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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5일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에서 3D TV로 축구 경기를 지켜보는 참관인들
 지난 5월 25일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에서 3D TV로 축구 경기를 지켜보는 참관인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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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을 보려고 지난 5월 거금을 들여 3D TV를 구매했는데 정작 방송도 못 보고 무용지물이 됐습니다."

지난 17일 남아공월드컵 아르헨티나 전은 사상 처음 3D 중계된 한국 경기였다. 하지만 정작 이날만 손꼽아 기다려온 전국 케이블TV 가입자들은 값비싼 3D TV에 시커먼 화면만 나오자 망연자실했다. 월드컵 3D 중계 재전송 문제를 둘러싼 SBS와 케이블TV 사업자들의 협상이 벽에 부딪히면서 이날 3D 방송이 전면 중단됐기 때문이다. 

월드컵 3D 중계권 문제로 케이블TV 재전송 중단

전국 케이블TV사업자(SO)를 대표한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와 SBS는 21일 남아공월드컵 3D 중계권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500만 세대에 이르는 전국 유선방송 가입자는 앞으로 3D TV가 있어도 월드컵 3D 중계를 볼 수 없다.

현재 SBS는 KBS, MBC, EBS 등과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 송출하는 3D 시범 방송 채널(66번)을 통해 남아공월드컵 25경기를 3D 중계하고 있다. 하지만 3D 시범 방송을 지상파로 보려면 UHF 안테나를 따로 달아야 하고 그나마 관악산 중계소 반경 20km 이내 지역만 가능하기 때문에 나머지 지역에선 그동안 유선방송으로 3D 중계를 시청해 왔다.

하지만 SBS와 스카이라이프 등의 반발로 지난 17일경부터 유선방송에선 월드컵 3D 중계만 빠진 채 방송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다른 지역에서 월드컵 3D 중계를 보려면 SBS를 통해 FIFA와 정식 중계권 계약을 맺은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에 가입해야 한다. 현재 전국 스카이라이프 가입자는 250만 세대 정도다.

지방에서 월드컵 3D 중계를 보려면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에 가입해야 한다.
 지방에서 월드컵 3D 중계를 보려면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에 가입해야 한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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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재전송은 불가" - "비용 대비 활용 가치 따져야"

협상 결렬을 놓고 SBS와 케이블TV쪽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SBS 기획팀 관계자는 21일 "협의 조정 중에 이미 비용 부담을 얘기했고 피파(FIFA) 쪽의 승인까지 받았는데 지난 주말쯤 협회 쪽에서 협의 중단을 밝혀 계약이 불발됐다"고 밝혔다.

이에 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SBS에서 저작권 문제가 아닌 피파 쪽에서 요구하는 비용 문제를 들고 나온 데다 이미 한국전 2경기가 끝난 시점에서 비용 대비 활용 가치를 간과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SBS는 이미 스카이라이프와 계약을 맺은 전례와 피파 쪽 요구를 들어 무료 재전송은 불가능하다는 태도를 고수해 왔다. SBS 홍보팀 관계자는 "월드컵 3D 지상파 중계는 실험 방송을 위해 임시 할당받은 것이지 본격적으로 주파수를 받아 팔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케이블TV를 통한 재전송도 정식 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저쪽(SO)에서 먼저 구매 의사가 있어야 우리가 피파 쪽에 청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지금까지 저작권 침해 논란에도 별다른 대가 없이 지상파 방송을 재전송해온 지역 SO들 처지에선 아직 소수에 불과한 3D 가입자 때문에 수억 원의 비용까지 지불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방통위도 속수무책... 3D TV 보급에 '역풍' 될라

지난 5월 19일 지상파 3D 시범 방송을 시작한 방송통신위원회로서도 양측의 협상을 주선한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조영훈 방통위 뉴미디어정책과장은 "이미 3D 방송에 필요한 기술적인 장치는 모두 풀어준 상황"이라면서 "(월드컵 3D 중계 재전송 문제는) 당사자인 SBS와 SO들이 풀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통해 국내에 팔려나간 3D TV는 3만 6천여 대로 추정된다. 특히 이달 들어 판매량이 급증하며 '월드컵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하지만 3D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월드컵 3D 시청권까지 제한되면서 앞으로 3D TV 보급엔 오히려 '역풍'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SBS의 월드컵 단독 중계로 촉발된 '시청권 문제'가 지상파를 넘어 케이블TV업계로 확산되며, 이제 막 첫 단추를 꿴 3D 방송에까지 불안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셈이다.      


태그:#3D TV, #월드컵, #남아공월드컵, #SBS, #3D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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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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