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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각예술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보편적 방법은 전시장을 방문하는 것입니다. 그 화이트규브안의 작품을 대면하는 것은 훌륭한 청음실에서 클래식을 듣는 것처럼 대면한 작품에 대해 작가는 현재 세상에 대해 무엇을 번민하고 있는지, 그 작품이 나에게 무슨 말을 걸어오고 있는지에 대해 방해 없이 몰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시장에서의 시각적 경험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때가 적지 않습니다. 호기심이 꼬리를 물고, 전시장벽에서 무언으로 말하고 있는 그 작품의 또 다른 얘기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신문이나 잡지의 전시 리뷰에서 그 의문을 풀어보고자하지만 기자는 독자 각자의 개별적 의문을 꼭 짚어 풀어 줄 수는 없습니다. 사실 시각적 결과물Visual Works를 어구비평Verbal criticism만으로는 풀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전시장 방문과 텍스트를 통해서 작품을 이해하는 보편적 방식 외에 작품과 작가를 탐구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중에 제일은 작가의 작업공간을 직접 탐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그 작가에게 궁금한 모든 것을 막힘없이 질문할 수 있다면 한 작가를 송두리채 이해할 수 있는 고속도로를 탄 셈입니다. 이것은 특별한 기회에 한정적으로 자신의 작업실을 개방하는 '오픈스튜디오'행사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그 작품이 잉태된 곳을 방문하고 육추育雛된 흔적들을 통해 전시장에서 간과했던 것들을 새롭게 발견하고 발가벗겨진 작가를 대면하는 일은 '깊이 있게 이해하기'의 효과뿐만 아니라 일정부분 '엿보기peeping'의 즐거움을 부가적으로 얻을 수도 있습니다. 관객은 결코 작가가 보여주고 싶은 것만을 보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헤이리는 '판페스티벌'기간에 연례적으로 이 오픈스튜디오 프로그램을 개최해오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15명의 작가가 이 프로그램에 동참했습니다.
9월 11일 토요일과 12일 일요일에 개방됩니다.

아트스페이스강의 강제순
회화

강제순화백은 남편의 직업 때문에 나라밖에서 많은 세월을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녀가 헤이리에 정착하고 제일 먼저 한 일은 집안에 자연을 끌어드리는 일이었습니다. 한동안 붓을 잡는 시간보다 삽을 잡는 일이 먼저였습니다. 그 자연이 그녀의 소재이기 때문입니다. 스튜디오에서 자연과의 대화를 만날 수 있습니다.

 아트스페이스강의 강제순
 아트스페이스강의 강제순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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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스튜디오의 공영석
사진

늘 수줍은 백발의 육순 소년. 사람을 바로 보는 것이 여전히 두려운 이 사진가도 새롭게 단장한 넓은 사진 스튜디오를 개방할 결심을 했습니다. 이 스튜디오는 그가 '바라만 보아도 황홀한' 곳이라고 했던 곳입니다. 그만큼 공선생님께서는 이 공간에 애정을 쏟았습니다. 만약 이곳을 방문한다면 간혹 이 분의 피사체가 될 결심을 해야 합니다. 그 결과는 이분이 직접 찍은 사진을 선물로 받을 수도 있겠지요.

 공스튜디오의 공영석
 공스튜디오의 공영석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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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타의 김기호
회화

김기호작가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이타주의利他主義' 작가라고 할 만합니다. 이분 사유의 출발은 '다함께 행복'입니다. 일종의 21세기형 공리주의(utilitarianism, 功利主義)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김작가의 그림과 대면하는 것이 때로는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현실이고 그 현실을 극복하기위해서는 현실을 바로 직시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 지를 전혀 꾸미지 않은 그의 작업실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크레타의 김기호
 크레타의 김기호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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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라의 김연진
압화(누름꽃)

"올해는 감이 4개가 달렸어요. 두개가 떨어지고 한개는 까치가 먹었어요. 나머지 한 개가 빨갛게 익었습니다."

3년전에 김선생님이 제게 했던 말이 아직도 제 뇌리에 각인되어있습니다. 이 말은 김선생님이 어떤 마음으로 일상을 살고 있는지를 말하는 단면일 수 있습니다. 봄에 집 주변에 꽃씨를 뿌리고 여름에 그 일부를 채취합니다. 그리고 가을에 다시 씨앗을 갈무리하는 일을 반복합니다. 그 채취된 식물의 일부는 그녀가 알고 있는 갖은 방법으로 영원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아고라의 김연진
 아고라의 김연진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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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재조각공방 김정재
조각

이 스튜디오는 김선생님의 작업을 위해 특별하게 디자인된 집입니다. 1층의 작은 전시공간과 2층에 실내와 실외의 작업공간이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흙과 석고, 돌과 쇠는 이곳에서 경탄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김정재조각공방의 김정재
 김정재조각공방의 김정재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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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향선민명준 스튜디오회회

노을동산에 산의 일부인양 몸을 땅에 묻고 있는 민작가의 스튜디오는 이런 기회가 아니면 그 분이 그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없습니다. 캔버스대신에 하드보드지에 일 년간 작업해둔 작품을 세례洗禮의 의식처럼 그것을 내보입니다.

 최향선민명준스튜디오의 민명준
 최향선민명준스튜디오의 민명준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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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A의 박유나
도조

헤이리의 정중앙. 카페유나의 한쪽 숨기좋은 곳에 이렇게 박작가만의 은밀한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화려한 카페의 불빛이 무색해지는 큰 가스가마와 작은 전기가마가 그녀가 몇 번을 빚고 허물기를 반복했던 것들을 영원으로 고정시키는 곳입니다.

 UNA으 박유나
 UNA으 박유나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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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규스튜디오의 안상규
회화

이 집은 모두가 안선생님만을 위한 갤러리이자 작업실입니다. 불쑥 안선생님의 작업실을 방문하는 언제라도 음악이 흐르는 그 공간에서 화폭 앞에 앉아계신 안선생님을 뵐 수 있습니다. 이 공간은 그분이 70년이 훨씬 더 되는 시간을 살며 사유한 모든 것의 타임캡슐입니다.

 안상규스튜디오의 안상규
 안상규스튜디오의 안상규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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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스퀼트의 안성은
퀼트

이 번잡한 세상으로부터 도피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바느질이겠다 싶습니다. 한 땀 한 땀 골무 낀 손가락을 움직여서 천을 여미는 그 일은 집중하지 않으면 왼손가락에 빨간 피를 뿜어 올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바느질은 수양일 수 있습니다.

박경리선생님의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홀가분하다'에 바느질이 실려 있습니다.

"눈이 온전했던 시절에는 짜투리시간 특히 잠이 안 오는 밤이면 돋보기 쓰고 바느질을 했다  여행도 별로이고 노는 것에도 무취미 쇼핑도 재미없고 결국 시간 따라 쌓이는 것은 글줄이나 실린 책이다 벼개에 머리 얹고 곰곰이 생각하니 그것 다 바느질이 아니었던가 개미 쳇바퀴 돌듯 한 땀 한 땀 기워 나간 흔적들이 글줄로 남은 게 아니었을까"

이 시를 대하면 삶 자체가 바느질이구나 싶습니다. 수백가지의 천조각들이 가위와 바늘, 실과 골무 그리고 여문 손끝의 솜씨를 만난 결과가 퀼트입니다.   

 안스퀼트의 안성은
 안스퀼트의 안성은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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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티프원의 이안수
사진

사진은 각각의 다른 목적과 생존방식으로 존재하는 세상의 모든 것들과 상호간의 관계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줍니다. 마치 각기 다른 기호로 소통하고 있는 만물의 의사를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어주는 번역기처럼…….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는 캠핑트레일러 에어스트림 bambiII을 처음으로 공개합니다.

 모티프원의 이안수
 모티프원의 이안수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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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항아리의 이영미
회화

가죽을 가위질하여 라인을 만드는 그녀의 작품은 일반 아크릴화와는 달리 캔버스에서 입체를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조명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의 잔잔한 변신을 보여줍니다.

참 부지런한 화가입니다. 지천명의 나이를 훨씬 지난, 호기심이 조금은 수그러질만한 때이지만, 이영미화백의 외연外延은 여전히 넓어지고 있습니다. 도자기를 굽고 커피 로스팅을 배우고……. 그녀의 스튜디오 방문을 통해 이화백의 열정에 감염되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소금항아리의 이영미
 소금항아리의 이영미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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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헌의 이재영
꽃도예

2년전 이재영선생님의 작업실을 촬영하다가 그녀가 밤새 만들어 놓은 화병의 꽃들을 무너뜨린 적이 있습니다. 1초 만에 무너진 그 꽃들은 엄지손가락의 손톱만한 크기의 꽃잎들이 수백 장 겹쳐진 것이었습니다. 이 작가는 그 꽃잎들을 티스푼만한 크기의 카터로 백토를 떼어 수제비를 뜨듯 한장 한장 빚은 것들이었습니다. 그녀의 포슬린작업은 불을 만나 굳어지지 전에는 이처럼 여린 것들이었습니다. 이 작가는 이 여린 꽃잎 하나하나를 빚으면서 그녀와 연결된 주위의 모든 인연들을 생각한다 했습니다. 그녀가 빚는 꽃잎들은 모두 그녀를 인고케했거나 열락의 세계로 이끌었던 인연들입니다.

 도도헌의 이재영
 도도헌의 이재영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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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플레이스상상의 천호석
회화

천호석작가는 열열한 아트 컬렉터입니다. 수십 년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나면 어떤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그것을 구입해야 잠을 잘 수 있습니다. 천작가에는 그것이 기쁨이었지만 사모님에게는 부단히 인내해야할 아픔이었습니다. 생계의 현실과는 다른 결정을 내리는 남편의 사고(?)를 끊임없이 감당해야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모든 작품들이 천작가의 공간 벽에 빈틈없이 꽉 찬 모습으로 걸려있습니다.

이쯤 천작가는 자신이 모은 그 작품들이 내려다보고 있는 공간에서 밤마다 그림을 그립니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즐거운 유희일 수 있다는 것을 천작가는 증명하고 있습니다.

 컬쳐플레이스상상의 천호석
 컬쳐플레이스상상의 천호석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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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선 갤러리의 최영선
회화

최영선작가는 휴대전화가 없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진화한 휴대전화는 이제 단순한 전화기가 아닙니다. 모든 사회적 관계의 A이자 Z이기도 합니다. 휴대전화를 거부하는 고집의 화가로 사는 이 화가의 성품과 추구하는 가치를 짐작케 합니다. 갤러리를 겸한 그 공간에서 아날로그의 그녀를 만나 개별성의 삶과 보편성의 삶의 간극을 탐구해보면 어떨지….

 최영선갤러리의 최영선
 최영선갤러리의 최영선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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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갤러리의 한상구
회화

수채화 화가입니다. 그 정도로만 알고 그의 작업공간이자 작은 갤러리인 한스갤러리에 들어서면 반전이 기다립니다. 작은 왕국. 갖은 종이집들이 도열해있습니다. 학생들을 흥미 있는 방법으로 지도하는 방편으로 이 예쁜 종이 모형집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하드보드에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오리고 붙여서 집을 만듭니다. 점점 더 정교해져서 집안에 조명도 들어오고 그 작은 집안에 악기점의 악기들이 진열되고 와인샵에 각종 브랜드의 와인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모두가 하나하나 그림을 그려 만든 수제와인들입니다. 이 화가는 이 공간에는 그림을 그리고 집을 만들고 기타를 즐깁니다. 방문자들은 이 왕국에서 잠시 현실을 잊을 수 있습니다.

 한스갤러리의 한상구
 한스갤러리의 한상구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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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에도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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