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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책, <나는 반대한다>를 출간한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책, <나는 반대한다>를 출간한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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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40년 학문은 힘이 없지만, 내 60년 삶은 간절하다."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이유는 '삶의 간절함'이었다. 김 교수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한 인간으로서 온 삶을 던져 '나는 반대한다', '강을 죽이지 마라'라고 외치는 것"이라고 말한다.

80년대 초 비철금속 공업단지가 들어선 경남 울산 온산읍에서 발생한 공해병 '온산병'을 밝혀내는 데 앞장 섰던 교수. 새만금사업의 환경파괴를 지적하며 사업 중단을 외쳤던 지식인. 이명박 대통령의 대운하사업을 반대하는 전국 2000여 교수들의 대표.

한국의 대표적인 환경학자인 그가 4대강 사업에 대한 '종합 비판서' <나는 반대한다-4대강 토건공사에 대한 진실 보고서>(느린걸음 펴냄)를 출간했다. 40년 연구해온 환경 공학을 기반으로 정부의 논리를 반박하는 것은 물론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삶을 위한 반대'라는 의지를 담았다. 26일 오후 서울 종로 '나눔문화' 사무실에서는 <나는 반대한다>의 출판 기념회가 열렸다.

"4대강 사업은 국민의 것 훔쳐가는 엄청난 도둑질"

"정부는 국민들의 반대와 전문가들의 이견을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치부해 버리며 일방적으로 공사를 밀어붙이고 있다. 나는 그런 모습을 오랫동안 보아왔다. 새만금간척사업, 인천국제공항 건설사업 등 대형국책사업을 몰아붙일 때마다 그 사업에 이권이 걸린 사람들은 다른 의견을 무시하고 매도했다. 그때마다 나는 그 거대한 힘 앞에서 '반대만 하는 교수'라고 불려야 했다."

김정욱 교수가 책의 머리말에 남겨놓은 자신의 이력이다. 김 교수는 출판기념회 저자 강연에서 또 다시 '반대만 하는 교수'가 돼야 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왜 반대를 하는가 묻는 사람이 많은데,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꼭 이론을 대고 설명을 해야 하는가.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가'에 이론을 들이대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을 파괴하면 안 된다는 것은 '논리'가 아니라 '도덕'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도둑질 가운데 가장 악질인 도둑질은 공공의 재산을 훔쳐가는 것"이라며 "4대강 사업은 국민의 것을 훔쳐가는 엄청난 도둑질"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의 말은 책 머리말에서도 강조된다.

"4대강 토건공사는 우리 생명이 걸린 문제이고, 우리 국토의 문제이며, 우리의 미래가 걸린 문제이다. 이것에 대해 '나는 반대한다'라는 말 말고는 어떤 다른 말이 필요하겠는가. 강을 죽이고 생명을 파괴하는 야만 앞에서는 반대 이외에는 답이 없다."

"100% 진행돼도 되돌려야 한다"

<나는 반대한다 - 4대강 토건공사에 대한 진실 보고서>. 출판사 느린걸음
 <나는 반대한다 - 4대강 토건공사에 대한 진실 보고서>. 출판사 느린걸음
ⓒ 느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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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 교수의 반대 논리는 단지 '해야만 하는 것'이라는 '인간적 선언'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김 교수는 책을 통해 "4대강 토건사업의 명분"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도 학자로서 4대강 사업의 허구성을 꼬집었다.

김 교수는 "4대강 사업의 명분 가운데 하나가 물 부족 해결이라고 하는데, 정말 물 부족국가라면 골프장 허가를 내주면 안 된다"라며 "골프장은 비가 오지 않을 때 하루 1000여 톤의 물을 사용한다. 그런 골프장을 수천 개 허가해주고 물 부족국가라는 뻔뻔한 소리를 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정부가 물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 준설을 하고 있다는 것도 틀린 말"이라며 "준설을 쌓인 것을 떠낸다는 것인데 지금은 맨땅을 깨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대표적인 토건국가로 경제를 망친 것이 일본"이라며 "우리가 그 길을 뒤 따라 가고 있기 때문에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공사가 99%가 진행됐다면 1%라도 되돌려야 하고 100%가 진행되더라도 다시 되돌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출판 기념회에는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해 앞장서온 각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평소 4대강 사업을 비판해 온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홍종호 환경대학원 교수가 대신 읽은 축사에서 "'죽이기'가 '살리기'로 둔갑하고 파괴가 복원으로 둔갑하는가 하면, 생태계의 가장 위험한 적이 절친한 친구를 가장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강에 깃들이고 사는 수많은 생명들이 무슨 죄가 있어 불도저와 포클레인에 짓밟혀야 한단 말인가?"라고 개탄했다.

이 교수는 "이 암담한 상황에서 이 책이 하나의 결정적인 전환을 가져올 기폭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며 "이로 인해 빈사 직전의 우리 생태계가 기적적인 회생의 계기를 맞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4대강사업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의 대표 조해붕 신부는 "실천하지 않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다"라는 사도 바울의 말을 인용, "많은 사람들이 강 살리기를 위해서, 환경 살리기를 위해서 실천하고 참여하는, 또 진실을 알려 지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서울 조계사에 차려진 한강선원장 지관 스님도 "<나는 반대한다>는 중고등학생도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4대강 죽이기 사업에 대한 '비판 교과서'"라며 김정욱 교수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태그:#4대강, #서울대, #이명박, #김정욱, #4대강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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