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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다소 식상함을 감추기 힘들지만, 이번 6·2지방선거에서도 어김없이 우리의 눈과 귀를 한껏 키워야 할 정도로 관심을 끌었던 재미있는 대목들이 있었다. 딱딱한 정치이벤트는 결코 아니었다. 우리 자신의 이해가 엇갈린 민감한 사안에 관한 이야기도 아니었다. 세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은 어쩌면 하찮을 수 있는 그러나 정치인들에게는 결코 간과할 수 없을지도 모를 세간의 이야깃거리들이었다. 바로 연예인들과 연관된 이야기다.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 기사를 스크린해 보면, 재미있는 뉴스 헤드라인들이 눈에 들어온다.

'연예인 통하면…지방선거 공천 브로커 구속'
'6·2 지방선거, 연예인 지원사격 연달아 불발'
'6·2 지방선거, 연예인 후광효과 미미'
'6·2 지방선거, 스타패밀리 전패?'
'한나라당 수원 장안구 선거패배, 손석희, 김제동 방송중도하차 영향'

한결같이 연예계와 정치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기사는 연예인이 정치계 혹은 선거구도에 미치는 막강한 영향력을 나타내거나, 연예계의 후광이 예전 같지 않다는 내용 등을 다루고 있다. 타이틀만으로도 기사 내용이 재밌을 것 같아 솔깃한 마음이 들었다면, 재미를 배가시키기 위한 사고의 유희를 한번 시도해보자. 이제 이 기사의 내용을 평범하게 받아들이기 보다는 한번 뒤집어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기사가 되는 조건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연예계의 후광효과가 크거나 혹은 크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왜 기사가 되는가를 이해하기 위해서 말이다.

기사를 우리는 흔히 뉴스(News)라고 표현한다. 우리말로 풀어보면, 새로운 소식이다. 그런데 새롭다고 느낄 수 있는 소식이라면, 우리의 일상 속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내용과는 거리가 있어야 한다. 비유를 들어보겠다.

개가 사람을 무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를 기사로 취급하려는 기자가 얼마나 있을까. 물론 상황에 따라선 기사를 반드시 써야만 할 상황도 있을 것이다. 광견병에 걸린 개였기에 질환의 예방적 차원에서 대중들에게 사안의 특성을 공지해야 할 상황이거나, 개에게 물린 사람이 심각한 상황에 놓여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경우들은 예외일 것이다. 그러나 특수한 사실관계가 없는 대부분의 일반적 상황에선 외면당하기 좋은 사안이다. 반면 사람이 개를 물었다면 어떠할까. 일반적이지 않다.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사안이다. 한마디로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가"라며 대중들은 자신들의 이목을 할애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다시 연예인 기사로 돌아가보자. 우리에게 연예인과 정치를 떠올릴 때, 당연하다고 여겼던 사실은 둘 간에는 정적(+)으로 매우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 말을 좀 더 쉽게 풀어보면, 연예권력과 정치권력은 상호보완적 관계에 놓여 있어, 서로에게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라는 것이다. 따라서 선거철에 연예인이 등장해 특정정당 혹은 특정 정당후보를 지지하게 되면, 지지를 받는 쪽은 대중들의 지지를 얻기가 매우 수월하다는 것이다.

나름 근거도 있었다. 과거 선거철이면, 혹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가 있을 때, 막강한 대중동원력을 가진 연예인 몇 사람의 발언이나 행동은 사회적으로 매우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었다. 단순한 사회적 이슈 수준에서 끝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연예인들의 파워에 대해 혹자는 대중을 선동할 수준에 이른다고까지 이야기했었다. 21세기 한국사회의 미디어의존도가 갈수록 심화되는 가운데, 미디어산업에서 연예인은 이 시대의 아이콘이기 때문이라는 관점이다. 또한 이들을 추종하는 팬덤현상은 우리시대의 새로운 종교라고까지 불릴 정도로 강하게 뿌리 내린 대중문화로 인식되고 있다. 덕택에 연예권력이 막강하다고 여겼던 정치권력을 넘어선다고까지 평가했던 이도 있었다.

대중의 자발적 참여에 기반한 '스타 권력'...정치인들 부러움의 대상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날인 2일 오전 서울 성북구 월곡 제1동 6투표소에서 '민주주의 꽃은 선거입니다'가 적혀있는 투표함에 지지하는 후보에게 기표한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날인 2일 오전 서울 성북구 월곡 제1동 6투표소에서 '민주주의 꽃은 선거입니다'가 적혀있는 투표함에 지지하는 후보에게 기표한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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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진보적인 정치성향을 가진 일부 연예인들이 잇달아 방송에서 하차하는 것과 관련, 일부 연예인 혹은 방송인들이 문제를 제기한 'KBS 블랙리스트' 파문은 그 진실여부와 상관없이 연예인들이 지닌 사회적 혹은 정치적 영향력을 인정하기 때문에 발생한 논란이라는 점에서 지금의 논의와 크게 다르진 않다. 대중들에게 막강한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연예인들이 자신들과 다른 시각을 가지고 연예활동을 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특정 정치권력의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불편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금의 상황이 정치권력이 연예권력을 두려워해 통제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표면적으로 드러난 일부 연예인 혹은 방송인들의 주장만 놓고 판단한다면, 가능한 해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을 놓고 볼때, 권력의 관점에서 재단한다면, 연예인에 대한 정의는 예능활동에 국한된 방식에서, 보다 포괄적 범주로 다시 쓰여야 맞을 것이다. 사실 한때는 그리고 지금도 새롭게 수정되어야 할 정의는 일정부분 유효할 수 있다.

연예인의 사전적 정의는 '공중 앞에서 음악, 연극, 쇼, 만담 등을 보이는 일을 하는 연예에 종사하는 배우나 가수 혹은 연극, 코미디, 음악 또는 춤을 통해 공중을 즐겁게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총칭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연예인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더 넓어졌다. 단순히 예능분야에서 공중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사람에 대한 정의가 '대중에게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회·문화·경제적 가치를 지닌 공인'으로 확대되어 인식되고 있다. 그러기에 현대사회는 인기 많은 유명연예인들을 스타에 비유한다. 동경의 대상이 된 스타들은 대중동원력에 있어선 세간의 어느 누구보다도 뛰어난 특성을 보였다. 바로 정치인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대목이다.

생각해보자. 선거철 혹은 정당홍보, 정책발표회 등을 열 때, 정치인들이 사람을 모으는 방식은 무엇인가.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차이가 없는 방식이지만, 뭔가 이해관계가 강하게 얽히거나 하다못해 막걸리 한 사발이라도 준비해서 미끼상품을 내놓지 않으면, 정치집회엔 거의 사람들이 몰려오지 않는다. 그런데 단 몇 시간의 광고에도 산 넘고 물 건너 천릿길을 마다하지 않고 밤을 새워가며, 달려와 기다려주는 대중을 확보한 연예인은 분명 부러움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스타는 하나의 권력이었다. 그리고 그 힘은 놀라울 정도로 강했다.

물론 스타의 권력은 통상적 정치권력이 행사하는 물리적 방식에 의존하진 않는다. 대중의 자발적 참여에 기반을 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강력한 권력으로까지 인식되는지도 모른다. 이쯤 되면 정치권력에서 연예계에 수많은 러브콜을 보내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선거철이 되면 연예인 모시기 경쟁이 일 정도였다.

6·2 지방선거에서도 눈에 띈 연예인들의 선거 지원 활동

지난 6·2지방선거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간스포츠>는 6·2지방선거를 맞아 나타난 연예인들의 유형을 다섯 가지로 재미있게 정리하기도 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선거철을 맞아 연예인들은 소신파, 의리파, 현실참여파, 거절파, 혈연파 등으로 나뉠 수 있다. 이 가운데 거절파만 제외하고는 모두 정치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형태다.

거절파의 경우는 아무리 친분이 강한 정치인이라 하더라도, 선거에 직간접적인 지원을 일체 하지 않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혹자는 연예인들이 과거 정치인들에게 이용만 당할 뿐 실질적인 이득은 없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 등장한 유형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나머지 네 유형은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정치에 관여하는 유형이다.

소신파는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뚜렷하게 나타내는 연예인들을 일컫는다. 이순재·문성근·명계남 등이 대표적인 이 부류의 연예인으로 꼽혔다. 이번 6·2 지방선거에서도 탤런트 이순재는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의 공동후원회장을 맡아 오세훈 후보의 후원금을 모금하는 이벤트에 나섰다. 탤런트 명계남은 강원도 홍천 중앙시장통을 돌며 최근우 민주당 후보 선거 지원에 나섰다. 영화배우 문성근 역시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 운동을 지원했다.

의리파는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지만 후보와의 친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원 사격'을 하는 이들이다. 탤런트 박혜숙과 이혜숙은 최홍건 한나라당 시흥시장 후보와 함께 거리 유세를 벌였고, 아나운서 김승현도 과거의 친분 때문에 윤종건 대구시교육감후보와 함께 거리를 돌며, 선거전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정치판에 직접 뛰어든 연예인들도 있었다. 해당 기사는 이들을 현실참여파로 분류했다. 프랑스에서 영화이론으로 석사 이론을 받은 탤런트 윤동환은 서울 강동구 서울시의회 의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며, KBS 공채 8기 탤런트 김창봉도 성남시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마지막으로 혈연파는 선거에 나선 가족을 뛰었던 연예인들을 일컫는 용어였다. 심은하는 자유선진당 소속으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지상욱 후보의 아내로서, 공식 활동을 자제하던 모습을 벗어나 선거캠프를 직접 찾아 지원유세를 펼쳤다. 탤런트 지성은 전라남도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아버지 지원을 위해 선거 유세를 펼쳤다. 그렇다면 연예인들의 선거지원 결과는 어떠했을까? 과거처럼 연예인과 정치인들의 밀월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달콤한 결과를 낳았을까?

이번 선거에서 '스타파워' 선거에 먹히지 않은 이유는 무엇?

6.2 지방선거가 실시된 2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개표상황실에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비롯한 한나라당 소속 출마자들의 사진과 이름이 적힌 종합상황판이 내걸려 있다.
 6.2 지방선거가 실시된 2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개표상황실에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비롯한 한나라당 소속 출마자들의 사진과 이름이 적힌 종합상황판이 내걸려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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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달랐다. 이미 서두에서 관련 기사의 제목을 통해 밝혔던 것처럼, 이번 6·2지방선거에서는 연예인의 권력, 이른바 스타파워가 잘 먹히지 않았다. 왜일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언론학자다. 즉, 필자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창은 미디어를 통한 해석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그러할 때, 보다 정교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 역시 필자의 해석은 미디어에 근거하고 있다. 해석은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시도하려 한다. 첫째, 대중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주어진 메시지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던 수동적인 수용자(passive audience)로서 대중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반면 시대적 상황에 따라 그리고 미디어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능동적 수용자(active audience) 혹은 이용자(user) 그룹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는 많았다. 그런데 필자는 최근 우리 사회의 신세대를 지칭하는 신조어인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의 특성에 주목해서 이 현상을 설명해 보고자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는 우리말로 옮기면 '디지털 원어민'이다. 이 말이 갖는 뜻을 하나씩 살펴보자.

미국의 교육학자 마크 프렌스키(Mark Prensky)에 의해 처음 언급된 '디지털 네이티브' 집단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신인류이다. 그는 '디지털 네이티브' 집단이 21세기 사회의 주역이 될 것으로 여기고, 기존의 기성세대를 '디지털 이주민(Digital Immigrant)'으로 분류하여 두 집단의 차이에 관한 연구를 하였다. 마크 프렌스키에 의하면,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인스턴트 메신저 세대, 디지털 키드, 키보드 세대, 밀레니얼(Millennial)세대 등 다양한 별명을 갖고 있다.

그런데 굳이 이 세대를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부른 이유는 이들이 디지털 언어와 장비를 마치 특정 언어의 원어민처럼 자연스럽게 사용한다는 뜻에서라고 한다. 이들은 몇 가지 특징적 행태를 보인다. 다양한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한다거나, 신속한 반응을 추구한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다양한 행태 가운데서도 필자가 주목하는 특성은 바로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내길 원한다는 것이다. 그 배경엔 바로 정보 통신수단의 발달이 자리하고 있다.

기술발달에 따른 다양한 뉴미디어의 등장은 사소한 일에까지 개인이 의견을 솔직하게 표출할 수 있도록 하고, 의견의 교환과 합의를 통한 공통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용이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러한 성장환경은 겸양의 미덕을 중시하는 기성세대와 달리 디지털 네이티브들을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주장을 펼치며 합의를 통해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익숙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스타파워 부진은 '능동적 수용자' 등장과 '미디어 변화' 때문

트위터 화면.
 트위터 화면.
ⓒ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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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저력이 드러난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미국 대선이었다. 2008년 2월 유튜브에는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Yes, We can)'라는 4분짜리 동영상이 올라왔다. 인기가수인 윌 아이 앰이 버락 오바마의 선거 연설을 가지고 만든 뮤직비디오였다. 이 뮤직비디오는 2개월 만에 1700만명이 감상했고, 대선에서 오바마 열풍의 진원이 됐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인터넷을 통한 적극적인 의견 표출과 디지털 협업을 통해 이들은 오바마 대통령 당선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지금까지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비난을 받아왔던 젊은 층이 인간관계에 주목한 일종의 소셜미디어(Social Media) 서비스인 페이스북(facebook)과 트위터(twitter)로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서 정치적 변화를 이끈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와 유사한 경험이 있다.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당선되었을 때, 우리 모두는  뉴미디어의 영향력과 이를 적극 활용하는 젊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힘을 직접 경험했다. 사회적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거리로 나선 사람들은 정치이데올로기에 민감한 중장년층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의 결정을 정치적으로 저지하고자 했던 디지털 네이티브였던 것이다. 정치가 미디어를 통제하기 보다는 미디어가 정치문화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이와 같은 트위터 열풍에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을 비롯한 수 많은 정치인들이 앞다퉈 뉴미디어 속으로 뛰어 든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이제 이 대목에서 필자는 스타파워의 약화 현상을 해석하기 위한 두 번째 차원의 이야기를 끄집어내고자 한다. 이미 독자여러분들도 눈치 챘을 것이다. 바로 미디어의 변화다. 21세기 뉴미디어 사회에서 미디어의 소통방식은 더 이상 '대량(mass)'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일 것이다. 개인과 개인, 그리고 이 개인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미디어의 큰 흐름이라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려 울 것이다.

미디어 지형의 변화는 이용자들의 이용행태와 삶의 방식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오죽하면 요즘 아이들은 울 때도 '트윗트윗'하고 울고, 염라대왕이 '그간 잘 살았냐고' 질문하면, '제 트윗 읽어보세요'라는 내용의 카툰도 있다. 생일잔치도 페이스북에서 새로운 친구 추가하는 것으로 대체될 수도 있다고 한다. 사회풍속도를 송두리째 바꾸고 있는 것이다. 학계 역시 이같은 현상에 주목, 한 학자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자체가 커뮤니케이션 효과라고까지 역설한다. 주목해야 할 내용이 그만큼 많고 크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네트워크 서비스에 기반한 미디어들은 예상치 못한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들이 왕왕 있다. 대표적인 현상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정치자원으로서 소셜 네트워크가 활용되고, 이용된다는 것이다. 한 연구조사의 결과에서 드러난 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젊은 세대는 온라인에서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다른 사람과 적극 공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이 웹2.0 환경을 배경으로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치적 투표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18~24세 사이의 소셜 네트워크 사용자 가운데 32%가 자신이 투표한 대통령 후보를 공개했으며, 25~34세 사이의 이용자들은 51%가 친구가 투표한 대통령 후보가 누구인지를 발견했다고 답했다. 과거 투표는 비밀이었고, 이를 어긴다는 것은 사실 매우 강한 연대로 묶인 가족, 그 가운데서 극히 일부의 가족과 공유할 수 있는 정도의 정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젊은 네티즌들,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발전시켜 온 공유문화와 참여문화는 친구망을 통한 정치가 지속적으로 강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한 연구는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는데, 연구결과를 보면 미국 밀레니엄 세대의 경우 64%가 자신의 집단 모두가 동등하다고 믿고 있으며, 이들은 함께 중요한 사회적 혹은 정치적 이슈에 대해 동일한 의사결정을 내리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시 말해 이들은 특정 운동이나 후보에 대한 지지를 집단적으로 확신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 김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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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들은 연예인 이름에 휩쓸려 투표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들에게도 연예인의 파워가 통할까?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마이클 콥(Michael Cobb) 교수팀은 800여 명의 대학생에게 2012년 미국 상원의원 가운데 한명이 대통령선거에 입후보할 의향이 있으며 그를 지지하는 유명인사에 대한 뉴스를 허구로 만들어 보여줬다. 그리고 그 유명인사의 지지가 자신의 투표행동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유명인사의 후광을 입어 정치 집회가 열리면 참석자 수는 늘어날 것이지만 정작 그 인파가 표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유명인사나 연예인의 그 같은 정치활동 때문에 그 정당이나 후보, 유명인사 자신에 대한 전체적인 관심이 줄어드는 부정적 효과까지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예를 들어 유명한 헐리우드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George Timothy Clooney)와 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 가 미국 공화당을 지지한다고 선언하면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평소 그들에게 느끼던 매력의 정도가 줄었다는 것이다. 또한 조지 클루니가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말했을 때 공화당 지지자의 느낌도 마찬가지였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신세대들은 유명인사나 연예인의 이름에 휩쓸려 투표하기보다는 정치적 이슈에 더 관심을 갖고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를 결정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과연 어떠할까. 구체적인 연구결과가 아직 보고되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 역시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소위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보이는 이러한 특성들과 미디어의 변화는 결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며, 오히려 새로움에 적응하는 방식, 그리고 혁신의 확산속도에 있어서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더 신속한 반응을 보이는 특성이 우리에겐 있으니 말이다.

자, 이제 문제를 제기했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연예계와 정치, 밀월은 지속가능할까? 필자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부분적으론, 그러나 과거와 같은 강력한 밀월은 더 이상 어려울 것이다' 이다. 그 이유는 이미 앞선 글을 통해 충분히 제시했다. 이제는 독자 여러분들 역시 스스로의 결론을 위해 한 번쯤 고민해보는 것은 어떠할까.

정치의 계절이 서서히 그 막을 내리고 있다. 6·2지방선거와 보궐선거가 끝나면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정치바람은 분명히 잦아들었다. 그리고 또 어김없이 선거 때가 도래하면, 전국은 정치바람에 한바탕 들썩이게 될 것이다. 그때도 정치인들 곁에서 서로 시너지를 낼 것이라 여기는 연예인들의 모습을 우리는 볼 수 있을까. 그 여부는 우리에게 달려있지 않을까. 우리가 어떤 위치에서 어떤 소스를 통해 정치적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지, 그 문제는 결국 우리의 몫일 것이다.


태그:#연예권력, #정치권력, #밀월, #디지털네이티브, #소셜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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