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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채 최근에 복원하였다
▲ 산채 최근에 복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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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 현감 유동준의 보고를 받은 감사는 아연실색했다. 관내에서 반란이라니? 완벽하게 토벌해도 징계가 내려올 것은 뻔한 일. 다가올 일이 아득했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현실이었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즉각 한양으로 급주마를 띄웠다.

"이산현 초관(哨官) 이성용이 고변하기를 '고을 사람 유탁이 서울에 사는 진사 권대식과 반역을 공모하여 임경업이 대장이라 사칭하고 어리석은 백성들을 모아 군사를 조련하여 4월 1일 거사하려 한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이성용의 말에 의하면 '경상도와 전라도에 있는 적의 당류들이 함께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공청 감사 임담의 장계를 접수한 조정은 발칵 뒤집혔다. '세자빈 사사의 당연한 결과'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다시 '피를 부르는 참극의 전주곡'이라 염려하는 사람도 있었다.

"대신들을 부르도록 하라."
노심초사하던 일이 드디어 터졌다. 혼자 처결할 문제가 아니다. 인조가 형방승지를 불렀다.

"이 밤중에 말씀입니까?"

여이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임금과 승지. 그 사이에는 상명하복만이 존재한다. 되묻는 것은 금기 사항이다. 되묻고 간(諫)하는 것은 간원들의 몫이다. 조용 조씨의 뒷배로 승승장구한 여이재이지만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은 것이다.

"표신을 내보내 들라 이르라."

국가의 변란이 있을 때, 임금이 신하를 부르는 징표가 표신이다. 일종의 야간 통행증이다. 계절에 따라 일출일몰의 차이가 있으나 해시(亥時.21~23시)가 되면 종루에서 28번의 종이 울리면 궐문과 성문이 닫혔다. 이때 문을 열 수 있는 것이 개문표신, 닫을 수 있는 것이 폐문표신이다.

표신 야간 통행증.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 표신 야간 통행증.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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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퇴청한 대소신료를 야간에 부르는 것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승정원에서 임금이 부르는 대신에게 전령을 보내 표신 반쪽을 전한다. 표신을 소지한 자가 궐문에 도착하면 승정원 주서가 임금의 압인(押印)이 새겨진 표신을 맞춰본 후 일치하면 입궐을 허했다.

대소신료들이 빈청에 모인 시간이 삼경(三更.23 ~01시)이었다.

"이성용이 고변한 말을 살펴보면 몹시 흉악합니다. 두령급은 금부도사를 보내 붙잡아 오도록 하고 나머지 역도들은 선전관을 보내 경상·전라 두 도와 공청도의 군사를 풀어 붙잡아 오도록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영의정이 주청했다.

"아뢴 대로 하고 전라·경상 두 도는 살피게만 하라."

경상도와 전라도 군사를 동원하였다가 그들이 적도에 붙으면 낭패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대소신료를 내보낸 인조가 병조판서 이시백을 별도로 불렀다.

그들이 도모한다는 큰일이 도대체 무엇인가?

"적도(賊徒)의 세력이 어느 정도인가?"
"적도들은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훈련을 해왔습니다."
"고얀 놈들 같으니라고"
"그들은 전주를 먼저 깨뜨릴 목적으로 이미 군사를 일으킨 흔적이 있습니다."
"전주를?"
"네. 신의 군관이 올 2월에 신창과 덕산의 경계를 지나다 미륵당 다리 옆에 도착하였을 때 인마(人馬) 소리를 듣고 몸을 숨겨 엿보았더니 적도들이 진형을 갖추고 좌정한 뒤 무리 중에 점을 잘치는 자를 시켜 점을 쳐보게 하더랍니다. 이때 점을 친 자가 말하기를 '이 주위에 두 사람이 엿듣고 있으니 찾아내 죽이도록 하라' 하자, 한 사람이 말하기를 '앞으로 큰일을 도모해야 하는데 어찌 이렇듯 소소하게 살육하는 짓을 행하겠는가?'라고 말하며 군사를 이끌고 죽산으로 향하였다고 하였습니다. 이로 미루어 보아 적도들은 범상치 않은 놈들입니다."

"큰일을 도모한다고 했는가? 큰일이 무엇인가?"
인조의 얼굴이 붉어졌다.

"근년에 있었던 충주의 옥사 때, 공청 병사가 사람을 시켜 몰래 엿듣게 하였더니 적도들끼리 서로 말하기를 '경상도와 전라도의 친구들이 어찌해서 구원하러 오지 않을까?' 하였답니다. 이로써 추측해 본다면 삼남의 적도들이 많이 결탁한 듯합니다."

"삼남이 결탁?"

배역의 땅. 그곳이 말썽이란 말인가? 억장이 무너졌다. 잘못 전해진 왕건의 유언 훈요십조. 차현이남 공주강외(車峴以南 公州江外)의 유령이 빈청을 떠돌았다.

"이갱생이 나주를 다스리고 있을 때 어떤 도적이 기치(旗幟) 한 상자를 도적질해 갔는데 이는 좀도둑의 짓이 아닙니다."

"계획된 반역이란 말인가?"

홍이포.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가 사용했던 홍이포. 심양 고궁에 있다.
▲ 홍이포.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가 사용했던 홍이포. 심양 고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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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몽학의 반란 때에도 초기에는 마치 아이들 장난과 같았는데 종국에는 난리가 되지 않았습니까? 이번의 적도들은 포를 소지한 자가 태반인데 전주가 웅부(雄府)라고 하지만 어찌 격파되지 않으리라고 보장할 수 있겠습니까? 공주의 초군(哨軍)도 태반이 적도에게 붙었다 하는데 어찌 염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있겠습니까?"

"포를 가졌다고?"

인조에게 포(砲)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병자년, 청나라의 침공으로 남한산성에 갇혀있을 때, 동망봉에서 쏘아대는 청나라군의 홍이포에 간담이 서늘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네, 몇 문인지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만 그들이 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관군도 몇 문 보유하지 않은 포를 역도들이 가지고 있다면 이거 보통 일이 아니다.

"그렇게 강적(强賊)인가?

놀란 인조 얼굴이 일그러졌다. 인조가 세자빈을 강적(姜賊)이라고 호칭할 때가 있었다. 그때보다도 더 공포에 떨고 있었다.

"기마병을 공주 직로에 파견하여 11개 참(站)의 상황을 신속히 보고할 수 있도록 하고 충주의 영장(營將)에게 영을 내려 기찰을 강화하게 했으면 합니다."

동작진을 모진(母鎭)으로 하여 과천, 사근천, 수원, 진위, 소사, 아주, 성환, 직산, 천안, 덕평, 차령에 군사를 주둔시키자는 것이다.

"좋은 생각이다. 기마병을 급히 출동시켜라."

봉화대 남산 봉화대
▲ 봉화대 남산 봉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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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양주로 하여금 동로(東路)를 기찰토록 하고 장단은 서로(西路)를, 수원과 죽산은 전라도와 경상도 두 길을 기찰토록 하는 한편 각 곳의 관진(關津)에도 모두 망보는 자를 두어 불로 서로 신호하게 하되 남산은 수원과 신호하고 아차산은 양주와 신호하게 하면서 관군을 나누어 배치해서 서로 응하게 했으면 합니다."

"양남(兩南)의 관진은 모두 기찰토록 하되 서로(西路)는 우선 놔두어라."
경상도와 전라도가 제일 신경 쓰였다.

"병가(兵家)에 동쪽을 치는 척하면서 서쪽을 공격하는 경우가 있으니 서쪽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삼남에서 소요를 일으키고 평안도와 황해도에서 쳐 내려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대가 명장이로고. 경의 군관 중에서 말을 가진 자로 하여금 기찰토록 하라."

김장생의 문인이지만 무인으로서 능력을 인정받은 이시백이다. 아버지와 함께 인조반정에 참여하여 정사공신에 녹훈된 이시백은 '이괄의 난' 때에는 무악재 전투에 참가하여 반란군의 예봉을 꺾었으며 병자호란 후에는 수어사를 맡아 남한산성을 수축하고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하여 인조의 신임을 받았다.

허나, 소현세자의 아들 석철에게 왕통이 이어지는 것이 법통에 부합된 것이라고 주장하여 인조의 배척을 받았던 인물이 병조판서에 임명된 것이 불가사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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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事實)과 사실(史實)의 행간에서 진실(眞實)을 캐는 광원. 그동안 <이방원전> <수양대군> <신들의 정원 조선왕릉> <소현세자> <조선 건국지> <뜻밖의 조선역사> <간신의 민낯>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