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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 4학년에 2007개정교육과정 교과서가 적용되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7차 교육과정보다 내용을 줄이고 수준도 학생들에게 맞게 만들었다고 하였는데, 정작 교사와 학부모들은 너무 어렵다고 한다. 3학년에서는 특히 수학, 사회, 도덕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덕은 나오는 낱말이 너무 어렵고 내용이 구태의연한 데다 양이 너무 많아 수업시간이 부족하다고 한다. 7차교육과정에서도 도덕 책이 활동이 많은 데다 국어처럼 쓸 게 많아 이번에는 줄인다고 했었는데, 오히려 더 많고 어렵다는 것이다. 사회는 5학년보다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수학도 5학년에 나올 법한 내용들로 이뤄져 있고, 아이들이 이해를 못할 뿐 아니라 교사조차 알기 어려운 내용이 나온다고 비판을 받고 있다. 아니면 아직 배우지도 않은 내용을 전제로 문제를 풀게 하는 경우도 있다. 그 중 대표적인 몇 가지 사례를 보자.

나눗셈 몫을 횟수와 개수로 나눠?

2학년 수학에서는 구구단을 외우고 한 자리 수 곱셈을 배웠다. 3학년에서는 6÷2=3을 6에서 2를 몇 번 덜어내는 가부터 시작해서 몫을 찾는 방법을 배운다. 그런데 이 문제를 보자.

12÷3=4을 두 가지로 푸는 문제인데, 수학책 56쪽과 57쪽에 나와있다.

 초등학교 3학년 1학기 수학 56쪽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나눗셈을 묶어 덜어내기 식으로 푸는데 보통 포함제나눗셈이라고 부릅니다.
 초등학교 3학년 1학기 수학 56쪽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나눗셈을 묶어 덜어내기 식으로 푸는데 보통 포함제나눗셈이라고 부릅니다.

 초등학교 수학교과서 57쪽에 나오는 등분제 나눗셈 문제입니다.
 초등학교 수학교과서 57쪽에 나오는 등분제 나눗셈 문제입니다.

3학년 아이들이 여기에서 횟수와 개수를 구분할 수 있을까? 많은 아이들이 틀릴 수밖에 없고 교사나 학부모가 봐도 무슨 말인지 알기 어렵다. 56쪽은 12에 3이 4번 포함되어 있다는 포함제 나눗셈이고, 57쪽 설명은 3개로 나눈다는 의미로 등분제 나눗셈으로 분류된다.

사실 그간 이런 개념이 나오지 않았고 교사들도 대학에서나 배운 기억이 있다고 할 정도이니 대부분의 학생들에게는 너무 어려운 개념이다. 그러니 교사도 설명하기가 어려워 얼버무리기 쉽고 아이들도 외우거나 잘 모르는 채 넘어간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수학에서는 단원마다 나온 내용이 서로 연관이 있어서 이 개념을 이해 못하면 다음에 분수에서도 이해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오른쪽으로 밀고 왼쪽으로 뒤집고 돌리고! - 어이상실

잘 이해도 못하는 나눗셈 문제를 풀고 나면 평면도형이 나오는데, 도형을 오른쪽, 왼쪽, 아래쪽, 위쪽으로 돌리고 밀고 뒤집는 활동이 나온다. 7차 교육과정에선 2학년 때 이 과정이 나왔는데, 돌리고 뒤집는다는 표현이 너무 어렵다는 지적이 일어 이번엔 3학년으로 올렸다. 처음에는 조금 단순하지만, 나중에 가면 도형 모양도 복잡해지고 돌리는 방향도 어렵다. 이건 5학년에서 나오는 무늬 만들기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수준으로 봐서는 더 어려워 보인다.

 초등학교 3학년 <수학익힘책>에 나오는 문제입니다. 교과서에도 어려운 게 있었지만 이 문제는 교사나 학부모가 봐도 풀기는 커녕 이해하기도 어렵습니다. 게다가 풀어도 맞는지 틀렸는지 답도 알기 어려우니 학부모들은 더 답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수학익힘책>에 나오는 문제입니다. 교과서에도 어려운 게 있었지만 이 문제는 교사나 학부모가 봐도 풀기는 커녕 이해하기도 어렵습니다. 게다가 풀어도 맞는지 틀렸는지 답도 알기 어려우니 학부모들은 더 답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문제를 아이들에게 풀라고 내놓은 것인가? 골탕 먹으라고 내놓은 것인가? 대부분의 교사가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 이런 유형의 문제는 1학년부터 나온다. 바로 덧셈을 뺄셈으로, 뺄셈을 덧셈으로 바꾸는 역연산 문제인데 구체적 조작기인 저학년 아이들은 잘 이해하지 못할 내용이다. 그런데도 교과부는 창의력을 키운다는 목적으로 어려운 내용을 억지로 넣어 아이들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분수로 나타낼 수 있어요?... 아뇨, 안되는 데요?

대부분의 교사가 도저히 수업이 안 됐다고 하는 내용이 바로 분수 단원에서 두 번째 시간에 나오는 내용이다.

 초등학교 3학년 1학기 분수 문제입니다. 20에서 4개씩 덜어내는 문제인데 아이들이 이해하기에 아주 어려워 많은 교사들이 진땀을 흘렸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1학기 분수 문제입니다. 20에서 4개씩 덜어내는 문제인데 아이들이 이해하기에 아주 어려워 많은 교사들이 진땀을 흘렸습니다.

위 그림과 같은 내용 또는 12는 18의 얼마인지 알아봅시다. 이런 문제가 나온다. 나중에 <수학익힘책>으로 가면 숫자가 커지고 30을 3, 5, 10, 6 등 여러 가지로 덜어내는 방식으로 분수 개념을 익히게 한다.

언뜻 보면 5학년에 나온 약수, 배수 문제와 연관되어 보인다. 많은 교사들은 분수 개념도 안 나왔는데 왜 이렇게 어렵냐고 항변하기도 한다. 7차 교육과정에서 분수 개념은 3학년에 나왔는데 작년에 2학년으로 내려가 버렸다. 때문에 작년에 안 가르쳐본 교사들이 당황하는 것이다. 개정과정에서 분수가 2학년으로 내려간 것이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 그 빈자리에 너무 어려운 내용이 들어가 버렸다.

마지막 8단원에 가면 더 기가 막힌 내용이 많이 나온다. cm, mm, km ,m를 배우고 덧셈과 뺄셈으로 계산하다가 시간과 시각, 분, 초 개념에 시간 계산까지 나온다. 시간마다 다른 개념이 나오는데 이걸 이해하고 문제까지 풀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다음 문제를 보자.

1초를 알 수 있어요.
민석이네 학급에서는 체육 시간에 모둠별로 둘레가 200m인 운동장을 한 바퀴 빨리 걷기로 하였습니다. 민석이네 모둠에는 영수, 종호, 대성이가 있습니다. 민석이의 기록이 가장 빨랐습니다.

- 민석, 영수, 종호, 대성이의 빨리 걷기 기록은 각각 몇 분일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 영수는 민석이보다 시계의 '째깍'소리가 한 번 나는 만큼 늦게 도착하였습니다. 영수의 기록과 민석이의 기록은 얼마만큼 차이가 난다고 생각합니까?
- 왜 그렇게 생각합니까?
<초등학교 3학년 수학교과서 122쪽>

아이들은 자기가 경험한 만큼 세상을 이해한다. 아이들은 운동회 때도 60m나 100m달리기를 하니 200m가 얼마인지 알지 못한다. 하물며 빨리 걷기로 얼마나 되는지 짐작이 될까? 여기에 '째깍' 소리만큼 빠르다니 이렇게 초 개념을 도입하고 싶었을까?

이뿐만이 아니다. 1분이 60초라는 걸 익힐 시간도 부족한데 0시간 0분 0초를 더하고 빼는 식이 나온다. 여기에 시간 단위를 계산할 때는 아이들이 배우지도 않은 내용이 나온다.

395초 = 6분 35초(수학익힘 137쪽)

여기서는 60씩 빼서 풀라는 식인데, 실은 나머지가 있는 나눗셈 개념을 알아야 풀기가 쉽다. 분명히 4단원에서 12÷3, 18÷6 등 한 자리수 나누기를 배웠을 뿐인데 이렇게 어려운 문제가 나오니 교사나 학생들이 당황할 수밖에 없다. 나머지가 있는 나눗셈은 3학년 2학기에나 나온다. 이렇게 교과서 내용이 2학년때 배운 내용과 편차가 크거나 아직 배워지도 않은 내용이 뒤죽박죽으로 섞여 있으니 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수학책을 보완해 학생들이 스스로 풀 수 있도록 만든 <수학익힘책>에 나온 것이다. 뒤에 나온 집필진을 보니 수학책과 조금 다르다. 혹자는 수학익힘은 교과서가 아니니 괜찮다고 할지 모르지만 현장에서는 둘 다 중요한 것이다.

설명은 거의 없고, 문제집 같은 교과서

지금까지 나온 것이 교사들이 가르치며 느낀 문제였다면, 학부모들은 어떨까? 대부분의 학부모들도 교과서를 보면 고개를 흔든다. <수학익힘책> 같은 경우 문제가 너무 어려워 겨우 겨우 풀어도 답이 안 나오니 맞는지 안 맞는지 알 수가 없다. 이러니 교사들이 일일이 학교에서 채점을 해야 해서 부담만 늘고 있다. 그래서 답지라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현재 2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지난 4월 3학년 수학 교과서를 보다가, 너무 화가 나 교과부 장관에게 질의서를 보냈다.

"장관님! 왜 21÷3=7인지 3가지 방법으로 설명하실 수 있습니까? 왜 527+694=1221인지를 만 8세된 초등생들이 3가지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까? 어른인 저도 모르겠어서 참고서를 봐야합니다. 혹시 장관님께서도 모르시겠으면 동봉해드린 00전과 26쪽의 7번, 57쪽의 11번 설명을 보시면 됩니다."  - 학부모 질의서 발췌

한 학부모가 교과부 장관에게 보낸 질의서다. 이런 문제는 교사들에게도 원성을 사는 문제이다. 아직 기본 학습도 안 됐는데 창의성을 키운다며 자꾸 여러가지 방법을 찾아내라니 미칠 지경이다. 시간마다 다른 내용이 나오는데 제대로 풀고 이해시킬 방법도 없고 아이들이 30명이 넘는데 어떻게 다 이해를 시키겠는가? 사실 교사가 칠판에 써 주고 그려줘도 몇몇 아이들은 제대로 못써서 2~3번 검사해도 끝까지 해결이 안 되기도 한다.

이 질의서를 보낸 학부모는 서울에 사는 2학년 학부모인데 교과서를 구체적으로 분석해서 장관도 한 번 풀어보라고 보냈다. 이런 문제뿐 아니라 교과서 전체가 설명이 거의 없어서 문제집 같고, 어쩌다 나오는 설명도 아주 짧아서 도저히 어린 아이들이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란 말이 너무 자주 나와 오히려 흥미를 잃겠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런 식의 문제가 4, 6, 10, 11, 14, 34, 36, 38, 40, 42, 43, 46, 48, 52, 56, 57, 60, 62, 64, 68, 70, 72, 74, 76, 82, 83, 84, 85, 86, 87, 88, 89, 94, 96, 97, 100, 101, 102, 103, 104, 105, 108, 110, 112, 114, 115, 116, 117, 118, 119, 122, 124, 125, 126, 127. 총55쪽에 걸쳐서 58번 나옵니다. 무슨 의도로 이런 문제를 만들었는지 모르겠으나 수학에 흥미를 잃게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 학부모 질의서 발췌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란 말에 대해서는 7차교육과정에서도 교사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대부분 아이들은 "그냥"이라고 한다. 정답을 찾기보다 사고력을 강조하고 학생들에게 각자의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라는 것인데, 수학자가 찾아낸 방법을 무슨 수로 학생들이 찾아낸단 말인가?

이런 방법이 결국 상위권 학생들만 위한 것이라는 비판도 많다. 초등학생 시기에 구체적 조작을 통해 개념을 이해하고 기본적인 내용을 다져야 하는데, 이런 경험도 부족하고 어려운 내용이 많이 나와 학생들이 힘들어한다. 게다가 자꾸 "왜" 그러냐고 물으니 더 괴로워한다. 대부분의 교사들도 처음에는 일부러라도 질문하다가, 나중에는 그냥 없는 듯 넘어가버리게 된다.

어렵고 부실한 교과서 바꿔주세요

그 외에도 많은 이들이 수학 책이 너무 어려워 학교에서 보는 시험 문제도 어렵고, 쓸데없이 "~생각합니까, 왜 그렇게 생각합니까, 서로 생각을 교환해 봅시다" 이야기만 많아 정작 문제 풀이나 이해에 필요한 설명이 없다고 비판하였다. 일부에선 "수학교과서를 보면 분노가 느껴진다"며 "아이가 3학년으로 올라가기 전에 교과서 내용을 제대로 고쳐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런 요구에 대해 교과부는 "교과서 내용은 다른 나라에서 쓰고 있는 방법으로 집필을 했고, 아이들이 2학년에서 선행학습을 했고, 교과서에 있는 방식으로도 충분히 학습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정말 그럴까?

작년에 2학년을 가르쳤던 내가 보기에도 이번 3학년 교과서는 너무 어렵다. 선생님들도 너무 어렵다고 한다. 교과서에 나오는 개념도 어렵지만, 시간 안에 해결하기 어렵고 <수학익힘책>에 가면 교과서에 안 배운 것이 툭 튀어나와 당황스러울 때가 여러 번 있었다.

교사가 이러니 일반 학부모들은 더 당황스럽고 결국 선행학습이나 사교육의 유혹을 받게 된다. 이런 혜택을 못 본 아이들은 기본 개념도 제대로 모른 채 4학년으로 올라가고, 그러다보면, 부진아가 될 수도 있다. 결국 의욕만 앞세우고 아이들의 수준을 제대로 이해못한 채 만든 교과서 때문에 전국의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피해를 입고 있는 현실이다.

덧붙이는 글 | 교과서가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기고 부진아를 만든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다음에는 3학년 사회교과서 내용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보겠습니다. 교과부는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교육을 받고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질적인 연구를 해서 이런 문제를 고쳐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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