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싸움에서 승리한 한국팀, 그리스전 2-0승리

12일(한국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엘리자베스에서 열린 B조 예선, 그리스전은 한국팀 전술의 완벽한 승리였다. 크게 보면 적극적인 압박방어가 지역방어를 이긴 셈인데, 그리스 선수들은 전술적 열세를 극복할 개인적 역량을 갖추지 못했을 뿐더러, 이날 경기에서는 개개인의 능력이 오히려 한국선수들에 미치지 못했다.

한국이 이날 김정우와 기성용, 두 명의 수비형미드필더를 수비에 치중시켰음에도 박주영, 염기훈, 박지성, 그리고 이청용이 펼친 공격편대는 지역방어로 일관한 그리스 수비를 쉽게 돌파했고, 심지어 그리스의 공격의 시발을 한국의 공격진들이 큰 어려움없이 차단하는 예상 외의 경기양상이 계속 되었다. 여기에는 이영표와 차두리라는 큰 무대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경험있는 좌우윙백들의 적극적인 공격가담과 유기적인 수비플레이가 있어 가능했다. 

이영표와 차두리의 전술 이해도가 조직력 극대화

이날 좌우 윙백으로 나선 이영표와 차두리는 왕성한 체력을 자랑하며 경기장 끝에서 끝을 질주했다. 공격시에는 최전방에서 공격에 가담했고, 상대방의 역습이 시작될 때에는 미드필드진에서 어느 새 상대방의 공격을 낚아챘다. 특히 2002 한일월드컵에서 각각 미드필더와 공격수로 나선 두 선수의 오버래핑에 이은 공격력은 좌우윙으로 나선 염기훈과 이청용에 못지 않게 위력적이었다.

둘의 공격가담도 좋았지만 이날 이영표와 차두리는 포백시스템과 두 명의 수비형미드필더를 두는 더블볼란치 전술을 이해하며, 그리스공격의 싹을 잘랐다.

이영표는 부지런히 공격에 가담했지만, 차두리에 비해 공격보다는 수비에 치중하며 특히 그리스 최고의 공격수, 게카스를 효율적으로 마크하며 한국 수비의 부담을 한층 덜었다.

차두리는 특히 그리스가 자랑하는 셀틱의 게로르기오스 사마라스를 철저히 봉쇄했다. 사마라스는 한국팀에서 최고의 피지컬을 자랑하는 차두리에 시종일관 밀리며 별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후반 11분 살핑기디스로 교체되며 그라운드에서 퇴장했다.

한국 공격진 네 명이 전방에서 그리스의 공격을 차단한다지만, 그리스의 수비선수들과 미드필더들이 진형을 형성하며 전진하는 상황에서 네 명의 공격진이 공격시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차두리와 이영표가 한국 공격선수들과 나란히는 아니더라도 미드필드진영까지 가세해 압박하는 상황에서 그리스는 한국의 수비진형의 빈틈을 찾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미드필드진과 공격진이 상대적으로 내려오면서 볼을 받아주려는 노력을 하고 1대1돌파나 유기적인 패스플레이를 통해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시도가 일반적이다. 문제는 1대 1돌파를 할 수 있을 만큼 그리스 선수들의 역량이 좋지 않았고 한국의 프레싱은 두 명 이상의 선수들이 동원된 상황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공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 그리스 선수들은 공을 뒤로 뒤로 뺄 수밖에 없었다.

한국의 최전방 공격수들은 최종 수비 두 명과 심지어 골키퍼까지 압박했고, 박지성의 골은 이런 과정에서 얻은 압박의 성과였다. 최전방까지는 따라오지 않았지만 미드필드 진영에서 버티고 있으며 요소를 차단한 차두리와 이영표가 아니었다면 거두기 힘든 열매였다.

이영표와 차두리의 공격가세는 기성용(김남일)과 김정우가 공격가세 걱정을 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실제로 한국의 공격방향을 보면 한국의 공격이 차두리가 가세한 오른쪽과 이영표가 역시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준 왼쪽에서 대부분 이루어진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또한 수비 시 미드필드진으로의 적극적인 합류는 기성용과 김정우가 위치를 고수하며 그리스의 공격을 손쉽게 막아내는데 또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같이 미드필드진이 질식된 상황에서 그리스가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는 상대적으로 우수한 신체조건을 이용해 최후방에서 최전방으로 단번에 공을 연결하는 것이었지만, 이는 한국 수비들의 적극적인 경합노력에 의해 무산되었다.

마침내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내지 못하고 한국의 미드필드진에서 공격이 차단당하며 한국팀의 기습적인 역습에 시달리던 그리스는 후반중반이 넘어가면서 사실상 패배를 자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아르헨티나전에서도 통할까?

사실 이날 한국팀이 펼친 전술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유럽팀이 압박을 기본으로 한 미드필드 싸움을 중시하는 이 같은 전술을 사용한다. 당연히 언제나 좌우수비수들의 전술이해도와 활약은 이 전술이 빛을 발하는데 결정적인 요소다. 하지만 승부는 언제나 개인 선수들의 능력에 달려있는 경우가 많다.

한국 선수들보다 개인적인 역량이 뛰어난, 특히 나이지리아전에서 보여준 것과 같이 수비보다는 공격이 더 날카로운 아르헨티나전에서 허정무 감독은 이날 전술과 비슷한 하지만 좀 더 수비적인 형태의 전술을 들고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분명히 아르헨티나전에서의 압박과 압박의 효과는 그리스전만큼 효과를 거두기는 힘들 것이다.

그리스전에서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한 차두리와 이영표도 좀 더 수비적으로 나올 것이며, 특히 허정무 감독은 차두리 대신 오범석을 투입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정석은 정석이다. 정석은 언제나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한국 선수들이 그리스전에서 보여준 개인의 역량을 조금만 끌어올린다면 한국의 조직력은 세계 최강인 아르헨티나 선수들도 돌파하기 어려울 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다.

더구나 나이지리아전에서 보여준 아르헨티나의 공격진은 개인의 번득이는 천재성은 빛날지언정 한국의 공격진들이 하나하나 만들어나가는 차분한 패스플레이에 의한 조직력을 뽐내지는 못했다.

결국 그리스전과 같이 차분히 전술의 기본형태를 지키며 상대에게 압력을 가한다면 아르헨티나의 공격을 봉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더구나 그리스전에서의 승리로 B조 1위를 차지한 한국은 아르헨티나전에서 무리를 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한국선수들이 자기 전술을 차분하게 유지할 수 있는 이유다.

이영표 차두리 남아공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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