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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유러피언드림 세 번째 이야기는 바로 볼로냐 경제모델의 비밀이다. 인구 40만이 채 안 되는 이탈리아 북동부 중소도시 볼로냐. 1970년대 경제위기와 불황 속에 한때 빈민의 도시로 전락하기도 했던 곳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삭막하고 치열한 경쟁 대신 협동과 연대의 정신이 오늘날 볼로냐를 이끌었다. 일부 소수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경제에도 볼로냐가 던지는 시사점은 많다.

경제전문가와 협동조합 연구자 등으로 구성된 볼로냐 취재팀은 농업을 비롯해 소비자, 건설 등 각 분야 협동조합과 기업 등을 방문한다. 또 사회경제의 권위자인 스테파노 자마니 교수(볼로냐 대학) 등 주요 전문가들의 심층 인터뷰도 진행할 예정이다. [편집자말]
 이탈리아 에밀리아 로마냐 주(州)의 볼로냐 시(市). 유럽서 가장 잘사는 도시 중 하나인 이곳엔 대기업이나 대규모 공단을 찾아볼수 없다. 자본주의 치열한 경쟁대신 협동과 연대의 정신으로 경제위기를 헤쳐나가는 이들의 조용한 혁명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볼로냐 시 중심부의 모습.
 이탈리아 에밀리아 로마냐 주(州)의 볼로냐 시(市). 유럽서 가장 잘사는 도시 중 하나인 이곳엔 대기업이나 대규모 공단을 찾아볼수 없다. 자본주의 치열한 경쟁대신 협동과 연대의 정신으로 경제위기를 헤쳐나가는 이들의 조용한 혁명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볼로냐 시 중심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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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정리 : 김종철 기자
공동취재 : 오마이뉴스 <유러피언 드림 : 이탈리아편> 특별취재팀

대규모 공단도 없다. 눈에 띄는 대기업도 없다. 대신 20명 내외의 중소기업 수백여 곳이 경제를 떠받친다. 이곳 주민들의 소득은 연 4만 달러. 유럽에서 가장 잘사는 도시 중 하나인 이탈리아 에밀리아 로마냐 주의 볼로냐 시. 최근 경제위기 속에서도 이들의 조용한 혁명은 계속되고 있다.

붉은 벽돌로 뒤덮여 있는 '빨간도시' 볼로냐

 볼로냐 도심에는 모든 건물의 1층마다 아치 모양의 처마가 보도까지 뻗어 나와 있다. 이를 '포르티코(portico)' 라고 부른다. '볼로냐식 처마'는 이탈리아의 다른 어떤 도시에서도 볼 수 없는 또 하나의 명물이다.
 볼로냐 도심에는 모든 건물의 1층마다 아치 모양의 처마가 보도까지 뻗어 나와 있다. 이를 '포르티코(portico)' 라고 부른다. '볼로냐식 처마'는 이탈리아의 다른 어떤 도시에서도 볼 수 없는 또 하나의 명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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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후 늦게 이탈리아 북동부 볼로냐 시에 첫발을 내딛었다. 한국 인천공항에서 출발한 지 꼭 12시간 30분만이다. 중세 12세기에 만들어진 도시답게 말 그대로 고풍스러웠다. 30℃에 후텁지근한 날씨는 한국 여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주말까지 40℃의 폭염이 이어졌다는 소식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그렇다고 햇볕을 곧장 쬐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볼로냐 도시의 독특한 건축구조 때문이다. 볼로냐 도심에는 모든 건물의 1층마다 아치 모양의 처마가 보도까지 뻗어 나와 있다. 이를 '포르티코(portico)'라고 부른다. 이탈리아의 로마나 피렌체 등 다른 도시에선 일부 건물에서만 볼수 있을뿐, 도심 전체 모든 건물에 '포르티코'가 있는 곳은 볼로냐가 유일하다. 이 같은 '볼로냐식 처마'는 또 하나의 명물이다.

또 볼로냐는 세 가지 별명을 갖고 있다. 하나는 '현자(顯者)들의 도시(Bologna la dotta)'다. 1088년에 세워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볼로냐 대학교가 있기 때문이다. 이곳엔 세계적인 기호학자이자 소설가 움베르토 에코를 비롯해 정치, 경제, 예술분야의 석학들이 거쳐 갔다.

또 하나는 '뚱보들의 도시(Bologna la grassa)'다. '이탈리아 음식의 수도'라 불릴 정도로 볼로냐는 풍부한 먹을거리로 유명하다. 기름진 먹을거리에 빗댄 별명이다.

 볼로냐는 '빨간도시'로도 불린다. 도시 전체에 붉은 벽돌의 건물들이 많기 때문이다. 사진은 볼로냐 중심부 거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붉은 벽돌로 지어진 각종 건물들.
 볼로냐는 '빨간도시'로도 불린다. 도시 전체에 붉은 벽돌의 건물들이 많기 때문이다. 사진은 볼로냐 중심부 거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붉은 벽돌로 지어진 각종 건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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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빨간 도시(Bologna la rossa)'다. '빨간도시 볼로냐'라는 이름은 우선 도시 전체에 붉은 벽돌의 건물들이 많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중세 르네상스양식의 건물들을 가지고 있는 곳이 볼로냐다.
또 다른 의미로는 볼로냐가 갖는 정치사회적인 성향 때문이다. 19세기이후 이곳은 좌파정치 성향을 보이고 있다. 자본주의보다 여전히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에 대한 인기가 높다.

1999년 한때 중도우파 성향의 정치인이 볼로냐 시장이 되기도 했지만, 지난 2004년 다시 중도좌파 성향의 세르지오 코페라티가 시장이 됐다. 하지만 코페라티 시장은 작년 불미스러운 스캔들로 인해 시장직에 물러나, 현재는 공석이다.

협동조합 원리가 시장경제 지배

볼로냐의 이 같은 좌파성향은 경제에도 그대로 투영된다. 협동조합 모델이다. 물론 이탈리아의 최초 협동조합은 1854년 토리노 노동자들이 만든 소비자협동조합이다. 역사로만 따지면 150년이 훨씬 뛰어 넘는다. 이탈리아 협동조합은 19세기이후 경제위기를 겪을 때마다 크게 발전했고, 주로 사회주의자들이 적극적으로 주도했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가장 협동조합이 활발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볼로냐 시(市)가 속해있는 에밀리아 로마냐 주(州 )가 가장 많다.

정태인 경제평론가는 "이탈리아에 4만3000여개의 협동조합이 있는데, 이 가운데 1만5000여개가 에밀리아 로마냐 지방에 있다"면서 "볼로냐의 경우는 전체 시민의 3분의 2가 한 곳 이상의 협동조합에 가입돼 있는 조합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6년 캐나다의 레스타키스 교수(브리티쉬 컬럼비아대)가 쓴 <더 에밀리안 모델>에 따르면, 에밀리아 로마냐의 경우 이탈리아 인구의 7% 수준이지만, 국내총생산(GDP)의 9%를 생산하고 있다. 또 이탈리아 전체 수출의 12%를 차지하고 있고, 각종 기술 등 관련 특허도 30%가 이 지방에 속해있는 협동조합과 기업들이 가지고 있다.

레스타키스는 논문에서 "에밀리아 로마냐 지방의 경우 제조업을 비롯해 서비스업 등 거의 모든 업종에 걸쳐 협동조합과 중소기업의 네트워크로 성공한 지역"이라며 "이탈리아의 시민 사회민주주의가 기업의 철학과 기능에 스며들었으며, 협동조합의 원리가 시장경제를 지배하는 사회"라고 평가했다.

에밀리아 로마냐 주의 볼로냐 시는 아예 이탈리아 협동조합의 수도라고 불릴 정도다. 이곳에서 가장 핵심적인 기업 50개 가운데 15개가 협동조합이며, 로마냐 주 지역 GDP의 30%를 볼로냐가 차지하고 있다. 4만 달러가 넘는 소득수준은 이미 이탈리아 국가 평균의 2배가 넘고, 실업률도 3.1%에 불과할 정도다.

사회적 경제의 권위자인 볼로냐대학의 스테파노 자마니 교수(경제학)는 자신의 논문에서 "과거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성장의 원리였던 '경쟁'이 이제는 뒤로 밀려나고 있다"면서 "오늘날 경제발전의 키워드는 '협동'의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경쟁'위주의 경제발전 키워드는 '협동'방식으로 대체

 볼로냐 시청 건물. 시청 앞에는 마조레 광장이 위치해 있으며, 그곳에서 볼로냐의 주요행사가 이곳에서 주로 열린다.
 옛 볼로냐 시청 건물. 옛 시청 앞에는 마조레 광장이 위치해 있으며, 그곳에서 볼로냐의 주요행사가 이곳에서 주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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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 경제평론가도 "유럽연합에서 가장 잘사는 도시가 된 볼로냐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보다 강력한 조직력을 갖춘 협동조합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볼로냐의 경우 이들 협동조합은 소비자 뿐 아니라 건설, 노동, 서비스 등 전 분야에 걸쳐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볼로냐 주민들에게 협동을 통한 생활 방식은 이미 몸에 배어있다. 이들은 글로벌 기업의 대형 마트 대신 지역 협동조합마트를 이용한다. 물론 볼로냐의 소비자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마트의 경우 우리의 대기업 마트를 뛰어 넘는다. 볼로냐 소재의 코프 아드리아티카(Coop Adriatica)의 경우는 등록된 조합원 수만 100만 명이 넘는다. 2008년 말 매출액만 20억 유로에 달할 정도다.

조합원인 시민들은 자신의 지역에서 생산된 상품을 구입하고, 이곳 마트에 진열된 제품의 70% 이상이 에밀리아 로마냐에서 생산된 것들이다. 자신들의 지역 제품을, 자신이 조합원으로 돼 있는 마트에서 산다. 물론 이들이 해당 조합마트에서 지출한 돈은 다른 곳으로 빠져 나가지 않고, 다시 투자 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협동조합 법에 따라 협동조합 기업이 낸 이익은 조합 내부에 가지고 있도록 돼 있다. 물론 조합원들의 의사에 따라 이 돈은 시민들에게 일정하게 나눠주기도 하지만, 대부분 시설 투자 등에 다시 쓰이고 있다.

소비자 협동조합 뿐 아니라, 농업이나 건설 등 각종 분야에서도 볼로냐의 협동조합시스템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볼로냐 건설협동조합의 경우 이탈리아 뿐 아니라 유럽 다른 나라의 협동조합과 연대하면서, 연간 매출액만 수천억 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또 경제위기속에 실직자와 노숙자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협동조합까지 있다. 이들 사회적 협동조합도 또 하나의 볼로냐식 경제위기 해법이다. '경쟁'보다는 '협동과 연대'의 방식이 생활의 한 도구가 된 볼로냐. 그들의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오마이뉴스 <유러피언 드림 : 이탈리아편> 특별취재팀: 현지 취재 : 김종철 기자(팀장) 이승훈 기자, 편집 자문 : 정태인 경제평론가, 신성식 경영대표(아이쿱 생협), 정원각 사무국장(아이쿱 생협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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