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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산 지키기'에 환경단체도 동참하기로 했다. 학교법인 홍익학원에 '성미산 학교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성미산 환경파괴 반대를 외치던 '성미산생태보전과 생태공원화를 위한 주민대책위'(이하 성미산대책위) 활동을 환경단체들이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성미산대책위는 주로 성미산 인근에 살면서 성미산마을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마포구청은 2008년 1월 27일, 성미산 체육시설부지로 돼 있는 홍익학원 땅을 학교부지로 변경한다는 내용이 담긴 '성미산 도시관리계획 공고'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이를 접한 주민들은 긴급 마을회의를 거쳐 이틀 뒤인 29일 성미산대책위를 구성했다.
 
성미산 주민이며 홍익대 졸업생이 홍익대학교 정문 앞에서 일인시위를 하고 있다.
 성미산 주민이며 홍익대 졸업생이 홍익대학교 정문 앞에서 일인시위를 하고 있다.
ⓒ 타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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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산대책위는 그동안 성미산 전체를 자연숲으로 지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왔다. 또 마포구청,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서울시교육청에 계속 의견을 제시하면서 대화를 촉구해왔다. 그러나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지난해 9월 2일 성미산의 홍익학원 부지를 학교부지로 변경해주었으며, 지난 5월 20일 서울시교육청은 홍익학원이 신청한 학교사옥 승인 실시계획 인가를 승인해주기에 이르렀다.

이에 5월 21일 마을주민들은 다시 비상총회를 열어서 성미산을 지키기 위한 비상행동을 결의했다. 마을 주민들은 24일부터 마포구청, 홍익대, 서울시교육청 등에서 하루에 1회 이상의 일인시위를 해왔으며, 거의 매일 오후 8시, 50명에서 200여 명에 이르는 주민들이 모여 문화제를 해왔다. 

또 6월 8일 홍익학원이 성미산의 나무 10여 그루를 쓰러뜨리면서 성미산을 본격적으로 훼손한 이후에는 산비탈에 천막을 치고 막고 있다. 성미산지키기 천막은 마을주민들이 번갈아가면서 24시간 지키고 있다. 낮에는 엄마들이, 밤에는 아빠들이 생계와 육아에 지친 몸으로, '산을 지키겠다'는 한 마음으로 한 달 가까이 비상행동을 이어온 것이다. 

성미산 지키기, 환경단체들도 힘 합쳤다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왼쪽)과 박용신 환경정의 사무처장이 성미산지키기 위해서 함께 할 것을 말하고 있다.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왼쪽)과 박용신 환경정의 사무처장이 성미산지키기 위해서 함께 할 것을 말하고 있다.
ⓒ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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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성미산대책위에 드디어 연대와 지지의 성원들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 물꼬는 환경단체들이 터주었다. 22일 환경정의,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녹색교통, 생태지평연구소는 성미산대책위와 공동주최한 기자회견에서 성미산은 더 이상 성미산 마을 주민들만 고군분투하며 지켜나가는 공간이 아니라, 환경을 사랑하고 가꾸는 많은 사람들의 힘으로 함께 지켜나가야 하는 공간임을 공언했다.

연대발언에 나선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성미산은 비단 성미산 주민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대단히 중요하고 자랑스러운 곳"라며 말문을 열었다. 최승국 처장은 "성미산공동체와 이곳의 대안적 가치는 서울시민의 자랑"이라며, 홍익학원에 "우리가 애써 지켜온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지역 공동체를 파괴한 자리에서 어떤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되물었다. 이어 홍익학원에 지금이라도 성미산 이전 건축계획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면서 환경단체들은 성미산을 지켜나가기 위한 싸움을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신 환경정의 사무처장은 "사람들은 설악산이나 지리산 등 국립공원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그런 산을 지키기 위해서 많은 정책을 마련하지만, 정작 그런 산들은 너무 멀리 있어서 사실 산을 가꾸고 이용하기에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집에서 15분 사이에 있는 산은 그 어떤 산보다 소중하고 멋진 산이며, 그 산의 가치를 가볍게 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 처장은 성미산의 환경적 가치는 서울시도 인정하는 것이라며, 성미산과 홍익학원의 학습권을 지키기 위해서 서울시와 마포구청이 대체부지를 마련해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 
 
6월 22일 성미산의 홍익초중고 신축공사 현장 바로 앞에서 성미산대책위와 환경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6월 22일 성미산의 홍익초중고 신축공사 현장 바로 앞에서 성미산대책위와 환경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 가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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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성미산대책위, 환경정의,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녹색교통, 생태지평연구소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서울 도심의 아마존이라고 불릴 수 있는 성미산을 지켜낼 수 있는가 없는가는 2010년 서울의 생태환경 인식수준을 드러내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 서울시 교육감은 홍익학원 시설계획 변경승인 및 건축허가를 재심의하라! ▲ 성미산 전체를 자연숲 그대로 생태공원화하라! ▲ 홍익학원은 즉각 신축공사를 중지하라! ▲ 홍익 초중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서울 시장은 대체부지를 마련하라! 등 4개의 요구사항을 분명히 밝혔다.  

지난 6월 8일 홍익학원 측이 성미산의 몇 십 년 된 큰 나무 10여 그루를 굴삭기로 밀어 버린 후, 성미산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성미산지키기 텐트가 벼랑 끝에 설치돼 마을 주민들이 24시간 지키고 있는 상황이어서 사실 나무가 베어지는 등의 큰 훼손은 없었다. 그러나 다음날 공사에 놀란 성미산 들쥐들이 성미산 마을을 돌아다니고 심지어 가정집 안까지 들어왔다. 갑자기 없어져버린 나무 때문에 영역싸움을 하다가 죽은 까치도 있다. 굴삭기 공사를 단 3시간 한 것인데도 이렇게 생태계가 당황하는데, 공사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어떤 변화들이 일어날지 참으로 걱정스럽다.

홍익학원의 웃지 못할 황당한 퍼포먼스
 
6월 13일 홍익학원은 성미산의 자신들 사유지에 철조망을 치고 앞으로 일반인은 출입할 수 없다는 현수막을 달았다.
 6월 13일 홍익학원은 성미산의 자신들 사유지에 철조망을 치고 앞으로 일반인은 출입할 수 없다는 현수막을 달았다.
ⓒ 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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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홍익학원의 황당한 퍼포먼스들은 매일 이어지고 있다. 홍익학원은 지난 10일 텐트로 가기 위한 가장 가까운 출입문이었던 성서초등학교 앞 성미산 출입구를 봉쇄했다. 아직 누구인지 정해지지도 않은 현장소장이 썼다는 '공사중 출입금지' 문구만 하나 붙여놓고 자물쇠를 채워 쇠사슬까지 감아놓았다. 
 
6월 10일 성미산 출입로를 일방적으로 잠가버린 홍익학원
 6월 10일 성미산 출입로를 일방적으로 잠가버린 홍익학원
ⓒ 가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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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은 성미산에 올라가는 대 여섯 개의 진입로 중 하나지만 야트막한 경사를 가지고 있고 성서초등학교 바로 앞이어서 가장 많은 주민들이 이용하는 곳이었다.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길을 대책도 없이 막아버린 처사에 대해 항의하자 홍익학원측은 바로 다음날 이곳을 다시 개방했다.

13일 홍익학원은 다시 열어놓았던 출입구 앞에 높다란 펜스를 치고 자신들의 사유지를 철조망으로 둘러쌌다. 텐트를 지키던 마을 주민이 이 사실을 알려 많은 주민들이 산으로 몰려왔을 때는 이미 사유지 절반 이상을 철조망으로 막은 상태였다.  

마을 사람들은 등산로에 철조망을 치는 인부들의 작업을 막았다. 이 등산로에까지 철조망이 쳐지면 사실상 성미산지키기 텐트로의 접근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주민과 홍익학원은 2시간이 넘게 그 자리에서 대치했다. "사유지니 모두 나가라"고 주장하는 홍익대학교 직원과 "10년 넘게 오가던 등산로기 때문에 절대로 철조망을 치게 할 수 없다"는 주민간 실랑이는 계속됐다.

홍대 측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양측의 합의를 요구했다. 양측은 일단 홍익학원 사유지로 들어갈 수 있는 아주 작은 등산로에는 철조망을 치지 않기로 합의했다. 6월 22일 현재까지 홍익학원 측은 작은 등산로를 폐쇄하지 않았고, 자신들의 땅이니 당장 나가라는 경고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른이 한 팔만 벌리면 되는 작은 폭의 등산로만 막으면 주민들은 성미산의 아름다운 남사면 숲에 더 이상 들어갈 수 없게 된다.  
 
홍익학원은 자신들의 땅이라며 쳐놓은 철조망을 치고, 철조망이 허술한 곳으로 주민이 드나들자 군사분계선에나 있을 법한 이렇게 뾰족한 쇠사슬을 감아놨다.
 홍익학원은 자신들의 땅이라며 쳐놓은 철조망을 치고, 철조망이 허술한 곳으로 주민이 드나들자 군사분계선에나 있을 법한 이렇게 뾰족한 쇠사슬을 감아놨다.
ⓒ 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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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에는 더 황당한 일도 있었다. 철조망 곳곳에 개구멍(열려 있는 아주 작은 등산로까지 가려면 돌아가야 하는데, 빨리 그곳을 통과하고 싶어한 이들이 들뜬 철조망을 조금씩 벌려 놓은 듯하다) 비슷한 공간이 생기자, 홍익학원은 그곳에 군사분계선에나 있을 법한 살벌한 쇠가시덩굴을 쳤다. 공사하는 분들마저 손이 다칠 정도로 뾰족한 가시를 쳐서 더 이상 아이들이나 어르신들이 살짝 벌어진 철조망 사이로 드나들 수 없게 한 것이다. 홍익학원 자신들도 보기에 너무 혐오스러웠는지 이후 이 가시덩굴 위에 초록색 그물망을 쳐놓았다. 

이들이 이렇게 막고 있는 홍익학원 사유지는 성미산 전체의 일부라고 하지만 성미산 전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성미산 주민들은 가까스로 폐쇄를 막은 상태지만 자신들이 조금만 싸움의 고비를 늦추면 이 아름다운 산을 다시는 들어갈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이 숲이 모두 파헤쳐질 것이라는 것에 두려워하고 있다. 

성미산대책위는 성미산 파괴 행위를 합법적으로 가능하게 된 이 상황을 마련해 준 마포구청, 서울시청, 서울시교육청에 다시 한번 이 문제를 검토하기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산에서 일당을 받고 일하시는 인부가 말씀하셨다. "산이 참 예쁘다, 이 산이 너무 아깝다." 필부필녀라면, 산에 한번이라도 와봤다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 아름다운 숲의 가치를 왜 홍익학원과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은 모르는 것일까. 
 
▲ 이 아름다운 숲을 지켜주세요 6월 13일 성미산에 철조망이 쳐졌다. 홍익대학교 직원들은 자기들 땅이니 주민들은 모두 나가라고 일방적으로 몰아부쳤다. 이대로 손을 놓으면 어쩌면 이 숲을 다시는 갈 수 없으며 없어질 것이다.
ⓒ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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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성미산카페와 성미산 블로그에 중복게재됩니다.


태그:#성미산대책위, #성미산, #성미산지키기, #홍익재단, #환경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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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의 회원으로 언론모니터를 시작하여 민언련 모니터부장, 협동사무처장, 사무처장, 공동대표 등으로 언론개혁운동을 했습니다. 현재는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소장으로 인권 관련 미디어비평을 하고, 매주 일요일 8시 유튜브 <뭉클했슈>를 통해 작은 소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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