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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 9천 돌파 번개] 트윗 식구가 9천을 넘었네요. 기념으로 오늘 저녁 7시 반, 안국역 2번출구 헌법재판소 옆 '까페 코'에서 번개합니다. 처음 갖는 번개라 떨리네요. 안 오시면 미워할겁니다." - 강달프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와 그의 팔로어들이 19일 오후 서울 안국역의 한 카페에서 '팔로어 9천명 돌파 기념' 번개를 가졌다. 약속 시간 세 시간 전에 트위터에 올려 만남을 제안한, 그야말로 '번개'였다.

강 대표의 번개 공지가 올라온 후 트위터에는 "온다고 해 놓고 안 오는 사람 더 미워할 꺼예요ㅎ", "존경하는 의원님~ 너무 벙개장소에 가고 싶지만, 돌 지난 아들을 키우느라 아쉽습니다" 등 팔로어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대표직 저에게 넘기시고 강달프님은 커피번개 가신다고요? 흑"이라는 이정희 민노당 의원의 덧글도 보였다. 이 의원은 지난 15일 민노당의 새 대표로 선출됐다.

이귀남 장관과 강기갑 대표의 트위터 번개 차이점은?

오후 7시 30분, 약속장소에는 <오마이뉴스> 인턴기자를 포함해 2명만 나와 있었다. 오후 8시경에도 4명으로 늘어났을 뿐이었다. 지난 7일 이귀남 법무부장관이 트위터 번개에서 100여 명과 함께 했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다. 하지만 이 법무부장관이 연예인과 정치인을 대거 동원, '관'스러운 홍보행사를 펼쳤던 것과 비교하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번개였다.

정은성 보좌관은 "요즘 선거운동과 국정감사 준비에 정신이 없어 오늘 밖에 시간이 안 났다. 월요일이라 도저히 사람이 안 올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와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다"며 "사람이 많든 적든 시작하자. 그게 강기갑스럽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오후 8시 5분쯤, 막걸리를 손에 든 '강달프'가 등장했다. 아침부터 전국을 돌며 7·28 재보선 선거운동을 해서인지 조금은 피곤해 보이는, 그러나 호기심 가득한 눈빛이었다. 그는 "원래는 막걸리 번개를 하고 싶었는데 이정희 의원이 커피 번개라고 말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됐다. 아무튼 디~게 반갑습니다"라며 한 사람, 한 사람과 악수했다.

참석자가 적어 멋쩍었는지 정 보좌관은 "원래 200명이 더 오기로 돼있는데 지금 시청 앞에서 전경들에게 잡혀 있습니다"고 농담을 했고, 강 대표는 "그럼 전경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후딱 끝내자"고 맞받아쳤다.

강기갑 트위터 번개 "나는 선물 준비 못해서 어떡하지." "저는 의원님 만난 게 선물입니다."
▲ 강기갑 트위터 번개 "나는 선물 준비 못해서 어떡하지." "저는 의원님 만난 게 선물입니다."
ⓒ 안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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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프'의 팬들은 환호했다. 이날 8시 30분이 넘어서 온 지각생들까지 포함해 모두 13명의 트위터리안이 모였다. 강기갑 대표를 만나러 여러 번 의원실에 찾아갔었다는 자칭 '발명가' 홍승덕씨는 "오늘 번개 소식을 듣자마자 한 마리의 독수리처럼 날아왔다"며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고 감동이 북받친다"고 말했다. 홍씨는 직접 만들었다는 '4대강 사업 반대 대안'을 담은 CD를 강 대표에게 선물했고, 강 대표는 "감사하다. CD를 보고 국토해양위에서 한번 얘기해 보겠다"고 화답했다.

민노당 당원 6년차인 대학생 박병권씨는 "집회 현장에서 강 대표님을 많이 봤지만 이렇게 30cm도 안되는 자리에서 보니 떨린다"고 말했다. 집에서 빨래를 하다가 급히 나왔다는 21살 곽호남씨는 "학생회 집행부 활동을 하면서 대학생들이 정치적으로 무관심하다는 것을 느끼는데 이들을 어떤 구심점으로 모이게 해야 하는지 여쭤보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MB정권이 자고나면 사고치고, 자고나면 사고치고... 역부족이었다"

"야당 대표 중에 트위터를 안하는 사람은 민주노동당 강기갑뿐이라고 막 나를 공격을 했어요, 우리 당원들이.(웃음) 그래서 당사에서 농성을 할 때 이상규 서울시당 위원장한테 배우기 시작했죠. 어떨 때는 아이폰으로 트위터하면서 밤새 본 적도 있어요. 글이랑 사진이 다 날아가버린 일도 있고... 지금은 아주 빠르지요."

강기갑 대표가 자신이 트위터를 하게 된 배경을 이야기했다. 아이폰 이야기가 나온 김에 보좌관의 제안으로 강 대표가 자신의 트위터에 몇 초 안에 글을 올리는지 내기를 했다.

'요이~땅'과 함께 강 대표가 가만가만 화면을 눌렀고, 곧 그의 트위터에 "번개모임 재밌게 하고 있습니다"라는 글이 올랐다. 50초가 걸렸다. 내기에 이긴 세 명에게 내려진 선물은 '강기갑 포옹권'이었다. 강 대표는 한 명 한 명 포옹하면서 "왜 하필 다 남자여 가지고..."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강기갑 트위터 번개 19일 강기갑 트위터 번개에서 강 대표와 참석자들이 인증샷을 찍고 있다.
▲ 강기갑 트위터 번개 19일 강기갑 트위터 번개에서 강 대표와 참석자들이 인증샷을 찍고 있다.
ⓒ 안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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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고독했던 때가 언제였냐'는 한 참석자의 질문에 강 대표는 "나는 오히려 혼자 고요한 시간을 가져봤으면 하는 생각이 많았는데, 욕심을 마음대로 챙겨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지난 대표직 2년의 소회를 덤덤하게 밝혔다.

"우리 당은 제가 대표를 맡고 있을 때는 그야말로 뭐 몸부림치고 투쟁하고 하는 그런 기간이었어요. 되돌아 보면 격동의 시기였다고 느껴져요. 우리 민주노동당이 상당히 뭐 이견도 많고 자기 주장들이 강하잖아요. 하지만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전 당원들이 일치해서 의견들이 많이 모아졌다는 평가가 많이 나와요.

이명박 정권은 자고나면 사고치고, 자고나면 사고치고 해가지고. 그것도 정상적으로 비행하면서 사고치는 게 아니고 역주행하면서 사고를 치니까. 당이 이것저것 맡아 놓은 건 많지, 처리해야 할 일들은 계속 생겨나지, 집행하는 사람은 역부족이지, 그때그때 대응을 못해 당원들의 질책과 지적도 많이 받았거든요. 그때는 참 답답하더라고요."

'강성 이미지 때문에 힘든 일은 없냐'는 질문에 강 대표는 "내가 아니라 우리 보좌관들이 곤욕을 치렀다"며 "의원실에 마구잡이로 욕하고 항의하는 전화가 많아서 우리 보좌관들이 업무를 못 본다. 그래도 내가 요즘은 성찰을 하고 사고를 안 치니까 수월하다"고 웃어보였다.

그는 "어제도 은평에 가서 시민들한테 인사를 하는 와중에 한 노인이 인상을 쓰면서 '국가 기물을 파손하는 당신 같은 사람 싫다'고 쌍욕을 했다"며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억수로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억수로 싫어한다. 양극화의 시대에 양극화를 걷는 정치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강기갑 트위터 번개 강기갑 민노당 대표가 19일 번개에서 자신의 눈 밑 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강기갑 트위터 번개 강기갑 민노당 대표가 19일 번개에서 자신의 눈 밑 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안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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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개그콘서트>의 '남성인권보장위원회(남보원)' 코너 이야기가 나왔다. '남보원에 출연할 의향은 없냐'는 질문에 "제의를 받은 적도 있었지만, 당시 이명박 정부에게 비판적인 방송인들이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던 시기여서 (내가) 이명박 정권에 맞서 폭력 국회를 일삼는 장본인이다보니, 방송국에서 부담을 많이 느꼈다"며 "그래서 내가 접어 버리라 했다"고 말했다.

개그맨 박성호씨가 어느날 눈 밑에 점을 떼고 나왔는데, 엉뚱하게 의원실에 항의전화가 빗발쳤던 일화도 소개했다. 강 대표는 "그 후 방송국에 연락했고, 박성호의 점이 다시 주먹만큼 커졌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강 대표는 참가자들의 부추김에 "괜히 번개했어~ 괜히 번개했어~"라며 개그맨 박성호씨를 흉내내기도 했다.

그 후로도 강 대표가 단식 중 배고픔을 못 견뎌 식빵 10장에 잼을 발라먹은 이야기, 매일 아침 두루마기를 직접 다리는 이야기 등 강 대표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대화 소재로 이어졌다. 강 대표는 자신이 차를 타고 가면서 조는 경우가 많아 별명이 '틈졸'(틈만 나면 졸린)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강 대표와 참석자들은 이날 오후 10시 30분이 넘어서야 자리를 정리했다. 강 대표는 "좀 신기해, 트위터에서 (글이) 올라오는 거는 흔한 일이지만, 같이 이렇게 직접 만나 보니까 친근감 정도를 넘어서서 세상이 참 신기하다 느껴질 정도"라며 "정치인이라는게 참 별거 아닌데 (앞으로도) 이웃집 아저씨처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주고받고 하면 참 좋겠다"고 말했다.

강기갑 대표는 지난 15일 이정희 의원에게 민주노동당 대표직 자리를 물려준 뒤, 현재 7·28 재보선을 위해 지역구를 돌며 선거운동 중이다. 강 대표의 임기는 이번달 말까지이며, 평당원으로 내려온 뒤에는 국토해양위원으로서 4대강 사업을 막는 데 올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12기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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