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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포스코 인도제철소 프로젝트 현지조사를 마치고 돌아온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차장이 기고문을 보내왔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기고문 전문을 포스코 측에도 사전 공개하고 관련 입장을 밝혀 줄 것을 요청했다. 더불어 포스코 측의 서면 답변 전문 역시 나란히 게재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러나 포스코 측은 "현지 사정에 맞춰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며 "국내 언론이나 시민사회단체도 이 프로젝트가 원만히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란다"는 짤막한 답변으로 대신했다. [편집자말]
2005년 6월 22일, 포스코는 2005년 인도 오리사(Orissa)주의 풍부한 철광석에 주목하고 오리사주정부와 1200만 톤 규모의 일관제철소건설, 광산개발, 관련 사회간접자본시설 건설을 골자로 하는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하였다.

특히, 제철소건설에 필요한 땅(약 4000에이커)의 대부분을 3500에이커에 달하는 국유지가 차지하고 있었기에 제철소 건설은 쉽게 이루어지리라 포스코와 오리사 주정부는 예상했었다.

포스코 프로젝트는 인도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

포스코 인도제철소 프로젝트는 제철소 건립 문제만 안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항구 건설 예정지, 광산 지역 등 광범위한 인프라 구축이 예정돼 있으며, 현재 각각에서 모두 반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포스코 인도제철소 프로젝트는 제철소 건립 문제만 안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항구 건설 예정지, 광산 지역 등 광범위한 인프라 구축이 예정돼 있으며, 현재 각각에서 모두 반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 포스코인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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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포스코 제철소 건설부지를 구성하고 있는 3개 그람 판차야트(인도 최하행정단위)인 딩키아, 누아가온, 가드쿠장 중, 주민들은 딩키아를 중심으로 제철소건설에 강력하게 반대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2007년 11월, 프로젝트에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주민간의 폭력사태가 발생하여 포스코 프로젝트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국제민주연대를 포함한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은  2008년 초부터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대응을 시작했다. 특히 2008년 4월 말 1차 현지조사를 실시하여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보상이 아니라 자신들의 전통적인 삶의 터전을 유지하기를 원한다는 점, 포스코의 광산 개발 예정지인 칸다다르(Khandadhar) 지역이 이미 광산회사들의 난개발로 심각한 환경파괴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1차 현지 조사 후에도 찬성주민과 반대주민간의 폭력사태가 발생하여 반대 측 주민 1명이 사망하는 사건(2008년 6월 21일)이 발생하였으며, 포스코 직원은 물론 인도 주정부 관계자들은 반대마을에 출입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2010년 1월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인도 방문에 맞추어 이명박 대통령의 포스코 제철소 건설지역 방문을 우려하는 반대주민들이 1월 26일부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또한 1월 말부터 시작된 농성이 4개월 간 지속되던 5월 15일, 주정부는 그동안 투입을 자제하던 경찰력을 동원하여 농성 중이던 반대주민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하였다.

우려했던 경찰에 의한 폭력사태가 발생하자 국제민주연대는 즉각 규탄성명서를 발표했다. 또한 포스코 문제에 본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2차 현지조사를 결정하였다.

9월 말 포스코 프로젝트 '인도법' 위반 여부 발표

지난 5월 15일 경찰의 폭력 진압으로 많은 주민이 부상당한 포스코 제철소 건립 반대 시위
 지난 5월 15일 경찰의 폭력 진압으로 많은 주민이 부상당한 포스코 제철소 건립 반대 시위
ⓒ ND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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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민주연대를 포함한 시민사회단체들은 현지조사를 앞두고 포스코 프로젝트의 향방을 결정할 중요한 두 가지 결정이 내려진다. 우선 2010년 7월, 오리사주 고등법원은 포스코를 우선 광산탐사업체로 추천한 주정부의 결정이 문제가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현재 오리사 주정부는 이를 대법원에 상고한 상황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결과 상관없이 오리사주의 풍부한 철광석이 프로젝트 추진의 핵심 이유였던 포스코로서는 5년이 지나도록 철광석 채굴권은 고사하고 탐사권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임을 여실히 보여주게 된 것이다.

또한 인도정부가 삼림 지역 및 삼림지역에 살고 있는 선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2007년 제정하여 2008년부터 발효 중인 삼림주민보호법(The Scheduled Tribes and Other Traditional Forest Dwellers Act)에 따라, 2010년 7월에 포스코 제철소 건설 예정지를 조사한 삭세나(Saxena)위원회가 주정부(포스코)가 삼림주민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이에 따라 2010년 8월 6일, 인도 환경부는 주 정부(포스코)에 부지매입결정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리게 되었다. 보고서는 포스코 제철소 건설부지에 삼림주민보호법의 보호대상인 3대에(75년)걸쳐 삼림에 의존하여 살고 있는 선주민들이 살고 있으며, 제철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동의를 거쳐야 하나 동의절차를 거치지 않았음을 지적하였다.

이에 오리사주정부는 삭세나 위원회의 지적이 사실무근이라며 강력히 반발하였고, 이를 재조사하기 위한 미나 굽타 위원회(Meena Gupta)가 8월 27일부터 28일까지 포스코 제철소 건설부지를 다시 조사하였다. 그 결과는 9월 말에 발표될 예정이다.

많은 반대 주민 단호한 입장, 원만한 사업 진행 '불투명'

포스코 인도 오리사주 프로젝트 현지조사팀이 딩키아 마을에서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 딩키아 마을 주민 대부분이 제철소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
 포스코 인도 오리사주 프로젝트 현지조사팀이 딩키아 마을에서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 딩키아 마을 주민 대부분이 제철소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
ⓒ 국제민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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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배경 하에서 국제민주연대의 김종철 변호사, 필자 ,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로 구성된 현지조사팀은 8월 28일부터 9월 5일까지 실시한 조사를 통해 다음의 사항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 포스코 건설에 반대하는 해당 지역주민들의 숫자가 찬성주민들에 비해 월등히 많다는 사실이다. 반대측 주장에 따르면 딩키아 뿐만 아니라 누아가온 판차야트 주민들의 상당수도 건설에 반대하고 있으며 이들은 포스코가 아무리 많은 보상을 해준다 할지라도 자신들의 땅을 결코 떠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앞서 포스코는 사유지 논의 경우 1에이커(약 4047제곱미터) 당 170만 루피(한화 4600만 원)를 보상한다고 발표하였다. 현지 주민들이 소위 포스코 덕에 '대박'을 맞은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찬성 주민들 중 일부는 더 많은 보상금을 포스코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제철소 건설로 이주해야 하는 주민 대부분은 많은 보상을 받지 못하는 국유지에 거주하고 있으며 설사 보상을 많이 받더라도 자신들의 땅을 떠난다는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둘째, 현재 오리사주는 포스코 제철소 건설 예정지역 주민들이 75년 이상 거주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관련 증거를 이미 확보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각종 지도와 자료들이 이미 미나 굽타 위원회에 제출돼 있다.

이에 따라 미나 굽타 위원회가 앞서 삭세나 위원회의 결정을 뒤집는다면 엄청난 부담을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상반된 결과를 두고 각종 소송 및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고, 제철소 건설부지 수용 작업은 난관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또한 만약 조사결과가 앞서 삭세나 위원회의 그것과 같게 나온다면, 포스코의 제철소 건설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

셋째, 설사 부지매입이 재개된다 할지라도 5년 동안 제철소 건설부지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반대마을에 접근조차 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부지매입이 원활히 이뤄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부지 매입을 위한 보상절차를 경찰력의 동원 없이 실시하기란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며, 만약 불상사가 발생할 경우 포스코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인권, 환경 그리고 인도에 대한 이해 없이는 실패

부바네스와르 공항 인근 베단타 광고. 영국 자원개발기업인 베단타 역시 그동안 오리사주에서 광산 개발 사업을 추진했으나, 선주민 관련 법률을 위반하여 사실상 철수 위기에 놓여 있다
 부바네스와르 공항 인근 베단타 광고. 영국 자원개발기업인 베단타 역시 그동안 오리사주에서 광산 개발 사업을 추진했으나, 선주민 관련 법률을 위반하여 사실상 철수 위기에 놓여 있다
ⓒ 국제민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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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오리사주에 막대한 사회공헌비용을 지불하고도 선주민에 대한 인권침해 및 환경파괴로 영국 자원개발기업 베단타(Vedanta)가 철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으며, 이외에도 많은 다국적기업들이 사업을 포기하거나 철수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선주민들에 대한 인권침해로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받고 있다.

인도 현지의 문화와 시스템에 대한 이해는 기본이고 인권과 환경에 기반을 둔 개발 그리고 선주민의 특별한 위치와 그들의 인권에 대한 이해 없이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인도 자원개발 프로젝트인 것이다.

자원개발을 둘러싸고 인도 주민들과 정부, 다국적 기업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유혈사태와 분쟁들은 한국의 기업들에게 익숙한 보상액을 올린다거나 공권력을 동원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한국에서는 존경받는 기업일지 모르지만, 한국과는 다른 수준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인권경영을 요구받고 있다는 점에서, 포스코가 타 기업과 비교하여 우위를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국제민주연대 사무차장입니다.



태그:#포스코, #제철소, #인도, #베단타,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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