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제주시교육청이 17일 제주도 모 중학교 P교장의 성희롱 사실을 고발한 A교사를 경고조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시교육청은 A교사를 2학기 때 '강제인사조치'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A교사는 "제주시·도교육청이 P교장의 성추행·비리 의혹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는 등 P교장은 비호하면서 힘없는 평교사에게만 보복성 징계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A교사 "학교장 성추행·비리 사실 알게 돼도 말해선 안 되는 건가"

지난 4월, A교사는 국가인권위에 "P교장이 학생들 중 일부를 상습적으로 성희롱·성추행했다"며 진정을 접수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7월 14일 "우리 교장선생님의 '변태짓'을 고발합니다"라는 기사를 통해 P교장의 성희롱·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P교장은 가출했던 학생을 훈계하는 과정에서 "너 가슴 크다, 모텔 갔지? 남자랑 잤지? 어땠어?"라고 말하는가 하면, 자신에게 인사하는 학생의 팔뚝과 엉덩이를 쓰다듬고, 교장실을 청소하는 학생에게 "얼마나 컸나, 안아보자"라는 등의 언행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제주도교육청에서 P교장을 '직위해제'하고, 16일 국가인권위에서 P교장의 성희롱 혐의를 인정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P교장의 성희롱 혐의가 인정된 지 한 달여 만에 제주시교육청은 A교사를 징계했다. 제주시교육청은 17일 A교사에게 전달한 경고장에서 "A교사가 교육공무원으로서 품위를 유지하고,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엄수하여야 함에도 '학교장의 성희롱 및 학교운영 관련 진정서' 제출 등 일련의 과정에서 교육공무원으로서 품위를 손상했다"고 징계사유를 밝혔다.

이 경고장에서 제주시교육청은 "학생과 상담내용을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제공하여 학생정보 보호원칙 및 비밀엄수의 의무를 지키지 않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한 진정서의 관리를 소홀히 함으로써 (진정서가) 언론에 유포되어 개인정보가 유출되었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한 진정서의 내용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도교육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학교장의 학교운영 관련 내용을 탑재하는 과정에서 교육청의 안내를 따르지 않았다"는 점도 징계사유로 들었다. '복종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A교사는 지난달 10일과 11일, 도교육청에 글을 올려 P교장이 교장의 직위를 이용해 물품 구입 시 특정업체에서 구매하도록 했다는 등의 '비리'를 고발한 바 있다. 이에 제주시교육청은 "A교사가 고발한 비리 내용 가운데 상당 부분이 인정된다"는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P교장에게는 '파면' 아닌 '해임' 처분... 성희롱 교장 감싸기?

제주시교육청의 결정에 대해 A교사는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A교사는 "그러면 앞으로 학교장의 성추행이나 비리사실을 알게 돼도 그 누구도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건가"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A교사는 "업무상 알게 된 일을 고발했다는 이유로 비밀을 누설했다고 한다면 앞으로 누가 아이들을 보호하려 하겠나"라고 우려했다.

특히, A교사는 "제주시·도교육청이 P교장의 성추행·비리 의혹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 없이 이를 고발한 평교사에게만 보복성 인사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도 교육공무원 일반징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징계위를 열고, 8월 말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었던 P교장을 '해임' 결정했다. 퇴직금(연금 포함)의 50%만 지급되는 '파면'과 달리 '해임'은 퇴직금이 100% 지급된다. 성희롱·비리 혐의가 인정된 교직원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제주시·도교육청은 지난 4월 인권위에 진정이 접수된 이후 줄곧 P교장을 감싼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제주시교육청은 관할 중학교에서 2년 넘게 성희롱·성추행이 지속되고 있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지난 4월 인권위에 진정이 접수된 후에도 인권위의 결정문만 기다릴 뿐 해당 학생·학부모에 대한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제주시교육청이 처음으로 입장을 밝힌 지난 9일에도 김상호 교육장은 성희롱 의혹이 "인사에 불만을 품은 A교사의 모함"이라는 P교장의 '해명'만 전했다. "작년에 주로 있었던 일인데 지금 와서 거론하는 것도 고통"이라며 "해당 학생들도 이를 원치 않을 것"이라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결국, 참다못한 학부모들은 P교장 '처벌'을 위해 형사소송을 준비해야 했다. 제주도교육청이 P교장을 직위해제한 건 여론이 P교장 이야기로 들끓고 난 후인 지난 15일이었다.

이번 교육청의 조치에 대해 A교사는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A교사는 "오히려 이번 기회에 시·도교육청에서 (P교장의 성희롱·비리 의혹에 대해) 제대로 조사가 안 된 것을 전부 조사하도록 제주도 감사위원회에 감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시교육청은 18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번 조치는 내부고발을 한 것에 대한 행정처분이 아니다"라며 "내부고발 과정에서 자료관리를 잘못해서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든가 하는 부분이 있어서 경고조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교사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강제인사조치'에 대해 이 관계자는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인사조치 계획을 밝힌 것"이라며 "그런 분위기에서 그대로 근무하는 것보다는 분위기를 바꿔주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경고 조치로 인한 인사상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그:#성희롱 교장 , #제주시 성희롱 , #제주도 성희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