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낙동강씨, 안녕하신가요? <오마이뉴스>는 13일 뗏목을 타고 당신의 편치않은 뱃속으로 들어가 청진기를 들이대려고 700리 뱃길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첫날 내성천 회룡포를 지나 삼강주막에서 출발, 상주 경천대까지 내려온 우리는 예상치 못한 사고로 뗏목이 파손돼 부득이하게 뭍으로 올라와 새로운 육상 여행을 시작합니다.

홍수예방, 수질개선이라는 이름으로 당신의 창자를 파헤치고, 농지리모델링이란 급조된 명분을 내세워 비옥한 땅을 불모지로 만드는 4대강 사업. 당신의 장기를 파헤치는 공정이 30%정도 진행됐지만 그럼에도 아직도 살아있는, 그래서 살릴만한 가치가 충분한 당신의 '생얼'을 그대로 보여줄 예정입니다. 현장 상황은 실시간으로 트위터 등을 통해 생중계할 예정이며, 동영상 기사로도 송고됩니다. 시민기자와 누리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지역주민 다 죽이는 취수장 이전 반대한다'
'남의 집 마당에 우물파지 마라 너 죽고 나 죽는다'

지난 14일 오후 경북 구미시 도개면 면사무소가 있는 궁기리 중앙도로는 취수장 이전을 반대하는 현수막으로 뒤덮여 있었다. 거리는 한산했지만 20여m 마다 세워진 전봇대에는 '결사반대', '결사투쟁'이라고 적힌 붉은 깃발이 펄럭였다.

본격적인 물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대구와 구미, 부산과 진주가 붙었다. 낙동강 본류에서 상수원의 대부분을 취수했던 두 광역시 가운데, 대구는 약 60여㎞ 상류에 있는 구미시 인근으로 부산은 진주 남강댐으로 취수원을 옮기는 것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전이 검토되고 있는 구미와 진주에서는 반대운동이 거세다.

"물 깨끗해진다면서 취수장 옮긴다고?"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대구에 위치한 광역취수장이 구미로 이전할 예정인 가운데 14일 오후 경북 구미시 도개면에 광역취수장 이전을 반대하는 현수막과 깃발이 뒤덮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대구에 위치한 광역취수장이 구미로 이전할 예정인 가운데 14일 오후 경북 구미시 도개면에 광역취수장 이전을 반대하는 현수막과 깃발이 뒤덮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대구시는 지난해부터 달성군 강정보 인근의 취수장을 낙동강 상류지역인 구미시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곳 취수장은 대구시 전체 수돗물의 약 70%를 공급한다. 취수장 이전에 대해 대구시는 구미산업단지, 김천산업단지 등에서 발생되는 각종 산업 폐수가 잘 처리되지 않고 강으로 흘러드는 사고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대구 취수장을 여기로 옮긴다고 하는데 그기 4대강 사업이 거짓말이라는 걸 말해주는 기라. 대통령 말대로 4대강 사업해서 물이 좋아지면 대구에도 (깨끗한) 물이 쌨는데(많은데) 굳이 옮길 이유가 없지."

김동환(47, 농민)씨는 대부분의 주민이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지역여론과 달리 쓴소리를 뱉었다. 도개면은 취수장 이전 반대운동은 거세게 일고 있는 반면, 4대강 사업 자체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듣기 어려운 곳이다. 취수장이 들어오면 상수원 보호를 위해 규제가 강화되고 각종 개발사업이 제한되는 것'만'을 우려하는 주민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씨는 취수장 이전이 "4대강 사업으로 물이 썩고 안 좋아진다는 게 판명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4대강 사업의 핵심인 대규모 준설과 대형 보 건설로는 수질을 개선할 수 없다는 것. 그는 취수장 이전이 결국 더 심각한 수질오염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낙동강을 상수원으로 해야지 사람이 안 마신다고 하면 물이 썩어 빠져도 관리 안 할 겁니다. 사람도 마시지 않는 물을 돈 들여가면서 관리 하겠어요?"

취수장 이전 비용 수천억 원은 국민부담

대구시 취수장이 있는 강정보 부근. 기존 1.8m 높이의 취수보 대신 높이 11m의 대형보가 건설되고 있다.
 대구시 취수장이 있는 강정보 부근. 기존 1.8m 높이의 취수보 대신 높이 11m의 대형보가 건설되고 있다.
ⓒ 오대양

관련사진보기


김씨의 지적처럼 대구시가 새롭게 건설되는 강정보로 인한 낙동강의 수질악화로 취수장을 이전하려 한다는 지역 환경단체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준경 생태보전시민모임 생명그물 정책실장은 "이런 식으로 각 지역에서 취수원을 옮긴다면 '왜 자기네 강 놔두고 우리 강에 빨대를 꽂냐'는 식의 갈등이 격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지난 15일 오후 이준경 정책실장과 강정보 공사현장을 찾았다. 현장에는 우기 동안 중단됐던 공사가 재개돼 중장비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강정보는 기존에 있던 높이 1.8m의 얕은 취수용 고정보를 철거하고 높이 11.8m, 길이 450m의 대형보를 설치하고 있다. 공사현장에는 예전 보가 다 철거되지 않아 새로 올라가는 보가 전과 비교해 얼마나 큰 규모인지 쉽게 비교해 볼 수 있었다.

이준경 생태보전시민모임 생명그물 정책실장.
 이준경 생태보전시민모임 생명그물 정책실장.
ⓒ 오대양

관련사진보기

이 실장은 "2000년 이후 많은 예산을 투자해서 낙동강 수질이 개선되고 안정화 됐다"며 "그럼에도 4대강 사업 이후 광역상수도로 식수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보 건설이 수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 때문에 나온 포석"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말처럼 낙동강의 수질은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좋아졌다. 1970년대 경북지역에 대규모 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악화됐던 낙동강 중·하류의 수질은 곳곳에 하수처리시설을 늘리고 규제를 강화하면서 BOD(생화학적 산소요구량) 2.2mg/L의 2급수 수준으로 회복됐다.

"낙동강의 수질을 더욱 개선하려면 보를 만들지 않는 것이 맞다. 보는 오히려 수질을 악화 시킬 뿐이다. 현재 낙동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질문제의 주된 원인은 공단에서 유입되는 유해물질이기 때문에 이를 잘 차단하기만 한다면 낙동강의 식수 이용에는 문제가 없다."

이 실장은 "공단지역에서 유해물질 유출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그 비용을 기업과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며 "강을 파괴하는 4대강 사업 대신 도시의 상수도 관을 교체하는 사업을 벌인다면 경기부양도 되고 먹는 물의 안전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공정옥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도 "식수로 사용하는 물을 깨끗하게 만들겠다며 4대강 사업을 추진해놓고 취수원을 옮긴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낙동강의 수질문제는 BOD나 COD의 문제가 아닌 유해물질 유입의 문제였으니까 그 원인을 차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공 처장은 또 "취수원을 옮기기 위해 발생하는 비용 또한 상당하다"며 "그 비용은 수도요금 인상 등 국민들이 부담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정책 이전에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본래 낙동강 최상류인 안동댐에서 취수를 하기를 원했지만 국토해양부가 감천과 낙동강의 합류지점인 구미시 인근을 취수원으로 하는 대책을 내놓아 추진하고 있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의 문건에 따르면, 취수원을 안동댐으로 옮길 경우 약 8000억 원, 구미로 옮길 경우 약 5800억 원의 사업비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먹는 물까지 옮겨가면 낙동강은 대운하의 수로일 뿐"

부산시 상수도의 55%를 공급하고 있는 매리취수장. 경남 김해시 낙동강 유역에 위치해 있다.
 부산시 상수도의 55%를 공급하고 있는 매리취수장. 경남 김해시 낙동강 유역에 위치해 있다.
ⓒ 오대양

관련사진보기


지난 16일 오후 부산시에 공급되는 상수도의 55%를 담당하는 경남 김해 매리취수장은 국가보호시설 '가'급으로 주변의 경계가 철저했다. 철조망으로 둘러쌓인 취수장은 군사시설을 방불케 했다. 고도의 처리 시설을 외부에 노출 시키지 않고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최수영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다른 도시 보다 수질이 떨어지는 곳에서 취수를 해야 하는 부산 지역은 오염원을 차단하려는 노력과 함께 취수, 정수 기술에 투자를 많이 했다"며 "매리취수장은 고도처리 등 우리나라에서 정수 기술이 가장 뛰어난 곳"이라고 말했다.

최수영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최수영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최지용

관련사진보기

매리취수장 강 건너편에 물금취수장까지 부산시는 이 일대에서 95%의 상수도를 취수한다. 최근 국토해양부는 현재의 낙동강 물 대신 경남 진주시 남강댐으로 취수원을 이전을 계획을 추진 중이다. 약 1조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경남·부산권 맑은 물 공급사업'이다.

최수영 사무처장은 "취수장 이전이 부산의 식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아니다"라며 "부산시가 낙동강 본류에만 의존하고 있어 상수원을 다양화 할 필요는 있지만 남강으로 취수장을 옮긴다는 것은 낙동강 물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강변저류지 확대 등과 같은 다양한 상수원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 수질이 개선된다면서 정작 식수는 1조원 가까이 들여 다른 곳에서 끌어와 먹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학 환경공학과 교수는 16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대구와 부산의 취수원 이전은 4대강 사업이 수질을 개선한다는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단서"라며 "엄청난 예산 낭비이고 4대강 사업의 모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4대강 사업이 완료되는 시점에 낙동강 중하류에서는 유속감소로 인한 부영양화가 일어나 곳곳에서 녹조현상이 상시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며 "특히 낙동강 하굿둑부터 취수장이 있는 물금지역까지, 대구는 금호강 유역에 대규모 녹조가 발생한다는 것을 정부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보가 건설되면 낙동강의 유하시간이 18.3일에서 185.8일로 약 10배 늘어난다는 것을 지적하며, 오랫동안 햇빛을 받아 강의 수온이 올라가고 과다한 영양염류(인)로 인해 부영양화로 녹조가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김 교수가 낙동강 32공구(구미, 상주, 의성)를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보가 건설되지 않은 상태에서 년 20일 정도인 부영양화 일수는 보 건설 후 35일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녹조현상이 일어나면 식물성플랑크톤에서 발생하는 유해독소로 인해 수질이 나빠지고 플랑크톤이 침전되면 하천바닥 퇴적층도 오염된다.

김 교수는 또 "취수장이 이전하면 수변공간에 대한 개발 사업이 가속화 돼 강을 오염시키는 시설이 잔뜩 들어설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대구 달성습지 인근에 조성될 예정인 에코워터폴리스 사업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대구 달성이 지역구인 한나라당의 조원진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에코워터폴리스 사업은 낙동강과 금호강이 합류하는 대구 달성군 화원유원지 인근에 국고지원과 민자 등으로 6조4천억원을 투입, 친환경 수변 복합관광레저단지를 조성하겠다는 대형 프로젝트다. 수변공간에 들어서는 대규모 시설물로 인근의 습지와 생태계는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김 교수는 "4대강 사업이 진행되고 먹는 물까지 다른 곳으로 옮기면 낙동강은 대운하를 위한 수로 역할 밖에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총선과 대선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그 전에 식수원이 이전돼야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다"며 "한나라당의 지지자들의 식수가 녹색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도시의 취수원 이전 문제는 오래 전부터 수차례 언급됐으나 경제적, 환경적 문제와 이전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돼 왔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4대강 사업으로 상류에 수량이 확보되는 등 조건이 변했다는 이유로, 정부가 취수원 이전에 적극 나섰기 때문.

그러나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이 맑아질 것이라고 하면서 취수원을 옮기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대형 보 건설과 대규모 준설로 수질이 악화되는 것에 대비하기 위한 사전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 '낙동강은 강이다' 특별취재팀(트위터 해시태그 : #낙동강은강이다_)
취재 : 김병기 국장, 김경년 부장, 박순옥-최지용 기자
사진 : 권우성 팀장
동영상 : 박정호-오대양 기자


태그:#4대강, #이명박, #낙동강, #4대강 예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