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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어뢰' 기사로 한국문단(?)을 평정한 <조선일보>가 내친 김에 중국까지 진출하려다 국제적 망신을 당했습니다.

 

중국의 진보적 지식인 80여 명이 천안함 사건 이후 중국 정부가 북한 정권의 붕괴까지 염두에 둔 과감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성명을 20일 유토피아 사이트에 발표했다는 21일자 <조선일보> 기사(A6)에 대해 실명이 거론된 중국 연구원이 "악의적으로 날조된 기사"라며 항의하는 성명을 22일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중국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의 줘따페이 연구원은 "천안한 사건 이후 천안함이나 북한과 관련한 어떤 글도 발표한 적이 없"고, "지해범이라는 기자를 전혀 알지 못"하며 "천안함 사건 이후에 한국 기자의 취재를 받은 적도 단 한번도 없"는데도, 조선일보 기사에 자신이 일면식도 없는 허칭 교수 등과 함께 천안함 관련 글을 공동으로 발표했다는 내용이 실렸다며 "전혀 존재 자체가 없는 글을 완전히 날조해 쓴 기사다"고 개탄했다는 겁니다. 

줘 연구원은 특히 <조선일보>가 줘 교수 등 중국 진보 지식인들이 "(북한 정권이 붕괴해) 미군이 압록강 연안을 순찰하고 백두산에서 보초를 서면 중국의 많은 학자들은 편안히 잠자리에 들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쓴 글에 대해, "<조선일보>의 기사에서 언급된 내용은 완전히 중국 극우파들이나 주장하는 내용"이고 "내 입장은 완전히 <조선일보>에서 날조된 내용과 상반된다"며 "내 뜻과 완전히 상반된 내용이 내 이름으로 기사에 나갔다"고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줘 연구원은 "<조선일보>나 이 기사에 대해 알지도 못했는데, (기사에 언급된) 유토피아(우요우즈샹·중국 좌파들의 사이트)에서 연락이 와 기사를 읽게 됐고, 너무 놀라고 기가 막혔다"면서, "지면과 인터넷에서 이 기사를 바로잡고, 먼저 사과할 것"을 <조선일보>에 요구하는 한편, "한국 독자들이 이 기사가 완전한 날조임을 정확하게 알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하기까지 했다네요.

여기서 잠깐. 대륙까지 요동치게 만든 조선일보의 상상력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26일자 2면에 실린 '바로잡습니다' 기사에 그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달랑 두 문장으로 구성된 전문을 감상해 보시죠.

"지난 21일자 A6면 "중, 과감한 조치로 '북한의 인질'에서 벗어나라" 기사 중 '줘따페이(左大培)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과 허칭(河淸) 저장대 교수 등 80여명이 발표한 글'이란 부분과 관련, 이 글은 학자들이 단체로 발표한 것이 아니라 해당 사이트의 한 회원이 쓴 것으로 확인되었기에 바로잡습니다. 기사에서 거명된 두 분께 사과드립니다."

어떻습니까? "해당 사이트의 한 회원이 쓴 것"을 뻥튀겨 "줘따페이(左大培)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과 허칭(河淸) 저장대 교수 등 80여명이 단체로 발표한 글"로 둔갑시킨 조선일보의 작문실력이? '대한민국 일등신문'이란 타이틀이 괜히 주어진 게 아닙니다. 조선일보 기자로 행세하려면 '팩트' 따윈 과감히 포기하고 '픽션'을 그려낼 수 있는 '강심장'이 있어야 된다는 거, 이제 아시겠지요?


태그:#조선일보 날조, #천안함 작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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