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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뉴스 FA 최대 어부 김성근, 야신의 행보는?

ㄱ. 영면(永眠)

.. 아무래도 셰익스피어는 영면永眠에 들기 직전 이런 말을 남기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  <표정훈-탐서주의자의 책>(마음산책,2004) 34쪽

"-에 들기 직전(直前)"은 "-에 들기 앞서"로 다듬고, '상상(想像)해'는 '생각해'나 '떠올려'나 '그려'로 다듬어 줍니다.

 ┌ 영면(永眠) : 영원히 잠든다는 뜻으로, '죽음'을 이르는 말
 │   - 오랜 병환 끝에 영면에 임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은 평온해 보였다
 │
 ├ 영면永眠에 들기 직전
 │→ 죽기 앞서
 │→ 죽음을 앞두고
 │→ 눈을 감기 앞서
 │→ 숨을 거두기 앞서
 └ …

'죽음'을 이르는 한자말 가운데 하나인 '영면'입니다. 여러모로 참 많은 한자말이 '죽음'을 가리킨다 하면서 쓰입니다만, '죽음'을 가리키는 우리 말마디도 더없이 많습니다. "눈을 감다"나 "숨을 거두다"가 있고, "돌아가다"나 "저승사람이 되다"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죽다'가 있으며 '떠나다'가 있고 '가다'가 있습니다. 죽은 사람을 높이고자 할 때에는 '돌아가시다'나 '떠나시다'라 하면 되며, "눈을 감으시다"나 "숨을 거두시다"처럼 적으면 됩니다.

한자말로 죽음을 가리킨다고 해서 죽은 이를 더 높일 수 있지 않습니다. 토박이말로 죽음을 가리킨다고 해서 죽은 이를 한껏 우러르지 못하거나 섬기지 못하지 않습니다. 우리한테는 우리 깜냥껏 우리 삶과 죽음을 나타내는 문화와 말과 넋이 있습니다. 우리한테는 우리 슬기를 빛내어 우리 오늘과 어제를 가리키는 흐름과 글과 얼이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 삶을 알차게 가꾸어 간다면 우리 스스로 우리 말을 알차게 펼칠 수 있고, 우리가 우리 삶을 알차지 못하게 내팽개친다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 우리 말을 얄궂게 내팽개치고 맙니다. 스스로 애써서 일구는 말이요, 몸소 힘써서 돌보는 말이며, 손수 앞장서서 갈고닦는 말입니다.

 ┌ 영면에 임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은
 │
 │→ 고이 잠드시는 어머니 모습은
 │→ 죽음을 맞이하시는 어머니 모습은
 │→ 두 눈을 감으신 어머니 모습은
 │→ 돌아가시는 어머니 모습은
 └ …

언제까지나 잠든다는 뜻으로 죽음을 가리키고자 한다면, 우리 말로 "고이 잠들다"를 넣어 줍니다. "조용히 잠들다"를 넣을 수 있고, "아늑히 잠들다"라든지 "걱정없이 잠들다"를 넣을 수 있습니다. "깊은 잠에 들다"라든지 "먼 길을 떠난다"라고 이야기해도 잘 어울립니다. 우리 말은 가난하지 않고, 모자라지 않으며, 어설프지 않습니다.

ㄴ. 관목灌木

.. 우리가 살았던 브라반트 땅에는 잡목 숲과 키 작은 관목灌木 숲이 있고 ..  <빈센트 반 고흐/박홍규 옮김-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지>(아트북스,2009) 92쪽

'잡목(雜木)'이라는 낱말을 쓸 수도 있으나, '잡나무'로 손보면 한결 낫습니다. 또는 '온갖 나무'라든지 '자질구레한 나무'로 손볼 수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이 나무 저 나무가 섞여 자라는 숲"이라고 할 때가 가장 어울리지 않으랴 싶습니다.

 ┌ 관목(灌木) : 키가 작고 원줄기와 가지의 구별이 분명하지 않으며 밑동에서
 │    가지를 많이 치는 나무. '떨기나무'로 순화
 │
 ├ 관목灌木 숲 (x)
 └ 떨기나무 숲 (o)

우리는 나무를 심습니다. 나무에서 열매를 얻습니다. 나뭇가지와 나뭇잎이 드리우는 그늘에서 더위를 식힙니다. 나무가 내어 주는 푸른 숨을 마시고, 나무가 품에 안거나 나무에 깃드는 뭇목숨과 더불어 이 누리에서 살아갑니다.

보기 좋으라며 수천만 원에 이르는 비싼 나무를 건물 앞에 옮겨다 박아 놓는 이들이 있습니다. 보기 좋으라며 어린나무를 고이 심어 가꾸며 튼튼히 뿌리내리도록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무도 씨앗 하나가 땅에 떨어져 천천히 뿌리를 내리고 싹을 내고 잎을 틔우며 줄기를 올리는 나날을 보내는 목숨인데, 이러한 결과 흐름을 살피는 사람들이 있는 한편, 이러한 결이나 흐름을 살피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 어린나무 ← 묘목(苗木)
 ├ 나무심기 ← 식목(植木)
 ├ 큰나무 ← 거목(巨木)
 ├ 나무 ← 수목(樹木)
 ├ 나무동산 ← 수목원(樹木園)
 ├ 바늘잎나무 ← 침엽수(針葉樹)
 ├ 넓은잎나무 ← 활엽수(闊葉樹)
 ├ 길나무 / 거리나무 ← 가로수(街路樹)
 ├ 열매나무밭 ← 과수원(果樹園)
 └ …

나무를 나무 그대로 껴안을 수 있으면 나무를 바라보며 '나무'라고 이름을 붙입니다. 나무를 나무 그대로 껴안지 못하기 때문에 나무를 바라보면서 '나무'라고 이름을 붙이지 못합니다.

보기글을 살피면 '관목'이라 적은 다음 한자로 '灌木'을 붙이고 있는데, 이렇게 적어 놓은 글줄을 잘 알아챌 사람이 얼마나 될까 궁금합니다. 한글로 '관목'이라고만 적었을 때에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이 '관목灌木'처럼 적을 때에는 잘 알아볼 수 있을는지요.

처음부터 '떨기나무'로 적어야 올바릅니다. 그러나 떨기나무가 어떤 나무인지를 모른다면 '떨기나무'로 적어 놓아도 무슨 나무인지 알아채지 못하겠지요. 이때에는 무엇보다도 먼저 나무를 제대로 살피며 배워야 합니다. 나무를 하나하나 배우고 알아 가는 가운데 나무를 일컫는 말마디를 익힐 노릇입니다.

나무에 붙이는 이름 하나와 나무 생김새뿐 아니라 잎과 열매와 꽃에다가 어느 땅에서 잘 자라는가를 익혀야 합니다. 교과서나 책에 적힌 지식으로가 아닌, 우리 둘레에서 우리와 함께 고운 숨을 잇는 좋은 이웃인 나무를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비로소 나무를 안다고 할 만합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그물코)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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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고흥군 신호리 동백마을에서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를 꾸립니다. 옆지기랑 두 아이와 살아가며 집안일을 즐깁니다. http://cafe.naver.com/hbooks http://blog.aladin.co.kr/hbooks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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