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저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강력히 충고하고 싶습니다. 전직 대통령 두 사람이 합의해 놓은 6·15와 10·4를 이 대통령은 반드시 지키십시오. 그래야 문제가 풀립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년 전 2009년 6월 15일에 한 말이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김대중평화센터,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 한반도평화포럼이 15일 오후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연 '6·15남북정상회담 10주년 기념만찬' 개회사에서 김 전 대통령의 이 발언을 상기시켰다.

 

임 전 장관은 "김 대통령의 이 호소는 더욱 절실해졌다"면서 "머지않아 6자회담이 열릴 것인데 남과 북이 주도적으로 참여해서 문제를 풀어가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하루속히 남북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계속해서 "지난 2년 반 동안 이명박 정부는 남북관계에서 아무런 진전도 이룩하지 못한, 퇴행과 역주행의 시간이었다"고 비판하면서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강경정책을 바꾸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1C에 20C 냉전체제 유지하는 후진지역으로 전락할 것"

 

강만길 고대 명예교수는 '6·15 10주년의 역사적 의미와 한반도 미래'라는 제목의 특강에서, 6·15 10주년의 역사적 의미를 ▲ 남북주민들의 상호관계를 적대관계로부터 다시 동족관계로 되돌려놓는 계기 ▲ 베트남식 전쟁통일도 독일식 흡수통일도 아닌 한반도식 '협상통일'이 시작된 계기 ▲ (남의) 국가연합통일방안과 (북의) 연방제통일방안의 합치점을 구함으로써 한반도식 통일방안 자체를 한층 더 진전시킨 선언 ▲ 좁게는 동아시아의 평화, 넓게는 세계평화의 정착에 크게 이바지한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강 명예교수는 이어 "6·15선언이 그 10주년을 맞이한 시점에서 그 기능과 효과를 발휘할 수 없게 된다면, 한반도 지역은 불행하게도 인류사적 여망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지난 20세기적 냉전체제를 유지하려는 21세기 세계사의 하나의 후진지역으로 (우리나라는)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도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현 상황은 남과 북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남과 북 사이에 일어난 모든 문제를 인내심을 가지고 대화로 풀어나가는 것이 6·15 정신이고, 햇볕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또 "매년 해오던 남북 공동행사가 10주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시기에 열리지 못하는 것을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며 "11주년부터는 남과 북이 함께 만나 6·15 행사를 성대하게 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국민의 정부 청와대 출입 사진기자들로부터 2000년 정상회담 2박 3일을 담은 사진 원본 필름을 전달받기도 했다.

 

정세균·강기갑·이재정 참석... 동교동계 인사도 대거 눈에 띄어

 

 

행사 참석자들은 "지금 한반도에 조성된 위기상황은 정부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외면했기 때문"이라면서 남북한 정부에 대해 ▲ 남과 북은 더 이상 한반도에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말과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당국간 대화를 시작하고, 개성공단 활성화를 위해 한국정부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며, 제2, 제3의 천안함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상을 이행하여야 한다 ▲ 천안함 사태를 이유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노력을 지연시켜서는 안 되며, 한국 정부는 관계국과 협의하여 6자회담을 통해 북한 핵문제 해결에 다시 나서야 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만찬과 만찬에 앞서 열린 학술회의에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 한명숙·이해찬 전 총리,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정동영, 천정배, 원혜영 민주당 의원, 강금실 전 장관, 유시민 전 장관, 김하중 전 통일부 장관,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 영화배우 문성근씨,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 등이 참석했다.

 

송영길 인천시장·박준영 전남지사·안희정 충남지사· 황명선 논산시장 당선자 등 6·2지방선거 당선자들도 함께 했고, 권노갑 전 의원, 한화갑 평화민주당 대표 등 동교동계 인사들도 대거 모습을 보였다.

 

유시민 전 장관 등 이른바 '친노'인사들이 다수 참석한 것에 대해 노무현재단  관계자는 "지난해 10·4선언 기념식 때는 우리가 김대중 평화센터에 참석을 요청했고, 이번에는 김 전 대통령 쪽에서 참석요청을 해왔다"고 전했다.

 

정부인사로는 유일하게 엄종식 통일부 차관이 만찬에 참석했다. 주최 측은 900석 규모의 만찬장이 모자라 별도의 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 속으론 그만했으면 싶기도 하다"

[현장] 명진스님 "평화를 위하여" 건배 제의

 

이날 만찬에서는 한명숙 전 총리 정세균 민주당 대표 송영길·안희정 당선자, 강금실 전 장관 등이 건배사를 했다.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도 건배사를 해 큰 박수를 받았다. 명진 스님은 "강남의 좌파 주지 명진입니다"라고 자기소개를 했다. 그는 이어 "월드컵을 보면서 박지성이 올린 크로스를 정대세가 골인시켰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며 "6·15정신이 살아있었다면 그렇게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붉은악마가 봉은사 앞 거리로 오면서 봉은사 앞 도로가 코엑스 앞 거리가 됐다"면서 "이명박 정권이 제일 싫어하는 게 좌파 주지인 저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모든 것을 다 해봤다는 이명박 대통령, 속으로는 그만했으면 싶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명진 스님은 "잠용들 여러분이 여기 와 계시는데 박지성 선수가 와서 대통령을 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평화만한 안보는 없다"며 "어떤 총칼보다도 평화를 앞서는 안보는 없다, 평화를 위하여"라고 건배사를 했다.

 

 


태그:#임동원, #6.15 10주년, #이희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