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에르끼 아호의 핀란드 교육개혁 보고서〉
▲ 책겉그림 〈에르끼 아호의 핀란드 교육개혁 보고서〉
ⓒ 한울림

관련사진보기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교육 풍토를 성토하고 있지요.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을 경쟁교육으로 몰아붙이니 사회 윤리는 뒷전이라는 것이지요. 중고등학교 때도 모든 초점을 대입에 맞출 뿐이니 성공지상주의 외엔 생각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죠. 대학에 들어가서도 취업에 기를 쓰고 있으니 고등학교 4학년과 전혀 다를 바 없는 것이지요.

그런 교육 풍토 속에서는 아이들 간에 협동심을 키워나가기란 정말로 어려운 일이겠지요. 모든 문제를 학원이나 부모나 저홀로 해결해야 할 뿐이니 말이죠. 그 속에서 더불어 살아야 할 가치관을 배우기란 더더욱 어려운 현실이겠지요. 오직 초일류대학이라는 스펙만 쌓으려 할 뿐이니 말이죠.

그걸 선생님들이 나서주면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죠. 그 누구보다도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고 이끌어 주기 때문이죠. 그런데 선생님 한 분이 25명이나 되는 학생들을 돌보기란 결코 녹록지 않은 환경이죠. 그 뿐인가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과 수업 준비 외에도 행정업무가 장난이 아니게 많죠.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이지요.

그렇다고 선생님들에게 교육할 수 있는 재량권이 넉넉하게 주어진 것도 아니지요. 국공립학교는 그나마 낫겠지만 특목고 같은 사립학교 선생님들은 죽을 똥을 싸야 하겠지요. 아이들이 더 나은 학교로 진학해야만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까닭이죠. 당연히 그 스트레스는 학생들에게 부메랑 되어 돌아오겠지요. 아이들을 사육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겠지요.

그 때문에 그런 걸까요? 여기저기에서 핀란드 교육방법을 도입하자구요. 한때 국가 부도 설에 휘말리고, 교육 수준도 자랑할 만한 나라가 아니었는데 하루아침에 세계적인 교육국가로 발돋움했으니, 당연히 그런 이야기를 하겠지요. 그렇지만 거기에 숨은 게 있음을 알아야 하지요. 핀란드 학생들이 다른 나라 아이들에 비해 성적이 일등이고 1등과 꼴찌 사이에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 말이죠. 여전히 일등 지상주의 관점으로 보려 한다는 것이지요.

에르끼 아호 외 2인이 쓴 <에르끼 아호의 핀란드 교육개혁 보고서>는 핀란드가 추구하는 교육정책의 결과물보다는 아름다운 교육 풍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지요. 겉만 번지르르한 과실이 아니라 그 속까지도 튼튼한 과실을 엿볼 수 있다는 거죠. 그를 위해 핀란드는 학교제도를 종합학교로 개혁했고, 그를 감당할 교사들도 석사 이상의 학위를 지니도록 하여 교육 개혁에 동참시켰고, 교육을 지원할 행정 시스템도 개혁시켰지요.

물론 그것은 하루아침에 된 게 절대로 아니었지요. 1960년대에 시작하여 40년 넘게 추진해 온 중장기적인 노력의 결과였던 것이지요. 그만큼 신자유주의 시장원리를 도입하려는 경쟁교육과는 달리 보편적인 교육개혁에 주안점을 두어 일관되게 추진했고, 그 개혁의 추진 과정에서 기존 제도를 고수하려는 기득권층과도 충분한 토론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낸 결과였던 것이지요.

"1972년부터 1991년까지 20년 가까이 국가 교육청장을 역임하면서 교육개혁을 추진해왔던 에르끼 아호는 "경쟁은 경쟁을 낳아 결국 유치원생들까지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 말려들게 만들 것이다. 학교는 좋은 시민이 되기 위한 교양을 쌓는 과정이고, 경쟁은 좋은 시민이 된 다음의 일이다"라는 논리로 국민들을 설득하여 경쟁이 아닌 협력의 교육을 위한 개혁을 추진했다."(242쪽)

그와 같은 핀란드 교육정책에 대해 우리나라의 21세기교육연구원 준비위원장인 안승문 교수나 심상정 전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그리고 강수돌 교수와 참교육연구소장을 역임한 이용관 선생님은 우리교육도 그들로부터 대안과 희망을 찾아갈 것을 주문하고 있지요. 그들로부터 배워야 할 게 참 많다는 뜻이지요.

이른바 주입식 암기 교육이나 성적 위주의 일제고사 방식과는 달리 창의성에 바탕을 둔 토론과 소통의 협동학습이 그거란 것이죠. 이기심과 탐욕의 교육이 아닌 공생과 협력의 교육정책을 주도하면 된다는 것이죠. 그를 위해 국회에서는 교육상설위원회를 두게 하고, 교육감의 권한은 학교와 선생님에게 넘기도록 하고, 교장도 공모제나 선출제로 뽑도록 하는 민주 교육이 바탕이 되도록 하면 된다는 것이지요.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나라 교육은 다시금 새싹이 나고 가지가 뻗고 울창한 숲을 이루지 않을까요? 백년지대계라는 교육 풍토를 바르고 아름답게 세우기만 하면 훗날 우리나라 교육도 세계 속에 자랑할 날이 있겠지요. 이를 위해 40년 넘게 준비하고 뼈대를 세운 핀란드의 교육정책처럼, 우리도 뭔가 할 수 있다는 걸 지금부터 머리를 맞대고 보여 줬으면 싶어요.


에르끼 아호의 핀란드 교육개혁 보고서

에르끼 아호 외 지음, 김선희 옮김, 한울림(2010)


태그:#에르끼 아호, #핀란드 교육개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