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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역에서 아침 10시 10분 기차를 타고 민둥산역에 도착한 시간은 12시 43분. 이번 내일로 티켓을 민둥산역(구 증산역)에서 발권했기 때문에, 민둥산역 내일로 플러스 혜택인 정선 일대 가이드 투어에 참가하고 숙박을 하기 위해서 이동했다.

'내일로 플러스'란?
54,700원짜리 승차권 한 장으로 일주일간 새마을, 무궁화 열차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내일로 티켓을 특정 역에서 발권하는 경우 추가로 주어지는 혜택이다. 민둥산역은 내일로 플러스를 처음 시작한 역으로 발권자에게 무료로 숙박, 레일 트레킹, 가이드 투어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열차에서 내리자 '누가 봐도 내일로' 행색인 나를 보고 역무원 분이 "박솔희님이시죠?" 하며 알은 체를 한다. 원래는 어제 밤 기차로 민둥산역에 들어갈 예정이었는데, 알고 보니 내가 타려던 기차가 주말에만 운행하는 특별편이어서 강릉에서 하루 머물 수밖에 없었던 것. 먼 길 돌아 어렵게 도착한 민둥산역. 따뜻하게 맞아 주시는 직원 분들의 환대에 강원도 인심이 이런 건가 싶다.

사비 털어 운영하는 '내일로 플러스', 애향심과 인심 없으면 못할 일

가이드 투어는 오후 1시부터 시작이다. 숙박할 방에 가방을 넣어 놓고 차량에 탑승한다. 오늘의 여행자는 총 다섯 명. 어머니와 함께 온 언니 한 명과 내 또래로 보이는 남학생 두 명, 그리고 나. 두 대의 차에 나누어 이동한다. 모두 역무원 분들의 개인 차량이다.

내일로 플러스 혜택은 코레일 자체에서 제공하는 게 아니라 개별 역 차원에서 운영한다. 시골의 작은 역일수록 역무원들이 그 지역 토박이인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 보니 어떠한 금전적인 보상이나 인센티브도 없지만(본사에서 표창장은 받았다던데) 젊은 내일로 여행자들을 환대하는 마음과 애향심으로 직원들이 사비를 털어 운영하고 있다. 누리는 입장에서는 참 고맙기만 한 마음씨다.

 정선의 꼬불꼬불한 고갯길
 정선의 꼬불꼬불한 고갯길
ⓒ 박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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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비구비 꼬부라진 산길을 달려 처음 도착한 곳은 정선미술관. 개인이 폐교를 사들여 만든 작은 사립미술관이다. 입구에 쓰인 '자연은 세상에서 가장 큰 학교'라는 문구가 인상 깊다.

 산세 좋은 골짜기에 자리한 정선미술관. '자연은 세상에서 가장 큰 학교'라는 문구가 인상 깊다.
 산세 좋은 골짜기에 자리한 정선미술관. '자연은 세상에서 가장 큰 학교'라는 문구가 인상 깊다.
ⓒ 박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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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교를 개조해 만들었다는 정선미술관. 확실히 여느 시골 학교 같은 느낌이다.
 폐교를 개조해 만들었다는 정선미술관. 확실히 여느 시골 학교 같은 느낌이다.
ⓒ 박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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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방문객이 적었다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어느 방문객이 적었다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 박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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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선미술관에 전시돼 있는 목공예품
 정선미술관에 전시돼 있는 목공예품
ⓒ 박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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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안에는 회화 작품을 비롯해 목공예, 도자기, 서예 등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대단한 거장의 작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게 개방된 분위기와 소박한 우리네 공예품들이 아름답다. 산 좋고 물 좋고 바람 좋은 산골에, 어릴 적 모교를 찾은 기분으로 한 바퀴 둘러보니 퍽 정겹다.

도예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어 아이들 체험학습 장소로 좋겠다 싶다. 그러고보니 나도 초등학교 때 이 비슷한 곳으로 체험학습을 가 탁본을 떴던 기억이 난다. 도예촌에 가서 요상한 모양의 그릇을 빚어본 생각도 떠오른다.("어릴 때 데리고 다녀봐야 잊어버릴 뿐, 나이 들면 제가 알아서 돌아다니겠지"하며 게으른 휴일의 핑계를 대는 부모님들, 긴장하시라. 다 기억한다.)

어젯밤에는 비가 잠깐 왔었는데, 오늘은 날씨가 너무나도 쾌청하다. 맑은 산공기를 양껏 들이마신다.

자연은 세상에서 가장 큰 학교, 가장 아름다운 예술

오늘 가이드를 맡은 역무원님은 정선에서 나고 자라 이곳에서 쭉 살고 있단다. 그래서 이 일대라면 손바닥 들여다 보듯 훤하다. 번잡한 도시의 시름을 잊고 강원도의 산세를 즐기는 여행자들에게 익살스런 강원도 억양으로 "시골에 뭐 대단한 게 있겠습니까. 실망하지 마세요"한다. 실망은 무슨, 예술의전당이니 서울시립미술관보다 낫다. 아름다운 자연 가운데 자리했기 때문이다. 자연은 세상에서 가장 큰 학교일뿐만 아니라 가장 아름다운 미술 작품이기도 하다.

유머 감각이 넘치는 역무원님과 모녀 여행자와 함께 유쾌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이내 다음 목적지에 도착했다. 화암팔경에 속하는 '몰운대'란다. '구름도 쉬어가는 마을' '몰운대!! 왜 모른대?'라고 쓰인 장승의 언어 유희가 재치롭다.

 '몰운대!! 왜 모른대?' 몰운데 입구에 서 있는 장승과 비석
 '몰운대!! 왜 모른대?' 몰운데 입구에 서 있는 장승과 비석
ⓒ 박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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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도 쉬어가는 마을, 몰운대!! 왜 모른대?

몰운대는 일종의 절벽인데 층암절벽과 반석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이 절경이라 옛부터 많은 묵객이 찾아들던 곳이라고 한다. 장승이 서 있는 곳에서부터 산길을 따라 약 250미터 가량 오르면 몰운대에 이른다.

 몰운대 오르는 길에 군데군데 서있던 조각. 돌책에는 '몰운대에서'라는 시가 새겨져 있다.
 몰운대 오르는 길에 군데군데 서있던 조각. 돌책에는 '몰운대에서'라는 시가 새겨져 있다.
ⓒ 박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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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가파르지 않아 쉬엄쉬엄 오를 만하다. 가는 중간중간 돌책에 시가 새겨진 모양의 조각들이 서 있어서 심심치 않다. 몰운대가 있는 동네 이름은 몰운리라고 하는데 '구름도 쉬어가는 마을'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그 말이 참 예쁘다.

 까딱 발을 헛디디면 황천행일 반석 위에서 인증샷!
 까딱 발을 헛디디면 황천행일 반석 위에서 인증샷!
ⓒ 박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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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펼쳐진 너른 반석 위에 오르니 다리가 후들거린다. 일행은 서로 절벽 끝으로 가 인증샷을 찍어 보라며 정답게도(!) 권한다. 손사래들을 치어 대지만 그래도 한 명이 찍기 시작하니 다 찍는다. 까딱 발을 헛디디면 말 그대로 뼈도 못 추리게 생겼다.

발 아래로는 고랭지 채소를 재배하는 밭과 비닐하우스, 산골마을이 내려다보이고 시내가 졸졸졸 흐른다. 그 뒤로는 가파른 강원도 산세와 높기만 한 하늘이 파아랗게 펼쳐졌다. 선학을 탄 천상선인들은 물론이고 구름까지도, 그 경치에 반해 머물러 갈 만하다.

 몰운대 아래로는 고랭지 채소를 재배하는 밭과 산골마을이 내려다보인다.
 몰운대 아래로는 고랭지 채소를 재배하는 밭과 산골마을이 내려다보인다.
ⓒ 박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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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운대에서 올려다 본 하늘. 저 구름도 잠시 이곳에서 쉬어가겠지.
 몰운대에서 올려다 본 하늘. 저 구름도 잠시 이곳에서 쉬어가겠지.
ⓒ 박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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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더 많은 사진과 정보는 기자의 블로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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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없는 곳이라도 누군가 가면 길이 되는 거라고 믿는 사람. <청춘, 내일로>, <교환학생 완전정복>, <다낭 홀리데이> 등을 쓴 여행작가. 제4회 오마이뉴스 대학생 기자상(2010), 청춘 기자상(2013) 등 수상. 현 제주도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