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면 어느 후보를 뽑나 하는 문제만큼 머리 아픈 주제가 있다. 바로 내가 속한 세대인 20대의 낮은 투표율이다. 오늘 아침에 본 신문에서도 20대의 투표율을 독려하는 기사가 실렸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나는 며칠째 신문에서 20대에게 투표를 권유하는 각종 칼럼과 기사를 접했다.

투표로 세상을 바꾸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말, 스펙 쌓기에 매몰되기보다 투표를 하는 것이 더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말, 20대가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 백번 공감한다. 그러나 그런 글을 읽지 않았더라도 나는 투표장에 간다. 수십 부의 선거 공보물을 하나하나 넘겨보며 정책을 공부하고 후보를 비교하고 투표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정책선거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실현가능한 정책이 무엇인가 열심히 찾아보고 있다. 그런데 '20대 투표해라'라는 글이나 '20대가 투표 안 한다'는 글을 보면 힘이 빠진다. 왜 선거 때만 되면 우리 20대를 정치에 무관심한 세대로 규정짓는 것인가.

20대의 투표율이 낮은 이유는 부재자투표제, 재외국민투표제의 미비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 20대 투표율이 33.9퍼센트로 가장 낮았다고 한다. 다른 세대보다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렇게 낮은 투표율 때문에 선거에 관심이 없는 20대가 많다고 대부분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낮은 투표율이 정말 20대의 정치관심도를 대변하는 척도일까?

나는 20대 투표율은 낮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분명 이번 선거에도 20대의 투표율이 낮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20대는 투표를 하고 싶어도 투표를 할 수 없는 구조적상황에 놓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20대가 흔히 겪는 그 구조적 상황의 하나는 부재자투표의 부실이고 또 하나는 재외국민투표제의 미비다. 선거 때마다 대학 학생회는 대학 내에 부재자투표소 설치가 가능하도록 조건을 완화해 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직도 2000명이라는 조건은 완화되지 않고 있다.

또 많은 20대들이 어학연수와 해외교환학생 또는 해외유학으로 외국에 머물고 있지만, 재외국민투표권이 그동안 제정되지 않아 투표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다. 나 또한 이 두 제도의 미비로 다른 지역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다른 나라에 있을 때 두 번이나 투표를 할 수 없었다.

앞으로 재외국민투표가 대통령과 국회의원에 한해 2012년부터 시행된다고 하지만 지방선거는 여전히 불가능하다. 선거 때가 다가와서야 20대에게 투표하라고 할 게 아니라 국내외로 이동이 잦은 20대가 투표가 가능하도록 미리 제도의 개선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언론의 역할 아니겠는가.

선배 세대도 정책선거 해주세요

정치에 무관심한 20대가 많고 사회보다 자신의 능력향상에 몰두하는 20대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20대 투표하라'고 훈계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럴 때면 우리가 20대가 되자마자 이른바 '신자유주의 경쟁사회'라는 현실에 맞닥뜨리게 된 것은 지금껏 투표를 '잘(?)' 해온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결과가 아니냐고 되묻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왜 선배세대들은 높은 투표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투표를 하지 않았느냐고, 왜 정당이나 혈연, 지연이 아니라 정책을 중심으로 투표를 하지 않아 어렵게 세운 민주주의가 다시 역행하는 힘겨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냐고 되묻고 싶기 때문이다. 또 그럼에도 20대가 투표를 안 했기 때문이라고 20대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할 것이냐고 한탄하고 싶기 때문이다.

선거 때가 되어서야 20대에게 투표하라고만 할 게 아니라 투표하고 싶은 환경, 투표할 수 있는 제도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 물론 우리도 더 적극적으로 투표로 그런 변화에 동참해야하고 동참할 것이다.

그와 동시에 선배세대들도 후보자들의 정책을 '공부'하고 현재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후세대까지 생각하며 한 표 한 표를 찍어달라고 부탁드리고 싶다. 그래서 이번 6·2 지방선거는 20대뿐 아니라 모든 세대가 제대로 8표를 행사하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