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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문화의전당 이사장직을 맡은 배우 조재현이 3일 오후 수원 경기도 문화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마친 뒤 경기도 문화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경기도문화의전당 이사장직을 맡은 배우 조재현이 3일 오후 수원 경기도 문화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마친 뒤 경기도 문화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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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털하고 솔직했다. 그리고, 과감했다. 하고 싶은 말을 뱅뱅 돌리지 않고 직설로 날렸다. 이름을 대는 문제도 망설임이 없었다. 내 편과 남의 편, 구분은 분명했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을 숨기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최근 한나라당 김문수 경기지사와 짝을 이뤄 세간엔 그가 '김문수의 남자'로 불리고 있었지만, 그는 '아무개의 남자'가 아니라 그저 배우 조재현(45)일 뿐이었다. 언론이 그를 '아무개의 남자'로 부르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언론의 문법을 잘 알고 있으므로.

지난 3일 수원 경기도 문화의 전당 관리동 이사장실에서 만난 배우 조재현씨는 베이지 칼라의 면바지에 하얀 셔츠을 입고, 운동화에 청색 재킷을 걸치고 있었다.

첫 마디는 "나랑 참 안 어울리는 분위기죠"였다. 둘러보니, 그의 말이 맞았다. 새로 꾸민 방치고는 방주인의 이미지와 참 안 어울렸다. 전형적인 관료의 방? 배우 출신 이사장이 온다면 좀 더 자유분방한 분위기라면 어땠을까 싶다. 물론 고전적이어도 좋았겠지만, 역시 예산이 부족했을 수 있겠다 싶다.

여하튼, 우린 '남의 방'을 잠깐 빌려 쓰는 기분으로 마주 앉았다. 방은 마음에 안 들지만, 새로 맡은 경기도 문화의 전당 이사장 자리는 꽤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포부도 컸고, 해낼 의지도 컸다. 추진력 또한 <연극열전>을 통해 평가받은 바 있다. 역시 배우 조재현도 일중독과인 듯 했다.

좌파에겐 환영받고 우파에겐 욕 먹는 연예인

주로 묻고 답하는 식이었지만, 두 가지에 관한 한 그가 먼저 말했다. 묻지도 않았는데, 다음 질문을 꿰뚫고 있듯이 먼저 답을 해줬다. 첫째는 김미화·김제동 DMZ영화제 MC 발탁 건이고, 다른 하나는 충무로 영화판의 문제였다.

김미화·김제동 MC 발탁은 그도 물건너 갈 것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던지고 싶었다고 했다. 왜 보수쪽 인사들이 많은 행사에는 '보수스러운' 연예인이, 진보쪽 인사들이 많이 참여하는 행사에는 '진보스러운' 연예인이 가야 하는가,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김미화·김제동 그 누구라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소신 발언했을 뿐인데 그걸로 서로 자기네 편이라 말하는 것이 참 우습게 보인다는 게다. 연예인을 내편, 남의 편 구분 짓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고 말이다. 정치인들이 사회적 발언에 나선 연예인들을 감싸고 도니까 좌파에겐 환영받고 우파에겐 욕먹는 식이 됐는데, 제발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 하나, 충무로 영화판에서 선거 때 한나라당 찍었다고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 받는데, 이것 문제 아니냐고 물었다. 연극판에서 4대강 반대하지 않는다고 하면 완전히 이상한 사람 보듯 하는데, 꼭 그래야 하느냐고 말이다.

모 아니면 도, 아무리 우리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아직도 냉전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했다고 해도 꼭 좌-우, 내편, 네편 가려야 하는 것이냐고 그는 탄식했다. 진보진영 내부에서 딴 소리를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데, 그러면 점점 진보의 그릇이 좁아지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배우 조재현씨가 다 옳다고 할 수 없고, 그 또한 유인촌 문제에만 들어서면 '꼭 그렇게 봐야 하나?'라고 피해갔지만, 이명박 정부가 잘못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명징하게 날을 세우지 못하고 자꾸 뒤로 물러섰지만, 그래도 그가 진보진영에 제기하는 문제는 꼭 한번 들어볼 만했다. 잘 아는 문제지만 잘 해결되지 않으므로. 계속 듣다보면 고칠 수 있는 '진보의 단점'이므로.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유 장관 혼자 결정? 대통령이 방향 정하면 쫓아갈 수밖에 없는 것"

경기도문화의전당 이사장직을 맡은 배우 조재현이 3일 오후 수원 경기도 문화의전당 이사장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정치인들이 사회적 발언에 나선 연예인들을 감싸고 도니까 좌파에겐 환영받고 우파에겐 욕먹는 것이 불쾌하다며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경기도문화의전당 이사장직을 맡은 배우 조재현이 3일 오후 수원 경기도 문화의전당 이사장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정치인들이 사회적 발언에 나선 연예인들을 감싸고 도니까 좌파에겐 환영받고 우파에겐 욕먹는 것이 불쾌하다며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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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문화의 전당 이사장에 취임했다. 사무실에 양란이 많은데, 축하용인가.
"나하고 잘 안 어울리는 분위기다. (소파와 양란을 가리키며) 이런 의자들, 꽃들…. 원래는 이 방도 없었는데, 일부러 만든 것이다. 난 비상근이니까 사실 매일 나올 필요 없다. 주1회 정도? 그냥 끌리는 대로 나올 생각이다. 왜 매일 나와? 이런 직원도 있을 게다."

- 거의 모든 매체와 인터뷰를 하시는 것 같다. 전략인가.
"아니 뭐.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내 생각도 정리하고. 업무나 정책, 행정을 대하는 방식도 생각해보고 있다. 난 솔직히 누구한테 관리 받아온 적도 없는데, 관리직이 됐다. 하하."

- 경기도 문화의 전당 이사장직을 수행하면서 어떤 일에 가장 집중하실 계획인가.
"여기가 20년 된 단체다. 이 단체의 수장은 늘 도지사가 맡았다. 그런데 이걸 민간에 내놓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문화예술인의 눈으로 보자면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그러나 내부 직원들, 예술단원들에게는 문화예술인 출신이 이사장이 되는 게 그리 반가워할 일은 아닐 게다. 이유는 도지사가 문화예술인에게 그 자리를 넘겼을 때는 뭔가 새로운 변화를 요구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문구를 위한 문구'는 만들지 않겠다. 실제로 경기도 문화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 경기도는 크지만 문화는 서울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문화수준은 제각각이다. 문화격차가 나는 시군과 연계한 문화복지사업을 펼 것이다. 획일적인 문화 사업은 반대다. 경기도 내 31개 시군과 연계해 해당 지역의 문화예술인이 우선으로 혜택을 받도록 하고 지역의 문화발전이 동시에 이뤄지도록 하겠다.

노인 자살률 1위 연천에도, 20~30대 주부들이 많이 사는 고양에 대해서도 아주 섬세하게 접근하겠다. 건성으로 일하지 않겠다. 기존 문화의 전당 공연을 표를 사서 보겠다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었다. 이건 경기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시도단체가 모두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청소년에 집중돼 있었다. 이젠 그런 데서 좀 벗어나야 하지 않겠나 싶다. 컨텐츠도 신경 써야겠지만 홍보와 마케팅도 재검토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런 일들을 다 잘 하시려면 예산이 뒷받침돼야 하지 않겠나.
"좀 뜬금없는 듯한 얘기부터 해보자. 우리나라 각막 기증자는 1년에 200명 수준이다. 설사 각막을 기증 받는다 해도 진짜 눈 뜰 확률은 50%라고 한다. 세계적으로는 수많은 사람들이 각막을 기증하고, 또 기증받은 각막으로 눈을 뜬다. 우리의 경우엔 지난해 딱 1명이 기증받은 각막으로 눈을 떴다. 그만큼 시각장애인이나 각막기증에 대한 인식이 약한 게다.

그런데, 얼마 전 우린 <거울도 안 보는 여자>라는 제목으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행사를 마련했다. 시각장애 여성들을 위한 '화장 콘테스트'였다. 시각장애 여성들이 보이진 않지만 화장하는 걸 참 좋아한다고 해서 마련한 프로젝트였는데, 이 공연은 경기공연영상위원회에 '찾아가는 공연영상' 프로젝트가 있어 딱 800만 원을 갖고 치렀다. 무대에서 메이크업 쇼를 진행하고 객석엔 시각장애인들을 포함한 일반인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한동안 쇼만 봤고, 마지막에 시각장애인들이 눈을 떠 직접 화장할 수 있도록 해주자며 각막기증운동을 벌였다. 이때 감동한 사람들이 각막을 기증했다. 나도, 김 지사도 이때 참여했다. 1년에 200명 각막을 기증한다는데 그날만 50명이 기증했다. 여러 업체가 협찬도 했다. 

예산이 없으면 아이디어를 짜내면 된다. 애정을 갖고 노력을 기울이면 의외로 일은 쉽게 풀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하는 과정의 생명력, 섬세함, 역사 이런 게 필요하다."

- 지역예술단 공연은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이것도 개혁대상인가.
"경기도 문화의 전당 오케스트라, 무용단, 국악단…. 솔직히 없는 존재들이었다. 문화예술을 하고 있는 내게도 그들의 작품이 반짝반짝하게 빛나 보이지 않았다. 더 솔직히 고백하자면, 보지도 않고 판단했었다. 지역예술단 공연이 그렇겠지 뭐.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태권무무 달하> 조흥동 감독님의 공연을 봤는데 깜짝 놀랐다. 한국무용 공연은 진부하고 고루해~ 전혀 아니었다. 스팩터클 했다. <태권무무 달하>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 감독님 연세가 올해 일흔이시다. 일흔 되신 분이 10년째 예술감독을 하고 있으니, 주변에서 말들이 많다. 너무 오래 한 게 아니야? 솔직히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러나 개혁을 한다고 모두 젊은 감독으로 교체해야 하나? 꼭 그런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무조건 젊은 사람으로 교체하는 게 능사는 아닌 것이다. 80~90 되신 분들이 예술감독을 한다면 그것 역시 경기도립예술단의 자랑이어야 한다.

장황하게 설명했는데 핵심을 말자면 실력으로 승부하자는 얘기다. 문제가 뭔지 정확하게 보고 그 문제에 알맞게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무조건 나 편하자고 젊은 사람 쓰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젊은 사람이 플러스 된다면 당연히 젊은 사람을 써야겠지만, 나이 드신 분들이 더 어울린다면 OK! 젊은 감각이야! 그러면 더 모시고 싶다는 게다."

- 이명박정부 초기 유인촌 장관은 임기가 남아 있는 문화예술단체장들을 교체해 파문이 일었다. 그러니까, '유인촌 식으로는 안 하겠다' 뭐 이런 선언인가.
"잠깐만, 그게 유인촌 장관의 역할이었나.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그렇게 갈려나가지 않았나.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다 바뀌고 그러지 않았나. 꼭 이명박정부 때만 그랬나. 그 결정을 유 장관 홀로 했을까. 장관 위엔 대통령이 있는데. 대통령의 방향이 정해지면 장관이야 그 길을 쫓아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싶다."

"김문수의 남자? 전임 이사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경기도문화의전당 이사장직을 맡은 배우 조재현.
 경기도문화의전당 이사장직을 맡은 배우 조재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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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지사가 조 이사장에게, 이 대통령이 유 장관에게 하듯 당부하면 어떻게 하겠나.
"전임 이사장이 후임 이사장에게 조언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조언이다. 전임 이사장이 후임에게 뭘 하라, 하지 말라 이러면 이곳은 내가 있을 필요가 없는 자리다. 당신 조카 데려다 쓰지 왜 날 데려다놨어? 당장 그렇게 말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대통령과 장관, 지사와 문화의 전당 이사장은 상호 비교할 대상도 아닌 것 같다. 장관은 현 정부 내각으로서 당연히 대통령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 거고 안 따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경기 문화의 전당 이사장 자리는 전혀 그런 자리가 아니다.

물론 나는 김문수 지사가 했던 일의 방향을 존중한다. 문화예술전문가는 아니지만 낮은 데로 임하는 자세가 좋았다. 문화에도 그런 게 필요하다. 그런데 간섭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내게 김 지사는 전임 이사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 김문수의 남자로 평가받는다. 노무현과 문성근, 이명박과 유인촌, 뭐 이런 관계다.
"명계남, 문성근 형과 나를 비교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들은 특정정당을 지지했지만 난 김문수 지사 선거할 때 얼굴 한번 비춘 일이 없다. 그리고 나, 서울에 산다. 경기도 근처에도 살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는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 형들은 적극적으로 띠 매고 선거운동 했다. 난 안 그랬다. 그런데 왜 자꾸 그 형들과 비교하는지 모르겠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나는 김 지사를 전임 이사장으로 대우할 뿐 도지사로 대우하지 않는다."

- 정치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하는데, 언론은 계속 정치할 거라고 쓴다. 왜 그런가.
"낚시용 아닐까? 조재현 문화의 전당 이사장 취임… 이러면 누가 보겠나. 아무도 관심 없다. 그런데, 조재현, 유인촌 뒤를 밟나? 이러면 엄청 볼 것이다. 나도 안다, 언론의 문법을."

- 연예인이 어떤 단체의 장을 맡으면 무조건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나는 그 문제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이다. 솔직히 언론이 조장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가만 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스포츠보다 정치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이걸 부추기는 건 언론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문화박사는 없고 죄다 정치박사들이다. 그런데 나는 체질적으로 정치를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몸 담아온 공연예술 쪽에 관심이 많다. 이걸 하다 보니 문화행정까지 하게 된건대, 이걸 떠나 정치일선에 나선다는 것은 나와 잘 어울리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만일 정치를 한다면, 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 만일 김문수 지사가 2012년 대선에 당선돼 문화부 장관을 해달라고 요청한다면?
"푸하하하하. 아니, 왜 그런 걸 물어보나. 오버다. 대통령이 되지도 않았는데 무슨 그런 황당한 생각을 하나. 그 질문, 내게 맞지 않아 듣지 않은 것으로 하고 싶다."

- 방송인 김미화씨와 김제동씨가 더 이상 희생돼선 안 된다는 뜻을 밝히셨다.
"연예인 이전에 그들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소신 있는 발언을 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개인의 의견을 밝혔을 뿐인데 정치권이 각각 자기네 편이라고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김제동씨나 김미화씨는 한번도 어떤 정당을 지지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 그런데 그냥 자기 생각을 말한다고 해서, 넌 내편, 너는 남의 편, 이렇게 구분 짓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

솔직히 이들은 연예인이다. 방송은 생계가 걸린 일이다. 타격이 크다. 가장 속상한 것은 김미화씨와 김제동씨 사건이 터지니 연예계에 퍼지는 말이 있다. '너도 조심해'. 말하지 말라는 건가? 이건 아니지 않나. 정치인들이 소위 사회적 발언에 나선 연예인들을 감싸고도니까 좌파에겐 환영받고 우파에겐 욕먹는 식이 됐다. 그게 문제라고 말하고 싶었다. 나는 연예인의 소신발언에 대해 제발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 기자회견을 하는 공개석상에서 두 분께 제2회 DMZ 다큐멘터리영화제 사회를 맡기겠다고 공언했는데, 사전 양해는 구하고 발언하신 건가.
"그들이 직접 사회를 보고 안 보고의 문제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김미화씨는 문자를 보냈지만 연락이 없었고, 김제동씨는 방송 일정 때문에 도저히 시간이 안 된다고 연락이 왔다.

다시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어느덧 나도 연예계의 선배가 됐는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소신껏 발언하는 연예인이 문제가 돼서는 안 된다고 본다. 정치권이 그런 걸 이용해서 연예인의 생계를 위협하는, 생계가 끊길 정도까지 가게 하는 일은 없도록 하자는 게다.

핵심을 말하자면 정치권이 연예인을 이용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만일 DMZ영화제의 조직위원장이 민노당이나 민주당 출신이라면 나는 김미화씨와 김제동씨에게 부탁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문수 지사가 한나라당 출신이기 때문에 그들을 섭외하려고 했던 것이다."

"한국은 관심없는데 독일은 우리 통일과정에 꽤 관심 보여"

- 제1회 DMZ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땐 대성동 마을에 극장을 만들어 시선을 잡아끌었다. 이번에도 놀랄 만한 장소를 물색하셨다고 들었다.
"개막식 장소를 자유로 '통일의 관문'으로 잡았다. 독일통일을 상징하는 브란덴부르크 문처럼 우리도 민간인이 갈 수 있는 마지노선인 자유의 다리에서 개막식을 할 생각이다. 설치미술가 이은숙씨의 '독일통일 20주년 특별전' 전시도 열 예정이다. 이 분이 한국에 와 계니 섭외해보라고 연락을 준 건 독일문화원이었다.

참 역설적이다. 한국은 아무 관심이 없는데 독일은 우리의 통일과정에 대해 상당히 큰 관심을 갖고 있고 그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을 꾀고 있으니 말이다. 창피한 일이다. 그 분은 자신의 작품에 5천명의 이산가족 이름을 적어놓았다. 독일은 우리보다 먼저 통일을 이룬 나라로서 우리에게 관심이 많다. 또 독일인이 찍은 통일관련 다큐 5편을 추천해줬고 감독까지 모셔오겠다고 했다. 자비로."

- DMZ영화제는 남북관계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명박정부는 국내 쌀이 남아돌아 창고비용이 걱정이라고 하면서도 북한에 쌀 한 톨 안 보냈다. 어떻게 생각하나.
"국내에 쌀이 남아돈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명박정부가 북한과의 관계를 잘못 하고 있다는 식으로는 접근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왜 안 줄까… 이유를 잘 모르겠네. (웃음) 남북관계 문제를 내가 잘 알면 말을 하겠는데 알다시피 난 문화예술인이다. 정치는 잘 모른다. 영화제 얘기만 하겠다.

김 지사가 경기도에도 영화제를 하겠다며 집행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했지만 난 고사했다. 온갖 영화제들이 있지만 독창적이지 않아서 싫다고 했다. 일시적인 이벤트가 되니 쉽게 무너지지 않나. 더 철저하게 준비를 하라 그랬다.

그런데 이미 어느 도의원이 발의를 해서 예산이 잡혀 있다는 게다. 해야 하는 상황이니, 좀 해달라는 것이었다. 하려면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김동호-이용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김종현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 등등을 만나 상의했다. 그랬더니, 할 수만 있다면 좋은 영화제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DMZ와 다큐, 상징성이 뭐냐 물으셨다. 진정성과 소통, 평화, 생명… 정말 잘 어울렸다. 전세계에 수천개의 국제영화제가 있지만, 다큐영화제는 50~60개 수준이다. 아시아권에는 일본의 야마가타 다큐멘터리 영화제가 있는데 이것도 정부지원이 약해지면서 격년제로 이뤄지고 있다. 홍콩, 대만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이라면 한번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부산영화제도 초기엔 그저 그랬지만 금세 동경영화제를 따라붙었고 지금은 부산영화제가 훨씬 더 유명하다. 서로 돕겠다는 분들이 많았고 나도 공부를 많이 했다.

솔직히, 다큐멘터리 제작감독들… 좌파다. 색깔을 끼고 본다. 다큐의 진정성보다는 경기도를 돋보이게 하려는 이벤트 쇼 아니냐, 지적을 많이 받았다. 또 영화만 하는 게 아니라 엮여서 하는 행사가 많다. 자전거 타기, 걷기 등등 진정성이 결여돼 보인 모양이다.

그런데 이 영화제는 다큐마니아를 위한 그들만의 축제가 돼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경기도민의 세금으로 이뤄진 만큼 일반시민들도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부대행사들이 많았다.

그런데 정말 제1회 영화제 때는 컨텐츠가 좋아서 감독들에겐 외면 받았지만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올해는 많이들 오실 것으로 예상한다. 또 한국의 다큐멘터리 제작지원비를 보강해주기로 했다."

"퐁당퐁당 교차상영...정부도 답을 못하더라"

경기도문화의전당 이사장직을 맡은 배우 조재현.
 경기도문화의전당 이사장직을 맡은 배우 조재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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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회 영화제 때 통일부 장관은 참석하고 문화부장관은 참석하지 않은 영화제로 기록될 것이라고 어느 인터뷰에서 말했는데, 유인촌 장관은 왜 안 왔나.
"글쎄… 일정이 안 됐나? 왜 안 왔을까? 내가 그런 말을 했나? 하하. 그 영화제가 문광부 후원이었는데. 올핸 오시라고 문자라도 보낼까. 하하."

- 문화행정도 바쁘실 텐데, 새로 영화도 크랭크인 하신다. 예지원과 영화 <더 킥> 촬영에 돌입한다고 들었다.
"원래는 9월말 찍기로 했는데, 이 영화제 개막이 9월 9일이고, 이사진도 꾸려야 하고, 사장도 선임해야 한다. 일이 많아 촬영을 한달 연기했다. 10월말부터 촬영을 시작한다."

- 지난해 2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집행자>의 교차상영 문제로 눈물의 기자회견도 열었다. 영화계 발전을 위해 저예산 영화도 지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직접 유 장관을 만나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는데.
"솔직히 그 기자회견장엔 가지 않으려고 했다. 사람들이 뭐라 하겠나. 결국 자기 영화 살리려고 저러는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할 게 아닌가. 난 그런 게 싫어서 차라리 내 영화가 아니라면 가겠다고 했다.

여튼, 그날 내가 눈물을 흘린 건 엘리베이터를 타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는데 스태프들이 보였다. <집행자>는 저예산 영화였다. 원래 10억 원짜리가 아니고 20억 원이 넘는 건대 인건비를 낮추고 촬영 횟수를 줄여서 그렇게 만든 거다. 당연히 배우의 출연료도 낮췄다. 스태프도 60명이 필요한데 30명만으로 했다. 그러니 일은 두 배로 많고 보수는 반으로 줄어든 게다. 그때 경기도공연영상위원회를 맡아 일을 하고 있었는데, 분장하는 친구에게 물었다.

'어떻게 사니?' '남자애들은 대리운전 제일 많이 하구요. 여자애들은 뭐 다른 쪽 일을 해요.' 참담했다. 사실 영화가 그렇게 쪼그라들면 막내부터 일을 그만두게 된다. 감독들은 딴 걸 할 수 없기 때문에 못 움직인다. '너희는 안 힘드니?' 말이 없었다.

눈물이 났다. 그때 김 지사를 만나 얘기했다. 영화계가 너무 힘들다, 지사께서 생각이 있다면 영화펀드를 만드시라, 경기도가 생색도 나고 얼마나 좋으냐고 그랬다. 구두로 오케이 했다. 그래서 300억 원짜리 펀드가 조성된 게다. 그 역할을 해준 게 영화 <집행자>였다.

여하튼, 촬영이 다 끝나고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이 영화가 전문용어로 '퐁당퐁당' 교차상영 결정이 내려졌다고 하니까 좀 울컥했다. 첫 주 스코어로 볼 때 이 영화가 100만도 바라볼 수 있었다. 사실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으면 스태프들에게 돈을 더 줄 수 있다. 그런데 그게 안 되니까 그냥 끝나게 된 게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울컥한 거다.

극장주 처지에서 보면, 사실 퐁당퐁당이라도 하는 사람들은 그나마 나은 거다. 아예 해외 블록버스터만 트는 극장주도 있다. 그래도 퐁당퐁당이라도 해주는 극장주는 한국영화에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인 게다. 극장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구조라는 것도 알게 됐다. 그러니, 상업 논리로 볼 때 당장 대형 블록버스터 들어오면 안 틀고 어떻게 배기나. 그래서 사실 국가에서 제도적 대안을 마련하라고 문광부를 찾아갔었는데, 국가도 답을 못하더라."

"스크린쿼터 논란, 정책적으로 대안을 만들지 못했다"

- 교차상영의 대안이 없는 건가. 왜 국가가 답을 못했을까.
"유인촌 장관은 나름 극장주와 제작사들을 만나 설득도 하고 미팅도 했다. 유 장관이 무조건 일을 안 하는 사람이라는 건 잘못된 인식이다. 유 장관도 많이 접촉했지만 한계에 부딪친 것이다. 문광부뿐 아니라 다른 부처와도 연관돼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얘기하자. 사실 스크린쿼터 축소시킨 건 노무현이다. 이창동 감독 시절에. 아닌가. 또 사실 스크린쿼터가 반 토막 나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영화계에 정책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만날, 사람들 모아 데모만 할 줄 알았지, 정책적으로 대안을 내고 이러질 못했다. 그게 아쉬움이다."

- 충무로 영화판, 최근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보나.
"이 정부는 영화인들 연극인들을 좌파라고 보고 있다. 특히 독립영화, 저예산영화, 연극인들. 시국선언에도 영화인들이 제일 많이 참여했다. 그렇게 색깔을 나누는 정부가 맘에 드는 건 아니지만, 우리 판도 반성해볼 대목이 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영화판에서 선거 때 한나라당 찍었다고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 받는다. 이건 굉장히 문제라고 본다. 선거철, 독립영화인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 가서 한나라당 찍었다고 하니 사람을 이상하게 보더라.

연극판에서 4대강 얘기하고 반대하지 않는다고 하면 완전히 이상한 사람 보듯 한다.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것, 굉장히 위험한 거다. 다큐멘터리, 한국영화계 진보적 성향을 갖고 있다. 나도 안다. 나도 진보가 좋다. 발전해야지. 그런데 정말 진보를 위해서라면 그 안에 내부적으로 반대의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완전히 발도 못 붙이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진보의 그릇이 점점 작아지는 거다.

내가 왜 김미화, 김제동을 언급했겠나. 너희들이 말하는 그놈의 성향이라는 걸 다 섞어보겠다는 의도다. 자꾸 그런 정치적 잣대와 색깔을 들이밀지 말라는 게다. DMZ영화제 조직위원회를 보라. 손숙, 김대중정부에서 환경부 장관 하셨다. 이순재 선생님, 우파로 알려졌다. 최불암 선생님, 극우로 불린다. 그분들은 아무 생각이 없는데 언론과 정치권이 멋대로 분류하고 섞었다. 그래서 나도 정치적 성향에 전혀 묶이지 않게 섞겠다는 것이다."

- 개인적인 얘기 좀 해보자. 한국의 알파치노가 되겠다고 하셨다.
"내 이미지 많이 좋아졌다. <나쁜 남자>로 아주 나쁜 놈이 됐지만, 그래 오늘 <나쁜 남자>로 마무리하자. <나쁜 남자>에 나온 '나쁜 남자'는 정말 나쁘다. 그런데 그가 왜 그렇게 됐을까, 불쌍한 남자, 안타까운 남자, 그가 그렇게 된 원인과 사회에 대한 비판이 먼저 아닌가 싶다."


태그:#조재현, #경기도 문화의 전당, #조승희, #손숙, #최불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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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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