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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5일. 운전한 지 7년째, 마누라는 17년째다.

둘 다 처음 겪는 일을 하루에 두 번이나 당했다.

 

5일은 벌초를 하러 가는 날, 서울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가다 서해안 고속도로에 접어들었다. 아이들과 함께 가는 길이라 재미있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목적지를 앞두고 잠시 휴게실을 들렀다 나왔다. 휴게실에서 심심해하는 아이에게 먹을 것도 사주면서.

 

그렇게 일상과 다름없이 목적지 IC를 나가는데 갑자기 비상상황이 돼 버렸다. 핸드브레이크 아래 놓아둔 고속도로 통행권이 없어진 것이다. 급하게 차를 노란 선 안으로 이동시키고, 내려서 차를 다 살펴보는데 없다.

 

"아빠 뭐 찾아?"

"응 노란색 요금표"

"그거 아까 휴게실에서 버렸는데?"

"그걸 왜 버려?"

"엄마가 버리라고 했어."

(엄마) "내가 언제? 그걸 왜 버려?"

(아이) "내가 표 있다고 했는데 엄마가 몰라몰라 하면서 버리라고 했어."

 

내 기억에 고속도로 통행권을 분실하면 부산(반대일 경우 서울)에서 출발한 요금으로 계산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아이고 4000원 정도면 되는 거리인데 몇만 원이 들어가겠구나 생각하고 고속도로 사무실로 들어가서 상황을 설명하니 확인서를 한 장 준다.

 

"이번 한 번은 선생님이 시작한 곳에서의 요금으로 하지만, 기록이 남습니다. 2년 내에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부산에서 출발한 것으로 처리됩니다. 주의하세요."

 

그래서 결국 처음 출발한 서서울에서부터의 요금만 치르고 나올 수 있었다. 그렇게 선산에 도착해서 오랜만에 만난 사촌 형님들과 조카들과 못다 한 이야기도 나누며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다시 돌아오는 길. 너무 졸음이 쏟아져서 핸들을 마누라에게 맡기고 나는 아이를 안고 잠을 자고 있었는데 잠결에 갑자기 "어떻해…" 하는 소리가 들린다. 눈을 떠보니 우리 차는 하이패스 차량이 아닌데 하이패스 통로에 반쯤 들어와 있었다. 

 

다시 뒤로 가려고 하니 너무 긴데다 바로 우리 차 뒤쪽으로 다른 차량이 들어오고 있었다. 잠깐 서 있다가 그냥 통과하는데 요금소 옆 전광판에 "미부착 차량입니다"라는 경고글씨가 눈에 확연하게 들어온다. 결국 요금소 지나서 다시 차를 세우고, 또 고속도로 사무실에 들어갔다.

 

이러저러한 상황을 설명하니 "800원입니다"라고 한다.  

돈을 지불하고 잠시 어색한 상황,

 

"이게 끝인가요?"

"아 영수증 드릴게요."

 

영수증을 받아들고 나오면서 '차가 너무 막혀서 정신이 없었던 거야, 그래도 사고 안 나고 무사히 집에 다 왔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자'라고 속으로 말했다. 운전경력이 꽤 되는데도 처음 겪는 황당한 상황에 당황했던 하루였다.  

 

이 땅의 모든 운전자 여러분, 어떤 황당한 상황에도 침착하게 대처 하세요. 그리고 요금표는 잃어버리지 마세요. 가장 흔한 경우는 차 문 열고 가다가 바람에 날아가는 경우랍니다.

고속도로에서는 문을 꼭 닫고 다니시고 아이들 말이라고 우습게 듣지 말고 잘 새겨들으세요.


태그:#하이패스, #벌초, #요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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