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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가 삼락둔치 경작지에 4대강정비사업의 준설토 야적장을 설치할 예정인 가운데, 농민들은 이를 반대하며 경작지 입구에 깃발을 내걸어 놓았다.
 부산시가 삼락둔치 경작지에 4대강정비사업의 준설토 야적장을 설치할 예정인 가운데, 농민들은 이를 반대하며 경작지 입구에 깃발을 내걸어 놓았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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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세무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행실이 좋지 않은 공무원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을 미혹하게 하여 속인다"는 뜻입니다. 이 말은 19세기, 과거 왕이 다스리던 시대에나 있는 것이라고 알았습니다. 그런데 21세기 과학의 상징인 스마트폰이 세계에서 가장 유행하는 나라 우리 대한민국에서 장난이 아닌 현실로 버젓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혹세무민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강은 부처님이며 하느님이며 자연의 바탕이며 생명 그 자체입니다. 그러므로 강은 자연 그대로 굽이굽이 흘러야 합니다. 그래서 물살이 빠른 곳도, 느린 곳도 있어 고속도로처럼 속도를 즐기는 놈은 빠른 물살에서, 지리산 둘레길처럼 만행을 즐기는 놈은 느린 물살에서 놀 수 있어야 합니다.

수심이 깊은 곳도, 얕은 곳도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깊은 곳 좋아하는 놈은 깊은 곳에서, 얕은 곳을 좋아하는 놈은 얕은 곳에서 놀 수 있습니다. 차가운 곳도 따뜻한 곳도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온천을 즐기는 놈은 따뜻한 물에서, 냉욕을 즐기는 놈들은 차가운 곳에서 신나게 놀 수 있습니다. 하루에도 온도 따라 낮에는 위로 밤에는 아래로, 계절따라 여름에는 차가운 상류로 겨울에는 따뜻한 하류로 오르내리게 됩니다.

지금 한창 불도저로 파헤치고 있는 모래도 강물처럼 상류에서 하류로 살아 흐르는 유체입니다. 그래서 자연준설과 자정 능력을 통해 항상 깨끗합니다. 그래서 백사장이라고 하지요. 이런 강이어야 다양한 수서식물이 자라고 수서곤충이 살게 됩니다. 소위 생물종다양성과 먹이사슬이 완벽한 강이 됩니다.

아름다운 부산 삼락둔치도 사라질 위험에 처했습니다

이같이 완벽했던 4대강이 지금 댐으로 정형수술을, 보로 성형수술을 강제로 받으면서 토막나고 있습니다. 이제 제방으로 몸을 마사지 받고, 체육 공원·유원지·고급식당·별장 등으로 꾸며지면 생태적 관광지와 놀이문화가 총집합된 소비적인 관광지로 변질될 것입니다. 강 주변에 땅을 가진 지주들은 땅값이 오르게 되자 혹세무민되어 4대강 살리기를 편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와 댐으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완성되면 강은 호수처럼 바뀝니다. 그래서 물살도, 깊이도, 온도도 같아지면서 세계 유일종인 단양쑥부쟁이는 물론 다양한 동·식물들이 사라지게 됩니다. 이것은 그 어느 가치와도 비교할 수 없는 생태계의 대재앙입니다.

이렇게 댐과 보로 정형수술·성형수술을 하고 제방으로 마사지하고 유원지와 별장으로 꾸미는 것은 모든 생명의 보금자리인 4대강의 자궁(子宮)을 무참히 거덜내는 것입니다. 이것은 4대강 '살리기'가 아니라 4대강 '미라' 만들기입니다. 5000년 전 이집트 투탄카멘의 미라가 우리나라에서는 4대강의 미라로 변하고 있습니다. 생명이 사라지고 예쁘게 꾸며진 미라가 중요합니까? 생명이 우주 질서에 따라 살아있는 자연이 중요합니까?

요즘은 살아있는 생태관광의 시대입니다. 제주도 올레길과 순천만을 보십시오.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돋음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민심뿐만 아니라 천심까지 외면하고, 법도 무시하고, 절차도 무시하고, 환경영향평가도 무시하고, 필요성도, 타당성도, 정당성도 없는 오만한 MB정부의 4대강 살리기는 당장 중지되어야 합니다.

특히 부산에 위치한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삼락둔치는 낙동강의 환경과 생명의 상징입니다. 몇 년 전 510억 원을 들여 친환경으로 복원하여 생물종다양성 1등급으로, 자연생태경관 1등급으로 지정된 생태계의 보고입니다. 그래서 친환경 도시농업은 물론 큰고니, 큰기러기, 맹꽁이 등이 살고 있는 부산의 자랑입니다. 그런데 이곳도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4대강 살리기는 미래를 없애는 대재앙

지난 8월 29일은 나라가 일본에 망한 지 100년이 되는 부끄러운 날, 국치일이었습니다. 왜 망했습니까? 여러 가지 이유가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당시 백성들이 침묵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많은 국민들이 4대강 사업에 대해서 마음으로는 반대하면서도 행동으로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100년 전에 나라가 망했다면 지금은 환경이 망해가고 있습니다. 침묵하다 나라가 망했습니다. 환경파괴에도 침묵해야 합니까? 이후 많은 국민들이 죽은 환경의 무덤을 보고서야 청개구리처럼 울면서 환경에 관심을 갖는다고 해도, 그때는 늦습니다.

가롯 유다가 예수를 30량에 팔아먹었다면, 지금 MB는 카인이 되어 4대강에 22조+알파의 국고를 탕진하면서 하느님께 봉헌하고 있습니다. 100년 전 이완용이 나라를 팔아먹었다면, 오늘날 MB는 환경을 팔아먹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4대강 살리기'는 국민을 혹세무민하면서 국민이 낸 세금을 탕진하고 뭇 생명을 죽이고 국토를 파괴하고 미래를 없애는 대재앙입니다.

지금 많은 국민들은 MB정권의 혹세무민에 마취되어 깨어날 줄을 모릅니다. 먼저 깨달은 우리가 앞장서서 무식하게 녹색성장을 강조하는 대통령에게 충고하고, 국민에게 진실을 알려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 활동가들이 목숨을 걸고 이포보와 함안보에 올라가지 않았습니까? 우리 함께 힘을 합쳐 4대강을 살리는데 앞장섭시다. 그래서 자연과 상생하는 생태계 인드라망이 온전한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을 만들어 갑시다.

덧붙이는 글 | 김희욱 기자는 부산환경운동연합 상임대표 겸 낙동강지키기부산본부 상임대표입니다.



태그:#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부산환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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