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지금의 남북관계는 지난해 8월 상황과 흡사하다.

 

남북관계가 모든 분야에서 꼬여 있던 가운데, 북한은 8월 4일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8월 6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을 허용하면서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현 회장 방북직후  136일간 잡혀있던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씨가 석방됐고, 현 회장과 만난 김 위원장은 ▲금강산관광의 조속한 재개 ▲추석 이산가족 상봉 ▲'12·1조치'(군사분계선상의 육로통행 차단,개성공단내 남측 상주인원을 제한) 해제 등을 약속했다.

 

같은 달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북한은 조문단을 보냈고, 이들은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다. 그 뒤 실제로 '12·1조치'가 해제됐고, 연안호가 돌아왔으며,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이 열렸다.

 

이명박 정부는 심각한 경제난 속에 후계세습을 해야하는 북한이 굴복했다고 판단했다. 임태희 당시 노동부 장관과 김양건 통전부장이 10월에 싱가포르에서 만나 남북정상회담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진정성 없는 만남의 한계였다.

 

약 1년 뒤인 이번에도 북한이 먼저 손을 내밀고 나왔다. 남한의 수해지원 제안에 지난 4일 "기왕 준다면 쌀을 달라"고 요청했고, 이어 10일에는 추석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하자는 제안도 해왔다. 민족적 정서가 각별한 쌀과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 메시지를 분명하게 던진 것이다.

 

북한의 유화제스처, 쌀 등 남한의 지원과 6자회담이 목적

 

북한이 이같은 제안을 하고 나온 것은 우선 남한의 수해지원을 확실하게 끌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금강산 상봉을 계기로 북남 사이의 인도주의 협력 사업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는 북한 조선적십자회의 이산가족 상봉제안통지문은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분위기조성용이라는 목적도 크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6자회담 재개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이번 주에 서울과 도쿄, 베이징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9일 "(현 상태에서) 어떤 진전이 있기 위해서는 남·북 사이에 모종의 화해 조치가 있는 게 중요하다"면서 "북한이 남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조치를 먼저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남한과 관계개선에 나서야 6자회담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북한의 최근 대남 제안들은 이같은 미국의 움직임에 대한 화답성격이 짙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희망한다"고 말해, 6자회담 재개의사를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중요한 것은 역시 이명박 정부의 대응이다. 공을 넘겨받은 형국인 정부는 일단 논의를 이어간다는 자세는 분명히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방송된 러시아 국영채널 인터뷰(녹화는 7일)에서 "북한 하기에 달렸다"는 전제 아래 "제2 개성공단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고 북한의 후계세습에 대해서도 "북한 내의 사정이기 때문에 우리는 뭐라고 언급할 수가 없다"고 말해, 비판 대신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인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제안에 상봉정례화 역제안

 

또 정부 고위당국자는 12일 "북측이 제의한 이산가족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 간 실무접촉에서 상봉 정례화를 제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한적십자가 애초 지원키로 했던 긴급식량과 생필품, 의약품 등 긴급구호품과 북측이 요구한 품목 가운데 쌀(국내산)과 시멘트 등을 일정량 지원할 것"이라면서 "주초에 이에 대한 전통문을 북한에 보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만간 적십자사 접촉을 통해 정부차원의 대규모 쌀 지원은 아니지만 쌀을 포함한 수해지원이 이뤄질 전망이다. 또 정례화까지는 미지수지만 추석 이후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쌀지원과 이산가족 상봉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남북관계 개선과 6자회담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을까. 아니면 지난해처럼 이산가족 상봉행사만으로 끝나고 말 것인가.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현재 흐름은 6자회담까지 연결될 것이며, 6자회담은 올해 안에도 열릴 수 있다"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지난해 8월과는 달리 정부가 북한이 내민 손을 잡으려 하는 것은, G-20정상회담의 안정적 개최를 위해 남북관계를 관리해야 하고 미국과 중국이 6자회담을 꺼내고 있는 상황에서 천안함에만 묶여 있을 수 없기 때문"이라면서 "지금은 남북한과 미국과 중국 모두의 이익이 맞아 떨어지는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또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캠벨 차관보의 말은 북한뿐 아니라 남한에게도 한 말"이라면서 "그러나 남북이 진정성을 갖고 만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6자회담이라는 외부구조를 통해 남북관계를 끌고 가야한다는 취약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G20, 6자회담 재개움직임-지난해와는 달라"... "MB정부, 실질 노력 없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유보적이다. 그는 "지금은 북한이 먼저 나섰기 때문에 기술이나 방법론보다는 의지가 중요하다"면서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러시아 언론 인터뷰도 원론적인 언급일 뿐, 5·24조치에 따른 민간교류 불허나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 같은 실제 현안을 풀려는 움직임은 전혀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이명박 정부 차원에서 지금 당장 할 일은 금강산 관광재개와 쌀지원"이라면서 "하지만 그간 현 정부가 해온 기조가 있기 때문에 방향을 바꾸기는 쉽지 않은데, 이런 상황에서 가장 손쉬운 수단은 인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환 외교부 장관의 사퇴를 계기로 외교안보라인을 개편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는 특히 "북한이 손을 내민 데는, 남한의 지원과 6자회담뿐 아니라 금강산 관광 재개를 목적으로 한 것도 있다"면서 "이산가족 상봉은 금강산에서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금강산 관광을 재개해야 하며, 상봉정례화를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후 전망에는 차이를 보였지만, 두 교수 모두 "집권 3년차라는 점에서 이번 기회가 현 정부에게는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마지막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는 의견이 같았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