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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라드는 횡단보도 부근 및 일반보도에 자동차 진입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된 단주(bollard)를 뜻한다. 정부의 '보도설치 및 관리지침'을 보면 '볼라드는 보행자의 통행 관점에서 일종의 장애물로 간주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필요한 장소에 선택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볼라드는 설치 시 차량진입 방지뿐만 아니라 보행자의 통행안전까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군산시에 설치된 볼라드 대부분은 이 같은 규정과는 거리가 멀다. 차량진입이 애당초 불가능한 일반보도조차 차량진입을 막기 위해 설치하는 볼라드가 무분별하게 난립하면서 예산낭비는 물론 일반 시민들과 거동이 불편한 시각 장애인 및 노약자들의 통행까지 방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치 규정·시민 안전' 무시한 볼라드  

보도 설치 및 관리지침에 따르면 볼라드 높이는 80~100cm로 규정되어 있다. 볼라드가 보행자 눈에 잘 띄고 혹시 부딪치더라도 무릎이나 정강이가 직접 닿지 않도록 해 부상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다.  

또한 볼라드 간격은 1.5미터 내외로 하여 보행자나 휠체어 통행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 또한 시각장애인을 위한 밝은 색의 반사 도료를 사용해야 하고 이동시 충돌 예방을 위해 볼라드를 점자블록과 간격을 두고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군산시내 설치된 볼라드 대부분은 밝은 색의 반사도료를 사용한 것은 일부에 불과하며, 높이와 지름도 기준에 못 미친다.

당초 인도에 대한 차량진입 방지 목적으로 도입된 볼라드. 하지만 무차별적으로 설치되면서 예산낭비는 물론 보행방해꾼으로 전락했다.
▲ 무차별 설치된 볼라드 당초 인도에 대한 차량진입 방지 목적으로 도입된 볼라드. 하지만 무차별적으로 설치되면서 예산낭비는 물론 보행방해꾼으로 전락했다.
ⓒ 장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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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수송동 택지지구 내 설치된 볼라드의 경우, 높이는 고작 30~40cm에 불과하며, 간격 역시 1m를 채 넘지 못했다. 또한 수송동 롯데마트 사거리 횡단보도 부근에는 무려 10개 이상의 볼라드가 설치되어 있고 수송동 곳곳에 차량진입이 불가능한 도보임에도 불구하고 5개 이상의 볼라드가 난립, 시민들의 통행 불편만 초래하고 있었다. 

수송동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차량진입 자체가 불가능한 도보에 볼라드를 10개 이상 설치한 것은 도저히 납득이 되질 않는다"며 "차량으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지킨다는 취지는 좋지만 오히려 통행 불편만 가중시키고 예산만 낭비한 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는 시민들의 이동이 잦은 은파유원지 부근도 마찬가지다. 유원지 입구 횡단보도 앞에는 무려 7개 이상의 볼라드가 설치되어 있고 색깔, 폭, 높이, 재질 등도 제각각이었다. 더욱이 볼라드와 볼라드 사이의 간격이 1m도 채 되지 않아 자전거나 휠체어 등은 이동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은파유원지 부근에서 휴식을 취하던 한 시민은 "차량진입방지를 위해 횡단보도 앞에 볼라드를 설치한다면 현실적으로 2개 정도가 적당하다"며 "효율적인 배치는 생각도 않고 무분별하게 볼라드를 설치하는 것은 예산낭비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이밖에도 유원지 도로 주변에는 차량진입이 애당초 불가능한 곳에 적게는 5개, 많게는 7~8개씩 볼라드가 설치되어 있는 등 무분별한 난립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현재 군산시에 설치된 볼라드 개수는 대략 3000개 정도로 추정(군산시 추정)된다. 볼라드 개당 가격이 20만~30만 원 이상을 호가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적어도 수 억 원 이상의 예산이 낭비된 것이다.

볼라드의 재질도 문제다.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은 볼라드 재질에 관해 '보행자 등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재질', '속도가 낮은 차량의 충격을 견딜 수 있는 구조' 등으로 표기하고 있다.

하지만 군산시에 설치된 볼라드는 '보행자의 충격 흡수'는 거리가 먼 화강암이나 돌, 쇠와 같은 재질이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보행자나 자전거 이용자들이 충돌 시 큰 부상으로까지 이어질 우려가 높다.

화강암으로 된 볼라드의 경우 한 개당 20-30만원의 고가다. 사진 속 볼라드는 총 15개. 5개만 설치됐어도 차량진입을 방지할 수 있다고 가정할 때 약 200-300백만원의 예산이 낭비된 셈이다.
▲ 한 개당 20-30만원 고가 볼라드 화강암으로 된 볼라드의 경우 한 개당 20-30만원의 고가다. 사진 속 볼라드는 총 15개. 5개만 설치됐어도 차량진입을 방지할 수 있다고 가정할 때 약 200-300백만원의 예산이 낭비된 셈이다.
ⓒ 장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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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도시 볼라드 철거, 군산시 '요지부동'

한편 군산시와는 달리 타 도시의 경우 볼라드를 철거하는 상황이다.

전주시에 설치된 볼라드는 약 4500여 개로 예산만 9억 원 이상을 소모했다. 하지만 전주시는 최근 시민들의 통행불편에 대한 민원이 가중되면서 볼라드 철거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내년에는 2억 원의 예산을 투입, 비규격 볼라드 3000여 개를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볼라드가 차량진입 억제 기능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시민들의 통행 방해 및 사고 위험이 더욱 크기 때문에 철거를 결정했다"며 "앞으로도 볼라드를 설치할 시 꼭 필요한 지역에만 설치하거나 되도록 설치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이다"고 밝혔다.

대전광역시 역시 지난 2008년부터 볼라드 철거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볼라드가 차량진입 방지의 효과보다 시각 장애인이나 휠체어, 유모차 사용자 등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볼라드를 제거한 뒤 수목 250여주를 식재했다. 수목이 볼라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보행자에게 여름철 그늘을 제공하고 도시미관에도 기여하는 등 긍정적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제거된 볼라드는 따로 처분하지 않고 공원벤치, 화단둘레석 등의 용도로 쓴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군산시 관계자는 "타 지자체에서 볼라드 제거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줄 몰랐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철거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타 시도에서는 예산낭비와 보행불편 등을 이유로 철거에 나서고 있지만, 군산시는 요지부동이다.


태그:#볼라드, #군산시, #예산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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