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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교 홍교 일명 '삐뚤이 오리'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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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위쪽 부리가 휘어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하는 벌교 홍교 아래에 있는 일명 '삐뚤이 오리'에 대한 기사를 작성했었다. 이 오리는 올해 석가탄신일날 벌교 홍교회에서 방생해 준 청둥오리 100여 마리에 끼어있던 오리다.

이 기사가 나간 후에 필자의 통장에 1만원이 들어왔다(아마 우리천올레길 카페에 공지된 계좌번호를 본 모양이다). 입금자 이름란에는 '삐뚤이 (오리) 밥값'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깜짝 놀라 그 1만원을 통장에서 찾아 벌교 홍교회 이문수 회장에게 전달했다. 그 돈은 내 돈이 아닌 통장에 찍힌 대로 분명 '삐뚤이 (오리) 밥값'이었기 때문이었다.

지난 15일, 삐뚤이 밥값이라는 명으로 1만원이 필자의 통장에 찍혔다. 통장을 자주 확인해 보지 않기에 오늘 아침에 찍어보고 깜짝놀라 그 1만원을 찾아 벌교 홍교회를 찾아 전달했다
 지난 15일, 삐뚤이 밥값이라는 명으로 1만원이 필자의 통장에 찍혔다. 통장을 자주 확인해 보지 않기에 오늘 아침에 찍어보고 깜짝놀라 그 1만원을 찾아 벌교 홍교회를 찾아 전달했다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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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인터넷을 접하다 보면 우리 주변에서는 결코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얘기들이 올라오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럴 때마다 '사실일까?' 하는 맘이 앞선 것은 필자의 마음이 바르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사회가 너무 각박해서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익명의 네티즌이 보내 준 1만원을 들고 전달해 주기 위해 홍교회를 찾았을 때 필자의 심정이 그랬다. 이 얘기를 올려놓으면 누군가 '사실일까?'하면서 의구심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하지만 사실이기도 하거니와 홍교회를 통해 이미 지역 사회 단체나 주변 주민들이 삐뚤이 오리를 위해 먹이를 구입해 달라고 십시일반 알게 모르게 돈을 주고 갔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됐다. 그래서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인가 보다. 문득 가슴 속이 따뜻해짐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벌교 홍교의 일명 '삐뚤이 오리'는 태어날때부터 기형적 부리를 가지고 있어 평생 그렇게 살아야 할 운명을 갖고 있다.
 벌교 홍교의 일명 '삐뚤이 오리'는 태어날때부터 기형적 부리를 가지고 있어 평생 그렇게 살아야 할 운명을 갖고 있다.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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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이 오리를 위해 어떤 방법이 없을까 하고 함께 자리한 문광식 벌교동물병원장은 "기형의 상태가 심해 손을 쓸 수 없고 이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는 진단을, 사료값이 1만5천원임을 생각해서 나머지 금액을 보태기 위해 지갑을 연 이문식 벌교홍교회장은 "다른 어떤 성금보다 감사히 받겠다"면서 "비록 작다면 작고 많다면 많은 1만원이지만 그 네티즌을 생각해서도 삐뚤이 오리를 잘 키워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마음이 부자인 사람은 '남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평생 그렇게 살아가야만 하는 삐뚤이 오리를 위해 작은 정성을 기부해 준 네티즌으로 인해 오늘 아침 여러 사람들이 행복했다는 것을 전해드리고 싶다. '삐뚤이 (오리) 밥값'님 당신은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낙안천과 벌교천을 살려 낙안읍성에서 태백산맥문학관까지 걷는 '우리천올레길' 조성에 매진하고 있다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홍교, #삐뚤이오리, #네티즌, #우리천올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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