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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이겼다. 그들로선 값진 승리다. 단순히 5석을 추가했다는 건 호사일 뿐이지만, 내용을 따져보면 큰 경사다. 현재의 정치구도나 역관계에서 한나라당이 여전히 우위를 누리고 있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기 때문이다.

재보선, 한나라당 승리의 의미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29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오 당선자 등 7.28 재보선 당선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29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오 당선자 등 7.28 재보선 당선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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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수도권에서 승리한 것이 가장 크다. 지난 2008년 총선에서 패배한 지역에서 승리했다. 인천 계양을의 경우, 전통적으로 민주당 텃밭이었는데도 이겼다. 작은 선거에 불과하지만, 수도권이 여전히 한나라당이나 보수를 선호한다는 사인으로 읽을 수도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어쨌든 수도권을 사수하는 데 성공했다. 비록 인천을 잃었지만 인천이 수도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따라서 중원은 지켜낸 셈이다. 대세가 된 듯한 반MB의 공세 속에서 지켜낸 것이라는 게 중요하다. 그러던 차에 다시 이겼으니 그 전략적 함의가 심상치 않다.

또 하나 의미 있는 대목은 충청의 변화다. 세종시 논란이 공식 종결된 뒤, 충청 민심이 어디로 움직일지는 중요한 포인트다. 이번 7·28 재보궐 선거를 보니, 충청이 실리를 선택한 것 같다. 충북 충주에서 출마한 한나라당 윤진식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정책 로또'로 불린 점, 충남 천안에 출마한 김호연 후보가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 유치 공약을 내세워 재미를 본 점 등이 그 증거다.

이런 점에서 한나라당 내에서 수도권을 누가 장악할 것인지가 차기 게임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전체적으로 크게 앞서고 있긴 하지만 수도권에서의 지지는 TK에서의 견고한 지지에 비해 헐겁다. 겉보다 속은 더 취약하다. 이런 점에서 친이가 수도권 민심을 겨냥한 후보를 대항마로 내세우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치열한 격돌이 불가피하다.

7·28 재·보궐 선거에서의 승리가 한나라당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 잠깐 행복으로 그치고 긴 불행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우선 친이의 결집력과 자신감은 한층 더 높아졌다. 차기 경쟁을 둘러싼 당내 갈등과 대립이 조기에 과열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것이다. 친이·친박의 대립 속에 다시 민심과의 불화가 깊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나라당의 의석은 이번 승리로 5석을 보태 180석이다. 절대 과반수 의석이다. 지나친 의석은 일종의 정치적 비만이다. 몸에 해롭다. 위기의식이 느슨해지고, 대오가 흐트러지게 된다. 과욕을 부르고, 오만을 낳기 쉽다. 성희롱 발언과 같은 악재들도 다반사로 터져 나오기 마련이다. 과유불급 아니던가.

과잉 의석은 당연히 견제를 초래한다. 과거 3당 합당에서 보듯이 지나치게 많은 의석을 한 정당이 갖는 것은 견제심리를 자극하게 된다. 약자를 응원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고, 정치적으로 실익이 없다는 게 합리적 판단이다. 그래서 너무 많은 의석은 약이 아니라 독이라 하는 것이다.

민주당에 대한 싸늘한 평가에 주목해야 하는 까닭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박주선 최고위원이 28일 밤 영등포당사에서 굳은 표정으로 7.28 재보선 개표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박주선 최고위원이 28일 밤 영등포당사에서 굳은 표정으로 7.28 재보선 개표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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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한나라당에게 7·28 승리는 반가운 승리이나 빛 좋은 개살구일 수도 있다. 더욱이 자신의 정치적 분신과 정책 매니저가 대승하고 돌아왔으니 MB가 또 얼마나 기고만장할 것인가. 대개 MB가 일방 독주할 때 민심은 어김없이 싸늘한 질타를 받았다. 자칫 지방선거 때보다 더 큰 선거태풍, 20~30대의 투표행동주의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7·28 재·보궐 선거가 주는 메시지 중에 하나는 국민들이 이제는 야당도 평가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선거까지는 여당에 대한 호불호가 투표의 기준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에 대해 야당에 대한 평가도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야당에게 매를 든 것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지방선거 때에 비해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잘 한 것이 없는 한나라당에게 표를 준 것은 야당, 특히 민주당에 대한 평가가 싸늘했기 때문이다. 이런 프레임의 변화에 민주당은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민주당의 변화다. 사실 지방선거-대선-총선에 연거푸 패한 정당치고 민주당은 너무 조용하고 안이했다. 뭣 때문에 졌는지 치열하게 따지지 않았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왁자지껄 토론하지도 않았다. 어영부영하다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에 힘입어 회생한 것이다.

민주당에겐 마침 전당대회가 눈앞에 있다. 패배를 책임지고 지도부가 쫓기듯 사퇴하는 열린우리당 시절의 악몽을 떠올릴 필요 없이 정상적으로 지도부를 선출할 수 있다. 이 전당대회가 당권투쟁으로 전락해선 안 된다. 권력투쟁으로 변질돼서도 안 된다. 당의 정체성과 진로, 비전과 정책에 대해 거당적으로 토론하고 혁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1979년 정권을 빼앗긴 영국 노동당은 당내 분열과 대립 때문에 그 후 18년 동안이나 야당 신세에 머물러야 했다. 1980년 혼란 속에 패배한 미국 민주당은 12년 동안 국정운영의 바깥에서 어슬렁거려야 했다. 민주당이 지방선거의 일시적 승리에 안주한다면 패배는 7·28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정말 승리하고 싶다면 주저없이, 거침없이, 끊임없이 변해야 할 것이다. 그 변화의 지향점은 분명하다. 바로 중산층과 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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