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프로의 꿈을 간직하고 드래프트를 통해 첫 발을 내디딘 어린 선수들. 2010
프로에 입단한 지역 출신 선수들 중 동아대를 졸업하고 대구FC에 입단한 황일수 선수를
만나보았다.

 훈련이 끝나고

훈련이 끝나고 ⓒ 강민정


174cm/69kg 체격에 100m를 11초대에 주파하는 준족. 대학때부터 이미 정평이 나있던 돌파능력은 황일수의 가장 큰 강점이며, 그에 따른 공간활용능력이 높은 것이 장점이다.

이차만 축구교실 출신으로, 코치의 권유로 축구선수로서는 다소 늦은 중학교 진학시점부터 학원축구의 길을 걸었다. 옥천초-장평중-부산정보고-동아대를 거쳐 대구FC프로팀에
입단했다.

4학년이던 2009년, 동아대가 춘계대학연맹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팬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지만 이미 전부터 황일수는 꾸준하게 성장해 온 케이스다. 필자가 기억하기로, 부산에서 열렸던 U-19 세계 4개국 초청대회 전, 대표팀 합류 여부를 결정지을 당시 발목 부상으로 아쉽게 선발되지 못했었다. 그리고 경남, 부산 등 프로팀과의 연습경기에서도 발군의 실력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이후 대학선발에도 뽑혀 2009 유니버시아드 대회도 참가했다.

 대구FC 출정식

대구FC 출정식 ⓒ 강민정

2010 드래프트에서는 4순위로 대구FC에 입단했지만 흙속의 진주라 평가받으며 자신의 값어치를 올리고 있는 중이다. 터키 전지훈련에서 팀 내 가장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이영진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고 시즌 개막전 여러 연습경기를 통해 실전감각을 쌓았다. 시즌 개막 후 선발 및 교체로 9경기에 출전해 1골 3개의 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주 포지션은 왼쪽 윙 포워드이나 전술변화에 따라 중앙, 오른쪽 가리지 않고 소화한다. 요즘은 후반 조커 기용으로 빠른 공수 전환과 역습을 원하는 전술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다음은 황일수 선수와의 일문일답

- 프로 생활이 궁금하다. 생각했던 것과 어떻게 다른 것 같나.
"프로 생활을 경험해보니 모든 게 아마추어 때와는 달랐다. 축구 수준도 높고 생활면에서도 자기관리가 철저하기 때문에 이게 프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임감면에서도 한층 성숙해지는 것 같다. 정말 배울 게 많고 또한 많이 배우고 있다. 아, 그리고 서포터즈가 있다는 것. 대학시절 부모님과 학교 학생들이 응원해주는 것과는 다르게 팀을 위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응원해준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마음에 남았다."

- 4순위로 대구FC에 입단했다. 개인적으로는 다소 순위가 낮은게 아닌가 하는데 대구FC에 지명되었을 때 기분은 어떠했나.
"대구에 지명받은걸 알았을 때 사실 당황스러웠다. 연습경기를 자주 가졌었던 부산이나 경남쪽에서 지명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생각했었기 때문이었다. 지명순위에 있어서는 물론 높았으면 좋았겠지만(웃음) 기회만 주어진다면 가서 잘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곧,  대구FC가 나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뽑았으니 나 또한 팀을 위해서 헌신적인 선수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 여기서 잠시 딴 얘기. 축구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와 행복했던 때는 언제인가.
"힘들었던 때는 고등학교 2학년 무렵. 그때 갑자기 슬럼프가 찾아왔다. 주변 환경이나 생활면에서 힘든 점이 많아 축구를 그만둘까 생각도 했었다. 만약 그때 축구를 그만뒀다면 오늘의 프로선수가 된 나는 볼 수 없었겠지(웃음).

행복했을 때는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처음 축구를 배워서 정식 축구부에 들어갔을 때. 그땐 모든 게 재미있었다. 그리고 대학시절 우승했을 땐 축구를 하면서 처음 전국대회 우승이란 걸 해봐서 기억에 남는다. 가장 최근엔 대구FC 입단 후 부모님께 첫 용돈을 드렸을 때."

 대구FC 경기 후

대구FC 경기 후 ⓒ 강민정


- 점점 행복해지는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돌아와서, 프로 첫 시즌 개인적인 목표가 있을 텐데.
"일단 최대한 많은 경기를 뛰어 소중한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감독님이 믿어주시는 만큼 실력으로 보답하고 싶다. 팀이 리그 한자리 순위에 들고 플레이오프 진출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싶다. 그리고 더 욕심 부리면 신인이니까, 생애 딱 한번밖에 없는 신인왕에 도전하고 싶다. 그렇게 되려면 공격 포인트를 많이 올려야 하겠지만(웃음)."

- 부산에서 대구까지, 앞으로 어디까지 갈 생각인가(웃음). 포부에 관한 질문이다.
"부산을 벗어나 처음으로 긴 타지생활을 시작했다. 지리적으로 가깝긴 하지만 어쨌든 새로운 터전이다. 대구FC에서 주축선수로 성장해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실력을 인정받아,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생각하는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다. 이 후에 기회가 닿는다면 유럽에 진출해 내 실력이 어느정도인지, 세계 탑 클래스의 선수들과 직접 뛰어 보고 싶다. 분명 열심히 노력하고 더 잘하게 된다면 가능할거라 믿는다. 여전히 축구가 재밌기 때문에 앞으로도 즐겁게 운동하고 꾸준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아직 대학생 같은 풋풋함과 진솔한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라운드에서도, 인터뷰 실력(?)도 아직 가다듬어지지 않은 프로 1년차이지만 자신의 자화상을 멋지게 그릴 줄 아는 패기 넘치는 청년이었다. 시간이 흐른 뒤에, 많은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밝히며 인터뷰는 마무리됐다.

여기서 갑자기 든 생각. 머지않은 시기에 황일수를 놓친 구단들의 안타까운 한숨을 듣게 될거라는 확신이 들면서 그의 미래가 궁금해졌다. 당신도 궁금하다면  K리그에서 함께 만나요~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산축구협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황일수 선수 사진은 대구FC 서포터즈 강민정님께서 제공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대구FC 황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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