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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23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한나라당 이장우 동구청장 후보, 이은권 중구청장 후보,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 정용기 대덕구청장 후보.(왼쪽부터)

 

세종시 문제가 충청권 최대 현안임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 문제는 여야를 떠나서 충청권 주민이라면 누구나 관심이 높습니다. 뿐만 아니라 세종시를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거미줄 엮이듯 엮여 있어서 자칫 세종시가 어그러질 경우, 많은 균형발전정책이 어르러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실제 참여정부는 세종시를 중심으로 전국에 10개의 혁신도시를 만들고 120여개의 공공기관을 이전키로 했습니다.

 

당시 정부는 전국에 골고루 혁신도시를 세우고 이전대상 공공기관을 배분하면서 대전과 충남에는 혁신도시도, 이전하는 공공기관도 나눠주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정부제3청사가 대전에 위치한 이유도 있지만, 그 무엇보다 큰 이유는 행정도시, 곧 세종시가 대전과 인접한 곳 충남에 들어서기 때문이었습니다.

 

세종시가 들어서면 대전과 충남이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종시에 대해 헌법재판소 판결이나 대통령의 공약발표,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 등에 지역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찬반논쟁을 벌이며, 심지어 머리 깎고, 단식하고, 농성을 했던 것 아니겠습니까? 그게 어디 충남에만 해당하는 것이겠습니까? 대전도 마찬가지지요.

 

그런데 23일 기자는 참 황당한 일을 겼었습니다. 이날 한나라당 대전시당에서 기자회견이 있었고, 이 자리에는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와 이장우 동구청장 후보, 이은권 중구청장 후보, 정용기 대덕구청장 후보 및 지방의원 출마자 일부 등이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기자는 세종시 수정에 대한 입장을 질문했습니다. 그 이유는 이날 오전 자유선진당 구청장 후보들이 한나라당 소속 시장 및 구청장 후보들에게 '세종시'와 '수도권규제완화', '대덕특구 분산'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기자회견을 했기 때문입니다.

 

시장 및 구청장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지역의 가장 큰 현안에 대해 서로 입장을 묻고 따지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입니다. 그런 입장을 잘 알아야 투표도 바르게 할 것 아니겠습니까?

 

특히,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서는 현재 한나라당 내에서도 친이계는 정부가 내놓은 세종시 수정안을 찬성하지만, 친박계를 비롯한 충청권 일부 한나라당 소속 정치인들은 세종시 수정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완구 전 충남지사는 세종시 수정에 찬성할 수 없다면서 불출마를 선언했고, 박성효 대전시장은 세종시에 국회까지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전의 구청장들의 입장은 어떨까요? 민선4기 5개 구청장은 모두 한나라당 소속 구청장이고, 그 중에 진동규 유성구청장과 정용기 대덕구청장은 세종시 수정에 찬성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나머지 3명의 구청장의 입장은 모호합니다.

 

자, 이러한 상황에서 자유선진당이 공개질의를 했고, 대전시민인 기자도 구청장들의 입장이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했습니다. 구청장님들 의견은 무엇인지를요. 그런데 참 황당한 답변을 들어야 했습니다.

 

우선 이은권 중구청장 후보는 기자가 질문을 하기도 전에 자유선진당의 공개질의에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세종시 문제, 박성효 시장과 5개 구청장 후보가 그렇게 만들어 놓았나? 지역을 대변한다는 자유선진당 국회의원들은 무엇을 했나. 자기들이 무능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자기들은 노력을 다하고 있는 것인양 지역민들을 속이고 있다. 해내지도 못하면서 해 낼 것처럼 떠들더니 이제 와서는 유권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자유선진당의 현혹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한마디로 이 후보는 자신의 입장은 밝히지 않고 두루뭉술 자유선진당 국회의원들의 책임을 물었습니다. 물론, 자유선진당 뿐만 아니라 민주당 등 그 외 정당 및 정치인에게도 책임이 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어떤 입장인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음은 이장우 동구청장 후보가 기자가 질문한 내용에 대한 답변입니다.

 

"구청장은 구민의 발전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다. 임영호(대전 동구) 의원은 딸랑 1년에 특별교부금 5억 원을 따왔다. 대체 국회의원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세종시 입장을 동구청장에게 묻나? 석고 대죄해야 할 사람들이 누구인데…."

 

동구청장에게 세종시 입장을 물을 이유가 어디 있느냐는 대답에 기자는 좀 황당했습니다. 또 세종시 수정에 대한 입장을 묻는데, 국회의원의 석고대죄를 촉구를 해서 더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다시 물었습니다. 왜 대전의 동구와 세종시가 관련이 없느냐고.

 

그랬더니 이번에는 정용기 대덕구청장이 나섰습니다. 그는 '나비효과' 라는 용어까지 등장시켰습니다.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다. 세종시 문제를 억지로 끌어들여서야 되느냐, 그런 식으로 말하자면 어느 곳 하나 영향이 없는 곳은 없다. 대체 세종시와 구청장 직무와 무슨 관련이 있나"

 

그래서 다시 물었습니다.

 

"예전에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한다고 답한 적은 있지 않습니까?" 

 

 "물어보니까 답한 것입니다. 구청장직을 수행하다 보니까 대덕구의 발전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지 생각하게 됐고, 그 방법에 있어서는 서로 의견이 다를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수도가 아예 이전하는 것이라면 찬성하지만 수도가 분할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한바 있습니다. 오히려 그런 질문을 하는 기자님의 의도가 무엇인지 의문입니다."

 

아니 '질문의 의도' 라니요. 제 질문의 의도는 지역민을 대변하는 단체장들이 지역의 가장 큰 현안에 대해 어떤 생각이 있는지, 지역민들의 관심이 가장 큰 현안에 대해 지역민을 대변하겠다는 단체장 후보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독자에게 알려주는 게 제 의도입니다. 정말 그것이 궁금하셨습니까?

 

다시 한 번 묻고 싶습니다. 한나라당 소속 대전지역 구청장 후보님들은 정말 세종시가 대전과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대전 자치구의 발전과 세종시는 정말 무관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세종시가 수정이 되든, 원안대로 되든 대전 동구와 중구, 대덕구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지난해 12월 대덕구의회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세종시 수정에 찬성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를 두고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지역민을 배신한 행위라고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분들은 대덕구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세종시에 참견하여 욕만 먹었다는 말입니까? 그 분들이 그렇게 생각이 없는 분들이었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이 뿐만이 아니라, 행정수도 위헌판결과 세종시 수정에 분노하고 울분을 토했던 그 많은 대전시민들은 아무 상관도 없는 일에 쓸데없는 짓을 한 것이라 생각하시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또한 단체장의 입장을 묻는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을 마치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으로 취급하는 게 옳은 일인지, 단체장이 취할 올바른 자세인지 정말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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