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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선수범하는 모범병사가 전역 3개월을 앞두고 GOP(남방철책선)에 투입된 이후 양극성 정동장애(정신질환)가 발생했다면 이는 새로운 근무환경에서 받게 된 불안감, 책임감 등 스트레스를 감내하지 못하고 정신질환을 얻게 된 것이므로 국가유공자등록 대상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1986년 2월 육군에 입대한 H(46)씨는 소속 부대에서 훈련과 체육활동 등 모든 일에 적극적이고 솔선수범하는 책임감 강한 병사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H병장은 전역을 3개월가량 남겨둔 1988년 3월 소대 내 최선임병 상태에서 GOP에 투입됐는데, GOP에서는 우발적인 총기사고가 종종 발생해 그런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부대 내 후임병을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 늘 고민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보통 전역에 임박하게 되면 선임병의 경우 근무에서 제외되기도 하고 후임병에 대한 군기확립도 느슨하게 하곤 하는데, H병장은 자신뿐만 아니라 후임병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원칙을 강조해 후임병들이 잘못하면 지나치게 질책했다.

 

심지어 배수로 공사에 사용될 돌을 비누로 씻으라고 지시하는 등의 행동을 보여 후임병들로부터 '정신병자 같다'고 평가받으면서 기피 대상이 됐다. 실제로 소원수리 접수 결과 하급자들로부터 불만사항이 많이 나왔다.

 

게다가 소장대장과 중대장도 "H병장은 모범적인 병사였는데, GOP에 들어온 지 한 달이 지난 후부터 신변에 이상이 생겼다. 자신이 없이는 소대가 무너진다는 생각을 하급자에게 인식시켰고,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소대장이나 선임하사의 지시도 묵살해 버리는 등 병사가 간부화 돼 간다는 인상을 받았다. 신경쇠약 증상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결국 H병장은 불면증, 과잉행동,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행동, 혼자서 중얼거림, 과대망상 등의 증상을 보이기 시작해 1988년 4월 군 의무대 등으로 후송 조치됐다.

 

이후 국군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은 H병장은 1988년 7월19일 증상이 다소 호전됐다는 이유로 퇴원하고 2주 뒤 전역했다. 하지만 계속해 양극성 정동장애 등의 증상을 보여 지금까지 치료를 받아오고 있으나 완치는 어려운 상태다.

 

이에 H씨가 "입대 전 정신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었던 신체 건강한 청년이었는데, 북한군과 대치해야 하는 GOP 근무에서 받는 불안감, 강박감과 소대 내 최선임 병사로서 책임을 완수해야 한다는 중압감과 책임감 등에서 받는 스트레스 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정신질환이 발생했다"며 2008년 4월 국가유공자등록을 신청했다.

 

하지만 홍성보훈지청은 "H씨의 상이가 선천성, 기질성 질환으로서 의학자문상 군 공무수행과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에 H씨가 홍성보훈지청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대전지법 행정단독 이준명 판사는 최근 "원고에 대한 국가유공자비해당결정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군 입대 전 사회적응 장애를 보이지 않았고, 모범병사로 평가받던 원고가 GOP 투입 이후 갑자기 이상 증상이 발현되기 시작한 점, 남방한계선 아래 최전방에서 무장한 상태에서 야간 경계업무를 주로 하는 GOP 근무가 주는 불안감이나 긴장감, 또한 무장하고 근무하기 때문에 최선임병이었던 원고로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후임병들을 지도해야 한다는 중압감이나 책임감 등에 따른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스트레스로 발현된 원고의 언행은 주변 상급자 및 후임병들에게 갈등을 유발하고 그것이 더욱 스트레스를 가중시켰을 것으로 보여, 평소 원칙주의자와 같은 성격을 갖고 있던 원고에게는 감내하지 못할 정도의 스트레스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평소 모범평사로 평가받았고, 전역을 3개월 앞두고 GOP 근무에 투입된 원고에게 GOP 근무 외에 다른 스트레스 요인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심한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GOP 근무가 양극성 정동장애를 유발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학적 견해 등을 고려할 때, 원고의 상이는 GOP 근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용하지 못한 상태에서 받은 감내하지 못할 정도의 스트레스로 인해 발병했거나, 아니면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정신질환적 소인이 악화돼 비로소 발병한 것으로 추단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원고의 상이와 군 복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므로, 국가유공자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피고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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