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2010년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60년이 되는 해이다. 한반도는 일제로부터의 해방에 뒤이은 미군정의 지배를 거쳐 정부수립 과정에서 정치이념적 대립이 민주적으로 해소되지 못하고 '같은 민족끼리의 전쟁'이라는 극한대결을 겪었다.

 

그 이후 한국 사회에선 두 번의 군사쿠데타가 있었고, 그것은 독재정권과 권위주의정권으로 귀결되었다. 국가권력은 전쟁의 트라우마를 부추겨 국가안보 절대우선주의의 벽을 쌓았다. 법원조차 "국가의 안보에는 한치의 허술함이나 안이한 판단을 허용할 수 없다"1)고 인권보다 안보를 앞세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군대와 관련하여 군사독재의 과거를 청산하는 작업은 얘기를 꺼내기조차 힘들었다. '군의 특수성'은 분단 상황과 맞물리면서 군의 비밀주의를 이중삼중으로 엄호하였다. 군은 '국가 안의 국가'였다. 그러나 권력의 비밀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좀먹는 독소일 뿐이며, 또 그만큼 국민의 불신이 싹트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이에 대응하여 국가는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입에까지 차꼬를 채우고자 한다. 2010년 3월 26일 일어났던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군과 정부의 대응이 딱 그러하다.

 

군의 비밀주의가 낳은 의혹과 그에 대한 침묵의 강요

 

6월 11일 참여연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15개국과 유엔 사무총장실, 유엔 한국대표부에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이메일로 전달했다. 이에 대해 보수단체는 검찰에 고발을 했고, 서울중앙지검(검사장 노환균)은 해당 사건이 북한과의 연계 의혹 등 공안사건의 성격을 가졌다고 판단하여 같은 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진한)에 이 사건을 배당했다.

 

참여연대는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대해 8가지 의혹을 제기함과 아울러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6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 중 첫 번째는 국방부가 천안함 관련 기초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정보를 통제하려고만 한 것이었다. 참여연대는 천안함 침몰 원인의 명확하고 객관적인 규명을 위해서 국방부에 교신기록과 항적을 비롯한 4개 분야 16개 항목의 관련 정보를 요청하였다. 정부와 군은 가장 기초적인 정보, 즉 항적, 교신일지와 기록, 침몰장면 기록 TOD 영상, 인양 직후의 절단면 및 선체바닥면 등을 "군사기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거나 기록 자체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군사기밀보호법 제2조는 군사기밀에 대하여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한 것으로서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군관련 문서·도화·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 또는 물건으로서 군사기밀이라는 뜻이 표시 또는 고지되거나 보호에 필요한 조치가 행하여진 것과 그 내용"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서 "국가안전보장에 명백한 위험"이 되는지 여부가 군사기밀의 중요한 판단기준이다.

 

그 까닭은 자명하다. 헌법재판소도 판시하였듯이 "군사기밀의 범위가 필요이상으로 광범할 때 군사사항에 관한 한, 언론보도를 위한 취재는 물론 입법이나 학문연구를 위한 자료조사 활동과도 갈등 또는 마찰을 빚게 되어 표현의 자유(알 권리)나 학문의 자유가 위축되는 것은 물론 국민의 정당한 비판이나 감독도 현저히 곤란하거나 불가능하게 만들어 결국 국민주권주의 및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이념과도 배치"되기 때문이다.2)

 

군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가능한 한 솔직하게 사실자료를 공개했어야 마땅했다. 오히려 만연한 의혹을 푸는 것이야말로 국가안보에 매우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보에 대해서는 군사기밀 여부와 관련 없이 선택적으로 언론에 공개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군의 태도야말로 국민의 의혹과 불신을 불러일으켜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행동이었다. 군의 최종결과 발표 후에도 시민들은 천안함이 무엇을 위해 어디에서 어디로 향하고 있었고, 어느 지점에서 어떤 원인과 과정에 따라 침몰했는지에 대한 기초 사실관계 정보를 알 수 없었다.

 

거짓은 거짓을 낳을 뿐이며, 거짓을 은폐하기 위해서 자유로운 비판을 억압하기 마련이다. 군은 사건 직후 TOD 동영상이 없다고 하다가 군 전역자들의 제보가 잇따르자 세 차례에 걸쳐 부분적으로만 공개했다. 군은 "이것이 가지고 있는 동영상의 전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이 사고 전 과정을 촬영한 동영상을 봤다는 익명의 제보자의 진술을 보도했고, 민주노동당 이정희 국회의원도 국회에서 같은 취지로 발언했다. 군은 5월 30일 다시 추가 TOD를 공개, 사건 발생 약 40초 뒤 영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위증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오히려 천안함의 어뢰피격에 의문을 제기했던 사람들에 대하여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였다.

 

감사원은 합참이 사건 발생 시각을 21시 15분의 '15'에 볼펜으로 'ㄴ자'를 그려 넣어 '45'로 고쳐 관련 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했던 것처럼 보이려 했다는 내용을 밝히기도 했다. 침몰 당시 백령도에서 근무한 해병대 초병들이 물기둥을 목격했다는 군의 발표와 달리 초병들은 군 자체 조사 때 "물기능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는 지적도 있다.3)

 

권력을 부패하지 않고 건전하게 만드는 것은 공개성과 투명성이다. 이번 천안함 사건은 비밀주의가 낳은 폐해가 일파만파로 확장되는 양태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군이 오명으로 얼룩진 과거와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한 현재의 비밀주의를 청산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것은 국민주권에 충성하는 군의 본연의 모습이 어떠한 것이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일이어야 한다.

 

군의 비밀주의에 대한 통제방안

 

헌법은 문민통제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도 그렇지만 사실 군에 대한 민주주의적 통제가 쉬운 일은 아니며, 그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도 쉽지 않다. 국회가 상임위원회로서의 국방위원회 또는 국정조사위원회나 국정감사를 통해 군사문제를 통제하는 장치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군사에 관한 정보는 국회의원에게조차 제대로 제공되지 않으며, 그것이 제공된다고 해도 국민에게는 공개되지 않으므로 그 민주적 통제효과는 실제로는 미미하다.

 

그렇기는 하지만 군인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국회의 통제권을 보좌하는 기관으로서 국방 옴부즈맨 제도를 두어 특별한 통제메커니즘을 도입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일이다. 예를 들어 독일의 국방감독관은 국방장관 및 그 하위관청이나 직원에 대하여 정보요구권과 문서열람요구권을 가진다.4)

 

더 근본적으로는 군을 사회와 분리된 성역으로 보는 군 내부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 국방부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고위직을 군 출신 외의 민간인에게 개방함으로써 군의 체질 자체를 고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특히 군사기밀을 지정하고 분류함으로써 공개 여부와 그 범위를 결정하는 직무는 민간인이 맡아야 한다.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과도기적으로는 적어도 민군합동위원회를 구성하여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단지 군복을 벗기만 하면 국무총리나 국무위원으로 임명될 수 있는 것으로 축감된 헌법의 문민원칙을 실질화하는 일이다.

 

물론 군의 비밀주의가 분단 상황을 빌미로 국가안보를 볼모로 삼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군의 전횡을 막는 일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패권적 군사주의에 반대하는 저항, 불복종이며, 그 저항에 기초하여 평화적 생존권을 지지하는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나가는 일"5)이라는 지적이 강하게 울리는 지점이다. 그런데 가장 마지막까지 인권의 사각지대이자 정보의 비밀지대로 남아 있을 것이 예상되는 곳이 군대라면, 오히려 군대를 민주적으로 개혁하는 일을 당장 시작하는 것이야말로 인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공개적이고 투명한 정부를 창출하는 일의 지름길일지 모른다.

덧붙이는 글 | 오동석 님은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입니다. 이기사는 천주교인권위원회 월간 소식지 <교회와 인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1) 대법원 2007.5.31. 선고 2004도254 판결.
2) 헌재 1992.2.25. 선고 89헌가104 결정.
3) <한겨레> 2010.6.23.
4) 이계수·오병두, "군에 대한 의회통제의 가능성과 한계," 민주법학 제33호, 2007, 410쪽.
5) 이계수, "국방에 대한 민주주의적 통제," 민주법학 제32호, 2006, 48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홈페이지 : cathrights.or.kr 주소 : 서울시 중구 명동길80 (명동2가 1-19) (우)04537 전화 : 02-777-0641 팩스 : 02-775-6267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