터 249점(83%)을 얻어 51점(17%)을 얻은 오자와를 큰 차로 따돌렸다. 그런데 당원·지지자 투표는 미국의 대통령선거 방식과 비슷해서, 중의원 선거의 소선거구별로 표를 집계하여 각 선거구에서 최다 득표를 한 후보가 1점을 획득하는 방식이었다. 실제로 두 후보가 득표한 수를 보면 간 총리가 13만 7998표(60.3%), 오자와가 9만 194표(39.4%)로 점수 차만큼 표 차가 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오자와 그룹이 향후에도 상당한 발언권을 행사하여 간 총리의 리더십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로 남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Ⅱ. 간 나오토 2차 내각 출범의 의미

간 1차 내각이 하토야마 정권기의 후텐마기지 이전 문제 및 정치자금 문제 등으로 바닥에 떨어진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을 반등시키고, 이의 뒷수습을 위해 이루어진 고육지책이었다면, 2차 내각의 출범은 민주당의 실세로 군림해왔던 오자와 전 간사장을 대표경선에서 표로 물리치고 얻어낸 승리의 결과라는 점에서 향후 일본정치와 민주당의 향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것이다.  

재선에 성공한 간 총리는 17일 기자회견에서 "정권교체로부터 1년간이 시행착오의 내각이었다. 지금부터는 구체적으로 일을 추진해가는 '유언실행(有言實行) 내각'을 목표로 한다"고 정권구상을 밝혔다. 이러한 목표에 따라 간 총리는 17일 내각과 민주당 당직을 대폭 개편했다. 반 오자와 색깔이 짙은 인물이 당정의 핵심 포스트를 장악했고 일부 오자와파는 경질됐다. 총리를 제외한 각료 17명 중 10명이 새 인물로 채워졌다. 간 총리는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을 당 간사장에 임명한 데 이어,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국토교통상을 오카다 외상의 후임으로 임명하는 등 당 지도부와 내각 명단을 확정, 발표했다.

오카다와 마에하라는 민주당 대표를 역임한 바 있는 반 오자와 그룹의 대표적 인물로서 유력한 차기 총리후보이다. 특히 마에하라 신임 외상은 수많은 정치인을 배출한 정치교육기관 마쓰시타(松下) 정경숙 출신으로, '민주당 내 전략적인 한일관계를 구축하는 의원모임'의 회장을 맡는 등 지한파로 꼽히는 인물이다. 반 오자와 성향이 강한 내각 2인자인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관방장관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 렌호(蓮舫) 행정쇄신상은 유임됐고,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당 정조회장은 국가전략상을 겸임하게 됐다. 이들은 모두 대표선거에서 간 총리를 적극 지지했던 인물들이다.

한편 대표 경선에서 오자와를 지지했던 하라구치 가즈히로(原口一博) 총무상은 경질됐고, 후임에 간 총리와 친한 가타야마 요시히로(片山善博) 전 돗토리현(鳥取縣) 지사가 발탁됐다. 150명 정도로 추산되는 오자와 그룹은 단 한 명도 각료로 중용되지 못했다. 한마디로 간 2차 내각은 오자와 직계 제로의 반 오자와·탈 오자와 내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내각 개조에 대해 오자와파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간 총리는 조만간 각 부처 차관 및 정무관 인사에서 오자와파 의원을 상당수 등용할 것임을 내비치고 있다. 이는 편중인사에 대한 비판을 고려한 측면도 있겠지만, 일부 오자와 그룹이 정권에 참여할 경우 오자와파의 내부 분열을 가져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 

간 2차 내각 출범 이후, 일본정치의 초미의 관심사는 당의 핵심에서 멀어진 오자와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있다. 자민당-신진당-자유당-민주당으로 이어져 온 지금까지의 그의 행보를 보면 이번에도 자신의 그룹을 이끌고 민주당을 박차고 나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일단 오자와 자신은 대표경선에서 패배가 확정된 후 "일개 병졸로서 민주당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선거의 귀재'로 불리며 일본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그가 정작 자신의 선거에서 패하고 당의 핵심에서 배제되면서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Ⅲ. 간 나오토 2차 내각의 과제와 전망

간 총리는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승리한 후 일본은 위기상황이며, 난제가 첩첩산중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했지만, 간 내각이 직면하고 있는 2대 과제인 경제 회복과 미일관계 안정화라는 두 가지 현안문제에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할 경우 간 2차 내각의 수명은 그리 길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간 내각은 이러한 현안문제를 헤쳐 나가기에는 매우 불리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하나는 참의원에서의 여소야대이며, 다른 하나는 이번 대표선거를 거치면서 민주당이 양분되었다는 점이다. 여소야대의 참의원에서는 정권 탈환을 노리는 자민당이 예산안 처리 등에서 쉽사리 민주당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서는 예산과 주요 법안의 처리를 위해서는 야당과의 대결과 타협이라는 복잡한 정치과정을 피할 수 없다. 한편 대표선거로 인해 양분된 민주당은 내각 구성에서 오자와 그룹이 완전히 배제되면서 간 내각과 오자와 그룹과의 대립 구도가 뚜렷해져 앞으로 중요사안에 대한 당내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도 만만치 않게 됐다. 참의원과 민주당, 여기에서 간 총리가 정치력을 보이지 못할 경우, 내년 초에는 정국이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내각 지지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경제상황 역시 간 총리에게 그리 유리한 국면이 아니다. 재선에 성공한 간 총리가 처음 결정한 일은 외환시장 개입이었다. 14일 엔화가 1달러당 82엔까지 폭등하면서 위기감이 확산되자 15일 외환시장 개입을 결정하고 1조 5000억 엔대의 자금을 외환시장에 투입하여 엔화를 일시에 85엔대까지 끌어내렸다. 그러나 이는 발등의 불을 끈 것에 불과하다. 향후 엔화가 다시 급등할 경우, 일본정부가 다시 본격적으로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치 않으며, 더욱이 시장에서는 일본정부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엔고 추세가 진행될 전망이다. 또한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엔고의 지속은 정권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난 수년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던 일본 경제가 엔고로 다시 주저앉을 경우 간 총리의 리더십에 치명적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외교에서는 간 2차 내각은 민주당이 내걸고 있는 "미일관계의 대등화"에서 한 발 물러나, 미일관계를 중시하는 전통적인 외교노선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하토야마 전 총리와 오자와 전 간사장이 추진해온 중일관계 강화와 아시아 중시외교에서 일정한 후퇴가 예상된다. 당분간 고용창출과 재정적자 해소 등 국내 경제문제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외교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일관계에서는 하토야마 정권이 보여 준 적극적인 관계개선 노력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10일 발표된 총리담화는 한일관계를 중시하는 간 총리의 대 한국정책의 기조를 잘 보여준다.  

미일관계에서는 오키나와(沖繩) 후텐마(普天間)기지 이전문제가 여전히 가장 큰 걸림돌이다. 간 총리는 후텐마기지 이전과 관련해 "미국과의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기지의 현 내 이전을 반대하는 오키나와 주민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는 풀기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 실제 이번 대표 경선에서 간 총리는 오키나와 4개 지역의 당원·지지자 투표에서 모두 오자와에게 큰 표 차이로 졌다. 특히 비행장 이전 예정지역인 나고(名護)시 지역에서는 간 44 대 오자와 237로 큰 차를 보였다. 하토야마 전 총리를 퇴진으로 내몬 후텐마기지 이전 문제는 간 총리에게도 여전히 정권의 발목을 잡는 난제로 남아 있는 것이다. 만일 비행장 이전이 어려워지면 미일동맹은 다시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간 2차 내각이 출범한 9월 17일은 민주당 정권이 출범한 지 만 1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 1년간 여당으로서 민주당은 다양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지만, 일본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실제적인 변화는 아직 많지 않다. 오히려 지난 1년간 정치와 돈, 파벌대립, 수상의 짧은 재임기간 등 기존에 자민당이 보여주었던 실망스런 모습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어려움이 산적한 가운데 간 2차 내각이 60% 중반대의 내각 지지율을 과연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위태롭기만 하다.

덧붙이는 글 | * 코리아연구원 현안진단 176호입니다. 홈페이지(www.knsi.org)에서 원문 및 다양한 정책자료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필자는 국민대학교 일본학연구소 연구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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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간 나오토, #오자와, #미일관계, #한일관계, #코리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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