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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지난 태풍 '곤파스'에 이런저런 피해를 입은 탓에 긴장이 되어 하수구를 살펴보니 나뭇잎 같은 것들 때문에 물이 원활하게 빠지질 않는다.

 

폭우 속에서 이리저리 뛰다보니 비맞은 생쥐꼴이 되었다.

오전에만 해도 폭염 속에서 '덥다!'를 연발했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니 종잡을 수없는 날씨는 분명하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지만, 폭우로 하수구가 불안해 약속시간을 늦췄다.

그렇게 정리를 하고 샤워를 하고 있는데 딸 아이가 부른다.

 

"아빠, 무지개 떴어!"

 

 

"네가 먼저 올라가서 찍어! 아빠 금방 갈게!"

 

씻는둥 마는둥 하고 옥상으로 올라가보니 언제 그랬냐는듯 하늘이 청명하다. 그러나 무지개는 이미 온데간데 없다. 무지개사진 하나 담아보고 싶은게 작은 소원인데 몇 번 만날 때마다 카메라가 수중에 없거나, 사진을 담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제주도에 살 적에는 바다에 뜬 기가막힌 무지개를 그냥 놓쳐버렸다. 그리고 서울에서도 퇴근길에 무지개를 만났지만, 차를 세울 수 없는 곳이라서 그냥 눈으로만 바라보았다.

그리고...무지개를 담는 행운을 포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비 쫄딱 맞고 들어와 잠시 샤워하는 사이에 무지개가 떴다가 사라졌다.

이, 왕짜증...

 

딸 아이는 너무 기분이 좋다고, 행복하다고,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고 한다.

 

"아빠가 뽀뽀해 줄까? 그거 좋은 일 아녀?"

"에이, 저질 아빠."

 

하늘이 너무 예쁘다고 친구들에게 전화가 왔다. 이젠 나와도 되는데 운동화 하나만 챙겨오란다. 다 젖었다나 어쨌다나.

 

무지개, 내가 만나지 못했어도 딸 아이가 만나 그렇게 좋아하니 그것만으로도 본 것이나 다름없다고 해야할 것 같다.


태그:#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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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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