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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항상 설렙니다. 그러나 좋은 사람과의 여행은 이 설렘의 파장을 배로 증가시키는 듯합니다. 미국에서 사시는 외가쪽 오라버니, 일가 언니, 모 대학 철학과 교수님과 함께 지난달 28일 찾은 논산 관촉사 관광은 나에게 퍽 의미 깊은 여행이었습니다.

 

불가에서는 길거리에 오고 가는 사람끼리 잠깐 옷깃을 스쳐도 그 인연은 전생에서 숱한 만남의 업으로 생성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즐거운 여행길의 동반된 인연은 얼마나 소중한 인연들이었을까 생각하니, 새삼 이 축복된 인연에 감사한 마음이 일었습니다. 

 

2554년 전 이땅에 오셔서, 보리수 아래에서 깨우쳐 부처가 된 석가모니는, 숱한 사람들이 호수의 연꽃으로 보였다고 합니다. 어떤 연꽃은 진창 속에 있고, 어떤 연꽃은 진창을 헤어나려 하고 있으며, 또 어떤 연꽃은 간신히 머리만 물 위로 내밀고 있고, 또 어떤 연꽃은 꽃을 피우려고 애를 쓰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고해를 헤매고 있는 중생의 모습으로 다가왔다고 합니다.

 

미륵불은 55억 7천만 년 뒤에 이 세상에 출현한다는 부처

 

'미래불(미륵불)'은 그 석가모니께서 열반 한 후, 55억 7천만 년 뒤 이 세상에 출현한다는 부처를 이릅니다. 그러니까 논산 관촉사 경내 서 있는 '석조미륵입상(일명 은진 미륵)'은, 앞으로 약 55억 7천만년 뒤에 출현할, 미래불의 모습인 것입니다.

 

정말 이 길고 긴 시간을 사람이라면 어떻게 기다리겠나 싶으니, 장대하게 키가 큰 불상이 문득 위대한 신처럼 다가왔습니다. 정말 대우주적인 시간에 비해, 인간이 가진 시간이란 것, 정말 찰나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또 이 삶의 한 순간 순간이 정말 소중한 시간이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도 55억 7천만년을 기다릴 사랑이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마치 촛불이 빛나는 것 같다 하여 관촉사라 불리우다

 

관촉사 은진미륵상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불상의 높이가 l8.12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불상이라는 점과 토속적인 조각이라는 점 때문이라고 합니다. 정말  불상을 찬찬히 뜯어보니 여간 재미 나는 불상이 아니었습니다.

 

불상의 얼굴의 이마가 좁고 턱이 넓은 삼각형이며 옆으로 길게 째진 눈, 넓은 코, 한 일자로 꼭 다문 큰 입이 토속적인 느낌을 주는데, 왠지 어울리지 않은 부조화의 조화로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은진미륵'은 또 챙이 넓은 관까지 쓰고 있어 매우 해학적인 느낌을 받습니다. 그러나 웃는 듯 마는 듯 웃는 그 미소는 시쳇말로 얼짱입니다.

 
불상의 몸은 거대한 돌을 원통형으로 깎아 만든 돌덩이고, 왼손은 아래로 내려 엄지와 중지를 맞대고 있는 모습이 관음보살의 신상을 취하고 있습니다. 어깨에 걸쳐 입은 가사는 어깨에서 양쪽으로 길게 내리고 있으며, 가로무늬가 있고 몸 중앙으로 몇 개의 U형 옷주름을 돌렸을 뿐 매우 단조로운데도 화려한 느낌을 안겨주었습니다. 
 

 
아주 먼 옛날 중국의 지안이라는 승려가 이곳에 세워진 석조미륵보살입상을 보고 미간의 옥호에서 발생한 빛이 "마치 촛불을 보는 것같이 미륵이 빛난다"하면서 예배하였는데, 이 연유로 관촉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집니다.
 

 
관촉사 사찰은, 968년(고려 광종 19)에 혜명 대사가 짓기 시작하여 1006년에 완공하였다고 합니다. 관촉사에는 전해지는 설화가 있습니다. 아주 먼 옛날 산에서 고사리를 캐던 여인이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곳으로 가보니 아이는 없고 큰 바위에서 아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고 합니다.
 
이에 나라에서는 이 터가 신성하다고 여겨 절을 짓게하였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관촉사 법당은 1386년(우왕 12)에 신축되어 건립하였으며, 1581년(선조 14) '백지'가 1674년(현종 15)에는 '지능'이 중수하였다고 전합니다. 당시 같은 시기에 지어졌다고 전해지는 목조 건축물은 현재 남아 있지 않습니다.
 
경내에는 은진 미륵(보물 218호)을 비롯하여, 석등:보물 제232호)·사리탑(연화배례석:충남유형문화재 제53호)·사적비·관음전·삼성각·사명각·해탈문·현충각·기미독립운동기념비 등이 있습니다. 절 입구에는 1914년에 만든 반야교라는 현대식 구름다리도 있었습니다.
 
관촉사는 충남 논산시 관촉동 반야산에 자리한 사찰로, 국내에서 가장 큰 불상 중의 하나인 '석조미륵보살입상'으로 유명해진 절입니다. 경내에는 돌리기만 하면 경전을 읽은 것과 같은 공덕을 쌓을 수 있다고 하는 회전식 불경보관대인 윤장대을 비롯, 석문을 통과하여 경내에 들어오면 최근에 조영된 미륵전, 대웅보전, 명곡루 등의 건물이 있습니다.
 
관촉사를 창건할 당시 참배객이 너무 많이 몰려 이를 막기 위해 담장을 쌓고 사방에 문을 내었는데, 그중 동문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관촉사 석문이라고 합니다.
 

 

독일 시인 헤세는 그의 <싯다르타>에서 '인연을 아는 것은 사고(思考)요. 사고를 통하여서만 감각은 인식이 되어 소멸되지 않을 뿐 아니라 본질적인 것이 되어 그 속에 있는 것이 빛날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다...'라고 적고 있습니다.
 
정말 헤세의 말처럼, 사람은 만남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빛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내일이면 태평양을 건너 갈 나이 많은 오라버니와의 이별을 생각하니 괜히 울적했는데, 관촉사 산문을 내려오는 길에 만난 다람쥐 한 마리의 귀여운 재롱에 함께 웃으며 즐거워 했습니다. 관촉사 미륵불도 입가의 꼬리를 올리며 빙그레 웃는 듯 여겨졌습니다… .  
 

 

태그:#관촉사, #은진 미륵, #석조미륵보살입상, #논산, #석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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