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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로 내상을 입은 이명박 대통령이 발 빠르게 국면 전환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30일 오전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청와대가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총리와 장관의 사퇴를 받아들였다"며 "청와대를 비롯한 공직사회가 솔선수범해야 한다. 솔선한다는 것은 다소 불편하고 자기희생이 따를 수도 있지만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지킴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공정한 사회를 전파할 수 있다. 청와대가 스스로 지키고 공직사회가 가장 먼저 시작할 때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전반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 청와대 직원들부터 인식을 공유해 달라.

 

... (중략) 우리의 목표는 선진일류국가다. 선진일류국가는 경제성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공정한 사회로 가야만 될 수 있다. 공정한 사회가 안 되면 경제성장도 한계가 있다. 공정한 사회를 통해 갈등과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7일 확대비서관 회의에서도 "공정한 사회를 위해서는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 청와대가 그 출발점이자 중심이 되어야 한다"며 비슷한 취지의 말을 한 바 있지만, 청와대 대변인은 "어쨌든 미래를 향한 메시지"라며 대통령 발언이 공직후보자들의 사퇴를 암시하는 게 아니라는 취지로 해명했었다.

 

국민들의 비판 여론에 밀려 8·8 개각의 모양새는 흐트러졌지만,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사태를 오히려 '공정한 사회'라는 후반기 모토를 선전하는 기회로 삼는 듯한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은 여당이 요구하는 청와대 인사검증 책임자들의 문책과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의 거취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전날 사퇴한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를 제외한 모든 인사청문 대상자들이 임명장을 받게 된다.

 

조현오 후보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과 천안함 유족 비하 발언, 1억7천만원의 부의금, 위장전입 등의 문제점을 들어 야당들이 '동반 퇴진'을 요구하는 인물. 특히 조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유무에 대해 "더 이상 제가 발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자신의 '말실수'를 인정하지 않은 점이 야당의 분노를 사고 있다.

 

청와대는 일찌감치 "조 후보자는 이미 낙마한 3인과는 다르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9일 출입기자들과 만나 "조 후보자의 발언이 적절치 않았다는 점은 있지만, 다른 후보처럼 도덕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낙마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태호·신재민·이재훈 3인의 경우 공직후보자의 자격과 직결되는 말 바꾸기와 부동산 투기 등의 문제점 때문에 보수와 진보로부터 모두 질타를 받았지만, 조 후보자의 '노무현 차명계좌' 발언은 보수층으로부터 '소신 발언'이라는 호평까지 받았다.

 

이번 인사파동으로 대통령의 레임덕 얘기까지 공공연히 나오는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인물에게 경찰을 맡겨야 한다"는 실리와 야당의 요구대로 조 후보자까지 낙마시킬 경우 정국의 주도권을 완전히 내줄 수 있다는 정치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대통령은 "총리직은 오랜 기간 공석으로 둘 수 없으므로 적정기준에 맞으며 내각을 잘 이끌 사람을 찾고 있다"고 하면서도 "문화관광체육부와 지식경제부는 현재 장관이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만큼 서두르지 않고 적정한 시점에 인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김태호의 낙마로 '40대 젊은 총리'를 대선후보로 키우겠다는 구상이 헝클어진 만큼 공직사회를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관리형 총리'를 낙점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태그:#이명박, #조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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