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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국무총리 "애국심 있었다면 유엔에 갖고 가지 않았을 것"

참여연대가 정부의 '천안함 조사결과'를 놓고 유엔에 서신을 보내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14일 청와대와 국무총리, 외교부를 비롯한 정부와 보수단체가 이례적으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당초 정부가 추진했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이나 의장 성명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참여연대를 희생양으로 삼기 위한 '화풀이'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참여연대는 지난 11일 유엔 안보리 의장국인 멕시코와 15개 이사국에 "천안함 사건의 원인이나 범인을 지목하는 것은 이르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바 있다.

이날 오전 <연합뉴스>는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외부의 적으로부터 피격을 받은 상황에서 한 시민단체의 이런 행위는 적을 이롭게 하는 '이적행위'나 마찬가지"라며 "국내 문제라면 모르지만 국가안보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어떻게 이런 식으로 나올 수가 있느냐"고 반문했다고 보도했다.

14일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참여연대의 서한 발송에 대해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라며 "국제 전문조사 인력까지 함께한 과학적, 객관적 조사를 통해 결론이 났고 50개가 넘는 나라에서 신뢰를 보냈다"면서 "도대체 이 시점에 무슨 목적으로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 김영선 대변인도 오후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가 기울이고 있는 외교노력을 저해하는 것으로 극히 유감스런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답변에서 "정부가 객관적·과학적으로 천안함 침몰 원인을 규명하고 국제기구와 55개 국가가 정부의 조사결과를 지지하는 마당"이라며 "조금이라도 애국심이 있었다면 천안함 피격 조사 결과를 유엔에 갖고 가지 않았을 것이다,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어 "정말로 중차대한 천안한 피격사건을 국제사회가 다루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이 일치·단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며 "(참여연대의 서한 발송은) 국익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것으로 깊은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사람들이 어느 나라 국민인지 신문을 보면서 의문이 생겼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보수단체들 역시 일제히 참여연대를 비난하고 나섰다.

라이트코리아를 비롯한 (사)6·25남침피해유족회 회원 20여 명도 이날 오후 3시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 앞에서 "군을 불신하고 북한을 대변하는 참여연대의 해체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봉태홍 라이트코리아 대표는 "북한을 대변하는 듯한 내용의 서한을 안보리 이사국에 보낸 행위는 정부의 발표를 불신하고 국제사회에 우리나라의 위신을 추락시키고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검찰에 이번 서한 발송에 대해 수사의뢰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유주의진보연합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중립국 스웨덴을 비롯한 선진국의 전문가들까지 참여한 천안함 조사 결과를 공개적으로 부정하며 유엔에 서한까지 보내는 행위는 대한민국의 국익을 정면으로 훼손하는 일"이라면서 "참여연대는 이번 돌출행동에 대해 즉각 대국민 사과를 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인권·평화 이슈에서 통상적으로 해오던 활동"

하지만 참여연대측은 정부와 보수진영의 반발에 대해 "전 세계 시민단체의 통상적인 국제 의사소통 행위"라며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고 NGO(비정부기구)의 역할을 충실히 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참여연대가 안보리에 보낸 글은 지난 달 25일 참여연대가 발행한 <천안함 이슈리포트> 2편으로, 각각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로 해명되지 않는 8가지 의문점"과 "천안함 침몰 조사과정의 6가지 문제점"이라는 부제목이 붙어 있다.

이 문건에서 참여연대가 의문점으로 지적한 여덟 가지는 아래와 같다.

1. 물기둥에 대한 설명이 설득력이 없다.
2. 생존자나 사망자의 부상정도가 어뢰폭발에 의한 것인지 설명이 부족하다.
3. 절단면에 폭발의 흔적으로 볼 만한 심각한 손상이 있는지 설명이 없다.
4. 천안함 사건 초기 TOD 영상 진짜 없나?
5. 가스터빈실에 대한 조사 없는 결과 발표, 그렇게 서두를 이유 있었나?
6. 화약 아닌, 알루미늄 산화물이 폭발의 흔적인가?
7. 북한 연어급 잠수정의 실체는 뭔가? 수일간 추적하지 못한 것은 납득할 만한가?
8. 어뢰발사 감지 못했나?

참여연대는 이 두 편의 글을 "상식 수준의 의문과 문제제기"라며 "북한이 하지 않았다거나 특정한 견해를 편 것이 아니라, 아직 국내 여론과 국회에서의 이해와 동의가 불충분하다는 사실을 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여연대는 두 편의 글을 영어 번역본과 함께 15개 유엔안보리 이사국들, 그리고 유엔사무총장실, 한국유엔대표부에 전달한 것으로 밝혔으며, 서한 전달에 대해 "참여연대가 인권, 평화 이슈에서 통상적으로 해오던 활동의 일환"으로 "전 세계 국가들과 유엔은 이를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희순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간사는 "NGO가 정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유엔 헌장에도 나와 있는 당연한 권리"라며 "안보 역시 시민의 감시를 받아야 할 부분으로 저희는 (천안함 사건) 초기부터 군의 기밀주의와 자의적 정보공개를 비판해 왔다"고 밝혔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도 이날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중국, 러시아가 한국정부 천안함 조사결과에 의문을 거두지 않고 있고, 미국도 슬슬 발 빼려는 이 상황은 조사결과의 과학성, 객관성 문제를 떠나 최소한으로 봐도 정부의 외교 실패입니다. 그게 참여연대 보고서 때문이라고요? 유엔 안보리가 언제부터 NGO 문서 한 장에 왔다 갔다 했나요"라고 반문했다.

박 처장은 또 "청와대 관계자가 참여연대의 안보리 서한에 대해 '이적행위'라 했다네요. '이적'이라는 말이 어불성설이지만, 백번 양보해서 조사결과에 의문이 있다고 지적한 시민단체가 이적인가요? 46명의 희생자를 내고 군함이 가라앉았는데, 폭탄주에 취해서 잠 잔 군 지휘부가 이적인가요?"라는 글을 올렸다.


태그:#천안함,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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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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