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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서울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인터넷코리아컨퍼런스2010'에서 임정욱 라이코스 대표가 미국 IT 시장의 상생 요인을 짚고 있다.
 9일 오전 서울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인터넷코리아컨퍼런스2010'에서 임정욱 라이코스 대표가 미국 IT 시장의 상생 요인을 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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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에선 '파운더(창업가)'라고 하면 대단한 사람으로 인정하는데, 한국에선 버클리대 다녔으면 대기업이나 가지 왜 중퇴했느냐고 이상하게 보더라."

2007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비디오 게임 포털 위게임닷컴(Wegame.com)을 창업한 한국계 CEO 제라드 김이 했다는 말이다. 미국에선 '창업 문화'를 우대하는 반면 한국에선 벤처 창업가가 그만큼 대접받지 못한다는 얘기였다.

'모바일 혁명기' 한국 인터넷기업 화두는 '상생'

9~10일 이틀간 서울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리는 '인터넷코리아컨퍼런스2010'의 화두는 '상생'이다. 인터넷 기업인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첫날 오전 강연에선 임정욱 라이코스 대표가 미국에서 1년 반 지내면서 겪은 미국 IT 시장의 상생 요인을 짚어 눈길을 끌었다.

'라이코스'는 한때 세계적인 검색 사이트로 이름을 날렸지만 임 대표가 지난해 3월 CEO로 부임할 당시 15년째 적자를 기록하며 직원 사기가 바닥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다행히 지난해 처음 흑자를 기록한 뒤 올해 매출 350억 원에 이익 80억 원을 내다보게 됐고, 얼마 전 다음이 인도 기업인 Ybrant에 430억 원에 매각했다.

임 대표는 "미국에선 아직도 라이코스가 존재한다는 걸 신기하게 본다"면서 "그래도 아직까지 생존한 것은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미국의 독특한 IT 생태계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IT 시장의 상생 요인으로 서로 존중하는 파트너십을 먼저 꼽았다. 임 대표는 "자기가 경쟁력이 없는 기술은 주저 없이 외부에서 구입하는 선택과 집중이 있는 반면 인맥보다는 서로 필요에 의해 이뤄지는 드라이한 파트너십 때문에 실력이 중시되는 분위기"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배너광고 외에도 다양한 광고 모델이 존재하기 때문에 인터넷 사업 모델 선택의 폭이 넓고, 사용자들이 자신에게 가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려는 분위기도 주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방통위가 주최한 '인터넷코리아컨퍼런스2010'이 9일 오전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리고 있다. 이날 행사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10주년 기념식과 민관 합동 인터넷상생협의체 출범식을 겸해 열렸다.
 방통위가 주최한 '인터넷코리아컨퍼런스2010'이 9일 오전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리고 있다. 이날 행사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10주년 기념식과 민관 합동 인터넷상생협의체 출범식을 겸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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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창업가 우대 문화가 미국 IT 상생에 한몫"

그렇다보니 벤처 창업가들이 꼭 구글이나 소셜게임업체 징가(Zynga.com)처럼 글로벌 기업이 아니더라도 목표만 잘 잡으면 틈새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임 대표는 미국인들의 조상을 찾아주는 인터넷 족보 서비스인 '조상닷컴(ancestry.com)'을 소개했다. 이들은 시청이나 관공서에 있는 과거 인구센서스 자료나 사진을 스캔해 13년간 50억 건이 넘는 기록을 데이터베이스화했다. 현재 100만 명이 넘는 유료 가입자를 확보했고 올해 매출만 3500억 원, 시가총액은 1조 원대에 이른다고 한다. 기록 문화가 발달한 미국의 특성을 살려 사업화에 성공한 것이다.

아울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우대하고 창업을 북돋우는 분위기도 상생 문화에 한몫하고 있다. 앞서 위게임닷컴 CEO 제라드 김 사례처럼 규모가 작더라도 창업가를 우대하고 실패 경험이 있는 CEO조차 존중한다는 것이다.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트위터 창업가인 에반 윌리엄스나 징가를 만든 마크 핀커스처럼 성공한 창업가들도 한 번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두 번 세 번 재도전하거나 엔젤 투자를 통해 벤처 생태계에 활력을 주고 있다고 한다.   

임 대표는 "한국만큼 다이내믹한 곳도 없고, 글로벌화된 젊은 세대와 창업하려는 사람들이 많아 한국도 희망적"이라며 "한국인의 근면과 열정, 끈끈한 정에 미국의 합리적인 상생 문화가 결합하면 한국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소통 역할을 하는 아시아의 네덜란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드로이드, 구글TV, 크롬 공통점은 구글이 직접 안 만든다는 것"

엠마누엘 소케 구글 아시아 전력제휴총괄 이사가 9일 오전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인터넷코리아컨퍼런스2010'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엠마누엘 소케 구글 아시아 전력제휴총괄 이사가 9일 오전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인터넷코리아컨퍼런스2010'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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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기조연설을 한 엠마누엘 소케 구글 아시아 전력제휴총괄 이사 역시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소케는 "구글은 일찍부터 광고, 콘텐츠, 개발 분야에서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력해 왔다"면서 "안드로이드, 구글TV, 크롬의 공통점은 모두 파트너에 의존하고 자체적으로 만드는 게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60개가 넘는 단말기가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고 있고 21개 OEM을 통해 48개국에 판매해 매일 신규 가입자가 20만 명씩 늘고 있다"면서 "파트너를 통해 상생 협력했기 때문이지, 구글 혼자라면 절대 이렇게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케는 성공적 파트너십을 위한 키포인트로 ▲ 핵심 역량에 집중하기 ▲ 사용자를 편리하게 하는 일에 집중하기 ▲ 시장 점유율보다 시장 전체 파이를 키우기 ▲ 파트너, 사용자로부터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투명성 확보하기 ▲ 개방적 자세 등 5가지를 꼽았다.

한편 이날 국내외 상생협력 문화를 비교 발표한 양기성 방통위 인터넷정책과 사무관 역시 "국내시장에선 대기업들이 괜찮은 서비스나 아이디어를 다 하려고 하기 때문에 참여 개발자층이 미약한 반면 글로벌 시장에서 괜찮은 서비스를 만들면 '징가'는 될 수 없지만 M&A는 가능하다는 생각 때문에 참여 개발자층이 풍부하다"면서 인터넷 대중소기업 간의 상생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오후 같은 장소에선 NHN, 다음 등 포털업체와 KT, SK텔레콤, LGU+ 등 통신사,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사,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인터넷진흥원 등 17개 기업과 기관이 참여한 '인터넷상생협의체'가 출범한다.


태그:#임정욱, #라이코스, #구글, #인터넷코리아컨퍼런스, #인터넷상생협의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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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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